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으로 떠나는 냉장고 여행, 동굴로 떠나요
더위의 최고봉이라고 불리는 삼복 중 말복이 들어 있는 8월이다.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천연 냉장고와 다름없는 동굴 속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 충주호 변에 있는 활옥동굴은 국내 유일의 백옥·활석·백운석 광산이다.폐광 후 2019년 동굴 테마파크로 다시 태어났다.갱도 2.5km 구간을 각종 빛 조형물로 꾸며 놨다.
동굴은 믿음직한 여름 여행지다. 일단 시원하다. 입구부터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천연 냉장고’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대부분의 동굴은 15~18°C 를 항상 유지하기 때문에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다. 폭우가 쏟아져도 아무 걱정이 없다. 칠흑같이 어두운 동굴에 인간은 불을 밝혔고 관광지로 개발했다. 동굴의 시간은 끝없는 밤이다. 아침에 가도, 낮에 가도 동굴 탐험은 여행이 아닌 야행(夜行)이 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석회 동굴은 베트남의 선동 동굴(Son Doongcave, 6.5km) 이며, 가장 큰 용암 동굴은 하와이에 있는 카주무라동굴(65.5km)이다.
국내에서 가장 긴 동굴은 삼척 환선굴로 길이가 6.5km 내외로 알려져 있다. 단양 고수동굴은 1,700m 길이로 석회암 동굴 중 가장길다. 수중 동굴 중 가장 깊은 곳은 735m의 단양 영천동굴이다.
국내에 있는 동굴은 크게 나눠 셋이다.
첫째, 천연적으로 생성된 동굴이다. 석회암 지반이 지하수에 녹아 생성되는 석회암 동굴이 제일 흔하다. 이런 동굴에서는 종유석이나 석순 같은 것을 볼 수 있다. 산성을 띤 물이 석회암을 녹이는 것은 동굴뿐만 아니며 일반적으로 석회암 지대를 녹여 침식 지형을 이루는데, 이를 카르스트 지형이라 한다. 지반이 화학적으로 녹아서가 아니라 풍화작용, 파도 같은 물리력에 깎여서 동굴이 생기기도 한다. 제주도에는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동굴이 있다. 용암으로 생긴 통로에 석회수가 침투하여 종유석과 석순 등 석회동굴에서 볼 수 있는 구조물이 생기는 경우도 희귀하게 존재하는데, 제주 용천굴이 이런 형식의 동굴이다.
두 번째는 광물을 채굴하기 위해 인간이 만든 동굴, 즉 광산이다. 광산 주변에는 도시가 있기 마련이라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세 번째는 광물 채굴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만든 특별한 동굴이다. 북한이 남침을 위해 뚫은 ‘땅굴’이나 옛 철도 노선에 버려진 터널, 와인을 보관하기 위해 만든 와인동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에 있는 수많은 동굴 중 출입이 허가된 곳은 많지 않다. 학술연구, 언론취재 등 특별한 목적이 있다면 관청의 동굴 담당 부서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관광지로 개방된 곳은 종유석 같은 자연 생성물의 훼손에 주의해야 한다. 일단 파괴되면 자연적 복구까지 수만년 이상이 걸린다는 것을 명심하자. 동굴은 어둡고 바닥이 미끄러운 곳이 많으니 안전에 유의해야 하고 개방은 됐지만 인적이 뜸한 동굴이라면 일행을 만들어 같이 가야 한다. 깊은 동굴은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곳도 많다.
- 강원도 정선의 화암동굴은 금을 채광하던 천포광산이다.천포광산 지하의 석회동굴을 테마형 동굴 관광지로 개발했다.
천연기념물을 만난다 동해 천곡황금박쥐동굴 강원도 동해시 천곡황금박쥐동굴은 1991년 아파트 공사를 하던 중 처음 발견, 1996년 일반에 공개된 곳이다. 동굴은 총 길이 1,510m이며, 깊이는 10m에 달한다.
생성 시기는 4억~5억년 전으로 추정되는데, 810m가 관람 구간으로 개방된다.
동굴의 본래 명칭은 천곡천연동굴인데, 최근 천곡황금박쥐동굴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천곡황금박쥐동굴에는 황금박쥐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금박쥐(붉은박쥐)는 세계적으로 개체 수가 적어 멸종 위기종 1급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희귀 야생동물이다.
안전 헬멧을 쓰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서면 신비한 지하 세계 탐험이 시작된다. 동굴은 석회동굴의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바닥에 솟은 석순과 천장에 매달린 대형 종유석, 석순과 종유석이 연결된 석주 등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흥미진진한 동굴 탐방을 이끈다. 오백나한상, 사천왕상, 피아노상 등 다양한 2차 생성물도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낸다.
동굴에 물이 차면서 굴곡을 형성한 천장 용식구는 국내 동굴 중 최대급 규모를 자랑한다. 용식구 가운데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한 용굴은 크기가 압권이다. 동굴은 몸을 절반으로 낮춰서 통과하거나, 앉아서 올려다봐야 진면목을 관람할 수 있는 코스가 이어진다. 툭툭 머리를 부딪히는 경우가 다반사라 헬멧 착용은 필수다.
동굴 탐방의 하이라이트는 샘실신당이다. 천장을 떠받친 석주와 좌불상 등이 한자리에 모인 지형으로, 조명시설도 새롭게 갖춰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탐방로중 최근 개방된 저승굴은 어두침침해 오히려 실감난다. 발을 디뎌야 불이 들어오는 조명효과가 재미있다.
- 천곡황금박쥐동굴은 석회동굴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 동굴탐험 내내 바닥에 솟은 석순과 천장에 매달린 대형 종유석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세계자연유산에 속한 용암동굴 제주 만장굴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만장굴은 전체길이 약 7,400m, 최대 높이 약 25m, 최대 폭 약 18m로 제주 세계자연유산의 한 부분인 거문오름용암동굴계(황상구 외, 2005)에 속하는 용암동굴이다. 특히 주 통로는 폭이 18m, 높이가 23m에 이르는 세계적으로도 큰 규모의 동굴이다. 전 세계에는 많은 용암동굴이 분포하지만 만장굴과 같이 수십만 년 전에 형성된 동굴로서 내부의 형태와 지형이 잘 보존된 용암동굴은 드물다.
만장굴은 동굴 중간 부분의 천장이 함몰되어 3개의 입구가 형성되어 있는데, 현재 일반인이 출입할 수 있는 입구는 제2입구이며, 1km만 탐방이 가능하다. 만장굴 내에는 용암종류, 용암석순, 용암유석, 용암유선, 용암선반, 용암표석 등의 다양한 용암동굴생성물이 발달하며, 특히 개방구간 끝에서 볼 수 있는 약 7.6m 높이의 용암석주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알려져 있다.
제주도 만장굴은 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용암동굴로 가치가 높다.
테마형 동굴 관광지 정선 화암동굴 화암동굴은 과거 일제강점기 금을 채광한 천포광산이며, 채광하던중 지하에 있던 석회동굴이 발견되어 현재는 테마형 동굴 관광지로 변신했다. 화암동굴 내부에는 대형 유석, 석주, 종유석, 석화, 곡석, 동굴산호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주변에 금광촌을 조성한 천포금광촌도 같이 들러볼 만하다.
화암동굴은 금광산과 석회석 천연동굴이 함께 있는 동굴로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 제557호로 지정됐다. 화암동굴 탐험은 ‘역사의 장’에서 시작한다. 이곳은 상부갱도로 515m에 걸쳐 당시 천포광산의 채광과정과 생활공간을 재현했다. 마치 동굴 속 작은 박물관에 온 느낌이다.
‘대자연의 신비’ 구간은 1934년 금광갱도를 파다 발견한 천연 종유동굴이다. 약 2,975m2 면적의 큰광장이 있다. 높이 8m, 둘레 5m의 대형 석순과 28m 높이의 유석폭포 등이 대표적인 볼거리다. 그 사이로 자연이 만들어낸 부처상, 장군상, 성모마리아상 등이 자리한다. 동굴길이는 1,803m로 관람을 마치는 데 약 1시간 30분 걸린다. 입구까지는 모노레일을 타고 이동한다.
- 화암동굴의 사진 명소.
동굴 벽에 그림들이 살아 움직인다.
- 화암동굴의 상부갱도와 하부갱도가 220m 길이의 수직계단으로 연결된다
동굴 속 호수에서 카약 체험을 충주 활옥동굴
충주호 변에 있는 활옥동굴은 1900년 발견되고 일제강점기(1922년)에 개발을 시작한 국내 유일의 백옥·활석·백운석 광산이다. 순도가 높은 활석은 화장품 원료와 베이비파우더로, 순도가 낮은 활석은 윤활제와 구두약, 세면도구 등 생활용품으로 쓰인다.
활옥동굴은 한때 8,000여 명이 일할 정도로 잘나가는 광산이었지만, 값싼 중국산 활석이 수입되면서 폐광했다가 2019년 동굴 테마파크로 다시 태어났다. 갱도 2.5km 구간에 각종 빛 조형물과 교육장, 공연장, 건강테라피존 등을 꾸며놨다.
이 동굴은 길이가 57km(비공식 87km)에 달한다. 연간 100만명이상이 찾는 경기도 광명시의 광명동굴보다 큰 규모다. 활옥동굴 여행의 백미는 암반수가 고여 생긴 호수에서 즐기는 카약 체험이다. 2~3인용 투명 카약을 타고 여유롭게 동굴을 둘러볼 수 있다.
활옥동굴에서는 투명 카약을 타고 여유롭게 동굴을 둘러볼 수 있다.
일반인도 관람 가능한 DMZ 남침용 땅굴 현재까지 발견된 북한이 판 남침용 땅굴은 총 4개이다. 그중 3개는 관광객도 갈 수 있다. 제1땅굴은 1974년 11월 5일. 대한민국 육군 제25보병사단 담당 구역인 연천군 고랑포에서 동북방 8km 지점 비무장지대 안에서 발견됐다. 이 첫 번째 땅굴은 너비 90cm에 높이 1.2m에 불과해 관광객이 드나들기 어려워 비공개다.
제2땅굴은 철원에 있다. 입구 철문 안쪽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여름을 잊게 한다. 1975년 3월 19일. 육군 제6보병사단 담당 구역에서 발견된 제2땅굴은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킬 수 있는 광장까지 갖추어 놓았고, 남쪽 출구는 세 갈래로 나뉘어 있다. 1시간에 1만명의 무장병력을 이동시킬 수 있으며, 차량·야포 등과 함께 전차까지 통과할 수 있는 규모이다. 너비와 높이 2m, 길이 3.5km, 깊은 곳은 지하 50~160m에 달한다. 제2땅굴은 철원군 안보관광코스와 인접해 있다. 고석정, 백마고지, 노동당사, 월정리역 등을 둘러보게 된다.
가장 가까운 땅굴은 파주시에 있는 제3땅굴이다. 임진강, 판문점등과 연계 코스로 둘러보게 된다. 1990년에는 양구에서 제4땅굴이 발견되었다. 지하 145m 깊이에 폭 2m, 전체 길이가 2,052m나 뻗어 있으며, 군사분계선에서 무려 1,502m나 남쪽에서 발견되었다. 제4땅굴도 일반인 관람이 가능하지만 2땅굴, 3땅굴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 고요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이곳이 정답이다.
- 철원에 있는 제2땅굴은 안보 관광코스와 연결된다.
- 강원도 양구의 비무장지대에서 발견된 제4땅굴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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