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자(감자)니, 金치(김치)니 하는 말이 남말 같더니
요즘 마트에 가면 '金'자가 절로 붙는 채소들로 가득합니다.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고, 먹는 데 아끼지 말자는 신조로 살아왔는데
사먹는 밥이 싫어서 꼬박 꼬박 밥 해 먹는 저에게 고물가는 피해갈 수 없는 과제가 되었네요.
처음엔 별 수 없어 금채소건 은채소건 되는대로 담았는데
이제 슬슬 요령이 생깁니다.
마트에 가면 그나마 저렴한 게 이 콩나물이에요.
물가잡기 대표 상품이자, 저희 동네에 새로 생긴 롯*슈퍼에서는 저녁에 50% 할인을 해 준답니다. 단돈 600원대!!
이 녀석 생각보다 쓸모가 많지요.
먼저, 밥솥을 보유한 귀차니스트라면 한 번 시도해 볼만한 <콩나물밥>입니다.
그냥 쌀 씻어서 물은 평소의 2/3만 넣고 씻은 콩나물 얹어서 밥 하기만 하면 돼요.
양념장에 조금만 신경쓰면 맛나게 먹을 수 있는데
달래 넣은 양념장이 최고지만 좀 비싸니 대신 청양고추 잘게 다져넣고 간장,고춧가루,후추,꿀(설탕),다진마늘 넣어 비벼 먹습니다.
콩나물이 어설프게 남았을 때 먹을만한 한 끼는 <콩나물 국밥>입니다.
콩나물 살짝 삶은 물에 국간장이나 새우젓으로 간을 해두고(귀찮아도 멸치 국물을 내면 최고죠)
뚝배기나 냄비에 밥 담고, 김치 담고, 다진 마늘이랑 파랑 청양고추 담고, 콩나물이랑 삶은 물 넣은 다음에
후루륵 끓이다가 달걀 하나 깨 넣고 후추 넣어 먹으면 든든해요.
혹시 냉동실에 쫄면이 있다면 <분식집 쫄면>을 해 먹어도 좋아요.
(냉동실의 쫄면은 순대볶음에, 즉석떡볶이에, 그냥 쫄면으로 쓸모가 많답니다.)
쫄면 삶고, 콩나물 삶고,
고추장3+고춧가루1+식초3+설탕2+다진마늘+사이다도 넣으면 좋고요. 이렇게 양념장을 만들어 비벼 먹으면 O.K.
오이도 있으면 좋겠네요. 한 개 당 약 1000원... 좀 비싸긴 한데... T.T
오이는 그냥 툭툭 썰어 고추장에 찍어 먹어도 괜찮고,
소금에 살짝 절였다가 다진마늘에 고춧가루, 설탕 아주 약간 넣어 반찬으로 먹어도 좋지요.
혹시 마트에서 골뱅이를 할인하고 있다면 (전 마트에서 번데기를 사은품으로 얹은 유동골뱅이를 득템해 모셔두었어요.)
어슷썬 오이에 골뱅이를 넣어 <골뱅이 무침>에 술 한 잔도 괜찮답니다.
고추장 2큰술, 고춧가루 2큰술, 맛술 1큰술, 식초 1큰술, 설탕 1큰술, 물엿 1큰술, 골뱅이국물 2큰술, 참기름 1큰술, 다진마늘이랑 생강가루 약간 잘 섞어 양념장을 만들면 되고요.
아, 대파를 채썰어 넣으면 더 맛있는데 대파값 많이 비싸죠?
최근 한 묶음에 4000원을 넘었는데 요즘 살짝 가격이 내리고 있네요. 2000원 대에 한 봉지 샀습니다.
대파가 남았다면 속시~원한 해장국으로 <대파국밥>도 좋아요.
황태채나 먹다 남아서 냉동실 굴러다니는 해산물 또는 고기, 얇게 썬 감자에 고춧가루 한 스푼 넣어 들들 볶다가
멸치, 다시마로 맛을 낸 멸치육수나 이것도 귀찮으면 맹물에 간장으로 간을 한 국물+다진마늘 넣어 끓이고,
대파 듬뿍 넣고 계란 풀어 밥 말아 먹으면 좋지요.
그나저나 감자가 너무 비싸서(보통 100g에 200원 대인데 요즘은 600원 대에요.) 싼 감자 나오면 사곤 하는데
이건 포실포실한 맛이 안 나서 그냥 굽거나 삶아 먹기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럴 땐 열심히 갈아서 <감자부침개>나 <감자옹심이>를 해 먹는데요.
갈아둔 감자에서 국물을 짜 모은 다음 가만히 두면 하얀 녹말이 생겨요. 이 녹말이랑 갈아둔 감자를 섞어
소금 약간 넣고 지지면 감자부침개,
동글동글하게 빚어 다진마늘 넣은 멸치육수에 넣어 끓이다가 파 넣고 계란 풀어 먹으면 감자옹심이에요.
양상추가 싸진 덕분에 샐러드도 곧잘 해먹는데 치즈가 비싸죠.
우유 1000리터에 레몬 1개 분량의 레몬즙을 넣어 소금 1스푼 넣고 끓인 다음
몽글몽글해진 건더기를 걸러 굳히면 꽤 괜찮은 <리코타 치즈>가 만들어 진답니다.
발사믹식초랑 올리브오일 반반, 소금 약간 넣은 소스로 버무려 먹으면 기존의 치즈는 생각도 안 나요. ㅎㅎ~
H 대형마트 할인코너엔 곧잘 50% 할인 우유가 나온답니다.
과일도 비싸니 쪼글쪼글해진 사과도 그냥 버리기가 아까워요.
믹서기에 갈아서 레몬즙 약간에 사과의 30% 정도 되는 설탕을 넣어 끓이면 <사과쨈>이 되고,
이렇게 뚝딱뚝딱 <애플파이>를 해 먹어도 괜찮아요.
1. 사과를 썰어서 물+설탕+계피가루 넣어 조리기
2. 박력밀가루 200g을 체에 내려 설탕과 설탕 각 1/2티스푼 넣고,
차가운 버터 100g 넣어 주걱으로 자르듯이 섞기
3. (2)의 반죽에 찬 우유 50cc(달걀노른자 없을 경우 80cc), 달걀노른자 넣고
살짝 반죽해 냉장시키기
4. 30분 후 (3)을 꺼내 3mm로 밀어 팬에 올리기
(전 파이팬이 없을 때 은박접시를 썼습니다. 대용품으로 굳~ ^^)
5. (1)을 올리고 반죽을 길게 잘라 바구니 엮듯 뚜껑 만들기
6. 반죽 표면에 달걀물 바르고 오븐에 200도에서 25분 정도 굽기
뭐, 그렇다고 이렇게 허리를 졸라매기만 하면서 사는 건 아니고요,
가끔은 수산시장에 가서 신선한 꽃게에 해산물 한 봉지를 담아와
이렇게 거~하게 한 그릇 꽃게탕도 해 먹고
아, 꽃게탕 양념장 레시피는 고춧가루 2큰술, 고추장 1/2큰술, 된장 1/2큰술, 맛술 1큰술, 간장 1큰술, 소금(맛보며 조금씩), 올리고당 1/2큰술, 다진마늘 1큰술, 생강가루 약간, 후추가루 약간이고요.
삼겹살 세일한다 싶으면
이렇게 동파육 한 접시로 기분도 내 봅니다.
소동파가 즐겨먹은 동파육 레시피는,
1. 통삼겹에 진한 흑설탕물을 골고루 발라 겉만 바싹 구워 찬 얼음물에 담가두기
(색 예쁘게 내려는 거니까 흑설탕 없으면 그냥 굽거나 이것도 귀찮으면 생략)
2. 생강(또는 생강가루), 통마늘(또는 다진마늘), 양파, 대파, 통후추 등 향채들 + 소주 & 맛술 넉넉히 넣은 물에 1의 통삼겹 삶기
3. 삶는 동안 청경채는 소금물에 살짝 데쳐주고, 대파는 채로 준비하기
(없으면 둘 중 하나만...)
4. 2의 물이 약간 줄어들었다 싶으면 진간장 7큰술 vs 흑설탕 6큰술 비율로 넣어 졸여주기
(흑설탕으로 하면 색이 예쁘지만 없으면 일반 설탕으로...)
5. 예쁘게 썰어 채소 위에 얹어 먹으면 끝~
물가가 오르면 오르는대로 살아가는 방법이 생기네요.
힘든 일이 생기면 생기는대로 이 역시 살아가는 방법이 생기고요.
혹시나 슬프거나 힘든거나 아픈 날에도 식사는 꼭 챙겨 드세요. 든든하게!!!
다 먹고 살자고 뛰는 거 아니겠습니까? (저만 그런가요... ^^;;)
삭제된 댓글 입니다.
10년 묵은 똑딱이 300만 화소의 위력입니다. ㅎㅎ~ 저녁 챙겨드세요!!! ^^
고물가 시대에 살아가는 법 = 고소득 업무/직으로 바꾸는 것이라지효 블루오션을 찾아 만리
3D 레드오션 직업에 종사하는 저로서는 꿈만 같은 이야기네요. 힌트 좀 주세요. ;;;
여성다운 알뜰함이 넘쳐 납니다.^^
다 비싸니 아껴야죠. ^^
연그림님 같은 남편을 만났어야 했다는....
언니~ 저도 아내같은 남편이 필요해요. ^^
요즘 ~~ 요로고 지내시는 구만 ~~^^*
나좀 불러 ~~ ㅋㅋ
겨우 겨우 먹고 지내는 중이야. 쉬는 날이 하나도 없어. 주7일 근무... T.T
연그림님이 주최하는 홈파티에 참가해봐야 저런걸 먹어볼텐데 말입니다.. 금남의 집이죠
금남의 집도 아니고 좋은 분들 초대해 집에서 조촐하게 먹고 떠드는 게 낙이라 자주 홈파티를 하곤 했는데 요즘엔 일주일에 7일을 일하는 중이라서요. (ToT)
아파서 자다 깼는데 이거보고 더 서럽네요..ㅠㅠ
토닥 토닥~
ㅎㅎㅎ
비탈님의 따스한 배려가 급반전입니다요~
에고... 혼자 계신 분들 굶지 마시라고 간단한 레시피까지 올렸는데... 아프지 마세요~
또 다른 레서피도있으면 알려주세요~~
요리 솜씨를 발휘해야 하는 특별한 날 요청하시면 맞춤형 레시피 올려드립니다. ㅎㅎㅎ~ ^^
따뜻한 술 함께하면 딱일듯 ^^
역시 술과 함께!!! ^^;;;
같은 지방생활이신데.. 사는건 극과극 비교체험 수준이네요 ㅜㅜ
남이 해준밥만 먹고 다니니 살만 푸두둥 해지네요~ 얼른 좋은소식 보여주세요 ^^
강원도 쪽에 계시다고 들은 것 같은데 아직도 그곳에 계신가요? 뭐니 뭐니 해도 먹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맛있는 식사 꼭 챙기세요. ^^
ㅋ
^^;;;
사과파이만들기 힘든데 잘 무너져서 ㅋㅋ맛나게해 드시네여 먹고싶어염
베티님 솜씨라면 사과파이 쯤은 뚝딱 만드실 것 같은걸요. 레시피 올려두었으니 만들어보세요. 아마도 버터와 반죽이 찬 상태에서 후다닥 반죽하는 게 관건인 것 같아요. 저도 여기서 망하면 파이가 흐물흐물~ ㅋ~
제 요리 레시피의 특징이 '대충 맛보면서...' 뭐 이런 식이라 망하기 쉬워서요. ㅋㅋㅋ~
다 직접 하신거죠 냉장고 털면 될 것같습니다.
직접 하니 이 모양입니다. 요즘 요리하시는 분들 사진 보면 대단하던 걸요.
이런걸 직접 다 하시다니 고단수 염장입니다. 먹고 싶어요
당장 장을 보세요!!! 콩나물 한 봉지면 됩니다~ ^^
아.. 군침 돌아요~ 책음지삼ㅋㅋ
배달 보낼까요? 잠실벌님도 가족나들이 사진으로 늘 부럽게 만드시니 '책음지삼!!!' ^^
콩나물밥 .. ㅠㅠ 안그래도 친구랑 어제 얘기하면서 먹고푸다 했었는데..
느나~~~ 콩나물밥 해줘~~~
나한테 해달라 하지말고 여자친구한테 '해 줘'!!! 예쁨받을 거야~ ^^
ㅋㅋㅋㅋ
연그림님 지금 부산에 계시나요?
어제 전주 갔다 오늘은 서울, 내일은 대구 갑니다. ^^ 부산에 계신가요?
아니요 ㅋ 부산에 계신줄 알고 ㅋ
전 정말 음식잘하시는분들 정말 정말 너무 존경스럽습니다
우리집에선 한번 저렇게 해주면 계속해주길바라기때문에
그래서 전 혼자 해 먹어요. 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