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근 엽채 일급 김연대 이순 지나 고향으로 돌아온 아우가 버려두었던 옛집을 털고 중수하는데, 육 십 년 전 백부님이 쓰신 부조기가 나왔다. 을유년 시월 십구일 정해년 오월 이십일 초상 장사 소상 대상 시 부조기라고 한문으로 씌어 있었다. 육 십 년 전 이태 간격으로 조모님과 조부님이 돌아가셨을 때의 일이다. 추강댁 죽 한 동이, 지례 큰집 양동댁 보리 한 말, 자강댁 무 열 개, 포현댁 간장 한 그릇, 손달댁 홍시 여섯 개, 대강 이렇게 이어져 가고 있었는데, 거동댁 大根葉菜一級이 나왔다. 대근엽채일급을 유심히 들여다보다가 나는 그만 핑 눈물이 났다.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한 내 아버지, 할아버지와 이웃들 모두의 처절한 삶의 흔적, 그건 거동댁에서 무시래기 한 타래를 보내왔다는 게 아닌가. <<지구문학>> 2014년 봄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