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운명을 열어 나간 당찬 소녀의 이야기
타고난 운명이란 과연 있는 것일까? 《운명을 바꾼 가믄장아기》는 여성에 대한
제약이 강했던 먼 옛날,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기 힘으로 미래를 결정한 소녀 가믄장아기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제주도에서 전해지는 굿
노래(巫歌) [삼공본풀이]를 풀어 쓴 이 책은 옛사람들의 운명관과 더불어 주어진 환경에 굴하지 않고 삶을 개척하는 능동적이고 당찬 여성상을 보여
준다.
그림 : 이은주
그림을 그린 이은주 선생님은 구멍가게 하나 없는 작은 산속 마을에서 자랐습니다. 자연이
주는 먹을 거리를 마음껏 먹고, 새벽녘 수없이 떨어지는 별똥별을 바라보던 아이는 조금은 겁이 많은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나중에
머리가 하얀 할머니가 되어도 마음속의 키 작은 아이는 숲 속에서 자유로이 뛰어다닐 것입니다. 《이상한 도둑과 산학 소년 강산이》 등 여러
동화책에 그림을 그렸고, 2015년에는 그림책 《도적이 줄줄줄》이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되었습니다.
제 복에 잘 먹고 잘사는
것이지요.
먼 옛날, 거지 한 쌍이 부부의 연을 맺었다. 딸 셋이 태어나면서 점차 살림이 불더니 나중에는 큰 부자가 되었다. 어느
날 부부는 흐뭇한 마음에 세 딸을 불러 ‘누구 덕에 잘사느냐’고 묻는다. 첫째, 둘째는 부모가 기대했던 대로 부모 덕이라 대답하지만, 셋째
가믄장아기는 ‘나의 타고난 복 덕에 잘산다’고 말한다. 당돌한 대답에 화가 난 부모는 막내딸을 집에서 내쫓고 만다. 그렇게 가믄장아기는 정처
없이 떠돌다가 마를 캐는 삼 형제 집에 머물고, 심성이 착한 셋째 아들을 신랑으로 삼는다. 얼마 후 가믄장아기는 마 밭에서 금덩이를 발견하고,
수완을 발휘하여 큰돈을 번다. 그러나 부자가 된 뒤에도 가믄장아기 마음속에는 여전히 풀지 못한 응어리가 남아 있었으니 바로 헤어진 부모님과
언니들이었다. 바람결에 부모님이 거지가 되었다는 소문을 들은 가믄장아기는 성대한 잔치를 열어 전국 팔도의 거지들을 불러 모으기로 한다. 과연
가믄장아기는 사랑하는 가족을 다시 만나서 자신의 존재를 떳떳하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
운명이란 정해진 것이 아니라 바꿔 나가는
것
신분 이동이 어려웠던 옛날에는 사람들 대부분이 주어진 삶에 순응하며 살았다. 특히 여성은 엄격한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 자기 뜻을
펼칠 기회조차 별로 없었다. 이러한 가운데 모진 시련을 이겨 내고 운명의 신까지 이른 가믄장아기 이야기는 매우 독특한 옛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작가 이상교는 이 이야기에서 사람들에게 상이나 벌을 내리는 신적인 능력 대신, 평범한 여성이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 주목했다. 복을
타고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없는 복을 만들어 가는 것이야말로 이 이야기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는 부모에게 기대지
않고 홀로 서려는 의지, 배우자를 스스로 정하는 용기, 돌 가운데 금을 골라낼 줄 아는 혜안, 금을 흥정하여 부를 얻어 내는 지혜 등
가믄장아기의 주체성과 능력을 보여 주는 데 집중했다. 화가 이은주는 옛이야기에 강렬한 채색을 입혀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냈으며, 인물 표정
하나하나에 공을 들여 고집스럽게 자신의 길을 걸어간 가믄장아기의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누가 뭐라 하든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던 가믄장아기의
이야기는 정해진 답을 찾으려고 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어떻게 사는 것이 주체적인 삶인지 알려 준다....제 복에 잘 먹고 잘사는 것이지요.
먼 옛날, 거지 한 쌍이 부부의 연을 맺었다. 딸 셋이
태어나면서 점차 살림이 불더니 나중에는 큰 부자가 되었다. 어느 날 부부는 흐뭇한 마음에 세 딸을 불러 ‘누구 덕에 잘사느냐’고 묻는다. 첫째,
둘째는 부모가 기대했던 대로 부모 덕이라 대답하지만, 셋째 가믄장아기는 ‘나의 타고난 복 덕에 잘산다’고 말한다. 당돌한 대답에 화가 난 부모는
막내딸을 집에서 내쫓고 만다. 그렇게 가믄장아기는 정처 없이 떠돌다가 마를 캐는 삼 형제 집에 머물고, 심성이 착한 셋째 아들을 신랑으로
삼는다. 얼마 후 가믄장아기는 마 밭에서 금덩이를 발견하고, 수완을 발휘하여 큰돈을 번다. 그러나 부자가 된 뒤에도 가믄장아기 마음속에는 여전히
풀지 못한 응어리가 남아 있었으니 바로 헤어진 부모님과 언니들이었다. 바람결에 부모님이 거지가 되었다는 소문을 들은 가믄장아기는 성대한 잔치를
열어 전국 팔도의 거지들을 불러 모으기로 한다. 과연 가믄장아기는 사랑하는 가족을 다시 만나서 자신의 존재를 떳떳하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
운명이란 정해진 것이 아니라 바꿔 나가는 것
신분 이동이 어려웠던 옛날에는 사람들 대부분이 주어진 삶에
순응하며 살았다. 특히 여성은 엄격한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 자기 뜻을 펼칠 기회조차 별로 없었다. 이러한 가운데 모진 시련을 이겨 내고 운명의
신까지 이른 가믄장아기 이야기는 매우 독특한 옛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작가 이상교는 이 이야기에서 사람들에게 상이나 벌을 내리는 신적인 능력
대신, 평범한 여성이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 주목했다. 복을 타고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없는 복을 만들어 가는 것이야말로 이 이야기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는 부모에게 기대지 않고 홀로 서려는 의지, 배우자를 스스로 정하는 용기, 돌 가운데 금을 골라낼 줄
아는 혜안, 금을 흥정하여 부를 얻어 내는 지혜 등 가믄장아기의 주체성과 능력을 보여 주는 데 집중했다. 화가 이은주는 옛이야기에 강렬한 채색을
입혀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냈으며, 인물 표정 하나하나에 공을 들여 고집스럽게 자신의 길을 걸어간 가믄장아기의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누가 뭐라
하든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던 가믄장아기의 이야기는 정해진 답을 찾으려고 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어떻게 사는 것이 주체적인 삶인지 알려 준다.
부모가 이끄는 대로 살아가려는 아이들, 그리고 자식을 자신의 울타리에만 가두려는 부모들 모두 《운명을 바꾼 가믄장아기》를 보며 진정한 삶의
의미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