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
12시 정도에 잠에서 깼다. 늦은 아침을 먹고 나서, 아르헨티니에서 오신 오스까르님과 세실리아님의 워크샵을 참관했다. 나야 뭐 봐도 까막눈이니까, 두 분 선생님과 다른 멋진 땅게로스님의 워크샵을 그냥 공연이라고 생각하고 봤다. 그래도 충분히 멋지고 유익한 경험이었다. 아! 그리고 오늘은 코쉬카님이 생얼 그대로 등장하셨는데, 처음에는 못 알아봤다는...그래도 역시 고양이같은 매력은 여전했고, 훨씬 더 귀여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워크샵 중에 잠깐 쉬면서 서있는 모습에서도 타고난 댄서의 스타일쉬함과 포스가 느껴졌는데, 알고보니 코쉬카님은 밸리댄스 무용단을 이끄는 단장님이었다. 그리고 난 ‘필’이 꽂힌 디아나님을 ‘티’나게 졸졸졸(!) 따라다니면서 귀찮게 해드렸다는 것...그러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무척 즐거웠다. 물론 나만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러데, 문득 아직까지 바다를 보지 못했단 생각이 들어서 살짝 빠져나와 해변으로 향했다. 짭쪼롬하고 비릿한 바다냄새 속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하얀 모래밭을 거닐다 보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하얗게 부서지는 물보라와 갈메기를 보며, 이름모를 바닷새들과 모래밭을 종종거리며 파도를 희롱하며 노닐었다. 그리고, 다시 워크샵을 참관하고 나서, 미국춤님과 져스트님의 아르헨티나 전통춤인 ‘차카레나’ 강습이 있었다. 난 ‘몸치’라 어려운 동작배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마지못해 따라하다 보니 이건 웬걸 무척 흥겹고 즐거워졌다. 정말 땀이 날 정도로 열심히 뛰어나녔다. 탱고와는 다른 매력과 즐거움이 있었다. 역시 뭐든지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이윽고, 둘째 날의 밀롱가가 시작되었다. 제일 먼저 바냐님이 내 손을 잡아주셨다. 역시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그리고, 오늘은 오스까르님과 세실리아님의 환상적인 공연과 함께 밀롱가가 시작되었다. 오늘은 워크샵도 참관하고 차카레나도 추고 또 두 분 선생님의 공연을 보면서 기분이 좀 더 편안하고 상기된 느낌이었다. 뭔가 밀롱가의 분위기에 좀 더 젖어든 느낌, 그래서 더 편안하고 즐겁게 밀롱가를 즐길 수 있었다. 오늘도 역시 포항밀롱가에서 나를 가장 행복하게 했던 제시카님에게 춤을 청하고, 정말 즐겁게 탱고를 추었다. 밀롱가에선 금기라고 하지만, 이야기하고 웃으면서...제시카님의 고향이 플로리다라고 했는데, 어머니가 ‘라티노’라고 했다. 제시카님이 보여준 음악과 춤을 자연스럽게 즐기는 모습은 라틴 특유의 피가 그녀의 몸에 흐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르스는 매력적인 땅게라를 보면 춤을 청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므로 많은 땅게라들과 춤을 추었다. 오늘은 디아나님이 탱큐한 빨간 원피스를 입고 나타나서 모든 땅게로스들의 찬사를 받았는데, 나 역시 멋져 보이긴 했지만, 어제의 청바지에 스니커즈 차림이 훨씬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시시각각 팔색조같은 변신을 보여주는 코쉬카님은 어제와는 또 다르게 무척 우아한 모습으로 등장하셨는데...그 아름다움이 마치 공작새 같았다. 그리고 미모가 돋보였던 떼레즈님, 사진보다 앳돼 보여서 깜짝 놀랐던 시네님도 인상적이었다. 또 의외의 만남이어서 더욱 반가웠던 뿌땅의 모래(달로와)님과의 홀딩은 무척 편하고 즐거워서 깜짝 놀랄 정도였다. 그리고, 대전의 나나님도 인상적이었는데 홀딩을 신청하려고 하니 어느새 밀롱가홀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쫓아가서 홀딩을 신청했는데, 탱고를 시작한지 한 달되었다고 했다. 난 두 달, 하지만 땅게라의 한 달과 땅게로의 두 달은 전혀 차원이 다르다. 여성은 타고난 ‘댄서’이지만, 남성은 타고난 ‘몸치’이므로, 따라서 그녀가 나보다 탱고를 잘 추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홀딩을 했는데, 무척 즐겁고 편안했다. 마치 탱고를 처음 시작할 때의 느낌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물론 그녀는 내가 많이 버벅대서 힘들었을 수도 있었으리라...자! 이제 포인즌 애플님 얘기를 해볼까! ‘독사과’라는 이름처럼 차갑고 도도한 분위기를 풍기는 포이즌 애플님(난 이때까지 닉이 ‘다다’인줄 알았다). 다가가서, ‘다다님이시죠’하고 인사를 건내니 깜짝 놀라며, ‘다다님은 제 파트너인데요’한다. 그리고 짧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겉으로 풍기는 분위기와는 다르게 의외로 무척 부드러운 따뜻한 느낌이다. 역시 사람은 직접 부딪쳐 보지 않고 겉만 봐서는 알 수 없다. 그리고 나중에 홀딩 신청을 했는데, 부드럽고 섬세한 리듬감이 느껴지는 것이 참 좋았다. 정말 뛰어난 땅게라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밀롱가에서 홀딩의 느낌이 좋은 땅게라들은 어떤 특징이 있는데, 첫째는 춤과 음악을 진심으로 즐기는 경우이거나 둘째는 흔히 ‘고수’라고 불리우는 정말 뛰어난 땅게라이거나, 아니면 둘 다인 경우이다. 포이즌 애플님과 같은 뛰어난 땅게라와 홀딩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이윽고 포항의 밀롱가도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마지막 세 곡이 남았을 때, 두 곡은 예우님과 탱고인지 브루스인지 모호한 뜨겁고 찐한 홀딩을 했는데, 난 예우님의 마력(魔力)에 사로잡혀 거의 꼼짝도 할 수가 없었지만, 뭔가 꽉 채워지는 행복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 곡은 바냐님과 차분하게 홀딩, 바냐님과 추면서 밀롱가가 부드러운 여운과 함께 차분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제니님에서 첫 홀딩을 시작한 이틀 동안의 밀롱가는 바냐님과 홀딩을 마지막으로 행복하게 마무리 되었다.
이제 둘째 날의 뒤풀이가 시작되었다. 이틀 동안의 밀롱가를 함께 했던, 전국의 땅게로스들의 자기소개와 함께, 차분하면서도 즐겁게 뒤풀이가 진행되었다. 여기서 포항탱고페스티벌의 가장 큰 특징들이 나타났는데, 예우님과 포항님들의 매력(魅力) 혹은 마력(魔力)에 사로잡혀 참여하신 탱고계의 ‘명사’분들이나 ‘스타급’ 땅게로스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미춤님이나 져스트님, 디아나님, 포이즌 애플님, 머큐리님, 곡산님 등 전국의 탱고계를 이끄는 많은 땅게로스님들과 만나서 탱고에 대한 활발한 대화와 토론이 오갔다. 2박 3일의 상대적으로 긴 일정과 또 밀롱가뿐만 아니라, 아침과 낮에 워크샵이 진행되었으므로, 차분하게 만남과 교류의 장이 형성되었다. 따라서, 포항페스티벌은 교류와 만남 그리고 탱고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아카데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하여 계속 진행된 뒤풀이에서 우리의 디아나님은 생기발랄한 입담으로 모든 이들을 즐겁게 했으며, 포이즌 애플님은 코리아탱고페스티벌 결승전까지 진출하고도 입상하지 못 한 아픔을 이야기하며 살짝 눈물을 보였는데, 여린 감수성과 탱고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그리고, 곡산님이 나나님을 소개하며, 강습을 겨우 두 번 받고 참석했는데, 너무 잘 추더라고 자랑하자, 예우님이 이에 질세라, ‘우리 코쉬카는 15분 강습 받았는데요’한다. 이에 곡산님이 ‘우리 나나님은 학교 선생님이에요’하고 또 자랑하자, 예우님은 ‘우리 코쉬카는 무용단 단장님이에요’ 하고 응수한다. 이렇게 곡산님과 예우님의 제자자랑과 기싸움이 모든 이들을 또 한번 즐겁게 했다. 이렇게 우리들의 행복한 밤은 깊어만 갔다...
LakeMistyBlue[1999]-02LakeLouiseI.mp3
첫댓글 다행이예요. 필라땅고에 2,3편이 없었는데..저자 직배송으로 다시 받다니^^ 소중한 글 다시 보니 반가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