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여행기]
미얀마의 전부, 파고다에 가다
여행! 혼자 갑니다.
관광을 하려면 태국에 가고, 유물을 보려면 미얀마를, 사람을 만나려면 라오스를 가라고 했습니다. 하여, 저는 2500년 역사의 불교문화가 숨 쉬고 있는 미얀마의 유물을 보러 갑니다. 언젠가 마음 가는 사람과 함께 떠나보리라 생각했던 곳인데, 혼자 떠나게 되었습니다.
미얀마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론지’라는 치마를 입고, 폐타이어로 만든 슬리퍼를 신고 있는 남자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론지를 입으면 속옷을 입지 않는다는데 정말 입지 않았을까를 상상하며 피식 웃습니다.
미얀마의 이미지는 TV에서 보던 것과 비슷했어요. 수도 양곤하면 ‘금빛언덕 불탑’이란 뜻을 가진 쉐다곤 파고다(Shwedagon Pagoda)가 있습니다. 총 60톤이 넘는 황금 판이 일만 삼천여 개로 뒤덮여 있고, 꼭대기에는 다이아몬드 5448개 76캐럿, 루비, 사파이어 등 보석 1만여 개로 장식되어있어요.
아, 그 보석을 보려면 어느 특별한 자리가 있는데, 그 자리에서는 탑 꼭대기에서 반짝거리는 다이아몬드를 볼 수 있습니다. 저는 한참동안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괜히 경건해져 모두에 대한 안녕을 빌어보기도 합니다.
쉐라곤 파고다는 세계 유일하게 부처 생존 당시 만들어진 탑이라 더 의미가 깊다 할 수 있겠네요. 마치, 이것이 ‘미얀마!’ 그렇게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세계 최고 불교성지라 불리는 이 파고다는 1453년에 건립된 사원으로 내부엔 부처의 유품이 있습니다. 주위를 살펴보니 모두 저마다의 안방인 것처럼 편안한 모습입니다. 그냥 딱 봐도 쉐라곤 파고다는 이 나라 사람들의 전부인 것 같습니다.
새벽에 두어 시간 눈을 붙이고는 ‘불탑의 도시’ 바간으로 갑니다. 네! 역시 파고다 별천지로 가요. 아냐라타(Anawrahta) 왕에 의해 건설된 고대 버마의 수도로, 중국과 인도를 잇는 교통의 요지였습니다. 천 년 전, 고대인들이 건설한 도시, 미얀마의 수도였던 바간은 불교 유적군
으로 도시 전체가 휩싸여 있습니다. 수세기에 걸쳐 완성된 아름다운 탑에는 전설과 신화들로 가득한 도시입니다. 1975년 지진으로 많은 사원과 탑이 손상되었지만, 아직도 2,500여개의 건축물이 남아있어 도시 전체가 박물관 같습니다. 하루 종일 탑만 보고 돌아다닙니다. 사방 보이는 게 불탑뿐이니까요. 크고 작은 탑들이 마을을 이룸에도 불구하고 탑 쌓기는 계속 되네요. 내세에 최고의 공덕이 불탑 쌓는 일이라니 그것이 삶이고 일상입니다.
그 중에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는 쉐산도 파고다는 바간 왕조의 가장 초기 사원임에도 그 위용과 건축미가 뛰어납니다. 까마득하게 보이는 탑 꼭대기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습니다. 꼭대기에 올라가면 어디를 배경으로 두고 사진을 찍어도 불탑이 배경입니다. 높아서 바람도 거세지만,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그야말로 절경입니다.
저는 아찔하고 몽롱하게 만들었던 쉐산도 파고다를 뒤로하고 저는 헤호에 있는 인레 호수로 갑니다. 인레 호수는 제가 꼭 가보고 싶었던 곳입니다. 인레 호수는 샨주 북동부에 있는 나옹쉐(Nyaung Whwe)에 있으며, 고원지대에 있습니다. 샨주군이 독립을 외치며 정부군과 대치하는 상태라는데, 겉보기에는 그저 평화롭기만 하네요.
인레 호수는 길이가 22Km, 가로가 11Km이고, 17개의 수상마을이 있어요. 고기 잡는 모습이 특이해요. 한쪽 다리로 노를 휘감아 저으며 고기 잡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저는 날렵한 쪽배를 타고 바다 같이 넓은 물길을 따라 달려갑니다. 정수리가 따갑도록 볕이 쏟아지고, 푸른 하늘은 호수와 맞닿아 경계가 모호합니다. 섬은 갈대와 대나무를 얼기설기 엮어 수초와 황토를 얹어 다지기를 반복하여 만들었대요. 그 섬에는 팡도우 파고다를 비롯해 학교도 있고, 실크공장, 카페와 은 수공예 공방까지 없는 게 없네요. 사람 사는 곳 어디나 저마다의 특색이 있겠지만, 인레 호수마을은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곳으로 기억될 만한 곳입니다.
무장해제를 해도 좋은 나라, 치안이 안전하고, 사람들의 심성이 착하고 등등. 짧은 여행으로 그들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스치고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두고두고 가슴에 남을 것 같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가슴을 울리는 것이 있었다면,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었습니다. 혼자이다 보니 그것이 더 절실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이번 여행에서 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돌아갑니다. 돌아가면 다시 잊힐지도 모르겠지만, 잊히면 다시 기억하기를 반복하면서 살아야겠습니다. 미얀마여 안녕!
전수림
* 예술세계 등단
* 한국수필가협회감사/ 리더스에세이 총회장/ 구리문인협회이사
* 한국수필문학상/ 인산기행수필문학상/ 후정문학상
* 수필집:『비오는 날 세차하는 여자』 『아직도 거부할 수 없는 남자』
『엄마를 사고 싶다』 『떠남』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