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중동(Middle East).
이곳 중동의 호전국가 이스라엘은 적대국가들에게 둘러쌓여서 불안정한 지정학적 위치에 있으면서도 전쟁도 서슴없이 일으키는 나라로 유명하다.
거기에다 1960년대에 빠르게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여 다른 중동 국가들은 심기가 매우 불편해졌다.
때마침 중동에서는 두 명의 지도자가 등장하는데 바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과 이란의 호메이니이다.
중동의 차기 패권을 두고 경쟁하던 두 나라는 서로가 '새로운 중동의 대장이다.'라고 주장하다 전쟁을 일으켰다.
이게 바로 이란-이라크 전쟁.
이란과 이스라엘을 누르고 진정한 중동의 패권국이 되기 위해서는 미국도 염려할 만한 위력의 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알고 있었다.
이라크도 이스라엘처럼 핵을 보유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핵무기의 힘에 의한 세계질서를 중요시하는 '세계의 경찰국가 미국'과는 다르게 프랑스는 돈만 주면 핵기술을 파는 나라였는데 현금 수준에 따라 여러 옵션으로 핵쇼핑을 할 수가 있었다.
이스라엘도 이미 과거에 핵 기술 구매를 해서 아직까지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프리카의 알제리에서 핵실험까지 할 수 있었다.
이 점은 프랑스가 한 핵실험인지 또는 구매자가 한 핵실험인지 구분이 어려워져 증거인멸에도 수월했다.
이에 사담 후세인은 프랑스에 핵 구매 의사를 전하며 "우리는 산유국이다. 핵을 주면 프랑스에 석유를 팔겠다."고 제안했고 프랑스는 바로 계약를 맺었다.
물론 이스라엘의 반발이 있었지만 막지는 못했다.
프랑스와 이라크는 곧바로 수도 바그다드 근처에 원자력 발전소를 짓기 시작했다. 발전소의 이름은 죽음의 신 오시리스와 이라크의 이름을 합쳐서 "오시라크".
겉으로는 평화적 목적의 연구용 원자로라고 했지만 프랑스가 제공하는 고농축 우라늄을 넣으면 플로토늄 생산공장이 되는 핵시설이었다.
이스라엘은 자신들도 프랑스로부터 똑같은 방식으로 기술을 전수 받았기에 조만간 이라크도 핵무장을 할거라고 예상하는게 가능했다.
사담 후세인은 이 시설을 일부러 수도 근처에 지어서 혹시라도 공격을 받으면 체르노빌급 재앙이 발생하도록 유도했다.
이 점을 간파한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원자로에 연료가 주입되고 가동되기 전에 이 시설을 파괴해야 했다.
이스라엘은 지금까지의 숱한 전쟁을 겪은 베테랑 파일럿을 선발해 최고 중에 최고만으로 구성된 작전팀을 만든다.
직접 이라크 본토까지 날아가서 원자력 발전소를 타격하기로 한 것이다. 작전명은 '오페라'.
문제는 오시라크까지 가려면 1,600km가 넘는 거리를 날아가야 하는데 중간에 제 3국의 하늘을 통과해야 할 뿐만 아니라 돌아오기 위한 연료도 매우 빠듯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에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통상 무게의 2배 수준으로 연료를 과적하고 폭탄은 전투기당 단 2발만 탑재했다.
원래 전투기들은 상대 전투기를 만났을 때를 대비해서 레이더 교란 장치랑 방어용 미사일을 항상 달고 다니는데 항속거리를 확보하려면 무게를 줄여야 해서 이것도 거의 다 떼어냈다.
위에 사진을 보면 전투기가 달고 있는 커다란 흰색 통이 연료통인데 필요한 폭탄을 제외하고 저렇게 거의 연료통만 달고 간 것이다.
여기에 레이더에 걸리는걸 피하기 위해 고도 30m의 저공 비행으로 침투했다. 이는 전투기 입장에서 곡예비행 수준으로 매우 난이도가 높은, 거의 땅에 붙어가는 수준이다.
비행중 마침 적대국인 요르단의 국왕의 개인 요트 위를 그대로 날아서 갔는데 너무 낮게 날아서 요르단 국왕이 직접 두 눈으로 이스라엘 국적 표시 마크를 볼 수 있었을 정도였다.
또한 만일 레이더에 걸리더라도 거대한 여객기처럼 탐지되도록 최대한 가까이서 밀집 비행을 했다.
이러한 초밀집 비행은 서로가 일으키는 바람 때문에 자세를 잡기 힘들고 까딱해서 타이밍이 안 맞으면 서로 충돌할 수 있기 때문에 역시 매우 위험했다.
가장 큰 문제는 폭격 임무 그 자체였는데 폭탄을 그대로 떨어뜨리면 명중률이 2%도 안 될 정도로 낮았다.
전투기 한 대가 레이저 포인터를 쏴주면서 유도를 해주면 정밀 폭격도 가능했는데 당장 적대국 수도를 폭격하는데 여유롭게 레이저 포인터를 계속 쏴줄 여유도 없었고 레이저 조준장치도 무거운지라 아예 달고 오지를 않았다.
그러면 어떻게 조그만한 원자로를 정밀 폭격을 할 수 있었을까?
바로 '급강하 폭격'.
2차 세계대전 당시에 미국이 이런 방식으로 일본 항공모함들을 대거 침몰시켰었다.
전투기가 폭탄을 껴안고 마치 다이빙을 하듯이 목표물에 돌진해서 내려오는 것이고 그러다가 최후의 순간에 전투기는 폭탄을 분리하고 땅에 부딪히기 직전에 다시 하늘로 올라가면 된다.
2차 세계대전때는 프로펠러 전투기의 속도가 느려서 그나마 여유가 있었지만 제트 전투기는 속도가 매우 빨라서 까딱 잘못하면 그대로 땅에 쳐박힌다.
여기에 급강하 폭격을 하려면 매우 높은 곳에서 해야하기 때문에
1. 30m 높이로 레이더를 피해서 초저공 비행을 하다가
2. 목표 지점 바로 앞에서 2000m로 급상승
3. 2000m에 도착하면 바로 핵발전소를 향해 급강하
4. 폭탄을 떨어뜨린 후 안전고도인 12,000m까지 다시 급상승
이라는 롤러코스터급 기동을 해야하는데 전투기 속도가 엄청 빨라서 중간중간 급격하게 위아래로 트는 순간 온몸이 박살나는 수준의 압력이 가해진다.
◆ 당시 작전 기록 영상
전투기의 움직임 때문에 파일럿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는 걸 들을 수 있다.
8대의 전투기가 총 16발의 폭탄을 투하하여 그 중 14발의 폭탄이 명중했다.
유도 장치없이 오직 파일럿의 감각만으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대부분 원자로에 들어갔다.
첫번째 폭탄이 원자로 외벽에 구멍을 내고 나머지 폭탄들이 줄줄이 그 구멍 안으로 들어가면서 원자로를 산산이 초토화시켰다.
사전에 이스라엘은 이 고난도의 작전에서 전투기 몇대가 격추될거라고 예측했는데 작전 실행시 마침 이라크군의 저녁 식사 시간이라 이 공격에 손쓸겨를이 없는 무방비의 상태였고 파일럿들은 전부 살아서 달아올 수 있었다.
위치상으로 이라크 깊숙한 곳에 있는 수도여서 긴장을 풀고 있었는데 이스라엘 군이 국경에서부터 초저공 비행으로 들어와서 기습 공격을 당한 것이다.
오시라크 원자력 발전소는 사진에서 보듯이 완전 파괴되었다.
애초에 발전소가 아직 가동 전이라 방사능 누출은 없었지만 이 작전의 성공으로 이라크의 핵 개발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여기에 이미 이웃 나라인 이란과 전쟁중이라 이스라엘에 대한 반격도 할 수 없었다.
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