지홍 박봉수 화백(1916-1991)은 경주시 사정동 구당마을에서 태어난 천재 화가이다.
수묵 추상화의 거장인 지홍은 일본, 중국에 유학했다.
지홍의 천재성을 간파한 경주 공립 보통학교(계림초등학교)
일본인 교장 오사카 긴타로(大坂金太郞)가 주선하여
10대 후반인 1930-1931년 일본 유학을 하여 고다마 기보(兒玉希望, 1898-1971)에게
수묵화와 유화를 배웠다.
1935-1936년에
북경미술학원(중앙미술학원)에서 쉬베이훙(徐悲鴻 1893-1953) 등에게 수학했다.
1937-1939년에
금강산 유점사 신계사에서 수행하고 그림을 그렸다.
경주 근화여중 미술교사로 재직하며
김익진 신부의 영향으로 가톨릭으로 개종하였다.
경주의 신라 문화 유산을 소재로 구상과 추상, 동양화와 서양화의 기법,
불교와 기독교의 정신세계를 자유로이 넘나들었다.
칠불암에서 100일 기도 후에 얻은 영감으로 분황사 원효대사상을 그렸다.
경주 법장사에서 창작에 몰두하던 시기에 자신을 격려하던
80대 노승이 세계여행에서 돌아오니 종적을 감추고 없었다.
노승은
"아무 날 아무 시에 입적할테니 찾지 말것이며 내 몸은 고기밥이 되겠다."
고 유언했다.
제자들이 수소문하여 찾으니
어느 저수지 물 밑에서 결가부좌한 채 멸진정 삼매에 들어 열반하였다.
육신을 물고기에게 보시하였다.
생사를 초월한 고승의 초인적인 수행 경지를 보인
이 실화를
지봉은 <육신 보시>(1979)라는 작품으로 그려내었다.
이 작품은 물고기는 魚자로 배경에는
의상대사의 화엄경 법성게가 들어간
문자추상에 가깝다.
윤경렬 선생 댁에서 얻어본 일본의 미술 잡지를 보고
루오의 예수상 연작을 보고 영감을 얻어
과감하게 수묵화로 예수상을 그렸다.
지홍의 이 <명상 그리스도상>은
로마 갈멜대학미술관에 소장됐고,
그 복제본이 유럽 전체의 성당에 보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