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옛날에는 모계사회였고 그래서 남자는 결혼을 하면
바로 여자의 집으로 들어가서 살았다.
그래서 남자는 결혼을 하게 되면 데릴사위로서 신부 집에서 일을 하면서
첫 아이를 낳으면 비로소 독립해 나가도록 되어 있었다.
고구려 때의 풍속에 따르면 혼인식을 하고 나서는 신랑은 장인, 장모의
집에 들어가서 신부와 함께 신혼생활을 하였다.
그야말로 장인 집 곧 장가(丈家)에 들어가 사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장가든다'고 하는 것은 신랑이 장인 장모가 사는 집으로 들어가서
신부하고 함께 산다는 뜻에서 유래한 말이다.
몽골 칭기즈 칸의 어린 시절 테무친도 그의 신부 집에서 오래도록 살았는데,
이것은 우리의 데릴사위 결혼 풍습과도 일치하고 있다.
지금은 이러한 풍습이 없어졌지만 '장가들다'라는 말에는
아직도 그 유습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또 전통 결혼에서는 결혼식이 끝나면 신랑이 사흘 동안 신부 집에
묵어야 하는데 이것도 모계사회의 결혼 유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요즘의 신혼부부가 결혼하여 신혼여행을 갔다가 돌아와서
먼저 신부 집에서 하루 자고 다음날 시부모집으로 가는데 이것도
그런 유풍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모계사회였을 때에는 남자가 장가를 들었고 부계사회로
되어서는 여자가 시집을 가는 양상으로 어휘가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결혼하여서 장가에도 안 들어가고 시집에도 안 가고 그냥
신혼집으로 가는 경향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말에는 생활의 진솔한 모습과 풍속을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다.
우리가 쓰는 말은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얼을 반영해주는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