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10
"뭐, 본점?!"
"쉿! 조용히해..!!"
가게로 돌아오자마자 대체 무슨 일이냐며 분위기 살벌했다며 끝임없이 캐물어오는 현주의 추궁에 못이겨 결국 본점에 관한 걸
모조리 실토해버린 저입니다.
물론, 사장님의 헤어진 여자친구와 그로 인해 벌어졌던 일들은 살짝 빼고요.
"네..네...네가 어째서 본점이야. 으응...?!"
말도 안된다는 표정으로 두눈을 동그랗게 뜬채 묻는 현주.
아니, 저 자신조차도 믿기지 않는 사실을 저에게 물어보면 대체 어쩌자는 걸까요.
"내가아- 그 사장놈한테 그렇게! 그러엏-게! 본점으로 가고 싶다고 떠보길 수도 없이 했는데, 콧방귀만 뀌고 앉아있다가 왜 넌
쉽게쉽게 보내주려고 그러는건데?"
너무 흥분한 나머지 제가 사장님께 쌀쌀맞게 대했던 이유를 묻는건 잊어버린듯 합니다.
"내가 말했잖아! 6개월전에 홧김에 아이스크림 아이디어 낸것 때문에 그렇거 같다고."
"왠지, 왠지! 이번 신상품 내놓기 전에 맛을 보는데, 이거 어째 쌉싸름한 것이 보통 맛은 아니더라고. 딱 네가 생각나더니 역시
나였구만."
아깝다는 표정으로 테이블을 탁 내리치며 혀를 끌끌차는 현주입니다.
"그때 그 아이디어 내가 먹어버릴 걸."
"풋. 아줌마, 너무 흥분하시네요. 손님이나 받자."
"아, 잠깐잠깐!"
의자에서 일어서려는 저의 손목을 현주가 탁 잡습니다.
"왜?"
"혹시 오늘도...그 자식들 오냐?"
"그 자식들이라니?"
"왜! 걔 있잖어, 걔! 나머지 세놈들은 괜찮은데..."
현주가 눈꼬리를 아래로 축 늘어뜨리며 웃긴 표정을 지어보입니다.
아마도 주한이 녀석 특유의 휘어진 서글서글한 눈매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나도 모르지. 오고가는건 녀석 마음이니까. 그보다 너! 저번처럼 그렇게 열올리기만 해봐. 아주 고1하고 목에 핏대가면서 말싸
움하는데, 내가 다 창피하더라."
절 붙잡은 현주의 손을 빼고 구겨진 유니폼을 다듬었습니다.
"어서오세요."
그리고 여느때와 같이 주문을 받는 절 현주가 상처받은 눈으로 쳐다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둘이 또 싸우는걸 두고볼수만은 없었습니다.
결국은 현주가 잔뜩 삐친 표정으로 제 옆에 섭니다.
"손님, 주문해주세요."
"저..저...."
"뭘로요? 아, 체리로 드시겠어요? 데코레이션도 말씀해주세요."
"저...저어..."
아까부터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저만 뚫어져라 바라보는 남학생.
"손님?"
그 때, 뒤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는 듯 튀어나오는 노란머리.
"아니야, 아니야! 그게 아니지! 더 적극적으로! 그래! 고백해버리는거야!"
전 아직 발견하지 못한 모양인지 신유가 나머지 세녀석과 함께 테이블에 동그랗게 모여앉아 신문을 보는 척 합니다.
그리곤 신문에 엉성하게 뚫어놓은 두개의 눈구멍으로 제 앞의 남학생을 살피며 이목은 있는대로 끕니다.
하지만 남학생은 더 당황한 표정으로 진땀만 흘릴 뿐입니다.
"저...저, 누나!"
드디어 용기를 내 제 얼굴을 바라본 남학생.
"오..오래전부터 좋아했어요! 사...사귀어주세요!"
헙.
전 잔뜩 놀란 표정으로 신유를 주시했습니다.
그러자 남학생을 보고 있던 두 눈동자가 저와 마주칩니다.
"어, 아줌마!"
갑자기 일어나 손을 흔드는 센스까지 보여주네요.
"어? 근데 아줌마가 왜 얘 앞에 서있어요? 아무리 남학생 고백이 받고 싶어서도 그렇지, 남학생이 고백하는 상대까지 밀쳐내는
건 좀 그렇잖아요."
넌, 지금...
이게 내가 고백에 굶주린 것처럼 보이는거니.
"아..아니..."
이미 저에게 고백해버린 남학생은 어쩔줄 몰라하며 신유와 절 번갈아 보기에 여념이 없구요.
"장신유!"
녀석의 황당함에 제가 소리를 질러버리자 신유가 잔뜩 겁먹은 표정이 됩니다.
"서,설마! 너! 너 우리 아줌마한테 고백한거야?! 그렇다면 난 더이상 코치를 해줄수가 없어! 특별히 서비스로 데이트하는 것까
지 봐주려고 했는데 우리 아줌마만ㅇ...!"
정말 이 안에 이녀석들 빼고 성락고 학생들이 없어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여기저기 소문이 퍼졌을게 분명합니다.
아니, 이미 퍼졌을지도 모르지만요.
"그럼 너...학교에서 소문난 그 아이스크림가게 점원이 이 누나야...?"
소문?!
"히히. 맞는데."
후우.
벌써 소문까지 퍼졌다네요.
"죄,죄송합니다! 안녕히계세요!"
남학생은 마치 이 네녀석들과는 조금도 얽히고 싶지 않다는듯 저에게 고백한것까지 고개 숙여 사과해버리곤 행여 누가 볼세라
총알처럼 튀어나가버립니다.
"야,야. 현주야. 잠깐만 봐줘."
결국엔 화가 머리 끝까지 뻗쳤습니다.
오늘 이 녀석들, 이대로 보낼수는 없습니다.
벌써부터 주한이와 묘한 신경전에 들어간 현주에게 손님 받는 일을 떠넘겨버리고 신유를 붙잡아 한쪽으로 나왔습니다.
"너,너! 진짜 자꾸 여기 올거야? 응? 아주 밥 먹듯이 가게를 드나들어! 그래, 내 소문이 어디까지 퍼진건데?"
"걱정마요. 내가 지켜줄테니까."
"뭐,뭘 지켜주는데?"
대체 아이스크림은 언제 산건지 쉴새없이 초코맛 아이스크림콘을 할짝이며 대답은 건성건성.
"하여간, 앞으론 여기 너무 자주 드나들지 마. 그리고 만나도 튀는 행동은 좀 자제하고. 알았지?"
"싫은데."
"후우-. 신유야, 말 좀 듣자. 제발."
"어떻게 아줌마를 모른척해요! 그리고 나 삐질거야. 데이트도 안해주고."
"그래, 알았다. 알았어. 오늘 데이트하자."
"진짜?"
데이트란말에 신유의 두 눈이 반짝입니다.
"그럼 오늘 8시까지 가게 앞으로 나오기에요."
"응."
"그럼 갈게요."
"그래, 빨리 가. 애들 다 데리고 가."
"네에. ....아참참참!"
밖으로 나가려던 신유가, 순식간에 제 앞으로 다가오더니 아무도 몰래 이마에 쪽하고 입을 맞춥니다.
"이건 선물."
입을 맞춘 자신도 부끄러웠는지 종종걸음으로 귀엽게 나가버립니다.
아무리 그래도 귀여운건 어쩔수 없다니까요.
불에 데인듯 화끈거리는 이마를 만지자 저도 모르게 볼이 확 달아오릅니다.
-
"짠!"
정말 평범하게 등장할 순 없는 걸까요.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며 서있는 제 앞에 신유가 환한 얼굴로 절 끌어안습니다.
"어어. 아줌마 차가워."
갑자기 끌어안는 바람에 신유의 은은한 비누 향기가 코 끝을 찌릅니다.
신유의 등장에 놀란건지, 아니면 신유의 행동이 저에겐 아직 부끄러운건지 심장이 마구 떨립니다.
"이제 가요."
차가운 제몸을 따뜻하게 녹여주려는 생각인지 잠시 절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던 신유가 이번엔 손목을 잡아끕니다.
"어디로 가는건데?"
"가보면 알아요."
길 끝에 멈춰선 녀석이 택시를 잡고, 절 먼저 태운뒤에 제 옆에 앉습니다.
"허브로 가주세요."
허브라 하면...
술집 아니야?!
언뜻 보기에도 학생 같이 어려보이는 신유의 외모에 택시기사 아저씨가 힐끔거렸지만 옆에 앉은 저 때문인지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십니다.
"저어..신유야..."
제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신유를 작게 귓속말로 불렀습니다.
"네?"
"술집은 쪼금..."
남녀가 술집에 가면 곤드레만드레가 될때까지 술을 먹은 다음 헬렐레한 두명이 함께 손을 잡고 근처의 호텔로 가서 방을 잡은
다음 들어가자 마자...!
갑자기 머릿속이 이상한 생각으로 가득차버려 괜히 지나갈때마다 보이는 호텔이란 글자에 흠칫흠칫 놀랍니다.
"5900원입니다."
신유가 돈을 내고 택시에서 내렸습니다.
내리자마자 보이는 꽤 큰 규모의 바(bar).
제가 고개를 높이 쳐들고 입만 떠억 벌리고 있자 이번에도 무작정 손목을 잡아끕니다.
"빨리 들어가요."
저렇게 들떠있는 신유를 여기는 들어가지 말자, 미성년자는 안될것이다 해서 물을 끼얹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신유와
함께 사이좋게 들어가 술을 마시는 것도 또 그렇고.
제 걱정을 알아챈건지, 입구에서 신유가 작게 웃음을 터뜨립니다.
"여기 아는 형이 일하거든요."
아니, 시..신유야!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해결된 문제는 아니란다...
저의 우려와는 달리 신유는 가볍게 문을 통과해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술집으로 발을 들여놓습니다.
"사실 오늘은 우리만의 데이트가 아니에요."
"그럼?"
"신유야, 여기!"
제가 채 다 묻기도 전에 들려오는 저 익숙한 목소리.
아니겠지, 아니겠지 하면서도 고개를 돌린 그곳엔 아니나 다를까 떡하니 세녀석이 주루룩 앉아있습니다.
세 녀석 모두, 특출난 외모로 벌써 주위 여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주한이 녀석은 이미 옆에 한명 있네요.
"허..헉! 누님!"
여기에 온 것이 신유만이 아닌것을 눈치챈건지 옆에 앉아있던 여자를 다짜고짜 밀쳐내고 커진 눈으로 절 바라봅니다.
"여..여긴 어떻게..."
"나도 모르겠다."
결국엔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정확히 신유의 왼쪽, 약간 불편한 자리긴 하지만 신형이와 신유의 중앙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맞은편엔 핸드폰 삼매경에 빠진 영진이와 정신 나간 사람처럼 절 보며 헤실헤실 웃어대는 주한이 녀석.
벌써 테이블 위엔 술들이 여러병 주욱 늘어서 있습니다.
설마, 오..오늘 이거 다 마시는건 아니겠지..?
"에이, 아줌마도 왔는데 조금 더 시켜야지! 모자르잖아. ...여기요!"
이렇게 술이 많이 있는데도 손을 번쩍 치켜드는 신유의 손을 제가 저지했습니다.
"신유야! 됐어, 됐어. 마시고 시켜. 마시고. 응?"
"그래요? 그럼 알았어요."
아쉬운 표정으로 손을 내리는 신유를 말리기가 정말 백번 잘한 일 같습니다.
"그럼 오늘도 맘껏 마셔야지이-!"
왠지 불안한 첫 스타트.
테이블 위에 놓인 잔 위를 주저없이 채우는 색색깔의 술들.
그리고...
정말 주저없이 - 심지어 그러지 않을 것 같았던 영진이 마저도 - 벌컥벌컥 들이켜대는 네 녀석들.
혹시 모를 위험한 사태를 대비하여 아주 조금씩 잔을 홀짝이는 저의 불안한 마음을 모르는 건지, 몇번이 오고갔을지 모를 만큼
그들 앞엔 빈 술병만이 늘어갑니다.
-
"얘들아, 우리 이제 그만하자. 응?"
"안돼에-! 나 주한이랑 대결 끝내야돼에..."
벌써 풀릴대로 풀려 얼굴은 붉어져가지고서는, 아까부터 들어간 주한이와의 술대결에 열을 올리는 신유.
하지만 불안불안했던 주한이가 테이블에 풀썩 쓰러지자 신유가 테이블 위로 발을 올립니다.
"시..신유야..!"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오- 여자의 마음으은- 갈대랍니다아-"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 작은 테이블에 발을 올려놓을데가 어디있다고 테이블을 마구 휘젓고 다니며 옆 테이블의 손님들에게까지도 노래를 권합니
다.
"헤이! 거기 예쁜 아줌마! 노래 한곡 하실래요오..?!"
"신유야...좀 내려와ㄹ..."
"싫어! 나 노래 더할거야! 테엘미- 테엘미-"
"신ㅇ...주..주한아!!!"
대체 쟨 언제 저기까지 간건지 옆 테이블의 야시시한 차림의 여자와 입술이라도 맞출 듯 아슬아슬하게 다가가더니, 어깨 위에
팔을 척하니 걸치고 잠에 골아떨어집니다.
"죄..죄송합니다! 진짜 죄송해요!"
주한이를 끌어다 자리에 눕히고, 한숨 돌리려고 했더니 조용했던 영진이가 저에게 처음으로 말을 겁니다.
"그대는..."
어째 멘트가..
"그대는 어찌하여 저런 몹쓸 자들과 친구가 되었나이까...그대는.."
영진이의 술버릇은 시를 읊는건가 그윽한 눈길로 저를 향해 닭살스런 멘트들을 날립니다.
"아아, 지는 낙엽만 봐도 무너져 내리는 내 마음...그대를 바라보면.."
이제까지 제 안에 쌓여왔던 '유일한 정상인'의 영진이의 이미지가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입니다.
근데, 어째 욕하고 때려부수며 난리부르스를 칠것 같았던 신형이가 조용합니다.
모자는 눌러쓰고 벽에 기대앉아 손을 주머니에 꼽고 자는 모습이라니요.
꽤 귀여운 면도 있다니까.
유일하게 술도 가장 안 마신 것 같아 녀석과 함께 나머지 세 녀석을 처리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저어...신형아..?"
곤히 자는 녀석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이렇게 흔들어 깨울 수 밖엔 없었습니다.
"시..신형아아..."
아무리 흔들어도 일어나지 않는 녀석.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돌리려는데.
"킥."
의미심장한 악마같은 코웃음과 함께 순식간에 긴 의자 위로 눕혀지는 제 몸.
"ㅇ...야!"
"하아..너, 가까이서 보니까 예쁘다..."
윽!
코를 마구마구 파고드는 진한 알콜 냄새.
"확...키스해버리고 싶어.."
뭐..뭐시라고?!
하지만 이미 빠져나올 수 없이 단단히 제압된 두 손.
이..이녀석은...
술만 마시면 옆사람을 막 덮치나?!
제 생각엔 이 녀석이 정말 최.악.의 술버릇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주여...
첫댓글 그냥 덮쳐!!! (ㅎㄷㄷㄷㄷㄷㄷㄷㄷㄷ ㅈㅅ ㅋㅋㅋㅋㅋㅋㅋ;;; 저 변녀 아네욧 흑 ㅜ0ㅜ
허허허. 아직 둘은 그런 사이가 -_-*
와와와와!!! 신형이잘한다!! 화이팅!!!! 이대로 19세로 가는거야!!!!!!!!!!
엄허나, 19세-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