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모 주교의 명상 칼럼] 마음디자인 시리즈(6)
자존심이 아니라 자존감을 높여라
자존감은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기에 다른 사람들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셔터스톡
왜곡된 자아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낮은 자존감이다. 낮은 자존감과 열등감은 손바닥의 앞뒷면 같은 것이다.
프로이트는 가장 핵심적인 삶의 에너지가 '성(性)'이라 했지만, 또 다른 정신분석가인 아들러(Alfred Adler)는 가장 핵심적인 삶의 에너지를 '우월성의 추구'라고 했다.
근본적으로 인간은 열등감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 이 열등감 때문에 사람들은 다른 사람보다 좀 더 강하고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노력하는데, 아들러는 이것을 '우월성의 추구'라고 했다. 그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람들이 인생에서 성공하려고 애쓰는 것이나, 어떤 것을 성취하려고 애쓰는 것은 모두 우월성의 추구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열등감이 없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따라서 우월성의 추구에서 제외되는 사람도 없다. 이것은 스님이나 신부나 목사조차도 예외가 아니다. 문제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우리가 열등감 때문에 우월성을 추구하는 것에 너무 집착하게 되면 강박증 환자가 될 수도 있다. 우월성의 추구에서 실패한 사람은 더욱 더 심한 열등감에 빠져 신경증 환자가 되고 심하게 위축된다.
이런 사람들은 마음의 상처와 함께 인간의 품위와 존엄성도 잃게 된다. 모든 일에 자신이 없고 자기 자신을 비하한다. “나는 안돼”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무의식 속에 뿌리깊이 자리 잡고 있어서 창의성도 없고 도전적인 행동도 없다. 이런 사람을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고 한다.
자존심(pride)과 자존감(self-esteem, 혹은 self-respect)은 보통 때는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이지만 높은 자존감, 혹은 낮은 자존감 등의 형용사가 붙으면 뜻이 매우 달라진다.
자존심 혹은 자부심은 항상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데서 나오는 감정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자신이 좀 나으면 우쭐하는 우월감이 생기고, 다른 사람보다 못하다고 여겨지면 열등감이 생겨 위축되는 것이다. 지나친 우월감으로 독선과 고집이 센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지나친 우월감의 심층에는 사실 열등감으로 가득 차 있어서 그 열등감이 우월감의 독선과 고집으로 나타나는 수도 있다.
그러나 자존감은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기에 다른 사람들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존중한다는 말은 영어로 ‘respect'인데, 이 말은 ’있는 그대로 본다‘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사람은 우월감이나 열등감과는 상관없다. 잘나면 잘난 대로, 못나면 못난 대로 자신을 온전히 존중하기 때문이다. 남보다 낫다고 우쭐대지도 않고, 남보다 못하다고 위축되지도 않는다.
열등은 없다. 우월도 없다. 단지 다름만 있을 뿐이다. 열등감을 버리라. 열등감은 허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당신이 허락하지 않는 한 열등감은 절대로 당신 안에서 자라지 못할 것이다.
당신의 가치를 믿고, 타인이 가지고 있지 않은 자신만의 재능이 있음을 믿으라. 사회의 가치관으로 자신을 평가하지 말고 나는 내 길을 간다는 소위 “마이 웨이(my way)”에 대한 확신을 가지라. 적극적인 마음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패배주의와 염세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에 적극적이고 창조적으로 대응하도록 해준다.
이 사실을 깨닫고 행동으로 옮긴다면 당신은 낮은 자존감에서 높은 자존감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자존심 혹은 자부심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데에서 오는 감정인 반면, 자존감은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감정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존재 자체를 존중하기 때문에 자신의 좋은 점뿐만 아니라 부족한 점도 다 수용한다. 이런 태도는 다른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때에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존중하기 때문에 그가 가지고 있는 돈이나 권력 따위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재산이나 권력이나 학력이 높다고 우쭐대지도 않고, 반면에 재산이나 권력이나 학력이 낮다고 주눅 들지도 않는다.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가 가진 것이 많다고 더 높게 보거나 그가 가진 것이 없다고 무시하지도 않는다. 부자는 부자대로,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대로 그냥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대해 감탄하면서 같이 즐거워한다. 그러나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대해 불편해하고, 불안해하고, 시기한다. 그래서 “배가 고픈 건 참겠는데, 배가 아픈 건 못 참겠다”라는 말이 나온 건지도 모르겠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편안하고 즐겁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물과 같고 공기와 같다. 시원하고 따뜻하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다.
명상하는 사람은 자존감이 높아야 한다. 명상하는 사람이 자존감이 낮다면 명상을 잘 못한 것이다. 명상하는 사람은 마땅히 명상으로 자존감을 높이는 마음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글 | 윤종모 주교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