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해록(漂海錄) - 최부(崔溥, 1454~1504. 조선 시대 문신) 바른♥국어
[핵심 정리]
*성격 : 사실적, 묘사적 *주제 : 풍랑을 만나 바다에서 표류함.
*최부(崔溥, 1454~1504. 조선 시대 문신) 본관은 탐진(耽津). 자는 연연(淵淵), 호는 금남(錦南). 아버지는 진사 택(澤)이다. 김종직(金宗直)의 문하에서 수학했으며, 1478년(성종 9) 성균관에 들어가 김굉필(金宏弼)·신종호(申從濩) 등과 교유했다. 1482년 친시문과에 급제하여 교서관저작·군자감주부 등을 역임했다.
[이해와 감상] 최부가 쓴 중국 여행기. 금남은 최부(崔溥)의 호이며 원래 제목은 〈금남선생표해록(錦南先生漂海錄)〉이다. 3권 2책. 목판본. 1487년(성종 18) 9월 최부는 제주추쇄경차관(濟州推刷敬差官)으로 제주에 부임했다. 이듬해 1월 부친상을 당해 육지로 출발했으나, 폭풍을 만나 29일 동안 표류한 끝에 중국 저장 성[浙江省] 영파부(寧波府)에 이르렀다. 지금의 장쑤성
[江蘇省]을 거쳐 북경에 도착한 뒤 다시 요동성(遙東省)을 거쳐 같은 해 7월에 귀국했다. 귀국 즉시 성종의 명으로 저술한 것이 이 책이다.
이 책의 체재는 1488년 1월 30일부터 같은 해 6월 4일까지의 일기형식으로 되어 있다. 중국 동쪽 연안지방의 해로(海路)·기후·산천·도로·관부(官府)·풍속·민요 등은 물론 각 지방에 얽힌 역사적 사실과 정치가·무인·문인·효자 등의 인물까지도 폭넓게 소개하고 있다. 특히 북경으로 호송당하는 과정에서 수차(水車)의 제작법과 이용법을 배워 왔는데, 1469년(연산군 2) 호서 지방의 가뭄 때 이를 보급해 가뭄 극복에 기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사람의 중국 여행기는 〈조천록(朝天錄)〉·〈연행록(燕行錄)〉 등 많은 종류의 책들이 전하는데, 이것은 사신(使臣)이 국가 외교적 차원에서 중국을 왕래한 견문기이며 여정이 북경까지로 제한되고 있다. 반면에 〈금남표해록〉은 당시 조선인의 내왕이 전혀 없던 중국 강남지방(江南地方)에 표착(漂着)해서 육로로 귀국하기까지의 경험을 기록한 것이라는 점에서 다른 중국기행기보다 흥미롭다. 국문으로 번역되어 널리 읽혔으며 일본에까지 전해지기도 했다. 최기홍(崔基泓)이 현대어로 번역한〈금남선생표해록〉이 있다.
[문제]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날씨는 어제 오후와 같이 비가 내리고 동풍이 불면서, 바다는 다시 푸른색으로 돌아왔다. 처음 제주를 떠날 때 뱃사공이 먹을 물을 뱃머리에다 싣지 않았고, 바람결에 떠 흘러가면서 서로들 잃어버린 것이 많았다. 배를 타고 있는 동안 한 그릇의 식수도 없어 밥을 짓지 못하여 먹지 못하고 마시지 못하여도 어찌할 수 없었다. 권공(權公)이 나에게 이르기를
“배에 있는 사람들을 보니까 혹은 황감(黃柑-귤)이나 청주(淸酒)를 가지고 와서 함부로 마셔 버리고 하여 남은 것이 없습니다. 청컨대 배 위에 감추어서 실어 놓은 것을 검사하여 기갈을 면케 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 라고 하였다.
나는 즉시 거이산(巨伊山)에게 명령하여 배 안의 행장을 샅샅이 뒤지게 하였는데 결과로 얻은 것이라고는 황감 십여 개와 술 두 동이밖에는 없었다. 그래서 손효자(孫孝子)에게 일러 말하기를 / “같은 배를 타게 되면 서로 다른 나라 사람도 한 마음이 되는 법인데, 하물며 우리는 모두 한 나라 사람으로 같은 감정을 지닌 한 핏줄인 만큼,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어야 할 것이다. 바로 여기 있는 황감이나 술은 그 한 방울이 천금의 값어치가 있는 것이다. 너는 그것을 잘 맡아서 함부로 낭비하지 않음으로써 배에 있는 사람들이 잠시라도 기갈을 면할 수 있도록 하라.” / 고 하였다.
효자가 사람들의 입술을 타고 입이 갈라 터진 것을 보고 음식을 고르게 나누어 주어서 겨우 혀를 놀릴 수 있도록 하였다. 며칠만에 황감과 청주가 모두 떨어져서 혹은 마른 쌀을 잘게 씹어 먹거나 오줌을 받아 손에 움켜쥐고 마시거나 하였다. 얼마 안 되어 오줌도 다하고 가슴이 건조하여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러서야 비가 내렸는데, 배에 있던 사람들은 손으로 다투어 그 빗물을 받거나 갈모나 솔 같은 데에 빗물을 모으고 혹은 돗자리를 말아서 빗물을 받기도 하였다. 그렇게 해서 얻은 얼마 되지 않는 물을 혀로 핥아 먹었다. 안의(安義)가 말하기를 / “옷을 비에 적신 다음 짜서 그 물을 마신 사람들이 매우 많습니다. 다만 배에 있는 사람들의 옷이 모두 바닷물에 젖은 바 되어 비록 비에 적셔서 짠다 해도 마시지 못하니 이를 어찌하겠습니까?”
나는 곧 가지고 있던 옷 몇 벌을 내어놓고 거이산에게 일러, 비를 맞게 하여 적셔신 옷을 짜서 물을 모으게 하였더니 겨우 몇 병이 만들어졌는데, 금과 같이 아끼도록 했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숟가락으로 떠서 나누어 마시도록 하는데, ㉠사람들이 숟가락을 붙들고서 온통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이 마치 제비 새끼가 먹이를 바라고 있는 듯하였다. 이로부터 비로소 혀를 휘둘러 소리를 내고 약간이나마 살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1.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바른 것은?
① 사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전하고 있다.
② 세밀한 심리 묘사를 통해 인물의 성격을 부각시키고 있다.
③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있다.
④ 시간 경과에 따른 사건의 추이(推移)를 기록하고 있다.
⑤ 대화 내용이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주제를 암시하고 있다.
2. 등장인물들의 처지를 표현한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사고무친(四顧無親) ② 오월동주(吳越同舟) ③ 풍전등화(風前燈火)
④ 오합지졸(烏合之卒) ⑤ 수수방관(袖手傍觀)
3. 이 글을 통해 볼 때, 등장인물들의 가장 심각한 고민거리는?
① 잠자리 문제 ② 식량(食糧) 문제 ③ 식수(食水) 문제
④ 의복(衣服) 문제 ⑤ 무질서(無秩序) 문제
4.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으로 바르지 못한 것은?
① 나 : 지도자의 위치에서 상황에 적절한 판단과 결정을 내리고 있다.
② 권공 : 소중한 물건을 한데 모아서 관리할 필요가 있음을 제안하였다.
③ 손효자 : 소중한 물건을 관리하고 분배하여 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④ 거이산 : ‘나’의 지시에 따라서 자신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⑤ 안의 : 사람들이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나’에게 제안하고 있다.
5. 다음 중, ㉠을 대하는 ‘나’의 심정과 가장 유사한 것은?
① 이 몸이 죽어 가서 무엇이 될꼬 하니 /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落落長松) 되어 있어
백설이 만건곤(滿乾坤)할 제 독야청청(獨也靑靑)하리라. -성삼문
②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님의손대 / 자시는 창(窓) 밧긔 심거 두고 보쇼셔.
밤비예 새닙곳 나거든 날인가도 너기쇼셔. -홍랑
③ 슬며시 잡았던 논을 놓고 / 아우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본다.
싸늘한 달이 붉은 이마에 젖어 /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윤동자, <아우의 초상화>
④ 재 너머 성권롱 집에 술 익단 말 어제 듣고, / 누은 소 발로 박차 언치 놓아 지즐타고
아이야 네 권롱 계시냐 정좌수 왔다 하여라. -정철
⑤ 그립다 / 말을 할까 /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 그래도 / 다시 더 한번 –김소월, <가는 길>
<정답> 1④ 2③ 3③ 4⑤ 5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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