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할 때 평소 장보기를 자주 하는 편이다.
보통 아내와 같이 가지만 혼자 가는 경우도 더러 있다.
지난 금요일에는 혼자 갔다. 대형 마트에 진열된 물건들이 수 없이 많아도
갈 때마다 늘 똑같은 코너를 돌아 비슷한 장보기로 일관된다.
두부, 라면, 수입육, 계란 야채 종류들(파프리카,브로콜리,양배추는 단골 메뉴)과
낚지볶음이나 연어회 또는 초밥 등을 기본으로 산다. 그날 그날 특별히 눈에 띄는 게 있으면
장바구니에 주워 담는데 금요일에는 잔파에 특별히 눈에 들어왔다.
보통 깐파를 얍실한 비닐봉투에 몇 포기 넣어 천오백원이나 이천원 정도 하는데
까지 않은 파를 짚단만 한 크기로 묶어 5천원에 팔리고 있었다.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파 한 단을 카트에 담고 장보기를 마무리 하려는고 하는데, 이미 내 의식은 엄청 싸다고
인식해 버린 탓으로 더 사야 한다는 내적 강요가 강하게 일고 있었다.
그럴 때 마음은 마치 홈쇼핑에서 마음에 꼭 드는 물품을 발견했는데 몇 분 안 남은
방송시간을 확인한 후 마음은 다급해지는데 주민등록증을 넣어둔 지갑이 어디 뒀는지
안 보일때 황급한 심정과 비슷했다.
산더미처럼 쌓아둔 게 금새 다 판매될 것도 아닌데 급한 걸음으로 가서 두 단 더
담고 나서야 마음이 너긋해지고 뭔가를 성취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귀가해서
장바구니를 풀며, 특히 파 단을 꺼집어 내며 뭔가를 실현한 듯한 나와 달리
아내는 황당하면서도 낭패를 당한 표정을 하며 물었다.
"이게 당체 무슨 일이냐..."
"파김치 담구려고."
'결자해지'라 했던가!
아내가 돕기는 했지만 밤 늦도록 파를 까서 다듬고 씻었다.
다음날 아침에는 아내가 양념을 해 주었고 양념을 버무리고 치대는 일과
설거지는 내가 다 했다. 마무리 하는 동안 조금 성가시긴 했지만 다 담궈 놓고 보니
그래도 마음은 몰래 내린 첫눈을 확인할 때 심정처럼 약간의 들뜸과
부듯함이 공존하는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숨이 죽은 것인데도 불구하고 김치통에 한 통이나 되는
저 많은 양을 다 먹을 때까지 약간의 들볶임은 각오해야 할 성 싶다.
암튼 일요일 점심으로 짜파게티를 끓여 파김치와 먹었는데
나쁘지 않더라는...
첫댓글 잘 익은 파김치는 뭐랑 먹어도 맛있더라요
짜파게티, 고기, 갓 지은 밥 기타등등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심란한 어제였어요
어디든 잘 어울리는 그런맛이 날런가 모르겠다.
어찌 그런 일이 생겼는지 안타깝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고, 어떤 프로젝트를 끝냈다고 홀가분하게 축제에 참가한 이들일 텐데...
@더하기 빼기 그니까요
화가 나는 건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 같은 사고라는 거예요
@벨라 모든 사고는 지나고 나면 다 그렇지...ㅜㅜ
@더하기 빼기 그렇긴 하지만...
3년만의 노마스크 축제라고 언론에서 그만큼 떠들었을면 어느정도 대비를 철저하게 했어야한다고 봐요
@벨라 그리되었으면 얼마나 다행일꼬...
파김치 조금만 줘~ㅇ^^;
ㅋㅋㅋ 맛 없어 못 먹음.
파김치는 보리한테 달라고 하셈. 나도 그럴 작정....
@더하기 빼기 ㅋㅋ뽀돌이것도 챙겨달라고해줘~ㅇ^^;
모두 맛점들 하세요^^
회사 텃밭에 심은 쪽파도 잘 자라고 있네...
짜파게티에 파김치는 진리조
꼴깍^^
맛점하싯나...
난 오늘 ISO 삼사 받는라 심사원과 삼계탕 먹음.
파김치 담그시고
파김치 되시는건 아니쥬?
어르신 올만입니다.
절 받으세요^^
와우 파김치 맛있는데~^^
참 잘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