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딸한테 등 떠밀려 열심히 하루 두시간씩 공부를 했더랬는데 바빠서 열흘간 손놓았더니
몇주간 공부한걸 아주 홀딱,백지처럼 하얗게
까먹고 말아 크게 충격을 받았습니다.
조발성 치매인가,병원을 가야하나..
심각하게 고민 했었어요.
이제 인생 다 끝났다며 좌절해서 그후 며칠동안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다녔더랬습니다.
그런데요,
더위에 등떠밀려 장미들이 급하게 피어나기 시작하자
더불어 저도 장미에 얽힌 온갖 일들이
이것저것 죄다 생각나기 시작하더라고요.
조금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어릴 때는 옆집에서 마당 가득히 가꾸었던 장미들을 장독대에 올라가 구경하면서 바람타고 흐르던 장미 향기를 맡으며 언젠간 나도 장미를 키워보겠다고 생각 했었는데 이젠 저도 볼만큼은 장미를 가꾸고 있고
그 시절 장미 파고라를 손질하던 옆집 아저씨보다
더 나이가 들어버렸습니다만,
장미에 얽힌 기억만은 아직 선명합니다.
교복입고 중학교에 첫 등교했던 날,
집에 귀가해 보니
엄마가 화집두권과 분홍장미 한다발을 화병에 꽂아 책상 위에 올려 두셨더랬습니다.
제게 분흥장미는 늘 그날의 기억과 다름없어요.
졸업식때 받았던 장미 다발들과
성년이 되어 받은 장미 백송이.
대학초 부터 지금까지 절친으로 지내는 친구가
제가 많이 아팠을때 집으로 찾아와
노란장미 한다발을 건네주었던 적도 있었구요.
전 그걸 말려 몇년동안 내내 갖고 있었습니다.
친구의 걱정스런 커다랗고 동그란 눈과
그때 입고있던 베이지색 원피스에 노란 장미는 찰떡으로 어울렸었죠.
96년 3월16일에
남편이 선물해 준 커다란 붉은 장미 바구니를 기억해요.
제가 내놓으라고 했거든요.
반은 협박으로 받아낸 꽃이긴하지만 받은 건 받은 거죠.
9년전 일면식도 없는 재호 아빠님을 졸라 얻어낸 월계화, 보라색장미를 부러워했더니
함박꽃님이 선물혀주신 블루 마젠타,
밀 온 더 플로스와 이블린 와일드는
남원 따샤님께서 광주에서 대리구매 해주신 것도 모자라 몇달을 돌봐주시다 전해주셨죠.
그러고 보면 제게 장미는 정다운 분들의 분신같은 존재이며 제 삶에 씨실과 날실처럼
얽혀 있는 삶의 큰부분이네요.
오늘아침의 장미. 예뻤는데요,
비가 이렇게 오니 지금 집에 가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ㅎㅎ
첫댓글 저도 이제 63세밖에 아닌데
뉴스는 괜찮은데 처음 듣는 낱말들은 머릿속에서 잘 저장이 안 되서
벌써 이러면 70전에 치매가 오는거 ?아닌가ㅠ하고
서글퍼 져요
그래서 내일 죽더라도
오늘 행복한 최선의 삶을 살려고 해요
특히나 좋아하는 꽃들이 있으니 더한층 위로는 되면서요
긍정적인 좋은 자세셔요.ㅎ
저는 검사했는데 아직 멀쩡하다고...의사쌤이 천천히 여유있게 하시라고, 그랬답니다.ㅎ
담장너머 옆집 장미 이야기며
들려주었던 이야기들이 머릿속에스쳐 지나가네요~^^
장미의 여인 처럼
몸에서 나는 장미향기도 오래도록 남아 갸를 어찌 사볼까 고민하곤 한답니다~^^
언제나 감사해요.
늘 건강하시길 바라고 있어요.
제가 쓰는 향수는 철들고 내내 같은걸 써서요, 면세점 구석에서 와장창 사가지고 아껴쓰고 있죠.
이 아침.. .
오래전 랜선을 타고 봤던 정원을 다시 보게 되다니~~~~
너무 반갑고, 흥분되네요...
ㅎㅎㅎㅎㅎ
제가 꽃피면 신나서 정원사진을 온사방 올렸나봐요.ㅎㅎ
반가워해주셔서 감사해요.^^
아름다운 정원, 아름다운 장미, 아름다운 님이 쓰신 정다운 글~
마음속에 잔잔한 위로를 주네요.
고맙습니다~♡♡♡
제가 더 고마워요.ㅎ
이블린과 밀 온더 플로스가 이쁘게 피어서 볼 때마다 따샤님 생각을 매일해요. 이게 뭔일이랍니까.ㅋㅋㅋ
모브님 글을
읽어 내려가다보니
가슴이 짜르르해짐을
느낍니다
나이들어감을
감사해야하는데
몸과 정신이 변해가는
내 자신과 마주하다보면
깜짝 놀랄때가 많습니다
스스로
괜찮아 괜찮아 해봅니다
이럴땐
정원에 꽃들이
위로가 될때가 많아
풀뽑고 꽃들과 눈맞춤ㆍ코맞춤ㆍ
입맞춤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