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에서 본 톈산산맥
걸어서 저자는 시안에 도착한다. 저자는 현명해지기 위해 걷는다. 지혜를 찾기 위해 여정에 올랐던 것인데, 지혜란 무엇인가? 자, 저자는 정직해지자 한단다. 그는 하나도 얻은 것이 없었다. 걷는 길에 세계를 본 것은? 가끔 본 적도 있었겠지만, 잘해보자는 혹은 단순히 ‘버티고’, 좀 더 멀리 가겠다는 안달 감 때문에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모든 이성과 내 이성보다 더욱 강렬한 어떤 힘이 항상 나를 앞으로 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저자는 길에서 보았던 시체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길에서 만난 가난한 노숙자에게 100위안짜리 지폐를 주었다. 가난에 찌든 사람에게 이 지폐는 큰돈이라 도둑으로 몰릴 수 있다고 생각도 했다.
’카스를 터나 타클라마칸 사막에 도착한다. 타글라마칸은 위그르어로 “이곳을 뚤고 지나가는 자, 다시 돌아오지 못하리라.”란 뜻이다.
서구 국가에서, 노인은 사회에서 은퇴당한다. 동양에서처럼 노인을 공경해서가 아니라 효율성 때문이다. 젊은 세대의 취향이 노인을 사회에서 소외시켰다. 자신감 넘치는 서구의 젊은 세대는, 중국의 문화혁명에 버금가는 폐해를 끼쳤다. 문화혁명 당시, 중국의 십 대는 손에 붉은 책을 들고 다니며 동족의 삶과 죽음을 쥐락펴락하며 자기네가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사태를 야기했다.
천산산맥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천국의 산 같았다. 순백과 음울한 검은색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장관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산맥은 말굽의 앞부분처럼 갈라져, 한 줄기는 ‘쿠어러’ 쪽으로, 다른 줄기는 ‘옌치’ 쪽으로 이어졌다. 투루판을 가는 로정에 뉴욕의 무역센터 폭탄테러 소식을 듣는다. 상상해본다. 비행기 안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그 상황에서 비행기 납치범에게 맨손으로 납치범과 맞서 싸웠을까? 양들의 항거가 일어났을 것이다. 이들은 납치범에게 순교자가 되기를 선택했고, 이 사형집행관들은 자기네가 죽이려고 했던 승객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광기로 희생했을 것이다.
오아시스 남쪽을 통과해 투루판에 도착한다. 고도계는 해수면 아래 150m였다. 투루판은 휘저우 火州란 곳으로 여름 기온이 섭씨 50도다. 이곳에 물을 공급하는 것은 강이 아니라 ‘하레츠’라는 지하수다. 신장 지역의 중심지는 우루무치다. 중국인과 위구르인이 공존하고 있다. 1930년대 이곳을 여행한 영국인 ‘피터 플레밍’에 의하면 연회 도중 사망하는 사람의 비율은 끔찍하다고 했다. 1916년 ‘양 천신’ 장군은 연회 도중 쿠데타를 일으키려 했다는 의심을 산 사람을 목을 베게 명한다. 19세기는 죄수들의 머리를 길가에 걸어 놓고 움직이지 않는 새장 같은 ‘카파스’속에 넣어 죄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사형수의 발을 판자 위에 놓고서, 일주일 동안 목이 부러질 때까지 판자를 조금씩 밑으로 내렸다. 인간이란 쾌락이나 공포를 조성하는 데 놀라울 만큼 정교하다.
고비 사막은 저자가 텐트를 친 다리 가까이에서 멋진 장관을 선사했다. 눈 덮은 천산은 깊은 곳부터 붉게 물드는 동안, 사막은 푸르스름한 빛으로 물들었다. 하늘엔 독수리가 유유자적하며 날았고, 장식 같은 털이 달린 꼬리와 주둥이가 뾰족한 생쥐가 쥐구멍에서 조심스럽게 들락거린다. 고비 사막에도 생명은 있었다. 거센 바람이 모래를 텐트 입구까지 쓸어 들었다. 침낭은 바람으로 돛단배처럼 부풀었고 몸은 얼어붙었다. 구명 담요로 몸을 둘둘 말고 터번으로 머리를 따뜻하게 감쌌다. 새벽이 되니 다시 모래 속에 묻혀 있었다. 이곳 주민은 자존심이 강하고 독립적인 위구르인들로 이들 조상은 1910년 중국 정부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황제의 군대는 도시를 초토화했다.
카스로부터 2천 킬로미터쯤 걸어온 지금, 저자는 톈산의 그늘 있었다. 톈산은 7천 미터가량의 산봉우리가 여럿 있는데, 큰 빙하가 두 개의 물줄기를 다른 방향으로 바꾸는 바람에 메말라버린 아랄해를 채울 수 있다고 한다. 고비 사막은 모든 사막 중 단연 가장 무시무시 한 곳이란다. 1920년대에 이곳을 여행한 선교사들의 기록이다. “하늘에는 새 한 마리 없고, 땅에는 풀 한 포기 없다. 몇 년간 비도 내리지 않고, 세찬 바람에 돌이 날아다닌다.” 이 지방 북쪽에 있는 원자력 기지에 바람이 심하게 불어 50톤짜리 트럭이 전복되었다고 한다. 손에 잡은 여행일기가 바람에 날아가자 여행자가 잡으려고 뛰었는데 그 후로 그 여행자를 본 사람이 없었단다.
길가 물웅덩이에 뻣뻣하게 굳은 손 하나가 비죽이 나와 있었다. 마네킹인 줄 알던 저자는 다가가서 보니 시체였다. 얼굴과 손은 말라 갈라져 구릿빛을 띠었다. 도마뱀 가죽 같았다. 오래전부터 여기 있었고, 건조한 공기 때문에 썩지 않고 미라처럼 변했다. 지나는 차를 세워 말을 하니 휴대전화 할 시간이 없다며 저자의 의견을 무시했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시체는 지난여름에 발견되었으나 그대로 방치한 것이다. 중국인들은 이미 죽음과 가까워서 무관심한 것일까? 만약 내가 길가나 다리 밑에서 죽게 된다면? 도교, 유교, 불교문화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저자는 중국인이 동물을 잔인하게 대하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었다. 중국 역사를 보면, 한 사람의 죽음 혹은 여러 사람의 죽음이 여론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수도 없이 확인했다.
후이족 回族은 이슬람교를 믿는 중국 소수민족이다. 중국인 이슬람교도와 중앙아시아 출신의 위그로인 이슬람교도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그들은 운을 걸고 대도시로 간다. 그러나 운전사들은 연약해 보이는 이들에게는 절대로 차를 세우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동쪽의 도시를 동경하고 도시의 한족은 이들을 착취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의 일체 단속으로 이들은 다시 고향으로 돌려보내 진다.
중국의 학제는 의무교육인 초등교육이 5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이다. 학기는 9월 1일에 시작해 이듬해 1월 15일이 1학기고, 2월 28일에서 7월 15일이 2학기다, 학기가 끝나면 6주의 방학 기간이 있다. 학생들은 한 학기당 300위안의 수업료를 내야 한다. 선생님의 월급은 1,000위안 정도다. 남아 선호로 대부분의 여자 아이들은 열세 살부터 농장에서 일한다. 학교의 여학생 비율은 낮다. 화장실은 변기가 여섯이라고 했는데, 콘크리트 바닥에 구멍이 6개 있는 것이다. 두 개는 벌써 남자아이 둘이 차지하고 담배를 피우며, 마치 거실에 있기는 한 것처럼 조곤조곤 이야기하고 있다.
시안까지 걸어가려면 비자 기간을 연장해야 도착할 수 있기에 ‘우웨이’에서 연장을 하려 한다. 중국 관리에게는 화를 내지 말고 미소를 지으면 의사를 관철해야 한다. 세월아! 네월아! 여권을 보던 여자 관리가 유효기간이 지났다 한다. 관리가 ‘유효기간’과 ‘유효기한’을 혼동하고 있었다. 당신 비자는 3월 8일부터 두 달 유효해 5월 8일부터는 불법체류란다. 배자발급일은 3월 8일, 내가 중국입국은 4월 16일이니 비자 유효기간은 6월 16일임을 그림을 그리며 100번 정도 설명했다. “보세요 내 비자는 3월 8일에 발급되었고, 석 달 안에 아무리 늦어도 6월 8일까지 중국에 들어와야 한다. 이게 유효기간입니다. 유효기간 시작일 전이나 후에 들어오면 위법입니다. 나의 입국 스탬프는 4월 16일이고, 그러니 제때 들어온 것이고, 내 비자는 60일 짜리니 6월 16일까지 중국에 있을 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두 달 연장을 해달라는 것이에요. 여자는 대장에게 전화하고 30일 짜리로 연장을 해줬다. 그러면 남은 1,300킬로를 41일에 주파해야 한다. 가능한 기간이다. 란저우는 대기 오염이 세계에서 가장 심한 10곳 중의 하나다. 황하는 세계에서 진흙이 가장 많은 강답게 황갈색 리본 같았다.
저자는 걷는 여행가다. 그를 알 수 없는 신비함이 떼밀기 때문이란다. 좀 더 혼자이기 위해서는 항상 더 많이 벗어야 한다. 적을수록 그렇게 된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진실은 나보다 더 빨리 달려가고 결코 따라잡히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지만 말이다. 저자를 그토록 고생시켰던 사막과 초원의 바람도, 결국은 저자는 지나고 보니 사랑하게 되었단다. 바람이야말로 저자가 찾던 바로 그 모습이며 저자가 사용하는 언어로 재빨리 표현할 수 없는 것이란다. 공허와 침묵은 서로 닮았단다. 왜 우리가 가고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공간을 휩쓸고 다녀야 한다는 것도 안다. 비록 아무 목적이 없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말이다. 라며 저자는 글을 맺는다.
2022.06, 23
나는 걷는다. 03권
스텝에 부는 바람
베르나르 올리비에 지음
효형출판 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