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기념비 하나 세워놓고 왔지
붉게 타는 서른 살이라고 불렀지
저만치 혼자 서서
바다의 바깥을 바라보았지
꿈꾸듯
아니 누군가 다시 돌아올 거라 믿으면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고독의 단단한 등뼈 곧추세우고 있는 너는
밤마다 환하게 불 켜는 심장
너의 눈빛에 홀려 다가오는
배 한 척 있었지
밤새 눈을 빛내며 설레던 너를 비켜 갔지만
흔들리지 않았지
너는
너의 어두운 중심은
꺼지지 않는 불기둥
모두 떠난 바다 끝머리에서
서른 살의 표정으로
오늘도 혼자 우뚝하지
빛의 긴 혀로 먼 곳을 핥으며
차가운 몸 하나
오래 불타고 있지
―시집 『조금 전의 심장』 2023. 4
----------------------
홍일표 / 199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매혹의 지도』 『밀서』 『나는 노래를 가지러 왔다』 『중세를 적다』 『조금 전의 심장』, 청소년 시집 『우리는 어딨지』, 평설집 『홀림의 풍경들』, 산문집 『사물어 사전』.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시 감상
등대 /홍일표
김형진
추천 0
조회 5
23.05.11 20:48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