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황 생중계~ > 엄마의 질 깊숙이 쏟아져 모여있던 정자들이 잠시 멈칫 했다가 정신을 차렸는지 움직이기 시작하네요. 꼬리들을 흔들며 움직이는 정자들. 아 참 별 정자가 다 있네요. 한 2-3억 마리 정도 되는데요. 그 중에는 머리가 찌그러진 정자도 있고 꼬리가 2개인 것도 있고 참 이상하게 생긴 정자도 많군요. 아 저런 정자는 오래가지 못하겠군요. 한 15% 정도가 그런 기형 정자네요. 아니 멀쩡하게 생긴 정자 중에도 영 힘을 못쓰고 빌빌대는 정자도 있군요. 엄마 질 속이 산성이라 그런가봐요. 원래 산성에 약한 정자지만 더 못견디는 정자는 저렇게 죽어가는군요. 빨리들 벗어나야 할텐데....
아니 어디를 향해 저렇게 바삐 움직이는 걸까요? 아. 정자들이 자궁 입구 쪽으로 몰려가는군요. 그렇죠. 자궁 입구는 알카리성이기 때문에 그 쪽으로 몰려가는 거군요. 그런데 저게 뭐죠? 무슨 젤리같은 덩어리가 앞을 가로막고 있네요. 아 자궁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통과해야만 하는 검문소군요. 정식 검문소 이름이 뭐냐구요. 간판을 보니 ‘경관점액전’이라고 되어있네요. 세균 침입을 막기 위해 만들었나 본데 끈적끈적한 떡같이 생긴 저 곳을 과연 정자들이 잘 뚫고 지나갈 수 있을까요. 아. 네. 그 험란한 검문소를 뚫고 통과하는 정자들이 눈에 띄는군요. 대단한 정자들입니다. 통과한 정자들 의기양양하게 돌진하고 있습니다. 이제 한 숨 돌렸군요. 이제 강물같은 미끄러운 점액 속에 있게 됐군요. 엄마가 미리 헤엄치기 좋으라고 깔아 놓은 거군요. 친절도 하셔라. 정자들 아주 자기 세상 만났군요. 꼬리를 흔들며 행진하고 있네요. 노래소리도 들리나요?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지만........’
그런데 도대체 엄마의 난자는 어디에 숨어있는 겁니까? 정자들 힘든데 마중 좀 나오지 않고 뭘 하고 있는 걸까요? 어떤 정자는 어디로 갈 지 몰라 저렇게 엉뚱한 데로 가고 있잖아요. 어머 저것봐. 저 정자는 옆에 있는 정자가 난자인 줄 알고 머리를 비비고 있네요. 멍청하기도 하여라. 누가 좀 안내해 주면 좋을텐데..... 괜찮다구요? 그래도 난자 찾아올 정자는 다 알아서 찾아온다구요? 서로 필이 통하나보죠? 그런데 어디 있는거예요 난자는? 어디로 얼마나 더 가야 만날 수 있느냐구요?
아 저기 엄마의 난자가 보이는군요. 아주 멀리 있군요. 자궁 속을 지나 난관을 거의 다 가서 저기 팽대부라는 곳에 난자가 있군요. 자신은 움직이지도 않고 점액 물결에 따라 약간씩 떠밀리면서 정자를 기다리고 있네요. 정말 자기를 원하는 정자의 의지를 테스트하나봐요. 아무튼 정자가 저기까지 가야만 만날 수 있다는 거네요. 그렇다면 정자들 앞으로 얼마나 달려가야 하는 건가요? 어디 거리 측정을 해 볼까요? 자궁 입구에서 한 번 재보죠. 자궁을 통과해서 난관 끝 부분까지 가야하니까 그 길이를 재보면 되겠군요. 자궁이 8cm. 난관이 한 10cm. 네. 합이 18cm나 되네요. 그렇다면 정자가 달려가는 속도를 알아야 시간이 나오겠군요. 정자는 키가 0.05mm인데 1초에 자기 키만큼 간다고 하니 1분이면 3mm. 그렇다면 18cm 거리를 가려면 대략 70분이 나오네요. 아무튼 정자가 쉬지 않고 간다면 계산상으로는 70분이 나오는데 실제는 2시간 정도 걸린다네요. 그러니까 아빠가 엄마에게 뿌려준 정자가 난자를 만나려면 1시간 이상, 2시간 정도의 달리기를 해야하는 거군요. 아. 정자들 참 무리한 경주를 하고 있는 거네요. 참 힘들겠습니다.
훌륭한 정자들도 많군요. 서로 난자에게 가려고 치고 박고 싸우는 줄만 알았는데 그것만은 아니군요. 난자 근처까지 간 정자들은 2-3억 마리 중에서 겨우 몇백 마리 정도. 그리고 그 중에서 난자와 만나는 것은 단 한 마리. 다른 수많은 정자들은 어떻게 됐냐구요. 90%정도가 중간에 탈락하고 죽네요. 가만히 살펴보니 세 종류의 정자들이 있네요. 난자 찾아가는 데이트족, 방어족, 공격형. 이렇게 임무에 따라 세 종류로 나눠지는데 외부의 적에 맞서기 위해 서로 응집해 방어하는 정자들, 더 적극적으로 외부의 적을 찾아 죽이는 공격적인 정자들은 애초부터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기만 하네요. 난자를 만나러 갈 생각도 안 하고 자궁 입구에서 그저 방어와 공격만 하다가 일생을 마치는군요. 난자를 만나러 가는 다른 정자들을 위해 희생과 봉사를 다 하는 것 같네요. 이런 정자들이 대략 70%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그러고 보면 난자를 만난 그 한 마리의 정자는 잘난 체 하면 안될 것 같아요. 자신이 힘세고 잘나서가 아니라 많은 친구들이 방어해 주고 적과 싸우며 죽어간 덕분에 난자를 만나게 된 거니까요. 나머지 모든 친구 정자들은 곧바로 아니면 하루, 이틀 지나면서 다 죽게 되지요. 자. 우리 모두 이런 충정어린 정자들을 위해 애도의 묵념을 할까요?
난자는 자기 몸관리를 아주 잘 하는 것 같아요. 정자가 잘 헤엄쳐오도록 배려할 것은 다 해주면서도 자신은 자리를 지키며 생명을 만들 의지를 다지고 있는 것도 그렇구요. 정자가 난자에 도착해 머리를 대고 질긴 막을 뚫고 들어오려고 할 때는 구멍이 더 잘 뚫어지도록 난자도 같이 몸을 빙빙 돌려준답니다. 드디어 뚫고 들어온 정자의 머리를 따뜻하게 쓰다듬고 안아주면서 정자 꼬리는 들어올 새도 없이 얼른 투명대라는 단단한 막을 만들어 다른 정자들이 더 이상 못 들어오게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있군요. 아무리 많은 정자가 아우성을 쳐도 먼저 받아들인 단 하나의 정자하고만 놀지 다른 것들에게는 냉정하게 거절을 하고 있네요. 난자 안으로 들어온 정자에게는 또 얼마나 힘들었겠냐며 난자 핵 옆에서 몇시간 쉬게 해주고요. 자리를 지킬 때는 지키고 거절할 땐 거절하고 협조할 땐 도움과 배려를 아끼지 않는 걸 봐서 난자는 나름대로 자신만의 이성교제 원칙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 이제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무엇을 하나 봐야겠군요. 난자의 핵과 정자의 핵이 만나 새로운 생명의 세포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 새로운 세포는 46개의 염색체만 필요하답니다. 정자나 난자의 원래 세포도 각자 46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는데 그냥 합쳐지면 어떻게 되겠어요? 92개의 염색체 세포가 되면 곤란하기 때문에 합쳐지기 전에 정자와 난자는 스스로 2개로 분열을 하지요. 이것을 감수분열이라 하는데 46개의 염색체가 23개의 염색체로 나눠지는 거지요. 이렇게 나눠진 것이 다시 온전한 새로운 생명의 세포를 만들기 위해 상대방의 한 쪽과 결합해 새로운 46개 염색체의 세포로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 과정을 수정이라 한답니다.
염색체 얘기 나오면 다 아시죠? 46개 염색체는 44개의 일반 염색체(체염색체)와 2개의 성염색체로 돼 있다는거요. 여성의 성염색체는 XX고 남성의 성염색체는 XY라는 것도 다 배웠죠? 그리고 감수분열 되었다가 수정될 때 이 성염색체가 어떻게 만나는가에 따라 성별이 정해진다는 것도 아시죠? 다 아는데 왜 짜증나게 그러느냐구요? 머리로 알면 뭐합니까? 실생활에서 터득해야지요. 무슨 말이냐 하면 결혼해서 아들, 딸을 낳았을 때 그것은 엄마(여성)의 책임이 아니라는 거지요. 엄마는 이래도 X. 저래도 X인데 바로 아빠의 정자가 이럴 때는 X, 저럴 때는 Y.가 되니까요. 유치하게 따진다면 아빠 책임이 더 있다는 거지요.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누구의 책임이라 할 수 없는 거예요. 우연적으로 운명적으로 만나 결합된 것이니까요. 그러니까 아들, 딸에 너무 집착하고 책임을 탓하는 것은 조금 무식한 짓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게 바로 생활 속에서 터득한다는 뜻이에요.
자. 어쨌든 이제 수정이 되어 이미 아들, 딸이 정해진 것인데. 정자와 난자가 만나 한 몸이 된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아기자기 살림을 차리고 있군요. 수정한지 3시간쯤 지나면 제1분열이 아루어지는데 하나였던 세포가 2개, 4개, 8개....로 계속해서 분열되고 있어요. 3일 되는 날에는 32개의 세포로 되어있는데 뽕나무 열매같다고 해서 상실배라고도 하지요. 어라. 안에서는 살림을 막 바쁘게 하면서 밖으로는 이사를 가고 있네요. 자궁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 거네요. 난관안에 있는 섬모라는 털들이 자궁쪽으로 밀어주며 난관에서 나오는 점액 분비물이 쉽게 이동하도록 도와주지요. 바쁘다 바빠! 안으로는 살림하랴 그러면서 이사하랴. 대단한 능력이야.
자궁에는 언제나 도착하냐구요? 수정된 지 3-4일이 지나면 드디어 자궁에 들어서게 됩니다. 들어와서는 또 뭐하냐고요? 3-4일 동안 자궁 공간 안에서 떠다니면서 자리잡을 궁리를 하지요. 물론 배포가 되어버린 수정란은 안에서 계속 세포분열을 하고있는데 이젠 100개가 넘는 세포로 변했구요. 벌써 역할 분담할 세포들이 나눠지고 있어요. 아기가 될 것, 태반이 될 것, 양수가 될 것 등으로요. 기초 공사의 기초가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이때부터도 이런 분열하는 세포에 이상이 생긴다면 선천성 기형이 될 수 있는 거지요.
드디어 수정란(배포)은 엄마의 자궁벽에 뿌리를 내리려 합니다. 지금까지 수정란은 난관과 자궁에서 나오는 분비물 속에서 영양분을 섭취해 살았는데 이제는 그것으로는 부족해서 엄마의 자궁벽에서 본격적으로 살 준비를 해야된답니다. 두 군데서 다 준비가 필요하겠지요. 엄마의 자궁벽도 가장 영양분이 많고 부드러운 상태로 준비 해 놓았고 수정란도 그 질긴 투명대라는 막이 없어져 자궁벽에 잘 파고들 수 있게 준비가 된거죠. 수정한 지 1주일 정도 되는 어느 날. 준비를 마친 배포는 드디어 엄마의 자궁벽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착상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배포의 일부 세포는 점점 파고들어 엄마의 자궁 조직 일부와 함께 태반을 만들고요. 다른 세포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아기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임신이 된 것입니다.
첫댓글 아 정말 리얼스트리네요 잘보고 갑니다^^
잘봐주셔서 감사드려요~
우와~~~ ^^* 저도 잘봤어요~~
유익했으면 좋겠네요~
재미있게 잘 보고갑니다~
즐거우셨나요? ㅋㅋㅋ
방송같네요ㅋㅋ
프로그램 괜찮았나요? ㅋ
우와 감동입니다 잘 봤어요^o^
임신과정은 감동 이죠~
진짜 방송본것같아요ㅎ잘보고갑니다
교육 방송 이죠~ ㅋㅋ
진심 쉽게 이해돼요~ ㅎ
이해는 쉬워도 어려운게
임신 같군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천사들아 옆길로 세지말고
얼른 오렴
잼있게 잘 읽고 갑니다^^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끔 글을 잘 쓰신것 같아요~
감사해요~
우리 꼭 기운내서
내년에 동갑친구 만들어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