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궤도에 들어선 대순진리회
http://www.jknews.kr/content/html/2014/08/06/20140806001926.html
국내 증산교 계통으로서 최대 종단인 대순진리회. 창도자인 우당 박한경 도전이 지난 1996년 세상을 떠난 뒤, 종단 내 도인들 간 종권 다툼으로 인한 분규 사태를 거치면서 현재 종단 정상화를 위해 소리 없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간 종단 내의 깊은 상처를 도려내려는 듯 경기도 여주 강천면에 있는 여주본부도장으로 들어서는 도로와 가로변 조경은 깔끔히 정비된 모습이고, 정원 폭포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시원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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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에 앞서 대순진리회 중앙종의회 공동대표인 윤은도 선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현재 대순진리회는 지난 2013년 11월 종단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중앙종의회를 열고 공동대표로 윤은도 선감, 민운기 선감, 김환택 교감을 공동대표로 선출한 상태다.
종단 정상화 가동, 공동대표 체제 운영
우선, 종교간 소통과 화해에 대해 묻자, 대순진리회 중앙종의회 공동대표 윤은도 선감은 “종교간 대화 없이 종교평화 없고, 종교평화 없이 세계평화 없다는 가톨릭 신학자 한스 큉의 말에 절대적으로 동의한다”며 “이 화두는 어느 종교든 반드시 수용하고 실천해야 할 훌륭한 덕목이다”고 단호히 말했다.
실제로 대순진리회의 도인(신도)의 생활 수칙이자 신념인 ‘훈회와 수칙’ 중 ‘남을 잘 되게 하라’, ‘척을 짓지 마라(서로 원한을 품고 미워할 일을 만들지 말라는 뜻)’는 내용을 보면 이들의 종교관을 알 수 있다.
이어, 윤 선감은 “2,300년 전 고대 인도 마우리야 왕조시대 아쇼카왕의 비문에 ‘시간이 존재하는 한 종교 간 서로 공대하라’는 말이 쓰여 있다”며 “무엇보다도 모든 종교는 문을 활짝 열고 이웃종교가 주장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서로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여주본부도장 김욱 교무부장은 “정보가 공유되고 국가 간 장벽이 허물어져가고 있는 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인 이때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는 영역이 있다면 종교 간의 벽”이라며 “종교간 대화와 소통을 통해 종교의 벽이 허물어졌을 때 진정 인류의 평화가 도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순진리회는 이웃 종교 존중하는 종단
일반적으로 대순진리회는 거리에서 ‘도(道)를 아느냐’는 질문을 하는 독특한 전도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현재 이 전도방식은 종단차원에서 철저히 금하고 있고, 포교방식은 순전히 지인의 소개와 인연으로 이뤄지고 있다. 여기서 ‘도(道)’는 ‘본래 인간이 살아가야 할 삶의 길’로 해석하고 있다. “도인은 수도생활을 통해 도통하기 위해 정진하는 사람을 말하고, ‘수도인(修道人)’의 준말이라고 보면 된다”고 김 부장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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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 강천면에 있는 대순진리회 여주본부도장의 전경. |
먼저, 도인은 수도생활을 위해 일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주문을 읽는 기도를 비롯, 연수, 포덕(‘전도’의 뜻) 등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시학·시법 공부는 지정된 인원이 참가해 24시간 동안 진행된다. 이 중 ‘기도’는 단지 개인의 행복과 안위를 위한 게 아니고, 구제창생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자신보다 남을 위해 주문을 읽고 소원을 빌라고 대순진리회는 가르친다.
그래서인지 현재 대순진리회는 3대 중요사업인 ‘구호자선사업’, ‘사회복지사업’, ‘교육사업’ 중 사회복지사업을 가장 핵심적인 분야로 치고 있다. 지난 2007년 8월 설립한 대순복지재단은 여주 지역을 중심으로 노인전문병원과 노인요양시설, 재가노인복지센터, 대진요양보호사 양성 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복지 기관의 이용객이 늘어나고 사업이 활성화되면서 직원 기숙사가 포화상태가 됨에 따라 현재 대순복지재단은 기존 기숙사에 추가로 지하 1층, 지상 4층의 연면적 2,460㎡규모의 건물을 내년 2월 준공 목표로 짓고 있다.
또, 의료사업 분야를 보면, 1992년 12월 세워진 대진의료재단이 지하 4층, 지상 8층 건물에 650여개의 병상을 갖춘 분당제생병원을 운영 중에 있고, 종단 차원에서 추진, 건립하다 중단됐던 고성제생병원은 현재 학교법인 대진대학교 부속병원으로 편입해 준공할 계획이라고 대순진리회 측은 설명했다.
분당제생병원, 노인요양시설 등 사회복지의료 사업, 종단의 핵심 분야
이처럼 대순진리회가 사회·의료사업 등 각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민족종교로서 뿌리내린 기반은 바로 3대 중요사업 중 교육사업의 성공에 있다. 경기도 포천에 있는 대진대학교를 비롯, 대진고등학교, 대진여고, 분당대진고, 일산대진고, 대진디자인고, 부산의 대진정보통신고, 중국 흑룡강성에 있는 대진외국어전과학교 등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충북 괴산에 있는 중원대학교도 이 종단과 관련 있는 학교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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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진리회의 대외 활동에 관해 설명을 하고 있는 김욱 교무부장. |
사실, 대순진리회는 구한말에 증산교를 창립한 강일순(1871~1909)의 사상을 따르며, 그를 일명 ‘강성상제’로 존칭하고 있는 민족종교로 현 종단의 체제와 기틀을 세운 사람은 바로 우당 박한경(1917~1996) 도전이다.
강증산에서 출발한 대순진리회는 1895년 경남 함안군에서 태어난 정산 조철제가 강일순이 천상의 근본자임을 밝혀내고, 무극도를 창도하고, 이어 1948년 종단 이름을 태극도로 변경한 것을 박우당 도전이 조정산의 종통을 계승해 창건한 종단으로 보면 맞다.
이에 대순진리회는 강증산을 ‘강성상제’, 조정산을 ‘도주’로, 박한경을 ‘도전’으로 존칭하며 박한경 도전이 종단의 종통을 이어 받아 국내 최대 민족종단으로서 성공한 것이다. 현재 종단에서는 상제에서 도주, 도전으로 이어지는 전통과 체제를 ‘종통’이자, ‘연원’으로 부른다고 김태윤 연구실장은 말했다. 한마디로 대순진리회에서는 이들 3대 인물 이외 그 어떤 이도 최고지도자는 없다는 것.
총 7편17장839절로 구성돼 있는 ‘전경’을 주요 경전으로 삼고 있다. 이 경전에는 상제 강증산과 조정산 도주의 행적과 일화 등이 담겨 있다. 또, '대순진리회요람'이란 경전에는 도인이면 누구나 금언으로 새겨야 할 ‘훈회와 수칙’이 각각 5개 항목이 들어 있다.
상제에서 도주, 도전으로 이어진 전통을 살린 종단
종지(宗旨)는 음양합덕(陰陽合德), 신인조화(神人調化), 해원상생(解寃相生), 도통진경(道通眞境)을 실천 목표로 두고 있다. 이중 우리들이 구체적으로 접할 수 있는 대순진리가 바로 해원상생이다. “이 시대의 화두가 소통과 화합이라면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는 길도 소통에 답이 있다”며 “모든 사람이 개인의 원(怨)을 풀고, 더 나아가 사회 국가 세계 차원에서 화평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자는 게 바로 해원상생의 뜻”이라고 김태윤 연구실장은 밝혔다.
또, 활발한 대외적 활동에 비해 대순진리회의 사회운동에 대한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는 말에 백경언 연구위원은 “수칙 제1항에 ‘국법을 준수하며 사회도덕을 준행하여 국리민복에 기여해야 한다’는 구절이 있다”며 “대개 민족종단의 주장이 그렇듯 대정부에 대한 사고 인식이 ‘못한다기보다 수고한다’는 긍정적 입장을 취하기 때문이지 않겠냐”고 말했다.
따라서 대순진리회는 종단 방침서인 '대순지침'에 따라 일절 정치적 색깔을 띠는 외부 활동이나 교화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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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 소재 대진노인요양시설의 모습. |
교단의 운영은 ‘도헌(道憲)’에 의해 운영되며 의결기관인 중앙종의회와 주요 집행기관인 종무원이 있다. 종의회는 전국에 산재하는 교당 · 회관 · 회실 · 포덕소 등을 관리하는 자들 중 선감, 교감, 보정(補正)으로 구성된다. 본부 조직은 종무원 외에 포정원 · 정원 · 감사원 · 수강원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산하기관으로 학교법인 대진대학교, 의료법인, 영농법인 등을 운영하고 있다.
확고한 정교분리
특히, 대순진리회는 교단의 전체 성금 중 70%를 사회에 환원하는 종단으로 유명하다. 현재 대순진리회가 사회복지·교육사업 등에 쓰고 있는 기금은 주로 도인들이 매월 내는 ‘월성(성금)’에서 전액 충당된다고 한다.
‘월성’은 기독교의 십일조와 다른 형태의 개념으로 월 1회 도인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성금을 말한다. 이때 본부에 모아진 전체 기금 중 70%를 사회복지 사업 등에 사용한다. 또한 개인이 낼 수 있는 ‘월성’은 월 10만원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참고로 ‘방면’은 어느 한 사람이 1,000명을 전도하면 그 사람의 출신지나 연고지의 이름을 붙이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현재 여주본부도장 산하에만 방면이 무려 740여개 이를 정도다.
'월성금' 기부는 10만원 이내로 제한
종단 주요 행사는 강증산 상제, 조정산 도주의 탄신・화천(타계)일 치성 행사, 영대봉안일 등이 있다. 대표 도장으로는 1987년 세운 여주본부도장과 중곡도장, 포천수도장, 금강산토성수련도장, 제주수련도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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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본부도장 입구임을 보여주는 표지석과 폭포. |
전국 도인 수는 250만여 명으로 실제로 매월 여주본부도장에 월성금을 내는 도인이 90만여 명이라니 그 규모를 가히 짐작할 만하다. 이밖에 전국 지역마다 120여 개의 회실, 2,000개의 포덕소가 있다고 종단측은 밝혔다.
전국 도장 어디를 가더라도 도장의 건물 외견은 전통 한옥 양식으로 지어져 있다. 여주본부도장 대순회관 건물 색채는 누런 황토색을 띠고 있는 데, 황색은 우리나라의 전통색상 오방색 중 가장 고귀한 색깔이고, 흙색인 황토는 모든 생명의 원천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
건물 구조도 동서양을 아우르는 듯, 외형은 한옥구조인 반면 내부는 시멘트 골조 등을 이용해 서양식 실용성을 취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주차장에 늘어서 있는 대형버스들의 외관도 황토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건재 기자
출처: 종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