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문학회 회원 여러분들에게 알립니다.
유난히 피해가 심했던 장마, 폭염, 태풍에 우리 회원 여러분들은 무탈하셨으리라 믿습니다.
어느덧 올해를 마감하는 애지문학회작품상을 선정해야할 시기가 왔습니다 .
지난 8월 초순에 후보작 10편을 선별하여 애지문학 운영진이 온라인 상으로 심의하였습니다 .
10편의 후보작품 중에 1편은 운영진의 작품이라 배제하기로 했습니다.
제10회 애지문학상 작품상 후보작품
권기선 <if 빙하기>, 아타세벤 파덴 <수면 운동가>, 현순애 <곶감을 꿈꾸다>,
이원형 <지우개 녀 연필 씨>, 강익수 <사람과 돌의 간극>, 김소형 <공명>,
이병연 <고산 가는 길>, 허이서 <꽃그늘>, 김정웅 <북극 항로>
그 결과 아래와 같이 3편을 후보작으로 내었습니다.
권기선 <if 빙하기>,
아타세벤 파덴 <수면 운동가>,
김정웅 <북극 항로>
애정있게 읽어보시고 많은 관심과 투표 부탁드립니다.
투표는 시인명만 최병근 메일이나 핸폰으로 연락을 주십시요.
투표기간 8월16일부터 8월31일까지 입니다.
메일: cbgaaa@hanmail.net
핸폰: 최병근 회장(01050798519)
if 빙하기
권기선
그날 지구에는 밀가루처럼 눈이 내렸다. 나쁜 마음을 먹기도 해야 하는 일일까. 쌓이는 눈을 보면서 생각했다. 사람은 다 이렇게 살아, 평범하게 살아가라는 말 그것이 정답이 될 수는 없었다. 목적지 없이 맴돌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
심호흡하고 나면 하늘의 자세가 불편해 보였다. 사람에 상처받아 일을 그만둔 나는 빙하기 같았다. 세상 모든 일을 짊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굴다
미친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되지는 말아라, 아버지와 술을 마시다 혼자 술잔을 이어간 날
내 방에도 밀가루처럼 눈이 내렸다. 사람을 탓했고 사람들을 원망했다. 아무와도 만나고 싶지 않은 기분으로
내가 아닌 사람들은 모두 잘살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었고 사람과 대화를 나눈 계절은 끝나 빙하기가 시작된 것 같은,
지구가 얼어붙고 이제 건조한 영화가 시작된 것 같은,
사랑하는 일을 말하고 기억하는 것의 온도가 깨진,
사람과 멀어지는 계절과 사람이 싫어지는 계절만 있는 나라
따뜻한 사람이고자 했던 내가 약해지는 모습으로 점점 추락하고 마는 시간이었던,
차가운 눈이 내리는 방
내 방에서 가장 슬픈 눈물이 뭉치고 있다.
아름다운 일만 있는 것이 아닌
마음의 빙하기
그날 지구는 폭포수 같은 눈을 계속해서 내렸다. 나쁜 행성이 되어가는 것만 같았다.
---애지 가을호에서
수면 운동가
아타세벤 파덴
누가 물어보면
취미가 뭐냐고
망설임 없이
내 대답은
잠자기
스트레스 해소 방법도
언제나 한 가지다
침대 속으로 들어가
이불을 둘러싸고
눈 감으면 끝이다
수면도 운동이 돼서
살이 좀 찐 것 같을 때도
정신 놓고
며칠을 자고 나면
더할 나위가 없다
아침부터 배를 채우려는 것에
당연히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한다
세 번 먹고 한 번 자는 것은
아무래도 나 같은 수면 운동가들에게
불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어떤 나라에서는 근무제를 69시간으로 하려고 하고
어떤 나라에서는 월급이 오르고 올라도 5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고
내게는 돈보다, 휴가보다 잠이 필요하고
나는 여행 체질이 아니다*
나는 수면 운동가
떨어진 체력을 타고난 체질이다
누구로부터 상처받고
논문이나 글이 잘 써질 때도
포근한 침대
혹은 딱딱한 소파여도 좋다
꿈속에서는 모든 일이 가능하다
종일 책 읽다가
꾸뻑꾸뻑 졸면
책을 얼굴에 덮고
잠깐 눈을 붙이는 것보다
달콤한 것이 없다
이야기는 꿈속에서 계속되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르고
눈 뜨자마자 이어서 읽으면
또 다른 이야기도 탄생한다
나는 오늘도
‘끼니와 수면을 평등하게’
라는 팻말을 들고 침대에 누웠다
말이 어눌해지고
생각이 어긋나면
점점 잠이 다가온다는 뜻이다
가장 긴 햇살이 내 얼굴을 핥는다
웅크리며 자는 고양이의 숨소리가 들린다
가장 아름다운 꿈은 아직 꿔보지 않은 꿈이다*
---애지 가을호에서
북극 항로
김정웅
깨뜨려야 해
가려는 마음조차도
배가 다닐 곳은 못돼
빙하는 단단한 벽
방위를 잃고 떠다니는 마음들이 모인
얼음 기둥들로 가득한 바다를
건너가고 싶어
빠른 길 수에즈 운하를 두고
쇄빙선을 찾다가
결국엔
늦는데도
더 늦을 텐데도
바다를 깨뜨려
나아가야 하니까
배가 달려야 하니까
개척한다는 것은
결국은
누구에게는 등을 보여야 하는 일
등을 돌리는 일보다
등을 보는 일이 힘들었던 기억
번져 가는 뜨거운 상념이
빙하 속에 차갑게 갇히는 시간
나침반이 N극을 잃은 낯선 북극에서
S극만이 서성거리는 우리의 좌표는 해빙되고
---애지문학회 사화집 {북극 항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