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팔공산(八公山, 1,192m) 산행 ♡
(23번째 마지막 국립공원, 고려 개국공신 8인 지칭)
1. 산행일시 및 경로
1) 2024년 5월 11일 (토), (13.8km)
09:40 ~ 15:00 (5시간 20분)
2) U자형 종주 산행
수태골 주차장 - 수릉봉산계 표석 - 오도재 - 마애약사여래좌상 - 비로봉(1,193m) - 석조약사여래입상 - 동봉(미타봉) - 도마재 - 삿갓봉(931m) - 느패재 -노적봉(891m) - 관봉(853m, 갓바위,석조여래좌상) - 갓바위주차장
2. 산행소감
한 주가 흘렀다.
이번 주는 유독 피로가 몰아쳐 제대로 된 운동도 할 수 없었다.
눈꺼풀은 먹먹하고, 식욕도 그다지 없고, 업무는 누적되고...
뭐 물어볼 것도 없이 만병의 근원은 이놈의 스트레스다.
그럼 이놈을 때려잡을려면 어떻게 한다?
머릴 싹~ 비우고, 하루쯤 온전히 나만을 위해 산을 찾는다.
한참 오르고 있는데, 친구 한 놈이 전화가 왔다.
어디냐 길래 대구 팔공산 산 타고 있다하니 이해가 안된다는 어투다.
그렇지. 이해가 안되지.
피로와 피곤이 쌓여 있는데, 쉬는게 아니라 혹사시키러 산에 간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지.
시켜서 억지로 하는 게 아닌 정말 좋아서 하는 육체 움직임은 노동이 아닌 자발적 운동이다.
나는 일찍부터 산행을 통해 육신의 건강과 정신의 비우기를 해 오고 있다.
내가 좋아 땀 흠씬 흘리고, 개운하게 샤워한 후(여기서 꼭 마무리는 찬물로 정신을 깨운다), 든든한 배 채우기는 산행의 3박자다.
여기에 덤으로 각 산행지의 개요 알기는 우리 산천을 소중히 여기는 계기도 된다.
산행을 끝마치고,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산행일지를 쓰는 지금 몹시도 피곤하다.
근데 어여 오늘의 산행을 갈무리하고픈 자의 애달픔 같은 거랄까.
산행대장님을 은근히 졸라 갓바위를 가보고 싶다고 하자, 노선을 변경해 주신다.
평소 때 같으면 당연 일자종주를 시원하게 할텐데, 오늘의 산행 목적은 오롯히 '갓바위 108배 드리기' 로 정한 터였다.
보통 산악회에서는 노선 잡기가 애매해 갓바위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어릴 적 엄마 따라 여기와서 나는 구경하고, 엄마는 불공드리고 했던 기억이 있다.
주변 어느 절에서 점심 공양도 했던 걸로 생각된다.
내 발로 찾아가 이 들뜬 마음을 차분히 내려놓으려 이 같은 계획을 세웠다.
잠이 오니 글이 두서가 없다.
수태골에서 출발해 고도를 치고 오른다.
몇 미터 인지도 모른 채 그냥 오른다.
근데 오름이 만만치 않다.
아마 현 몸 상태가 그리 썩 좋지 않은 터이다.
눈은 뻑뻑하고 에너지가 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오른다.
나아지길 기대 하면서.
오르고... 오르고...
몇 무리의 산객들을 물리치며 오르고 있는데, 예전 자주 동행한 형님 한 분을 근 6년 만에 만났다.
근근히 소식은 들었는데, 서울사람을 광주사람이 이곳 대구 팔공산에서 우연히 만나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이정표를 보자 서봉과 동봉의 갈림길이다.
19년도 늦가을에 다녀갔지만, 괜한 욕심에 서봉을 찍고 싶어 흐릿한 산길을 홀로 오른다.
오르다 오르다 선명한 길로 접어들고, 오늘의 척추능선을 잡아채고 올라탔다.
하지만, 분명 서봉으로 가고픈데 딱 중간 기착지인 오도재가 나올게 뭐람.
갈 길도 멀고, 큰 동기부여도 못 돼 서봉은 멀리 보내고, 동봉을 향하여 가본다.
평소 유물에 관심이 많아 마애입상이 있다하여 우회해 올라 합장을 드린 뒤, 먼저 출발한 동료분과 조우한다.
도움으로 바로 오늘의 정상 비로봉(1,192m)을 마주하고, 잠깐의 숨고르기를 한다.
자꾸 무등산과 비교를 하게 되는데,
정상 부근의 철책선과 통신안테나, 산세, 동서 대표도시의 대표산들.
이제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팔공산과 견줄 바 못되게 무등산이 압도한다.
아직 정비가 덜 된 풍경들이 역력하고, 최고봉의 정상석 하나 변변치 못함에 약간의 실망감이 든다.
이 깊은 산세와 산군을 자랑하는 경북의 진산에 떡 하니 골프장이 들어서 땜빵~을 내 놓은 건 더더욱 안타깝다.
뭐 어찌됐건,
적당한 바람과 흐릿한 날씨는 산행하기에는 딱 좋다.
급할 거 없어 혼자서 거니는 길.
비우고, 비우려고 생각하니 더 쌓인 것.
역시 산행의 묘미는 멍때리기 산행이 최고다.
아무 생각없이 1차원의 동물로 돌아가는 게 경험 상 산행에서는 좋다.
힘들다~ 배고프다~ 목타다~ 시원하다~ 춥다~ 덥다~ 등등...
흘러 흘러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니 어느새 비로봉 철탑이 꽤 멀어져 있다.
많이도 걸었다.
갑자기 많아진 행락객들과 울긋불긋 계단 위로 줄지어 선 연등을 보니 오늘의 목적지에 다 왔음을 직감한다.
관봉 여래좌상 앞에 지그시 앉아 한참을 바라본다.
보통은 미소띤 불상을 보는데, 이 분은 꽤나 화난 얼굴이다.
근엄한 표정인진 몰라도 108배 드리면서 계속 바라보는데 온화한 표정과는 좀 다르다.
여튼 머리에 인 널판석으로 수많은 불자, 복인들이 찾아온다니 나도 영험한 기운 받들어 보고자 여기에 있다.
시간을 보니 꽤나 흘렀다.
1,365 계단을 내려와 오늘의 산행은 마무리된다.
산행 여독을 풀려 받아 마신 술이 속을 애태우고 있다.
창피하지만, 소싯적에 술 좀 곧잘 마셨는데, 이제는 몸에서 거부를 한다.
다시 예전처럼 잘 마시고, 끄떡없는 체력으로는 못 돌아갈까. ㅎㅎ
몽롱한 가운데 주저리주저리 산행일지를 마무리한다.
이런 적도 또 처음이라 나중에 읽어보면 참 헛웃음짓게 되지 않을까.
3. 산행지
☆ 팔공산 (八公山, 1,192m)
대구의 진산으로, 높이는 1,192.3m이다.
남쪽으로 내달리던 태백산맥이 낙동강·금호강과 만나는 곳에 솟아 행정구역상으로는 대구광역시 동구에 속하지만, 대구광역시 군위군과 함께 경상북도 영천시·경산시·칠곡군 등 4개 시·군이 맞닿는 경계를 이룬다.
주봉인 비로봉(毘盧峰)을 중심으로 동·서로 20㎞에 걸쳐 능선이 이어진다.
예로부터 부악(父岳)·중악(中岳)·공산(公山)·동수산(桐藪山)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으며 남쪽에 문암천(門岩川), 북쪽과 동쪽에 한천(漢川)·남천(南川)·신녕천(新寧川) 등 여러 하천과 계곡이 발달하였다.
팔공산을 유명하게 만드는 것은 영험(靈驗)의 상징으로 불리는 관봉 석조여래좌상(보물, 갓바위)가 있기 때문이다.
관봉 석조여래좌상은 경산시 와촌면 대한리(大閑里) 골짜기에 있으며 머리에 갓을 쓰고 있는 형상의 좌불상이다.
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와 소망을 기원한다.
관봉 석조여래좌상은 해발 850m에 위치하며 높이는 약 6m이며 머리의 갓의 지름은 1.8m이다.
신라 선덕왕 때 의현대사(義玄大師)가 어머니의 넋을 기리기 위해 건립하였다고 전해진다.
머리에 쓴 갓의 모양이 대학학사모와 비슷하여 입시철 합격을 기원하는 행렬이 해마다 북새통을 이룬다.
팔공산 기슭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桐華寺)를 비롯해 파계사(把溪寺)·부인사(符仁寺)·은해사(銀海寺) 등의 명찰이 많이 있다.
통일신라의 원효대사가 삼국의 통일과정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세웠다는 군위삼존석굴(軍威三尊石窟:국보)이 있는데 이는 경주 토함산 석굴암보다 제작연대가 빠르다.
동화사 집단시설지구에서 820m 높이까지 케이블카가 다니고 80m 높이의 병풍바위에서는 암벽등반이 가능하다.
팔공산은 1980년 5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2023년 5월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었다.
팔공산은 신라시대 김유신 장군이 통일구상을 하면서 수행했던 곳이며, 고려를 세운 왕건이 견훤과 전투를 벌인 곳이기도 하다.
원래 산의 명칭은 공산이라고 불렀는데 신숭겸을 포함한 고려의 개국공신 8명을 기리기 위해 팔공산(八公山)이라고 불렀다.
첫댓글 아~~ 어릴적부터 이곳을 탐방 하셨군요.
그 기억을 되살려 함께 해주신 별똥별님 좋 습니다.~~^
어릴적 크고 똘망한 두 눈으로 바라봤던 관봉석조여래좌상의 모습은 어땠을까?
오랫만에 만난 지인과 함께 인증도 하시고 참 좋은 산행을 하셨네요.
후기를 두 번이나 읽었어요.
108배는 커녕 막걸리 마시기에 열심이었던 나를 되돌아 봅니다...^^
어라~ 앉아계신 부처님 한 분을 더 뵈셨네요~~ 별똥별님은 소원 3개 들어주실듯요~~ ^^
수태골에서 올라오는거는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했는데 사진으로 잠시 상상해봅니다
푸르름이 너무 좋고 산행하기 좋은날
후기 즐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