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잇따라 완화하는 등 건설 경기 부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건설업계는 여전히 줄도산 공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벽산건설이 파산한지 3개월 만에 성원건설이 파산선고를 받았고 동아건설산업이 6년만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건설업계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리비아 대수로 공사로 알려진 동아건설산업은 지난달 31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2008년 프라임그룹에 인수되며 법정관리가 종료된 지 6년 만이다.
동아건설은 현재 동두천 지행동 아파트를 비롯해 전국 50개 사업장에서 공사를 진행 중이어서 이번 법정관리 신청으로 일부 공사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945년 충남토건사로 출발한 동아건설은 세계 최대 규모의 리비아 대수로 공사 수행으로 이름을 날렸으며 토목·건축 플랜트 사업이 주축인 시공능력평가 49위의 중견 건설사다.
외환위기였던 1998년 8월 구조조정 협약에 따라 워크아웃 대상 기업으로 선정됐고, 2000년 11월 퇴출기업 명단에 올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가 이듬해 파산선고를 받았으며 2008년 프라임그룹에 인수됐다.
동아건설은 이후 프라임그룹의 부동산 개발회사인 프라임개발이 추진하던 한류월드 1·2구역, 차이나타운 개발사업 등에 참여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사업이 중단되고 이후 건설수주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
아파트 브랜드 ‘상떼빌’로 알려진 성원건설은 지난 6월 수원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 폐지 신청을 한 이후 지난 1일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았다.
성원건설은 2000년대 초중반까지 아파트 사업 등을 통해 외형을 키우며 2001년에는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28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부동산 경기 침체와 해외건설 사업 미수금 등으로 경영난에 빠지면서 2010년 수원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후 2012년부터 회사 매각을 추진, SM그룹 자회사인 진덕산업이 인수의향을 밝히며 본계약까지 체결했지만 지난해 3월 관계인 집회에서 채권단이 인수 가격이 낮다는 이유를 들어 반발해 매각도 무산됐다.
성원건설 관계자는 “가능한 한 매각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하려 했으나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인수합병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아 파산 신청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대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 에는 이같은 건설사들의 위기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이 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건설사는 4곳, D등급에 해당하는 건설사는 무려 17곳에 달했다. C등급을 받은 건설사는 지난해(14곳)보다 10곳이 줄기는 했으나, D등급을 받은 건설사는 지난해(6곳)보다 오히려 11곳이 늘었다.
현재 워크아웃 중인 건설사는 금호산업, 경남기업, 고려개발, 진흥기업, 신동아건설, 삼호, 동일토건, 동문건설 등 8곳이다. 이번에 C등급을 받은 4곳이 워크아웃에 돌입하면 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돌입할 기업은 총 12곳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현재 법정관리 중인 건설사는 쌍용건설, 벽산건설(파산), STX건설, 극동건설, 남광토건, 동양건설산업, 한일건설, LIG건설, 남양건설, 우림건설 등 10곳. D등급을 받은 17곳을 합하면 퇴출 위기에 놓인 건설사는 27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부동산 규제 완화로 경기부양? 부정적 시각 많아
이런 가운데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필두로 한 정부의 '2기 경제팀'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폐지, 분양가 상한제 완화, 소형 아파트 의무 건축 비율 완화 등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정부는 실제 이달 1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완화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부추겨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대한건설협회 등 건설업계는 지난 4일 국회에 계류 중인 ▲분양가상한제 운용 개선 ▲용적률 규제 완화 ▲재건축부담금 폐지 ▲정비기반시설 무상양도 범위 명확화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임대사업자 의무 등록제 도입 재고 등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기도 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날 “최근 부동산 시장이 반전의 기회를 갖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최경환 신임 경제부총리가 말한 LTV·DTI 관련 내용 등이 시장에 신호는 보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LTV·DTI 완화 등이 당장 주택거래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팀장은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고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없는 현재 상황에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여력을 늘려줬다고 해도 거래가 늘지는 않을 것”이라며 “특히 2기 신도시의 미분양으로 위기를 맞은 건설사들에게는 당장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포 한강신도시의 A부동산 관계자는 “입지가 좋은 지역은 정부에서 부동산정책을 발표하기 전부터 꾸준하게 거래가 돼 왔다”며 “문제는 입지가 좋지 않은 미분양 아파트들이다. 이 아파트들은 여러 정부 정책이 발표되더라도 팔리지가 않아 문제”라고 전했다.
경실련은 LTV·DTI 규제완화를 반대하는 경제·금융학자 70명의 성명을 발표하고 “LTV·DTI를 부동산경기 부양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빚내서 집을 샀다가 이른바 ‘깡통주택’을 떠안게 될 대출자가 급증해 가계 부실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현행 부동산 불황은 2000년대의 부동산 거품경제가 해소되는 과정으로 이해돼야 한다”며 “따라서 인위적인 부동산 가격 유지 정책을 위해 LTV·DTI 완화 등은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켜 또 다른 부작용과 더 큰 금융위기를 낳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