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1장,
승민은 욕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윤아를 보며 놀란다.
“여보! 왜 이래?“
윤아를 흔들어 보았으나 이미 정신이 없고 입이 돌아가 있었다.
“윤아! 정신 차려!“
승민의 큰 소리에 오순애가 잠옷 바람으로 나온다.
“왜 이렇게 새벽부터 시끄럽냐?”
승민은 윤아를 들쳐 업는다.
“왜 그러냐? 응? 애미가 왜 그런 것이냐?“
승민은 따라 나오면서 묻는 엄마에게 대답할 경황이 없다.
지나가는 택시를 불러 동네 작은 병원이 아닌 큰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 달라고 말을 한다. 승민은 승혜와 전화통화를 한다.
“오빠! 대체 무슨 일이에요?“
”나도 모르겠다. 일어나서 욕실에 가 보니 지환이 엄마가 쓰러져 있더라. 지금 급하게 택시를 타고 우선 K대 병원 응급실로 가고 있는 중이다.“
“알았어요. 나도 그곳으로 갈 테니까 혹여 무슨 일이 있음 다시 연락을 해요.“
“알았다. 참, 그리고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이 없는데 마련을 할 수 있으면 돈을 마련해서 좀 가져 올 수 있을까?“
”알았어요.“
윤아는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을 한다.
윤아를 보던 의료진들이 뇌에 문제가 발생한 것을 이내 파악한다.
승민은 이미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승혜가 도착한다.
“어떻게 됐어요?”
“아무래도 뇌출혈인 것 같다는 말을 하더라. 물론 자세한 것은 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하지만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 불안하다.“
승혜는 떨고 있는 모습의 작은오빠가 참으로 불쌍해 보인다.
“오빠! 진정해! 아무런 일도 없을 거야!“
“아니다! 이 모두가 다 내 잘못으로 해서 생긴 일이다. 그렇게 일하러 다니는 것을 힘들어 했는데 내가 무능해서......“
“오빠! 평소에 지환엄마가 혈압이 높았었나?“
”글쎄? 웬만해서는 자신이 아픈 것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서 혈압이 높은지 어떤지 생각해 본 일이 없다.“
담당의사가 보호자를 찾는다.
“우선 입원수속을 밟으셔야 하겠습니다. 사진 상으로 보니 뇌출혈이라 수술을 해야만 합니다.“
“수술을 하면 다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습니까?”
승혜가 묻는다.
“아직은 젊은 나이니까 희망을 가져봐야겠지요. 그리고 쓰러지고 나서 그다지 오랜 시간이 경과한 것이 아니라서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네!”
승혜는 다소 안도하는 한숨을 내 쉰다.
그러나 승민은 앞이 캄캄해온다.
수술비며 병원비를 생각하니 그저 막막할 따름이다.
“우선 입원수속을 합시다.”
그들은 서둘러 입원수속을 한다.
윤아는 각종 검사를 받기 시작한다.
그렇게 검사를 받으며 이틀이라는 시간이 지난다.
승민은 병원을 떠날 수 없다.
꼬박 병원에서 지내는 승민을 위해 승혜는 돈을 쥐어준다.
“오빠! 오빠마저 쓰러지면 안 되는 것 알죠? 아무리 힘들어도 끼니를 챙겨 드시고 기운을 잃지 말아요.“
“고맙다. 번번이 네게 신세만 지고 있으니 볼 면목이 없다.“
윤아의 수술 날짜가 잡힌다.
승혜는 윤아의 수술 날 이른 아침에 병원으로 온다.
오빠 혼자 초조해하며 불안해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가만히 집에서 시간을 보낼 수가 없었다.
다행히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에 도착을 한다.
“지환이 엄마! 힘을 내요!“
그러나 윤아는 제대로 사람을 알아볼 수가 없다.
이미 얼굴의 반쪽이 삐뚤어진 상태가 되어 말도 하지 못한다.
윤아가 수술실로 들어가자 승민은 눈물을 흘린다.
“오빠! 오빠가 기운을 내야지.“
”..........................“
승민은 그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는 죄책감과 자신의 무능함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는 승민이다.
“승혜야!”
한참 만에 승민은 승혜를 부른다.
승혜는 말없이 승민을 본다.
“너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어차피 한 두 달로 끝나는 병이 아니다. 많은 병원비와 생활비를 충당을 하려면 집을 줄이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을 것 같다.“
“............................”
“지금보다 더 작은 집이라든가 아니면 달동네 같은 곳으로 이사를 하면 어떨까 싶다.”
“.............................”
승혜 역시 많은 병원비가 걱정이 되던 참이다.
“당분간은 내가 그나마 일을 나가지 못할 것이니 어떻게도 할 도리가 없다. 수고스럽지만 네가 좀 알아봐 주지 않겠니?“
승혜는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의 형편에 그 많은 것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알았어요. 내가 알아볼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
승혜는 병원을 나서서 달동네로 향한다.
그런 곳은 아무래도 집값이 조금은 쌀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승혜는 며칠을 승민의 집에 대해서 알아보고 다니고 있다.
윤아의 수술은 잘 끝이 났지만 윤아는 제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모든 것은 남의 손에 의해서 해 나갈 수밖에 없다.
오순애는 통곡을 한다.
“아이고, 내 무슨 년의 팔자에 이런 꼴을 봐야 한다는 말이냐? 우리 승민이가 불쌍해서 어떻게 하나?“
오순애는 복장이 터져온다.
이제 꼼작하지 못하고 온갖 시중을 다 들어주어야 하는 며느리의 모습이 가엽다기 보다는 자신과 아들의 고생이 더 걱정스럽고 한스럽다.
“엄마!”
승혜가 오순애를 찾아온다.
“승혜야!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하면 좋으냐? 네 오빠가 불쌍해서 어떻게 하면 좋다는 말이냐?“
“엄마! 지금 오빠 걱정을 할 때가 아니지요. 어떻게 하든 지환엄마를 일어나게 해야지요.“
“그년이 차라리 죽기라도 했으면 네 오빠가 이런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 아니냐? 우리 승원이가 그때 왜 그렇게 펄펄뛰고 반대를 했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 내가 반대만 했어도 지금 이런 꼴을 보지 않아도 될 것을....아이고.“
“엄마! 이미 지난 일을 말을 하시면 뭘 해요? 그것보다도 보름 후면 이사를 해야 합니다.“
”갑자기 이사라니? 사람이 저렇게 병원에 누워 있는데 무슨 이사를 한다는 말이냐?“ “어디서 돈이 나올 곳이 없잖아요? 집을 줄여서 이사를 하기로 했어요.”
“뭐야? 집을 줄이다니? 그럼 우리는 어디로 간다는 말이냐?“
”하월곡동에 집을 얻어 놓았어요.“
“뭐야? 그곳이 대체 어디란 말이냐? 대체 우리가 왜 그년 때문에 이나마 살고 있는 집을 줄여야 한다는 말이냐?“
오순애는 더욱 더 큰 소리로 대성통곡을 한다.
“엄마! 진정하시고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을 잘 들으셔야 합니다. 지환엄마는 한두 달에 나을 수 있는 병이 아니에요. 병원에서 어느 정도 치료가 끝나고 나서 한방병원으로 옮겨가야 합니다. 그곳에서 침과 물리치료를 하게 되는데 얼마간의 세월이 걸릴지 모릅니다. 그러니 엄마가 낮에는 병원에 가셔서 돌봐주어야 할 것이에요.“
“싫다. 난 죽어도 그 노릇을 못한다.“
“그럼 오빠가 매달려 있으면 돈은 누가 벌어요? 우선 오빠가 나가서 돈을 벌어야만 생활을 할 수 있고 또 병원비가 얼마나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오빠마저 손을 놓고 있을 수 없잖아요?“
“.........................”
“그렇다고 이대로 지환엄마를 포기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대로 집으로 퇴원을 시킨다면 평생을 수족을 쓰지 못하고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로 살아야 하는데 그래도 좋겠어요?“
오순애는 긴 한숨을 내 쉰다.
“내가 벌을 받는구나! 그 착하고 버릴 곳이 없는 우리 지성에미를 내 쫓은 벌을 받는 게야!“
“...........................”
승혜는 엄마의 그런 자책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승혜는 며칠을 돌아다니면서 하월곡동이라는 곳에 허름한 단독주택을 전세로 얻었다.
그래도 도시가스가 들어가 있고 방이 세 개나 된 집이다.
아파트나 연립보다야 불편한 것이 있겠지만 그런대로 살만한 집을 오천만원을 주고 얻었다.
이제 차액이 삼천만원이 남는다.
이 돈이 떨어지기 전에 지환이 엄마가 완치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그것은 그저 바람이라는 것을 잘 안다.
“엄마! 그래도 그 집은 방이 세 칸이나 되니 이곳보다는 좋지 않을까?“
“그런 집이 보나마나 뻔한 곳이지. 에휴, 그만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 이제는 이 꼴 저 꼴도 보기 싫고 자식들 눈치 보면서 살기도 싫다.“
그들은 그렇게 하월곡동이라는 곳에 이사를 한다.
승민이 잠시 이삿짐을 옮기고 다시 병원으로 간다.
환자를 잠시 맡기고 나온 승민은 마음이 불안하고 급했다.
윤아는 잠시도 승민이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밥도 먹지를 못한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윤아는 그저 죽고 싶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차라리 죽게 두지 뭐 하러 수술을 시켰느냐는 말뿐이다.
말없이 눈물만 흘리는 윤아였다.
집은 조그만 단독이다.
재개발을 위해 사 둔 돈 있는 사람의 집이다.
동네 또한 살던 곳과 비교를 하면 교통도 불편하지만 지저분하고 오밀조밀 붙어 있는 집들이 별로 좋아 보이는 곳은 아니다.
다행인 것은 지환이의 학교가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이었다.
방이 세 칸이라도 해도 모두가 작은 방이다.
안방이라고 해도 큰 장롱은 들어가지 못하는 작은 방이다.
다행히 장롱은 큰 것이 아니라서 그런대로 들여 놓을 수 있다.
오순애는 큰 한숨을 내 쉰다.
이런 곳에서 자신이 꼼짝없이 모든 살림을 맡아서 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에 천불이 일어난다.
“아이구, 내가 어쩌다 이 꼴이 되었누? 어서 빨리 죽어야지.“
이제 오순애의 입에서는 죽고 싶다는 말이 습관이 되어 버린다.
윤아는 두 달 동안 세 번이나 수술을 받는다.
두 달 동안의 병원비로 천만 원 이상이 들어간다.
승민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해 볼 생각이다.
자신을 만나 잠깐 동안을 제외하고는 너무나 심한 고생을 해 오던 윤아를 위해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윤아를 정상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더 이상 윤아를 고생을 시키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든 자신이 생활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할 것이다.
글: 일향 이봉우 |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