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기자, 젊은 女판사와 만나다! “법관은 도덕적으로 특별히 잘난 사람이 아냐” 孔星閏 月刊朝鮮 인턴기자 pubmonth@chosun.com 경기도 모 지방법원을 찾아가 젊은 여자 판사를 만났다. 이른바 ‘신참 법관’이었다. 그녀는 땀을 흠뻑 흘리며 새로운 길을 걷고 있었다. “판사는 계속 공부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해 부장판사에게 많이 배우고 있어요. 연수원 시절, 이론대로만 하면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해보니 어려워요. 판사들이 모르는 법이 정말 많아요. 쟁점에 대한 치열한 고민도 필요하고, 이전의 법례만 참고해 섣불리 결정하면 오판(誤判)할 가능성도 높고요.” 이런 말도 했다. “사실, 판사는 사건의 진실과 가장 멀리 있는 사람입니다. 가장 잘 아는 이가 사건 당사자고, 그다음이 검사와 변호사입니다. ‘왜 사정을 몰라주느냐’며 논리 없는 말을 하면, 힘이 들어요. 판사는 증거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주장하는 바를 증명하지 못하면 청구를 기각할 수밖에 없어요. 답답하기도 하고… 직접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이 때론 안타까워요.” —판사는 혼자 밥 먹는다면서요?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사적인 약속을 잘 잡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대형 로펌에서 선임한 사건이 있으면 그 로펌 사람들과 가급적 안 만나려고 해요.” —법관이 일반인에 비해 좀 더 고결한 양심이 요구된다고 생각하나요? “제 판단에는, 법관에게 특별한 도덕적 의식이 요구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일반인과 다른 차원의 양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말인가요? “그래요. ‘법관이니까 난 항상 정직해야 돼’하고 생각하다 보면 오히려 사소한 죄에 엄벌을 내릴 수도 있어요. 법관은 도덕적으로 특별히 잘난 사람이 아닙니다. 법관은 그저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을 내릴 뿐이죠.” —소송 당사자들이 ‘진실발견’에 협조하지 않고 자기주장만 되풀이하면 판사에게 점쟁이 역할을 강요하게 됩니다. 그 결과 진실에 반할 위험이 커지지 않을까요? “증거가 있을 때 판결을 내려야 하는 것이 법의 일반적 원칙입니다. 누가 건물을 매입하는 데 5000만원의 물권만 계약했다고 말해도, 매매증서에 1억원이 적혀 있으면, 말보다 서증(書證)을 더 높게 판단해야 하죠. 그 원칙을 염두에 둬야 하니 당사자가 아무리 주장해도 그편을 들어줄 수 없는 경우가 있어요. ‘판사가 뭣도 모르면서’하고 불만을 품어도 어쩔 수 없어요.” —판사들은 은행업무도 본인이 안 본다는 말이 있어요. “요즘은 절대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판사가 더 조심하는 편이죠. 그런 판사보다 조심하는 판사들이 더 많아요.” —법정에서 소송인의 말을 자르거나 압박을 주는 것 같은 말투도 권위적인 행동 아닌가요? “권위적이라기보다 ‘재판 진행기술’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증인을 신문할 때 증인의 말을 끊거나 변호인의 질문을 일축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이 필요한지를 두고 판사끼리도 의견이 분분해요. 권위의식이라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판사가 잘나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해야 할 사건이 너무 많은데 재판이 지연되면 곤란해요. 증인신문이 길어지면 다음 사건 당사자들이 화를 내기도 해요.” —판사가 말을 자르면 증인들은 위축돼 말을 더 못하더군요. “처리해야 할 사건이 너무 많아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어요. 현실적으로 증인의 처지와 법조계의 상황을 모두 충족시키려면 사건 수를 줄일 수밖에 없어요.” 그녀는 “어느 부장판사가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들었다. 그랬더니 속기사들이 굉장히 힘들어했다. 그분들의 업무강도도 굉장히 세다. …우리도 늦게 퇴근해야 되고, 판결문 쓸 시간도 줄고… 여러모로 곤란하다”고 했다. —퇴근은 제때 합니까. “판결문 다 쓰면 하는데, 야근할 때도 있어요. 집에 가서 일하기도 하고, 주말에 일할 때도 있어요. 판사들은 야근수당도 나오지 않아요.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판결문에 흠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들 열심히 합니다.” 그녀는 연애할 시간이 있느냐는 질문에 “주말에 데이트를 하고, 평일에도 시간이 나면 가끔 한다”며 그제야 활짝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