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대구매일신문
수많은 종류의 나무들이 있는 가운데 키가 큰 나무는 큰대로 쓸모가 있고, 작은 나무는 작은 대로 쓸모가 있다. 커서 아름다운 나무가 있다면 작아서 아름다움을 가진 나무가 회양목이다. 어느 정원이나 공원에 회양목이 없는 곳이 없으니 누구나 회양목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작지만 제 몫을 톡톡히 하여 우리나라에서 회양목만큼 많이 심어지는 나무도 드물다. 특히 잔디밭이나 정원에 철책 대신 회양목으로 촘촘히 무리 지어 심어 경계를 나타내는 경우는 생 울타리로의 효과와 함께 사철 아름다움을 우리들에게 준다.
<회양목의 열매>
회양목은 작은 키 나무의 관목(灌木)으로 가지가 사방에 퍼져 푸른 상록성이며 잎들은 윤기를 내며 싱싱하기에 늘 사랑을 받는다. 우리 주위의 길 양쪽이나, 공원, 정원을 아름답게 꾸미는 멋진 나무인 회양목은 글자를 나타나게 심어 지역의 안내나 선전의 이용에도 쓰인 경우를 볼 수 있고 나무를 손질하여 세모, 네모, 둥근 원형 등으로 자유롭게 길러서 수형을 갖춘 곳들도 많다. 아마 키가 크다면 이런 일은 없으리라. 나의 왼손 엄지부근에는 칼자국의 흉터가 하나 있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 때에는 중학교에 원서를 내려면 도장이 필요했다.
마른 호박의 꼭지나 측백나무로 도장을 새겨 찍기도 했는데 회양목은 당시에 도장을 새기는 귀한 나무로 아예 ‘도장나무’라고 불렀다. 요즘처럼 도장 새기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라 칼날을 만들어 자신의 도장을 새기는 일이 고학년들에게는 많았는데 단단한 도장나무에 칼질이 빗나가 상처를 입은 흔적이 흉터로 남았기에 그 후로는 단단한 회양목 도장은 겁이 나서 만들지 못했다. 벼락 맞은 대추나무의 도장은 ‘벽조목’으로 최고로 쳤고 보통은 모두가 회양목으로 도장을 새겨 사용 하였다.
<회양목의 원형>
회양목은 작은 나무이기에 다른 나무들 보다 이른 봄에 연황색으로 꽃을 피워 벌들을 많이 불러 꿀과 꽃가루를 주는 밀원식물이며 자손의 번성을 위해 일찍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봄철 어린 잎이 나올 때면 꼭 병충해를 입기에 관심을 가져 주어야 하며 여름에 콩알 크기로 익은 열매는 저절로 터져 씨가 사방으로 흩어진다.
회양목은 음지와 양지 모두에서 잘 자라며 추위와 공해에도 강하고 습기진 곳이나 건조지 모두에 생장이 양호하여 토양을 가리지 않는 편이지만 우리나라에는 석회암 지대에 많이 자생을 하는 편이므로 잎의 색이 황색을 띄운다면 자라고 있는 곳의 땅에 석회질이 부족한 것으로 짐작 할 수 있다.
회양목은 옛날에 호패(號牌)와 도장(圖章), 조각재, 장기알, 측량도구, 목관악기나 현악기의 줄받이 등의 세밀한 조각 재료로 유명하였고 다른 나무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를 갖는데, 더디 자라는 만큼 재질이 치밀하고 균일하며 광택까지 있어 고급의 나무 활자를 만들기에는 빠질 수 없는 필수품으로 이용되었다. 삼국사기나 조선왕조실록에는 인쇄문화를 이끌어 온 나무로 전한다. 이러한 쓰임새로 인해 많이 베어졌기에 큰나무가 없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하겠다.
경기도 화성의 용주사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회양목 천연기념물이 있는데 나무의 높이가 5m 정도이니 회양나무로는 교목의 상태이며 수령이 약 300년으로 수년 전에 천연기념물 지정을 해제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절집으로 전화를 내었다. 용주사 대웅전 앞의 천연기념물 회양나무는 이런 저런 노력을 다 해도 결국은 잎이 모두 떨어져 고사했다는 것이다. 뽑아버렸냐고 다시 물으니 죽은 채 아직도 그냥 있다고 한다. 여기의 회양나무는 조선시대 정조 임금이 아버지 사도세자를 잘 모시기 위해서 영주사를 자주 찾으면서 절을 아름답게 꾸며야 한다는 생각으로 손수 심은 나무라서 역사적 사실을 간직한 나무로 백성들이나 스님들이 보물처럼 여기며 관리했고 곳곳에 회양나무를 비롯 여러 나무를 심었기에 용주사는 영화를 누리며 크고 아름다운 나무들로 인해 오래도록 유명세를 이어오는 절이 되었다.
후손들의 관리 잘못인지, 아니면 수명이 다하여 그런지 유일한 회양나무의 천연기념물이 죽어 없어지니 아쉽기만 하다. 지역에 알려진 큰 나무는 도산서원의 퇴계 선생이 거처하던 집 앞뜰에서 2m 정도의 회양나무를 본 적이 있다.
<회양목(공원길 돌 틈)>
여러 곳에 회양목이 심어져 있는 가운데 영남대학교의 교정에 심어진 회양목은 정원사가 의도하는 대로 잘 관리된 매우 인상적인 곳이었다. 돌 틈을 비집고 심어도 돌과 잘 어울리며 자라는 회양나무는 한 그루만이 아닌 모아 심기를 하여 전정을 하고 관리를 할 때 진가를 나타내는 것 같다. 세상만사는 절대적이 아닌 상대적인 것이 아주 많다. 조경을 하여둔 곳의 주목(主木)들이 무성하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벌, 나비, 새들을 불러들일 때 묵묵히 침묵을 지키며 하목(下木)으로 주목들을 빛나게 하는 회양목은 환경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우리 곁에서 친근함을 준다.
대구대진초교 교사 김상기
첫댓글 회양목 공부 잘 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