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18년만의 승리! - 선더랜드 vs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만원에 가까운 관중이 운집한 선더랜드의 홈구장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
선더랜드 홈팬들은 지난 83년 10월 이후 자신들의 팀과의 원정리그경기에서 단 한차례의 승리도 따내지 못한 프리미어리그 최강팀을 맞이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경기장을 찾았다. 이날의 대결은 명실공히 프리미어리그 1,2위팀들간의 경기였다는 점에서 경기장을 찾지 않은 수많은 축구팬들, 나아가 실낱같이 남은 1위 탈환의 희망을 가진 아스날-리버풀 팬들에게도 관심대상 1순위인 게임이었다. 이날마저 맨유가 승리하게 될 경우 1위 탈환의 가능성은 거의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었는데, 이때문에 경기직전까지 베켐과 스콜스의 출장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소문은 이들의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은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며 이 두선수를 모두 선발기용, 베스트11을 총출동시켰고, 홈팀 선더랜드 역시 부상에서 회복되지 않은 스트라이커 니얼 퀸과 왼쪽 풀백 그레이를 모두 가동하며 승리의지를 불태웠다.
[사진:Reuters/경기도중 그라운드로 뛰어내린 미녀(--;)팬. 팬티 문양으로 볼때 선더랜드 팬인듯. 애써 외면하는 베켐의 포즈가 재미있다]
경기는 홈팀 선더랜드가 주도권을 잡으며 시작됐다. 선더랜드는 원정경기의 부담을 안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강한 압박을 시도하며 공세를 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전반 20분이 지나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로이 킨의 지휘아래 전세를 역전시키며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이같은 전세 역전에는 전반 20분경 니얼 퀸이 부상으로 교체아웃되며 선더랜드의 공세가 주춤하기 시작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선더랜드로서는 상당히 치명적인 선수교체. 이에 선더랜드 포백 수비진은 일사분란한 움직임으로 전반전에만 무려 여섯개의 오프사이드를 잡아내며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되살아난 맨유의 공격진을 적절히 봉쇄한채 하프타임을 맞았다.
맨유의 킥오프로 시작된 후반전. 맨유는 후반 시작 25초만에 앤디 콜이 선제골을 뽑아내는 활약을 보이며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슬로바키아 출신의 수비수 바르가의 실책에서 비롯된 이 선제골은 선더랜드 선수들에게 큰 당혹감을 줬다. 하지만 더 큰 불운은 선더랜드의 그레이 심판에게 "콜의 핸들링이므로 노골이다"라며 강하게 항의하다 퇴장당한 사실.
이에 피터 레이드 감독은 미드필더 슈바르츠를 빼고 수비수 쏨을 투입하며 전열을 재정비했고, 상대를 거칠게 몰아붙이며 찬스를 엮어냈지만 허치슨-그레이-필립스의 슈팅이 모두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하며 상황이 악화됐다. 이 와중에 교체투입된 수비수 쏨이 투입된지 6분만에 부상으로 다시 실려나가는등 선더랜드 선수들은 거듭된 악운에 분루를 삼켜야 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치열한 몸싸움으로 선수들간의 마찰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결국 양팀은 총 3명(선더랜드 2명)의 선수가 퇴장당하는 최악의 상황을 연출한채 0대1 맨유의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사진:Reuters/경기도중 다투고 있는 앤디 콜(흑인)과 알렉스 래를 선수들이 뜯어말리고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두선수 모두가 퇴장당했다]
경기후 인터뷰에서 퍼거슨 감독은 "힘들게 얻은 승리이긴 하지만 내용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배부른 투정을 했고, 선더랜드의 피터 레이드 감독은 "좋은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었는데 경기가 망쳐지고 말았다"며 상당한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아스날, 너무 늦은 승리 - 아스날 vs 브래드포드
선더랜드vs맨체스터 경기가 있던 하루 전날 벌어진 경기.
이 경기에서 승리를 따낸 아스날 선수들은 선더랜드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어주길 간절히 바래야 했다. 실낱같은 우승의 꿈을 저버릴수 없었기 때문.
그렇기에 아스날 선수들은 선더랜드의 패배로 자신들이 2위자리를 수복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금할길이 없었다. 말그대로 너무 늦은 승리였던것.
이날 아스날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꼴찌팀 브래드포드를 맞아 어려운 경기를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선더랜드 등 1,2위팀을 맞아 종반까지 무실점 행진을 기록했던 브래드포드이기에 최근 공격진의 심한 기복을 걱정했던것. 하지만 이날은 초반부터 연속골을 몰아넣으며 브래드포드를 침몰시켰다. "가장 기복이 심한 총잡이(아스날의 애칭)"로 꼽히던 레이 팔러가 모처럼 폭발적인 공격력을 선보인 것이다. 그는 이날 선제골을 터뜨린데 이어 몇차례 위협적인 슈팅장면을 선보여 륭베리가 부상으로 빠진 아스날 미드필드진의 공백을 빈틈없이 메웠다. 경기후 인터뷰에서 웽어 감독이 자신있게 "에릭손 감독은 팔러를 대표팀에 꼭 넣어야할것이다"라고 소리칠만큼의 맹활약을 했던 것.
리버풀, "맨체스터 둥지 위로 날아간 우승컵" - 맨체스터 시티 vs 리버풀
선더랜드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어주길 기대하며 또다른 맨체스터를 맞이한 리버풀. 최근 무실점 행진을 기록한바 있는 탄탄한 수비진에 밤비-헤스키-리트마넨 등 컨디션 절정인 공격수들을 보유하고 있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대적할 대안으로 떠올랐던 리버풀이었지만, 또다른 맨체스터에게 일격을 당하며 그나마 한줌 남아있던 우승의 희망을 날려버리고 말았다.
최근 10년동안 바로 이 마이네 로드(맨시티 홈)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해온 리버풀은 이날 전반 막판에 터진 헤스키의 선제골로 그같은 징크스를 떨쳐버리는듯 했다. 그러나 후반 시작하자마자 터진 티아또의 동점골로 인해 승부는 원점으로 되돌아갔고, 이후 45분에 가까운 시간동안 맨시티 수비진의 벽을 뚫지 못한채 무승부로 경기를 끝마쳤다.
맨체스터 시티는 이날 니키 위버 골키퍼가 모처럼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며 리버풀의 파상공세를 잘 막아냈을뿐만 아니라 맨체스터 데뷔전을 치른 칸젤스키스의 기량을 재확인할수 있었다는 점에서 수확을 얻어냈다. 이로써 남은 일정동안 디비젼1(2부리그) 탈락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맨체스터 시티의 조 로일 감독은 "우리는 프리미어리그 잔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오늘같은 플레이라면 가능성없는 일은 아니라고 본다"는 말로 자신감을 표출했다고.
유럽 전역을 통틀어 올시즌 최고의 홈경기 입장률을 보이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 그들이 남은 일정동안 최선의 활약을 선보이며 홈팬들의 이같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지 두고볼 일이다.
첼시, 역시 홈에선 챔피언 - 첼시 vs 뉴캐슬
올시즌 신통찮은 성적을 거두고 있기는 하지만 홈에서 만큼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능가하는 성적을 거두고 있는 첼시. 만만찮은 팀 뉴캐슬을 홈에서 맞이한 그들은 이날도 선제골을 먼저 내주며 홈팬들을 긴장시켰으나 10여분만에 터진 졸라의 동점골을 시발로 포옛과 그로냐르(Gronkjaer)가 연속골을 터뜨리며 역전에 성공, 뉴캐슬을 물리치고 승리를 따냈다. 올시즌 홈경기 6연승 행진.
[사진/"나 오늘 한가해요~?", 상대의 파울을 선언하지 않은 주심에게 부상부위를 내보이며 항의하는 르 소]
첼시 승리의 일등공신은 단연 졸라였다. 이름처럼 졸라 멋진 활약을 선보이며 팀의 공격을 이끈 그는, 이날 동점골을 터뜨린 것은 물론 뛰어난 개인기를 통해 팀 공격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성실히 수행, 34살의 고령에도 불구 팀내 키 플레이어로 각광받는 자신의 진가를 그대로 입증시켰다. 이밖에도 졸라는 경기가 끝난후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쏟아지는 플래쉬 세례를 뒤로하며 "오늘 최고의 플레이어는 단연 포옛이었다. 그는 내가 함께 뛰어본 선수중 단연 최고!"라는 말로 팀 동료의 사기를 북돋우는 일까지 떠맡아 팀 분위기를 이어나가는데 단단히 한몫을 해냈다. 얼마전 "나는 최고의 스트라이커고 그래서 동료들에게 패스할 위치에 있지 못하다"라는 내용의 인터뷰로 언론으로 하여금 팀동료(델 피에로)와의 이간질꺼리를 제공했던 유벤투스의 골게터 인자기에 비하면 '졸라' 성숙한 언론플레이였던듯.
한편 시어러의 계속적인 결장으로 최근의 상승 분위기를 이어나가지 못한 뉴캐슬은 이날 패배로 인해 첼시에게 6위 자리를 내줬다. 한편, 시어러는 2월말경에나 복귀할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아, 운명의 장난이여... - 리즈 vs 코벤트리
지난시즌까지 코벤트리 시티의 하늘색 유니폼을 입고 프리미어리그를 누비던 로비 킨. 이날은 로비킨이 인터밀란으로 이적한지 6개월여만에 옛 동료들과 함께 그라운드에 서는 날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조금 달랐다. 그의 유니폼이 어색한 하얀색을 띄고 있었던 것. 그랬다. 인터밀란으로 팀을 옮겼던 로비 킨이 리즈 유나이티드의 유니폼을 입은채 코벤트리를 상대하러 나선 것이었다.
인터밀란으로 임대되어온 이래 팀 공격의 핵심역할을 해내온 로비 킨은 이날 자신을 팔아치운 친정팀을 맞아 결승골을 터뜨리며 맹활약, 로비 킨 매매로 가뜩이나 팬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코벤트리 구단주를 무안하게 만들었다.
특히 지난시즌까지는 고든 스트라첸 코벤트리 감독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들곤 했던 로비 킨의 '고종수 덤블링?[사진]' 골세레머니가 이날만큼은 그의 속을 뒤집어놓았다는 후문.
한편 리즈의 오리어리 감독은 로비 킨의 맹활약뿐만 아니라 차츰 팀에 적응하며 수비진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는 '세계 최고액 수비수' 리오 페르디난드의 활약에도 만족을 표시했다고. 특히 챔피언스리그 재개를 앞둔 시점이라 오리어리 감독의 기쁨은 기대 이상이라는 전언인데, 리즈 유나이티드로서는 아시아인 폭행사전으로 송사에 휘말린 우드게이트-보위어 2명의 선수 문제가 남은 시즌일정동안 전력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면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기대할만한 상황이라 할수 있을 듯.
하회?)탈, 에버튼을 구하다 - 에버튼 vs 미들스부르
지난주에 열린 FA컵에서 현재 2부리그(디비젼1) 최하위를 달리고 있는 트란메어팀에게 0대3 패배를 당하는 수모를 겪는등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에버튼.
개스코인, 프란시스 제퍼스, 제라드 골키퍼, 니야르코 등등.. 끊임없는 주전들의 부상과 멀찌감치 달아난 승운으로 인해 옛 명문의 흔적을 찾아볼수 없게 만들고 있는 에버튼이 이날 열린 홈경기에서 이스라엘 출신의 공격수 탈(Tal)의 도움으로 간신히 승점 1점을 획득하며 몰락 위기를 벗어났다.
상대는 감독교체 이후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는 미들스부르. 미들스부르는 이날도 하위권팀답지 않은 응집력을 보이며 홈팀 에버튼을 몰아붙였고 전반 11분만에 콜롬비아 출신의 리카르드가 선제골을 터뜨리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후반들어 네이스미쓰와 이단 탈이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동점골을 뽑아냈고, 다시 역전을 당한 후반 막판에는 이단 탈이 재동점골을 뽑아내며 가까스로 패배를 모면했다.
한편 이날 미들스부르는 무려 6명의 선수가 경고를 받는 거친 경기로 홈팬들의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페트레스쿠, "난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았다" - 사우스햄튼 vs 레스터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오랫동안 몸담아온 첼시에서 브래드포드로 이적했던 루마니아 출신의 세계적 오른쪽 풀백 댄 페트레스쿠. 딸 이름을 '첼시'로 지을 정도로 팀사랑이 극진했던 그이지만 비알리 감독에 의해 팀 주력선수 명단에서 제외된뒤 재계약을 포기, 브래드포드로 이적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팀을 옮긴 후에도 이렇다할 활약을 하지 못하며 새로운 팀의 몰락을 지켜봐야 했던 그는 브래드포드가 신임감독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사우스햄튼으로 이적, 제2의 도약을 시도했다. 첼시 감독 시절 자신을 첼시로 데리고 왔던 글렌 호들 감독의 부름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그 도약의 시발점이 바로 이 경기에서 나타났다. 상대는 초반의 상승세를 유지하지 못한채 최근 상위권에서 빠르게 이탈하고 있는 레스터 시티.
양팀 감독들이 친한 친구관계여서 더욱 많은 관심을 모았던 이날 경기는 양팀 수비수들의 선방으로 인해 골이 쉽게 터지지 않았다. 특히 이날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른 루이스를 중심으로 사우스햄튼 공격수들을 꽁꽁 묶은 레스터 시티 수비수들과 라치오 출신의 노장 공격수 만시니와 나이지리아 국가대표 출신 아킨비이가 투톱을 이룬 레스터 시티 공격진에게 완벽한 득점찬스를 열어주지 않은 사우스햄튼 수비수들은 모두 뛰어난 수비력을 과시하며 경기에 긴장감을 더했다.
결국 경기는 후반 막판에 터진 페트레스쿠의 결승골로 승부가 갈렸다. 페트레스쿠에게는 이적후 첫골이자 올시즌 첫 결승골의 감격을 맛보는 순간이었다.
한편 이날 패배로 인해 레스터 시티는 8위까지 추락하며 상위권 재진입 전망을 어렵게 했다.
우열을 가리지 못한 햄들의 전쟁 - 웨스트햄 vs 토튼햄
양팀 모두에게 아쉬움이 남는 승부였다. 특히 지난주말 FA컵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는 쾌거(!)를 달성한 웨스트햄으로서는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아쉬움이 매우 컸다는 분석. 그러나 경기 내용면에서는 모처럼 원정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토튼햄이 우세했다는 평이어서 그레이엄 감독의 서운함도 만만치 않을듯 하다.
이날 토튼햄은 얼마전 오랜 부상에서 회복한 솔 캠벨이 든든하게 후방을 지켜준데다 홍명보를 연상시키는 정확한 롱패스를 통해 공격의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해내면서 예상외의 공세를 펼쳐 나갔다. 특히 이날 데뷔전을 치른 신예 스트라이커 앤드 부쓰의 활약은 파트너로 뛴 레브로프와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며 남은 일정동안의 좋은 성과를 예감케 한 부분이어서 그레이엄 감독의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는 후문.
그럼에도 불구, 토튼햄은 앤더튼과 레브로프가 득점찬스를 무산시킨데다 상대 골키퍼 히슬랍의 선방과 노장 수비수 피어스의 수비에 막혀 득점에 실패, 0대0으로 경기를 마치고 말았다.
오히려 막판 디 카니오와 피어스의 위협적인 슈팅을 골키퍼가 선방해내지 않았다면 잘 뛰고도 패하는 징크스를 되풀이할뻔했다는 전언.
한편 경기후 인터뷰를 통해 웨스트햄의 레드냅 감독이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어 남은 일정동안 좋은 성적을 올릴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희망섞인 전망을 내린데 반해 토튼햄의 감독 그레이엄은 "잘 싸웠지만 무승부에 그쳤다. 승점 1점이 귀중한 우리 상황에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