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킹덤 넷플릭스 1위 한류 드라마 BTS, 기생충 이은 한국 소프트파워 강국 된 비결
BTS·기생충·오징어 게임… 한국 소프트파워 강국된 비결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에 K콘텐츠의 위상을 재확인하는 성과를 만들고 있다. 지난 16일 기준 글로벌 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 집계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은 드라마와 예능 등 TV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순위를 정하는 ‘넷플릭스 오늘 전 세계 톱 10 TV 프로그램(쇼)’ 부문에서 814점을 나타내며 1위에 등극했다. <오징어 게임>은 지난 9월 23일 이후 23일 동안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오징어 게임 신드롬’이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이미 예견됐다는 평가다. 지난해 ‘다이너마이트’와 올해 ‘버터’ 등으로 빌보드 1위를 15주간이나 차지했던 가수 방탄소년단, 지난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의 영예를 얻은 영화 <기생충>까지 음악 영화 드라마 등 대중문화 영역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누적시켜왔기 때문이다.
K콘텐츠의 핵심 성공 비결은 크게 세 가지다. ▲20년간 키워온 웹툰 등 스토리 산업 ▲수준 높은 컴퓨터그래픽(CG) 등 제작기술 ▲소셜미디어(SNS) 산업을 활용한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 구축 등이다.
유엔 총회에 청년세대 대표로 참석한 방탄소년단(BTS)이 각국 정상들이 연설하는 유엔 총회장을 누비며 유쾌한 화합의 무대를 선사했다.
▶성공비결 1-1
20년간 키워온 스토리 산업… “가장 한국적인 게 통한다”
<오징어 게임>은 그동안의 대흥행 콘텐츠와 스토리를 전하는 방식이 유사하다. 영화 <기생충>이나 <킹덤> 등에서는 늘 가장 한국적이지만, 이야기 전달은 글로벌한 방식을 차용해왔다. 한국적 특수성에 장르적 보편성을 따랐다는 얘기다. 즉 한국적인 정서를 가져다 써도 알아듣게만 쓴다면 통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소재가 한국적일수록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해외 유명 매체들이 모두 <오징어 게임>이 ‘신선하다’고 느끼는 이유다.
사실 목숨을 걸고 게임에 참여하는 스토리 방식의 ‘데스게임’ 장르는 해외에서는 보편적인 장르다. 2000년에 나온 일본 영화 <배틀로얄>도 서바이벌 데스게임이고, 2019년 <이스케이프룸>은 방탈출 데스게임이다. 그런데 거기에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뽑기’ ‘구슬치기’ 등 한국적 게임을 가미한 게 차별화 요소다. 가장 한국적인 소재로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흔히 볼 수 있는 게임이 아니라는 점에서 외국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한국형 좀비물 <킹덤>도 마찬가지로 조선시대라는 가장 한국적인 배경 위에 좀비라는 보편성을 얹었다. 2019년 넷플릭스가 열었던 ‘엔터테인먼먼트의 미래’라는 행사에서 넷플릭스 관계자들은 “<킹덤>은 한국형 콘텐츠가 넷플릭스 서비스를 통해 세계적으로 알려진 사례”라며 성공을 치켜세운 바 있다.
당시 테드 사란도스 현 최고경영자(CEO)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 <킹덤> 제작 시 일부러 한국 이외의 것을 넣으려 하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조미료를 더했다면 <킹덤>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도 같은 행사에서 “좋은 스토리를 철저히 현지화해 콘텐츠로 만드는 것에 가장 신경 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뉴욕 타임스스퀘어 대형 전광판에 <오징어 게임>이 등장했다.
한국과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태원클라스>라는 드라마가 대표적인 예시다. 카카오웹툰의 스토리(IP·지적재산권)를 이용해 만든 이 드라마는 ‘이태원’이라는 한국 지역명이 들어가 있을 정도로 한국 정서가 깊게 배어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면서 대흥행을 만들어냈다. 글로벌에 관통하는 메시지는 특정 지역의 색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하지만 특정 지역색이 가미되면 스토리의 신선함이 배가된다.
<이태원클라스>로 보면 보편성의 영역은 ‘불운의 정점을 찍은 한 남자가 역경을 이겨내고, 자기 소신대로 살아가면 결국 큰 성공을 거머쥔다’는 스토리가 해당된다. 이태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와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며 뚝심 있게 걸어가는 캐릭터 등은 특수성의 영역이 된다. <오징어 게임>에서 보여주는 배경도 유사하다. 적자생존의 논리와 그 속에서 희생되는 사람들은 지구촌 어디에나 있다. 하지만 탈북자와 한국식 게임 등은 한국에만 있는 것이다.
▶성공비결 1-2
웹툰·웹소설로 콘텐츠 대국 꿈꿔… 대박 콘텐츠 줄줄이 나온다
한국은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를 중심으로 대박 영상 콘텐츠의 원스토리인 IP(지적재산권) 수만 개를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웹툰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주체가 바로 한국이다. 웹툰은 2002년 다음에서 웹툰의 첫 모델을 만들어낸 뒤 네이버와 카카오를 중심으로 한국에서 키워온 산업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처럼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산업이 웹툰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업계 관계자는 “만화의 소비 패턴이 종이 만화책에서 디지털 만화로 바뀌고 있는 흐름을 한국 기업이 조기에 포착하고, 온라인 만화 생태계를 구축한 게 웹툰 세계화의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웹툰의 유료화를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면서 창작자 생태계가 활발하게 가동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됐다. 때문에 2002년 이후 20여 년이 지난 현재 웹툰에 기반한 드라마나 영화가 줄줄이 나올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최근 몇 년 사이 웹소설 시장도 함께 성장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스토리 하나당 100억 매출을 만들어내는 웹소설도 나오기 시작했다.
제29회 매일경제 글로벌포럼에서 강정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부사장이 카카오웹툰의 세계화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카카오의 콘텐츠 사업을 이끌고 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강정구 본부장도 이 같은 지점을 짚어냈다. 그는 제22회 세계지식포럼에서 성공적인 유료화를 통해 창작자의 경제적 보상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웹툰이나 콘텐츠는 예전부터 많은 고객에게 사랑받아왔지만 불법 등을 통해 무료로 접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당장 돈을 내고 보거나 일정 시간을 기다려 무료로 보는 방식으로 선택권을 제공해 콘텐츠를 게임처럼 즐길 수 있게 하면서 창작자에게 수익이 돌아갈 수 있는 모델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만든 플랫폼에서 아이디어와 실력만 있으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었고, 유명 만화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실력을 쌓아가는 기존 만화계의 오랜 도제식 시스템을 무너뜨렸다.
특히 ‘웹소설→웹툰→영상(드라마·영화)’의 3단계 선순환이 이뤄지는데, 각 단계에서 흥행한 IP를 엄선하기 때문에 다음 단계에서도 성공할 확률이 커진다. 소비자들은 영상이 재밌으면 웹툰 원작을 찾아보고, 웹툰이 흥미로우면 이전 단계인 웹소설까지 살펴본다. 특히 까다로운 독자들이 많은 한국에서 성공하고 나면, 세계 시장에서도 성공할 확률이 커진다고 했다. 강 본부장은 “한국만큼 고객 성향이 까다로운 국가는 없을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 검증받고 세계 시장에 선보이면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고 밝혔다.
프랑스 파리에서 <오징어 게임>을 체험하러 모여든 인파
▶성공비결 2
수준 높은 컴퓨터그래픽(CG) 등 제작기술
국내 콘텐츠 제작 업계의 뛰어난 컴퓨터그래픽(CG) 등 제작 기술력도 K콘텐츠 신화의 한 축이다. 특수 효과(VFX)와 음향 보정, 더빙, 특수 분장 등 제작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국내에 많다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지난 9월 진행한 ‘넷플릭스 파트너 데이’에서는 특수 분장 전문 기업 ‘셀’과 색 보정 담당인 ‘덱스터스튜디오’, 음향 관련 회사 ‘라이브톤’, 특수 시각 효과 전문 스튜디오 ‘웨스트월드’, 더빙 및 자막 전문 미디어 그룹인 ‘아이유노 SDI 그룹’ 등이 소개됐다.
덱스터스튜디오의 색 보정(DI) 담당 사업부는 2019년부터 넷플릭스와 협업하며 <킹덤> <보건교사 안은영> <승리호> <낙원의 밤> 등에 참여했다. <킹덤> 시즌 2에서는 한국 최초로 4K HDR 작업을 선도하며 DI 분야에서 탁월한 실력을 보여줬다. 현재 연간 개봉하는 국내 영화 DI 작업의 40% 가까이를 담당하고 있다.
웨스트월드는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영상 신기술을 도입했다. N캠 등 신규 VFX 장비를 통해 도입한 버추얼 프로덕션이 대표 사례다. 버추얼 프로덕션은 기존에 영상 촬영 후 후처리로 진행하던 컴퓨터그래픽을 촬영 현장에 접목시킨 기술이다. CG를 상상하며 촬영하는 게 아니라 CG를 카메라 스크린에 구현했다.
덱스터의 음향 관련 자회사 ‘라이브톤’은 1997년 창립 이후 <괴물> <부산행> <신과함께> <기생충> 등 12편의 1000만 관객 영화를 포함해 250여 편의 콘텐츠 사운드 디자인과 믹싱을 전담했다. <오징어 게임>에서 음향 작업을 담당한 라이브톤은 국내 처음으로 돌비 채널 믹싱 등을 도입해 실감 나는 음향을 구현했다. 과거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에서는 상상 속 동물인 옥자를 구현하기 위해 뉴질랜드 토종 돼지와 하마, 코뿔소 소리 등을 참고해 옥자의 소리를 선보였다.
▶성공비결 3
소셜미디어(SNS) 활용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
K콘텐츠의 성공에는 철저히 디지털화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 음악, 드라마, 영화 등 모든 기획 단계부터 SNS를 통한 홍보와 팬덤 확대 등 방법이 마련된다. 전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에 4K급 초고화질 뮤직비디오를 무료로 공개하는 것이 대표적인 전략이다.
방탄소년단이 데뷔도 하기 전인 연습생 시절부터 팬들과 SNS를 통해 소통하면서 함께 성장스토리를 만들어갔던 게 핵심 성공 요인으로 꼽히는 것이 예다. K팝 특유의 화려한 뮤직비디오로 볼거리를 무료로 제공하고,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을 입혀 끊임없이 이들의 스토리를 소비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식이다. 소비자들을 록인(Lock-in)시키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TV 방영이나 영화관 개봉에 비해 1회 시청당 수익이 낮은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로 진출하는 것도 일단 록인시키고 나면 계속해서 콘텐츠를 소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 숨겨져 있다.
게다가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을 철저하게 추구하고 나면 결국 충성 고객이 만들어진다. 이들은 상품(굿즈), 콘서트, 팬 커뮤니티 서비스 등을 지속적으로 소비하면서 핵심 수입원으로 자리한다. 디지털 경제의 핵심이 ‘95%의 무료제공+5%의 충성고객 수익’임을 명확히 알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K팝이 한때의 유행으로 그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유튜브에 수천만 조회 수를 가진 뮤직비디오가 올려져 있다는 것”이라며 “이 음악들로 2차, 3차 저작물을 만들어내며 노는 전 세계 유저들이 너무나도 많다. SNS 산업이 망하지 않는 한 SNS상에서 가장 핫한 게시물로 랭크됐던 음악들은 영원히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4호 (2021년 11월) 기사입니다]
오징어 게임·D.P.·킹덤…세계인은 왜 '가학성'에 빠졌나
패자가 흘리는 피의 행진을 지켜봐야 하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청자가 1억4200만명을 넘었다. 외신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을 최종화까지 정주행한 시청자는 8700만명이다.
"영화는 사회의 거울이며, 한 사회의 집합적 멘탈리티는 시각적 및 서사적 모티프의 인기에서 드러난다"는 20세기 철학자 지그프리트 크라카우거의 영화이론에 기댄다면 '오징어 게임'의 벼락같은 흥행엔 세계인의 잠재의식이 내재돼 있다.
군무이탈자 체포전담조를 소재 삼은 드라마 'D.P.'와 조선시대 아포칼립스 '킹덤' 시리즈까지 시선을 확대하면 세 드라마에는 탈락자, 탈영병, 탈인간(좀비) 등 배제된 약자를 향한 가학성(加虐性)이 공통분모로 발견된다.
왜 한국인과 세계인은 가학성을 전진배치한 콘텐츠에 잇달아 열광할까.
'가학성'을 키워드로 평론가들 도움을 받아 넷플릭스 세 드라마의 흥행 저변에 감춰진 시청자 심리요인을 분석했다.
①현실의 폭력을 눈앞에 펼치다
보이지 않던 현실을 구조화하고
가학과 피학을 '게임'으로 은유
[사진 제공 = 넷플릭스]현실 세계에선 보이지 않던 억압 구조가 드라마에선 선명하다는 점이 첫 번째 흥행요인으로 꼽힌다.
'오징어 게임'의 프런트맨은 참가자에게 가해진 폭력이 합의된 규칙에 의한 결과임을 설명한다. 그러나 극을 보는 시청자들은 유년 시절의 놀이 규칙으로 단순화된 '폭력의 구조'가 불공정한 질서의 파생품임을 간파해낸다.
군대 내부의 폭력이 외부 현실의 압축판임을 드러내는 'D.P.', 권력자에 의해 좀비로 전락하는 백성을 그린 '킹덤'에서도 시청자는 부조리의 속살을 발견한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세 드라마 모두 이 시대의 폭력성을 여과하지 않은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고 총평하며 "'오징어 게임'엔 자본의 노예로서 게임판의 말을 자처한 인간이 등장하고, 'D.P' 또한 군대라는 특수한 계급사회가 만들어낸 폭력들이 적나라하게 전시되며, '킹덤'에서 무서운 건 좀비 자체보다 신분사회를 지탱하는 정치적 메카니즘"이라고 설명했다.
불평등 심화로 절대다수가 패자가 된 시대적인 심리도 이번 '오징어 게임'의 전례없는 흥행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드라마에서 생존게임은 '어쨌든' 승자가 정해지는 결말을 향한다. '오징어 게임' 기훈·상우·새벽 가운데 반드시 한 명은 456억원을 거머쥐고, '킹덤'에서 후계를 다투는 세자 이창과 조학주 대감도 결국 역병을 잠재우고 권력을 손에 쥘 결말이 예정돼 있다. 허구의 쟁투 앞에서 시청자들은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것.
연세대에서 영화를 가르치는 백문임 교수는 "'오징어 게임' 참가자는 낙오자가 아니라 승자가 될 수도 있다는 데 전생의 도박을 건다"며 "이 시스템은 낙오자에게 가혹하지만, 그들이 참여하는 이유는 모두가 낙오자가 될 수도 있는 현실과 달리 어쨌든 승자가 존재하는 게임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드라마가 '사태의 본질'을 바라보기에 기존 매체보다 비교우위에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재하는 살인을 쓴 기사보다 영상화된 가상 살인에서 피냄새가 짙다는 설명이다.
정여울 문학평론가는 "'D.P.'의 군대 부조리의 경우 기사로 읽는 것보다 넷플릭스 드라마 시청이 '사태의 본질'을 정확하게 폭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며 "잘 다듬어진 드라마의 시청자는 끔찍한 폭력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것만 같은 고통스런 자각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②난 '피해자'가 아니란 안도감
탈락자·탈영병·좀비 바라보면서
시청자는 기형적인 안도감 느껴
.약육강식의 전쟁터를 바라보면서 시청자는 심리적으로 '기형적인 안도감'을 느낀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시청자들은 세 드라마의 약자들을 '내려다보는' 위치를 점유한다. 라이터로 달군 바늘로 달고나에 금을 긋는 미끄럼틀 아래와 황금가면을 쓴 VIP들의 관람실을 경계없이 드나드는 '오징어 게임'의 시청자는 457번째 참가자다.
군부대 창고 주변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위수지역을 이탈한 탈영병 행방을 실시간 확인 가능한 'D.P.'의 최상위 감시자도 바로 시청자다. 또 '킹덤' 시청자는 인간과 좀비의 전쟁을 관람할 뿐 역병 감염의 우려가 없다.
이병철 문학평론가는 특히 '오징어 게임'을 두고 "시청자는 '반드시 살아야 할 이유'가 나타난 주인공에 감정을 이입해 그들을 응원하면서, 그들의 생존과 대비되는 탈락자의 죽음에는 무신경해진다"며 "그동안 자신을 게임 참가자와 동일시하며 세상의 비정함, 돈이 만든 현실의 지옥을 체감해오던 시청자는 정작 자신이 가면을 쓰고 게임을 내려다보는 VIP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시청자들은 가학행위의 최단거리에 밀접해 있지만 피학의 대상으로 내몰릴 위험이 원천적으로 제거된 상태란 얘기다.
.세 드라마의 약자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신체가 훼손된다. 잘리거나 불태워지는 '킹덤' 지율헌의 선한 백성 좀비, 코 고는 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방독면을 써야 했던 최준목 일병 등 'D.P.' 속 탈영병, 전직 의사였던 111번 참가자의 메스에 안구와 장기를 적출 당하는 '오징어 게임' 사체는 모두 인간보다 사물에 가깝다.
사물화된 약자를 향한 가학를 다룬 서사는 현실세계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밈과 패러디물 등 '재미'로 용해된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시청자에겐 '게임'을 지켜보는 사람들, 어쩌면 일종의 VIP로서의 지위가 부여되어 있기 때문에 이 드라마를 오락적으로 소비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각종 밈이나 패러디물이 쏟아져나오는 현상을 생각해보면 '오징어 게임'은 하나의 현상이고, 대중들은 '오징어 게임' 캐릭터를 상당히 즐기고 있다. 가학성에 대한 공포는 이미 사라져버렸다"고 덧붙였다.
③불의·불합리한 규칙에는 분노
납득 어려운 규칙에 분노하기도
불공평한 권력 향한 징벌 욕망
.가학의 대상을 설정하는 폭력의 논리가 비합리적인 경우에는 시청자의 징벌 욕망이 작동한다고 평론가들은 봤다.
'킹덤'에서 역병의 원흉을 밝히려 언골의 절벽을 오르는 선량한 의녀 서비를 시청자들은 응원한다. '오징어 게임'에선 배신하는 이성을 상징하는 상우보다는 기훈과 '깐부'를 맺고 구슬을 건네는 일남의 웃음에 매료된다. 치매로 투병하는 조모를 보호하기 위해 용역 깡패가 된 탈영병을 일부러 놔주는 'D.P.' 한호열 상병도 마찬가지다.
반면 '킹덤'의 해원 조씨 일가, 육체적 힘으로 살해를 도모하는 '오징어 게임' 장덕수, 진실한 사과 없이 전역하는 'D.P.' 황장수 병장의 징벌 장면에서 시청자는 쾌감을 느낀다.
정여울 문학평론가는 "'D.P'는 가학의 피해자 입장에서 연민과 공감을 느끼는 작가의 시선이 살아 있다"며 "또 한호열 상병과 안준호 이병의 우정이 커가는 과정은 곧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능력'이 자라가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오징어 게임'의 알리 압둘 역에 대한 시청자들의 옹호, 그러나 알리를 속여 죽음으로 내몬 상우의 비인간성에 관한 질타는 결국 불합리한 논리에 분개하는 시청자 심리를 대변한다고 전문가는 봤다.
이병철 문학평론가는 "선의를 베푼 조상우와 대결할 수 없다는 이유로 '형이랑 하기 싫다'며 게임을 거부하는 알리의 믿음에 시청자들은 감정을 깊이 이입한다"며 "가학과 피학의 양면성, 내가 살려면 누군가 죽어야 한다는 자본주의의 섬뜩한 사실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오징어 게임'의 성취도는 세 드라마 중 가장 크다"고 평가했다.
'D.P.'의 악인 황장수 병장이 가학의 주체이자 자본주의 시스템의 피해자라는 양면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여울 문학평론가는 "동료 병사를 괴롭히고 갑질을 일삼은 황장수 병장이 제대 후엔 편의점 주인의 온갖 멸시를 받는 아르바이트생이란 점은 특기할 만하다"며 "가학을 표현하는 인물이 또 다른 가학의 피해 대상인 경우도 있다는 점을 'D.P.'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킹덤', 'D.P.', '오징어 게임'에서 보여진 가학성 묘사가 후속 드라마에서도 현실 폭력을 구조화하는 유의미한 장치로 이어질지는 여전한 과제다.
공개 사흘 만에 넷플릭스 한국 1위, 세계 4위를 기록중인 드라마 '마이 네임'은 철창 안에서의 생존 오디션, 신체 절단 등의 가학성을 스토리의 주요 소재로 삼았고, 11월 19일 공개될 유아인 배우 주연의 드라마 '지옥'도 비현실의 광기와 폭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정여울 문학평론가는 "인간의 가학성에 관해선 묘사의 한계가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묘사의 경계 자체가 허물어지는 느낌이 있다. 이는 우려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며 "하지만 앞선 세 드라마는 이전의 콘텐츠를 뛰어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후속 드라마들이 그려낼 폭력의 당위성에 대해선 시청자의 고민이 함께 필요하다"고 말했다.
crou****
단순무식하게 <오징어게임>을 여성혐오, 여성차별 드라마라고 낙인 찍으며 검열하던 페미니스트들의 칼럼이나 기사들보다 이런 접근방식이 훨씬 더 훌륭하다.
dark****
맨날 공중파에서 미남 미녀 사랑 타령에 PPL 도배하기 바쁜 드라마들보단 100배 낫더라2
pipa****
우린 슬기로운 도 좋아해.. 가학성으로 보면 워킹데드가 더 장난아닌데..
insp****
오랫만에 기사다운 기사, 관점다운 관점을 보네요.
kyd4****
슬기로운 의사생활도 넷플릭스에 올려서 세계인들이 모두 시청했으면 좋겠다.
jyel****
오랜만에 좋은 기사인 것 같아요주장이나 시선이 어떻든 정말 기사다운 기사네요인스타그램 퍼온 기사나 자극 적인 기사 말고 분석하는 이런 글 너무 좋아요
777l****
그렇네 너무 다 자극적임.
sssd****
넷플릭스물 드라마는 표현의 제한이 없다.시청자 끌여들이려고 자극적인 19금 물 난무.피는 기본이고 여기에 누드까지 첨가
h382****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하니 훨씬 공감이 많이가는 기사내요
hell****
꽤 괜찮은 평론이네여 간만에 제대로 본질을 간파한 듯한 평론입니다 좋네여 다시한번 생각하게 됐음
gngn****
대박! 이런게 진정한 기사지
cjm3****
오징어게임은 도박의 중독적 요소를 잘 양념한 드라마죠~ 카지노에서 하는 게임들은 지극히 단순하지만 배팅한도가 무척크죠~ 아무배팅이 없으면 1도 재미없을 게임이 배팅금액이 커질수록 긴장감도 같이 커집니다. 그런 긴장감속에서 한번이라도 돈을 따게 되면 엄청난 희열감을 맛보게 되어 중독되는거죠~ 탈락하는 죽음, 이기면 거액의 상금이란 극중 설정은 이런 도박요소를 극대화해 놓은겁니다. 첫화에서 경마로 돈따는 장면을 괜히 넣은것이 아닙니다. 게임참가자들은 모두 돈에 절박함과 동시에 도박중독자들이라 자발적인 게임참여에 설득력이 부여되죠
limk****
넷플릭스 인기컨텐츠는 너무 잔인한것 같아요 동의합니다. 그래서 오징어 게임도 안보려고 했었는데 보니까 재미있긴하더라고요. 잔인함도 익숙해지는것같아요. 뭔가 절제가 필요한것 같습니다..
isur****
말세가 되어간다는 증거네
semu****
점점 가학적이고 폭력화되며 우리의 감정 또한 무뎌져간다.. 난 그게 두렵다..
qaz0****
선비의 나라 아니랄까봐 그럼 미국에 좀비 컨텐츠 소비하는 사람들은 다 가학성에 찌든사람들인가? 디피는 가학성은 무슨 현실이 더 참혹한데 뭐가 그리 불편하신지ㅋㅋ 국내에 이렇게 수위높은 컨텐츠가 없었을 뿐이지 해외컨텐츠는 더하면 더했고 지금까지 잘만 소비해왔는데 대중적으로 인기좀 타니까 의미부여 끼워맞추기 기사; 오버 그만좀
wkdw****
우리나라는 진짜 단순하게 1차원적으로 봐도 70년째 모든 장르의 끝은 연애질인데, 이런 스토리가 신선해서 보는 이유도 있지않나?
jins****
개소리하네 ㅋ 일본이나 서양에서 촬영하는 수준하고 비교해봤냐?? 우리나라가 무슨....
show****
꿈보다 해몽인데 현학적인 해몽이네. 그냥 재밌어서지 무슨ㅎㅎ
wkda****
아이들한테는 보여주지 마십시오. 초등학교때 영화 괴물 봤다가 두세달동안 아파트 사이로 괴물이 나타날까 무서워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 빠르다빠르다 하지만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입니다. 보호해주세요.
air****
그냥 우리가 하는 모든 현실에 물리적인것이든 정신적인것이든 사회적인 것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폭력이 만연해있는데 그것들을 전부 가리고 폭력성을 거세한채 '좋은 컨텐츠'만 만드는데는 한계가 있을수밖에 없고 결국 그 한계가 지금 무너지고 있는
elsk****
인간이란게 당연..
terr****
가학성 좋아하네. 스파르타쿠스 같은 시리즈랑도 비교 해보시지? 어떤게 더 가학적인지.
ddon****
가학성이아니라 현실감에 빠진거지... 가학성은 기존넷플릭스작품들이 훨씬심한거많음 심지어 영화나 드라마내용과 전혀상관없는 슬래셔장면이나 성교장면도많고
sk2h****
가학성에 빠진게 아니라 재밌어서다.가학성이 심한 영화나 드라마는 널렸다.
8932****
마이네임 한소희 아빠가 경찰 언더커버인거알고나서 절규하는신 연기쩔던데....그리고 도강재역할한 배우도 신선한마스크인데 약빤것처럼 연기잘하더만.....
gusd****
오우 오징어게임 한국에서 제작비 지원했으면 러브라인도 볼 만 했을텐데 ♡
jyi3****
❤️ 아 저거 다 좋다 외국 시리즈물보다. 외국 것은 아무리 재밌어도 시리즈 1편과 2편 반보면 재생빠르게 하고 재미없어서 안보게 돤다. 그러나 킹덤은 1,2 시리즈 다 최고다. 내 개인 순위 로보면 압도적 1위 킹덤, 오징어랑 dp는 비슷함. 사실 이정재 연기 별로 오버 스럼.
crag****
마치 한국드라마가 가학성에 빠졌다라는걸 돌려서 까네! 일본드라마는 예술이고 세계1위드라마는 가학성 빠진 드라마냐? 친일아? 일본이 더 잔인에 가학성 심하거든? 가학성이 아니고 현실이 그런걸 화면에 보여준거다충분히 가능성있는걸 보여준거라고 미학 그딴거 치우고 현실을 보여준다 그게 세계1위한 이유라고! 오징어는 인간의 이중성을 여실히 보여주기위해 픽션 가미한거구!
jins****
잼있으니까 보는거죠. 뭔 가학성~ㅋㅋ2
junh****
재미있는 작품들을 뽑아보니 가학성이 있던거지 가학성으로 인기 작품이 되었다고 할 수있나?
grea****
싸잡아 묶기 애매하니까 기생충은 뺐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