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악교과서에 등재된 대중가요
흔히 ‘정답’에 가까운 사실을 말하면
‘교과서’ 같은 이야기라는
평을 듣게 된다.
그만큼 교과서는
학생들에게 ‘재미’보다는
정확하고 제대로 된 사
실을 학습시키는
공적인 의미가 강하다.
그런 교과서이기에
음악교과서에는
가곡과 클래식,
민요가 주로 실려 있었다.
하지만 ‘대중가요로 학
습 동기를 유발한다’는 취지로
1997년 교육인적자원부의
7차 교육과정 기준이
변경되었다. 이
에 따라 조용필,
서태지와 아이들을 비롯한
많은 대중가수의 노래가
음악교과서에 수록되었다.
18개 출판사 중
10개 출판사의
중고등학교 음악교과서에
총 60곡의 대중가요가 소개되었고
외국 팝송도 38곡이나 수록되었다.
가요의 역사가 길어짐에 따라
‘딴따라 문화’로 폄하되었던
대중가요의 위상이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교과서가 사랑하는
대중가요는 무엇일까?
가장 많은 교과서에 소개된 곡은
70년대 포크여가수
윤연선의 얼굴로 확인되었다.
총 6개의 음악교과서에
수록되었다.
더 클래식의 마법의 성도
3개 교과서에 실려 있다.
그렇다면 교과서에
가장 여러 곡이 실린 가수는?
그 주인공은 조용필이다.
여행을 떠나요,
돌아와요 부산항에,
한오백년,
친구여 등 4곡이
소개되었다.
조용필의 뒤를 잇는 가수는
송창식이다.
그가 노래한 번안곡
산골짝의 등불,
우리는, 그대 있음에 등이
음악교과서에 실려 있다.
흥미로운 것은
지상파 TV 방송 프로그램인
유희열의 스케치북도
3개의 교과서에 소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2개의 교과서에서 소개하고 있는
대중가요는
박혜령의 검은고양이 네로,
노래마을의 나이 서른에 우린,
양희은의 작은 연못,
이종용의 겨울 아이,
송창식의 그대 있음에,
한돌,
서유석의 홀로 아리랑,
윤도현밴드의 오! 필승 코리아,
김영동의 어디로 갈거나,
최호섭의 로봇 태권브이,
혼성 보컬그룹 해바라기의
뭉게구름,
조용필의 한오백년,
프로젝트 남성 듀오 카니발
(리메이크 인순이)의
거위의 꿈,
다섯손가락
(리메이크 동방신기)의
풍선 등 무려 13곡이나 된다.
이 중 박혜령의
검은 고양이 네로는
70년대 어린이가수
열풍시대를 이끌었던 히트곡이다.
2000년도에 나온
중학교 1학년
세광출판사발간
음악교과서는
이 노래를
‘프라마릴 & 소리칠’ 작곡으로
소개하고 있다.
또한 원래 이 곡은
이탈리아에서 매년 개최되는
어린이를 위한 음악 콘테스트
'제키노 도로'
(순금으로 만든 동전이란 뜻)의
입상곡이다.
페트의 검은고양이를 의인화시켜
어른들의 모습을 풍자한 노래라고
소개하고 있다.
뭉게구름은
혼성 그룹 해바라기의 노래이다.
이 노래를 부른
혼성 4인조 포크 그룹 해바라기는
이주호가 주도했던
80년대의 남성듀오와는
다른 팀이다.
사실 ‘해바라기’는
70년대에
서울 명동 가톨릭 여성회관에서
진행되었던 노래모임이 모태였다.
오리지널 멤버인
이정선, 한영애, 김영미, 이주호는
모두 이 노래모임의 멤버들이다.
혼성 그룹 해바라기는
3장의 음반을 발표하고
해체되었고
이후 이주호가 주도하는
남성 듀엣으로 마무리되었다.
2개의 음악교과서에 실린
동방신기의 풍선은
80년대 캠퍼스밴드인
다섯손가락이 오리지널이다.
교과서에는 악보와 함께
'2006년에 '동방신기'가 다시 불러
크게 인기를 얻은 후,
이제는 세대를 초월한
애창곡이 되었다"라고
이 노래를 설명하고 있다.
동방신기는
국내 음악교과서에 그치지 않고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제작하여
리투아니아에서 사용 중인
영어 교과서에도 등장했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라는
주제의 단원에 등장하는
방 사진에서
벽면에 붙어 있는 포스터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캐나다 교과서에도 실렸다는
제보가 있지만
확인하지는 못했다.
대중가요는 음악교과서에만
수록된 것은 아니다.
2009년 미국에 진출했던
걸그룹 원더걸스는
음악교과서가 아닌
사회교과서에 소개되기도 했다.
중학교 1학년 사회교과서의
'대중문화와 우리의 삶'이란
단원을 보면
'가수가 춤과 노래로
많은 인기를 끌게 되면
그것을 따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며
1집 수록곡 Tell Me 활동 당시의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시대별로 음악교과서를 살펴보면
각 시대마다
우리 아이들이 배웠던 노래들을 통해
우리의 근현대사를 알아볼 수 있다.
음악교과서의 역사는
1905년 을사조약을 계기로
일제가 각 학교에
불온창가집의 사용을 막기 위해
민간인이 만든 창가집을
압수하면서 시작된다.
그 때 조선총독부에서
학교 교육용 창가집
편찬 작업에 들어갔으니
그 역사가 110년을 넘었다.
최초로 등장한 음악교과서는
1910년 국권침탈 직후에
총독부에서 발간한
보통교육창가집이고
1914년 신편창가집을
발간해 학생들의 교과서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조선총독부에서
1940년(소화 14년)에 발행한
초등학교 2학년 창가집
(음악교과서)은
음악을 창가로 표기한 것부터
시대적 질감을 느끼게 한다.
모든 노래가 일본어로 되어 있어
식민지 조선의 어린이들이
일본어로 노래공부를 했음을 알 수 있다.
교과서에 수록된 대중가요 중
가장 오래된 노래는
1926년에 발표된
윤심덕의 사의 찬미다.
2016년 영화 덕혜옹주에 삽입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노래이다.
이 노래는
도서출판 태성에서 발간한
고등학교 음악교과서에 실렸는데,
교과서는 윤심덕의 사진과 함께
유행창가가
상업적 음반으로 만들어지면서
대중가요가 탄생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2001년 교학사에서 발행한
고등학교 음악과 생활 교과서는
이 노래를
'개화기 이후 생겨난 창가는
찬송가나 외국의 민요에
노랫말을 붙였다.
이 곡은 이바노비치 작곡의
다뉴브 강의 잔물결이란
왈츠에
윤심덕이 가사를 붙여 부른 곡으로
당시 우리 민족의 상황을
엿볼 수 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눈물저즌두만강 / 왜못오시나 앨범 앞면, 이경호 소장
2001년 교학사에서 발행한
고등학교 음악과 생활 교과서는
1930년대의 대표곡으로
김정구의 눈물젖은 두만강을
선정했고
'일제시대 나라 잃은 설움을
달래며
뿔뿔이 흩어진 가족을
그리워하며 부르던 노래이다.
또한 6.25전쟁 후에는
동족상잔의 아픔을 달래는
노래로 불렸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민족의 애환을 담은 명곡
눈물 젖은 두만강은 발표된 지
25년 후인 1963년
민경식감독이
동명의 영화로 제작하고
1964년 KBS 라디오의
인기프로그램
‘김삿갓 북한방랑기’의
주제가로 방송을 타면서부터
국민적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1944년(소화 18년)의
조선총독부 발행
초등학교 4학년 음악교과서에는
식민지 조선에
전쟁을 독려하고 장려할 목적으로
황군의 깃발 아래
징용을 가는 모습을 미화한 노래가
2페이지에 걸쳐 실려 있다.
입영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대표적이다.
태평양전쟁이 극에 달했던 시기,
초등학교 음악교과서에도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이다.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이 되었으나
해방의 감격도 잠시,
남북의 이데올로기 대립이
극심해지면서
민족의 최대 비극인
한국전쟁이 발발하였다.
50년대 교과서는
그런 시대상을 반영한다.
1950년 한국 전쟁 중에도
임시 음악교과서가 발행되었다.
1955년 문교부발행
5학년 음악교과서에는
받들자 상이군인 같은 노래가 수록되었다.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에는
현인의 굳세어라 금순아가 소개되어 있다.
4.19 의거, 5.16 군사정변으로
등장한 군사정권이 집권한
60년대의 모토는
국가재건, 경제개발이었다.
60년대의 책들은
교과서뿐만 아니라
소설책 잡지 등
인쇄물들의 색감도 고색창연하다.
그림의 내용도 밝고 경쾌함이 느껴진다.
1963년 발행된
초등학교 1학년 음악교과서를 보면
국가재건 시기답게 활기가 넘쳐난다.
1964년에 초간이 발행되어
60년대 내내 사용되었던
음악교과서를 보면
대부분 흑백 교과서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유독 컬러로 화려하게 색감을 넣은
교과서도 눈에 띈다.
음악교과서에 수록된
60년대 대중가요로는
태성에서 발간한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이미자의
동백아가씨와
블루벨즈의 냉면,
김세레나의 살짝이 옵서예가 있다.
1973년부터 사용된
초등학교 6학년 음악교과서를 보면
인쇄와 판형이 60년대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이 시기의 음악교과서에도
당시 시대상을 알 수 있는데
혼분식을 장려하는 정부 정책에 따라
즐거운 혼분식 같은 건전가요가
수록되어 있다.
실제로 그 당시 각급 학교에서는
점심시간에 보리쌀과 흰쌀의 비율을
점검하고 조사하는 일까지 있었다.
이외 음악교과서에 소개된
70년대 대중가요는 상당히 많다.
태성에서 발간한 고등학교 음악교과서에는
70년대를 대표하는 노래로
산울림의 아니 벌써를
멤버들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산울림의 노래는
동요를 밴드음악으로 들려준
개구쟁이가 한 곡 더 소개되어 있다.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대표곡으로 선정한 교과서들도 있는데
'황선우 작사 작곡-
1970년대 후반부터 트로트는
이전에 비해 비트가
좀 더 세련되고 강해졌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70년대는 통기타와 포크송이 대세를 이
룬 청년문화 시대이다.
이에 음악교과서들도
남성 포크 듀오 둘 다섯의 음반과
남성 포크 듀오 버들피리의
눈이 큰 아이를
‘작사 미상 김홍경 작곡’으로
소개하면서
'통기타, 청바지로 대표되는
1970년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곡'으로
설명하고 있다.
김세환의 목장길 따라도
‘작사 미상 보헤미아 민요’로
소개되어 있다.
정태춘이 만들고
박은옥이 노래한 윙윙윙도
음악교과서에 소개된
70년대 대중가요이다.
교학사에서 발행된
고등학교 음악교과서에는
'1980년대 컬러 TV, 비디오의 등장은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등장시켰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1980년대는
조용필의 독주가 시작된 시대다.
또한 다양한 장르음악이 꽃피운
한국 대중가요의
르네상스 시대이기도 하다.
이문세와 고인이 된 작곡가 이영훈은
팝 발라드 장르를 개척하며
80년대를 황금기로 이끈 명콤비다.
지금도 사랑받는 붉은 노을은
태성출판사에서 발간한 음악교과서
'우리 시대의 음악' 단원에
이 노래가 소개되었다.
'이문세의 1988년 붉은 노을과
이를 2008년 리메이크한
빅뱅의 곡을 비교해보자'며
학습 동기를 유발하고 있다.
그 외 음악교과서에 실린
80년대 대중가요는
이선희의 데뷔곡인
1984년 강변가요제 대상수상곡인
j에게,
이동원 박인수의 시노래 향수,
전영의 모두가 천사라면,
변진섭의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가
소개되어 있다.
2002년에 나온
세광음악 중학교 3학년 교과서에는
한돌 곡인 신형원의 히트곡
터가 소개되어 있다.
상당수 음악교과서는
1990년대 대중음악에 대해
'신세대 가수들의 등장과
대중 매체의 발달로
다양한 장르의 대중음악이 발달하였고
그 중 댄스 음악이 부상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1990년대 헤비메탈 그룹
시나위의 멤버였던 서태지가
그룹을 탈퇴하고
한국에 랩을 처음으로 소개하면서
한국적 랩을 시도하였다.
서태지 이후 수많은 댄스 그룹들이
우후죽순처럼 나왔다가 사라지기를
수없이 하여
한국 대중음악계가
10대 위주의 댄스 음악으로
흘러갔다.'라고 설명한다.
음악교과서에서
1990년대 대중가요의 대표곡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3집 수록곡
발해를 꿈꾸며를 꼽고 있다.
더불어 서태지와 아이들의
1집 타이틀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난 알아요도 교과서에 소개되어 있다.
이 노래는 악보까지 실렸는데
'적절히 배치해 놓은 전자음의 효과,
그리고 한국적 정서가 묻어나는
노래 선율이 잘 어우러져 있다.
90년대부터는 랩과 같은 유형의 음악이
젊은이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1994년 발표된 발해를 꿈꾸며는
분단된 조국의 아픔과
통일의 염원을 담고 있다.
이 곡은 당시 청소년들 사이에
통일의 의미를 되새기는
의미 있는 파급 효과로
대학가에 발해사 강의가
활발해졌던 계기를 제공했다.
그 외 음악교과서에 소개된
90년대 대중가요로는
최영준과노사사의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G.O.D의 어머님께,
전람회의 10년의 약속,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이 있다.
태성출판사 고등학교 음악교과서는
2000년대를
'댄스음악 발달 아이돌 그룹 출연'으로
설명하면서
소녀시대의 Gee를 대표곡으로 수록했다.
소녀시대는 중학교 음악교과서에도
신세대, 아이돌 그룹의 대표 주자로
소개되며
'2000년대는 댄스 음악이 급부상,
아이돌 그룹이 대중음악의 큰 흐름을
차지하게 되었다'라고 설명한다.
이에 '힙합, 랩, 레게, 테크노 등의
요소가 강한 댄스 음악이 발달하면서
대중음악을 향유하는 연령층이
매우 낮아졌고,
아이돌 그룹이
대중음악의 큰 흐름을
차지하게 되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혼성 랩 댄스 그룹
거북이의 흥겨운 랩 댄스음악인
사계,
CCM인 이수영의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도
음악교과서에 소개되어 있다.
90년대 중반 이후 부상한
인디음악도 소개되어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펑크록 밴드들은
음반이 대기업 음반사에 의해
대량생산 유통되는 구조를 반대하고
소규모 독립적 음반사를 만들어
자신들의 음악을 생산 유통했다.
이와 같이 기존의 유통 구조로부터
벗어났다하여
이들의 음악을 인디음악이라고 부른다.'라며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도 소개하고 있다.
한국 대중가요의 역사가
100년에 이르고 있고,
각 시대를 대표하는 ‘클래식’을
꼽을 수 있을 만큼 성숙해짐에 따라,
앞으로 더 많은 대중가요들이
중고등학교 음악교과서에
소개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