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2]그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한 소송
-이른바 ‘간주부양비제도’ 폐지를 위한 공익소송-
변호사 김영수
1. ‘그 할아버지’의 모습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동 허름한 주택, 길게 이어진 복도를 따라 들어가면 맨 안쪽 방 한 칸, 부엌 한 칸. 햇빛도 들지 않아 종일 캄캄한 그곳이 ‘그 할아버지(72세)’의 보금자리다. 운영하던 가게가 망하고 부인과 이혼한 그 할아버지는 1년 남짓 영등포역 근처에서 노숙생활을 했다. 근래에는 내과, 신경과, 비뇨기과 등 병원 신세를 자주 지지만, 다행히도 복지회관의 알선으로 학교 앞 등하교시간 교통정리를 하고 월 20만원을 받는다. 거기다 매달 나오는 기초노령연금 8만8천원을 합한 것이 그 할아버지의 월수입 전부이다. 그 할아버지는 그 돈으로 한 끼에 2000원 하는 복지회관 밥을 사먹고, 집에서 휴대용 가스레인지로 라면을 끓여 먹는다. 겨울에도 가스비를 아끼느라 보일러를 돌릴 수 없어 찬 기운이 올라오는 방바닥에서 그냥 지낸다. 방학기간에는 교통정리를 할 수 없어 기초노령연금만이 수입의 전부다.
그 할아버지의 수입은 2010년 독신가구 최저생계비(월 50만 4344원)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데도, 그 할아버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혼한 부인과 사이에 1남 2녀를 둔 그 할아버지는 부양할 가족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사정은 따로 있다. 사실상 부양할 가족이 있어도 부양받을 형편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들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결혼을 한 데다 암수술을 한 엄마(그 할아버지의 전처)를 보살피랴, 거동을 못하는 중증장애인 동생을 돌보랴 해서 날 도와줄 형편이 못됩니다. 작년에 구청에 가서 이런 사정을 얘기했더니 아들에게 ‘부양포기각서’를 받아오라고 해서 그렇게 했어요. 근데 그 뒤에 구청에서 재산을 차압할 수 있다는 서류를 아들에게 보냈다고 하더라고요. 그 일로 아들과 크게 다툰 후 지금까지 연락까지 끊고 살고 있습니다.”
2. 이른바 ‘간주부양비 제도’와 그 문제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보장법’이라 함)은 헌법 제34조 제1항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구체화한 것으로, 생활이 어려운 자에게 필요한 급여를 행하여 이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국가책임을 실현하는 최종적인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상의 급여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생활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수급자의 소득인정액을 포함한 급여는 최저생계비 이상이 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기초법은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거나 부양을 받을 수 없는 자로서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자’를 수급자로 정하여, 국민의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을 보장하기 위하여 수급권자에게 최저생계비에서 수급자의 소득인정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큼을 급여로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수급권자가 부양의무자로부터 실제 부양비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 범위의 부양의무자들에 대하여는 일률적으로 부양의무자 가구의 실제소득에서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이 산출한 금액을 수급권자에게 부양비로 지급한 것으로 간주하여, 그 금액을 수급권자의 소득인정액에 포함하여, 결국 급여대상에서 제외하거나 급여액을 삭감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실무상 ‘간주부양비제도’라 한다.
간주부양비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앞서의 사례와 같이 노인계층의 광범위한 기초보장의 사각지대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미만임에도 불구하고 기초보장 수급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규모는 2008년 기준으로 182만명(전체인구의 3.75%)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노인계층의 빈곤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 사회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급속히 노령화되고 있다. 2008년에 노인인구가 500만명을 돌파했고, 2026년 무렵에는 노인 인구의 비중이 전 국민의 2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 빈곤율은 45.1%에 달해 노인 가구의 절반 가까이 빈곤상태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OECD 국가 평균인 13.3%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또 정부 발표자료에 따르면(2009)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임에도 불구하고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수급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노인들이 60만 가구(100만명), 전체 빈곤인구의 17%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 중 대다수는 기초법상의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수급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간주부양비 적용가구는 209년 11월 기준 총 88만2천여 수급가구 중 14만 8천여 가구에 달하며, 이들 가구에 대하여 부양비로 간주되는 금액은 월 213억여원에 달한다.
실제 간주부양비 적용가구에 해당되는 부양능력 미약의 부양의무자 가구는 소득수준이 차상위계층(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의 120% 이하)의 소득수준을 조금 웃돌 뿐 사실상 크게 다르지 않으며, 이러한 수준은 미성년 자녀를 부양하고 있는 중․장년층 부양의무자 가구의 노부모 부양에 대한 부양실태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기준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이들에 대하여 부양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부모의 빈곤으로 인하여 부모빈곤의 짐을 함께 짊어지고 평생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하고, 결국 간주부양비제도로 말미암아 많은 수의 노년층이 실제 부양받지 못하면서도 비수급빈곤층으로 배제되어 기초보장의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 간주부양비 제도가 기초법에 명시적인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초법 시행령과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이 정한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 안내 지침만을 근거로 실제 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3. ‘그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한 소송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현행 기초생활보장 수급기준에 해당하는데도 불합리한 간주부양비제도로 인하여 수급자가 되지 못하거나 수급액이 삭감되어 사회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인 100만 명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기 위하여, 간주부양비의 폐지와 부양의무자 규정을 수급자 선정조건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기초보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청원하고 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면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지난 2009. 11. 12. 간주부양비제도의 위헌․위법성을 이유로 이 제도를 폐지하기 위하여 사례를 발굴하여 기초법상의 생계주거급여변경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의정부지방법원 2009구합3663 감액변경처분취소)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은 형식상 원고 1인에 대한 생계주거급여변경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이나, 원고의 주장과 같이 간주부양비제도의 근거가 되는 기초법시행령 및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 안내지침이 위법한 것으로 법원에 의해 위법․무효인 것으로 판단된다면, 사실상 간주부양비제도의 폐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그 효과는 간주부양비 적용가구 14만 8천여가구에 미치게 된다는 의미에서 전형적인 공익소송이라 할 수 있다. 이 사건에 대하여 의정부지방법원은 최근인 2010. 6. 8. 1심 판결을 선고하였다.
가. 사안
원고 윤00(62세)씨는 2001년경 추락사고를 당하여 요추 추간판탈출증 등으로 근로능력을 상실하였고, 그로 인하여 소득활동에 종사할 수 없게 되고 별다른 재산도 없다. 원고는 2003년경 처와 이혼을 하고 동두천시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으며, 원고에게는 출가한 두 딸이 있는데 두 사위는 모두 일용노무자이며 각 2명, 1명의 자녀를 두고 있어 각자 생활이 어려워 원고를 부양하지 못하고 있다.
원고는 ‘소득인정액’이 기초법이 정한 최저생계비 이하인 관계로 수급자로 지정되어 동두천시로부터 매월 생계급여 37만여원을 지급받아 왔는데, 동두천시는 2009년 8월경부터 사위 2명이 부담하는 부양비가 증가되어 원고의 생계비가 감소하였다는 이유로 생계주거급여를 매월 4만 6천여원으로 감액하는 생계주거급여변경처분을 하였다.
나. 원고의 주장
이 사건 보장기관인 동두천시의 원고에 대한 주거생계급여감액변경처분은 원고의 딸 부부들이 모두 기초법상의 부양의무자들이라 하더라도, 실제 부양비를 원고에게 지급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기초법 시행령 및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 안내지침의 관련 규정을 근거로 마치 원고에게 부양의무자들이 부양비를 지원한 것으로 간주하여, 그 금액만큼 소득인정액으로 파악하여 원고의 생계주거급여를 감액한 것이다. 그런데 위 시행령 및 안내지침상의 관련 규정들은 기초법에서 위임한 범위를 일탈하고 법률유보의 원칙에도 반하는 위헌․위법의 무효인 규정이라 할 수 있으며, 결국 원고에 대한 동두천시의 처분은 위와 같은 위헌․위법의 규정에 근거한 것으로 위법한 처분으로서 취소되어야 한다.
(1) 기초법상 소득인정액, 소득평가액의 의미와 법시행령 규정
재산이 달리 없는 수급자인 원고의 경우 생계주거급여는 최저생계비에서 소득인정액을 뺀 금액으로 산정된다. ‘소득인정액’은 개별가구의 ‘소득평가액’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합산한 금액(기초법 제2조 제8호)으로서, 이 때 소득평가액은 실제소득에도 불구하고 보장기관이 급여의 결정 및 실시 등에 사용하기 위하여 산출한 금액을 말하며, 이 경우 소득평가액은 가구특성에 따른 지출요인과 근로를 유인하기 위한 요소 등을 반영하여야 하고, 실제소득의 구체적인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소득령가액의 구체적인 산정방식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법률에 의해 위임되어 있다(기초법 제2조 제9호). 즉 소득평가액과 관련하여 법률에 의해 대통령령에 위임된 부분은 ‘실제소득의 구체적인 범위’에 관한 것임은 법문상 명백하다.
그럼에도 기초법시행령 제3조 제1항 제4호 나목(이하 ‘이 사건 규정’)은 수급권자의 실제소득을 산정함에 있어 기타소득으로 법시행령 제4조 제1항 제4호 다목이 정하는 ‘부양의무자의 실제소득에서 부양의무자 최저생계비의 100분의 130에 해당하는 금액을 차감한 금액의 범위안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금액’을 실제소득에 포함하도록 정하고 있다.
(2) 이 사건 규정 및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안내 지침상 간주부양비 규정의 효력
기초법 제2조 제9호에 의하여 대통령령에 위임한 ‘실제소득의 범위’는 수급권자가 실제로 얻은 소득의 산출이 쉽지 않은 것을 감안하여 보장기관이 급여의 결정 및 실시 등에 사용하기 위하여 가구특성에 따른 지출요인과 근로를 유인하기 위한 요소 등을 반영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대통령령에서 정한 금액만을 소득인정액에 포함되는 소득평가액으로 하도록 위임한 것이다. 따라서 기초법에서 위임하고 있는 ‘실제소득의 범위’는 무엇보다 ‘스급권자가 실제로 올린 소득’의 범위를 한도로 하여, 가구 특성에 따른 지출요인과 근로를 유인하기 위한 요소 등을 반영한 소득을 규정하도록 제한된 범위내에서 이를 위임한 것일 뿐, 실제로 얻은 소득이 아님에도 마치 타인으로부터 이전소득이 있는 것처럼 의제하여 가상소득을 규정할 재량권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은 아니다. 이는 법 제2조 제9호에서 위임한 ‘실제소득의 범위’를 정한 시행령 제3조의 다른 규정들을 보아도 명백하다.
그런데, 이 사건 규정 및 이를 보충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안내 지침상 관련 규정들(소위 ‘간주부양비제도’를 정한 규정들)은 ‘실제소득’과는 전혀 관계가 없고, 실제로 발생하지 않은 것을 소득으로 규정하고 있어 ‘소득인정액’이나 ‘소득평가액’이라는 법률상의 개념 자체에서 유래하는 본질적인 내재적 한계로서의 ‘소득’의 범주를 일탈할 뿐만 아니라, ‘실제소득’을 전제로 이를 위임하고 있는 기초법 제2조 제9호의 위임한계를 벗어나 ‘소득’이 아닌 것을 ‘소득’으로 규정한 것이므로 이는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무효이다.
한편, 국민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격을 판단하는 소득기준으로서의 ‘소득인정액’, 그 중에서도 ‘소득평가액’을 정함에 있어 이 사건 규정 및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안내 지침상 관련 규정들과 같은 행정입법으로 어떠한 형태로든 ‘소득’도 아니고 ‘소득으로 평가할 수 없는 항목’들을 ‘실제소득’으로 인정하여 이를 기초법상의 ‘소득인정액’에 포함하게 될 경우, 수급권자의 수급자격의 존부나 범위 - 즉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이 법률이 아닌 자의적인 행정입법에 의하여 좌우되게 되고, 이 경우 국민의 헌법상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실정법에서 명문화하고 있는 ‘기초생활보장수급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게 된다. 만일 이러한 행정입법이 허용된다면 국민들의 ‘기초생활보장수급권’이라는 헌법상의 권리가 법률이 아닌 행정입법으로 자의적으로 제한되는 결과가 되어, 국민의 권리는 필요한 경우 ‘법률’로서 제한할 수 있도록 한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정한 법률유보원칙에도 반하다.
(3) 소결
결국 동두천시의 원고에 대한 생계주거급여감액변경처분은 위와 같이 위헌․위법하여 무효인 이 사건 규정 및 안내지침상의 규정들에 근거하여 행해진 것으로, 취소되어야 한다.
다. 1심 법원의 판단
의정부지방법원은 위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하였다.
「법 제2조 제9호가 실제소득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어떠한 제한도 가하지 않고 있는 점, 이 사건 규정에 따라 수급권자에게 실제소득이 인정되는 것은 수급권자에게 부양의무자가 있는 경우에 한정되고, 실제소득으로 인정되는 금액 또한 부양의무자 가구의 소득이 자신의 최저생계비의 100분의 130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금액 중 일정액에 한정된다는 점, 수급권자에게 부양의무자가 있는 경우 부양의무자에 의한 부양을 우선적으로 해야할 뿐 아니라(법 제3조) 이 법에 따른 급여로 인하여 부양의무자의 부양노력이 감소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고, 수급권자 또한 자활을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는 점(법 제1조), 수급권자에게 부양의무자가 있는 경우 그 급여의 범위에 관하여 입법자 및 그 수임기관에 더욱 많은 재량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는 점, 위와 같은 실제소득의 산정이 수급권자의 인정 여부가 아닌 수급권자로서 수령할 급여의 범위에만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 이와 같이 일률적으로 실제소득을 정하여 둠으로써 법에 따른 급여의 결정 및 실시에 관한 다툼을 방지하고 그와 관련한 행정기관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규정이 그 위임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 이 사건 규정이 적법한 이상 이 사건 지침 및 이 사건 처분도 적법하다」
4. 1심 판결의 문제점
현재 이 사건은 원고의 항소로 항소심에 계속 중에 있다. 여전히 항소심, 상고심의 법원판단이 남아 있으나, 그 판단에 앞서 1심 법원 판단의 문제점을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1심 법원의 판단은 법률의 명시적인 규정에 반하는 해석을 하고 있다. 기초법 제2조 제9호는 ‘실제소득’을 전제로 그 구체적 범위나, 소득평가액의 산정방식을 대통령령 및 보건복지부령에 위임하고 있으나, 소위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법시행령규정 및 지침상의 규정들의 간주부양비 규정은 실제의 부양하지 않음에도(즉 실제로 소득의 이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소득이 있는 것처럼 간주한다는 점에서 이는 문언적으로도 기초법 제2조 제9호에 명백히 반하고, 위임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한 규정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1심 법원은 ‘실제소득’의 범위나 한계를 명확히 정의하지 않은 채 다소 불명확한 근거들만을 이유로 위 규정들이 위법하지 않다는 판단을 함으로써 기초법이 명시하지 않은 간주부양비제도를 자의적인 행정입법으로 운용되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
둘째, 1심 법원은 그 판단 이유에서 부양의무자의 우선적 부양의무, 부양의무자나 수급자의 도덕적 해이의 방지 등의 이유를 설시하고 있으나, 원고와 같이 ‘간주부양비제도’로 인하여 실제 부양받지 못하고 있는 빈곤가구에 대한 예산의 남용이나 수급자의 도덕적 해이의 문제는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도 충분히 방지하면서 생계주거급여를 시행할 수 있다. 즉 원고의 경우 법령에 정한 부양의무자가 부양능력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실제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보장기관은 원고에 대하여 선급부를 실시한 후 부양의무자에 대하여 법령에 정한 절차에 따라 보장비용을 징수하면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부양의무자가 실제 부양비를 지급하였는지 여부를 조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족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위상은 유일무이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섣불리 부양의무자의 부양을 ‘간주’하여 수급자에서 배제하거나 수급액을 감경하는 것보다는 우선적으로 국가가 최저의 사회보장책임을 부담하고 필요한 경우 부양의무자에게 보장비용을 징수하는 것이 사적 부양과 공적 부조의 긴장을 조화롭게 해결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가 ‘기초법’이나 위 법률에 의하여 위임된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입법으로 ‘간주부양비제도’의 근거를 마련하여 자의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수많은 빈곤층들이 수급자에서 탈락하고 있으며, 원고와 같은 수많은 수급자들 역시 대부분이 생계급여를 감액당하여 생존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기초보장의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유발하는 ‘간주부양비제도는’ 정책적으로도 바람직하지 못할뿐더러, 법률의 위임한계를 벗어나 효력이 없는 시행령 등 위법한 규정에 근거하여 헌법 및 기초법상의 사회보장수급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폐지가 너무나도 절실한 상황이다. 향후 법원의 사회복지 현실에 대한 진지한 재고(再考)와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