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지역의 소규모 학교에서 전교생이 무상으로 참여하는 방과후 학교 외국어·문화 교실 운영을 통한 다문화 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본보기가 되고 있는 곳이 있다. 광주광역시 도심권에서 좀 떨어진 도시 공단 지역에 자리하고 있는 평동초등학교가 바로 그곳이다. 평동초는 지난 10월에 '함께 해서 행복해요! Salad bowl 프로젝트'라는 주제로 열린 제3회 교육인적자원부 주최 전국혁신경진대회에서 광주에서 출전한 5개 팀 중 유일하게 최종 예선을 통과하여 교육인적자원부장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학교 전경
※Salad bowl : 다문화 교육의 방법으로 각각의 야채가 그 자체로 접시에 담겨 있지만 같이 있어 더욱 맛이 나게 하듯이, 다문화 민족이 서로의 다양성과 정체성을 인정하고 함께 함으로써 서로의 존재가 빛이 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음.
#다문화 문제를 장점으로 살려
평동초는 광주시 광산구 평동공단에 위치한 6학급의 농촌형 소규모학교로 농촌 인구의 감소와 교육 시설의 낙후, 소규모 학교는 도심지 학교에 비해 교육력이 약하다는 편견에 따라 시내 학교로의 일부 학생 유출 등 교육 여건의 상대적 빈곤 현상이 크기 때문에 학부모의 학교에 대한 관심과 기대도 매우 낮은 곳이다.
현재 전국의 사교육 열풍이 공교육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지만 평동초의 경우 사교육을 받고자 해도 경제적인 부담과 학교 주변에 사교육 기관이 없는 관계로 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일부 학생들이 사설 학원의 교육을 받고 있지만 멀리 광주 시내의 학원으로 장시간 버스를 타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으며,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대다수의 학생과 학부모는 교육 여건의 불평등 상황에 처해 있는 것.
다문화교육 지원협의회 모습
이러한 실정으로 인해 학생들의 학습 성장과 학부모들의 사교육 소외감 해소 및 경감을 위해, 또한 공교육의 내실화를 위해 학교 주도의 방과후 교육 활동 제공이 절실하다고 뼈저리게 느낀 교장과 교사들이 발벗고 나섰다. 평동초에는 중국계 다문화 가정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고, 올해도 신입생이 입학하는 등 그 수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에 맞춰 '지역 맞춤형 다문화 교육'을 실시하게 되었다. 평동초에 개교한 대안학교인 새날학교에는 일반 학생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고, 항상 위축되고 소극적이어서 학습 성과도 매우 낮은 편이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다국적 문화를 접하고 그들의 언어를 익히며 그들과 갈등이 없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아이들을 위해 최선의 방법이라는 생각이었다.
#원어민 강사 교통비 지급도 빠듯
평동초가 이번에 발표한 방과 후 학교 지역맞춤형 다문화 교육은 러시아어, 태국어, 몽골어, 베트남어, 중국어, 일본어, 영어(필린핀어) 등 7개 외국어를 배우고 익힘으로써 국내 거주 외국인 100만 명 시대를 맞아 각 나라의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하여 다문화 가정 학생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을 기른다는 내용이다.
평동초의 방과후 학교
평동초는 방과후 학교 외국어 교육 운영과 관련된 계획 수립과 실천을 위해 윤재호 교장을 중심으로 교사, 학부모, 학교운영위원과 지역민들로 구성된 지원협의회를 만들었으며, 자문위원들의 자문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 방과후 학교 설명회 자료를 참고로 강사 선정 기준을 정했으며, 외국인과 의사소통에 자신감을 갖고 다문화 이해 중심의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우수한 원어민 강사를 확보하였다. 하지만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원어민 강사의 보수였는데, 백방으로 노력한 끝에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를 통해 섭외해 교통비 정도만 지급하고 소외된 농촌 아이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정도의 비용도 교사들이 공모전을 통해 상금을 받으면 그것으로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전교생 모두가 무료로 외국어를 공부할 수 있는 행운을 갖게 된 것이다. 이번 발표회의 자료도 모두 교사들이 직접 만들어 발표할 만큼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 모두가 '지역 맞춤형 다문화 교육'에 열정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
#사시사철 꽃이 피는 교정
이번 성과 외에도 평동초는 Salad bowl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다문화 가정과 함께 지역 문화 유적지 탐방과 사물놀이를 함께 하는 '국악체험 한마당' '예절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교생과 학부모, 지역민들이 모두 모여 어울림 한마당을 벌이기도 했다. 또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과, 부모의 이혼으로 결손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위한 '마음의 쉼터'를 운영해 전문상담사가 상주하면서 아이들로 하여금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러한 모든 활동들이 모두 교사들의 열정과 도우미 역할을 자처한 학부모들의 노력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라고 윤 교장은 말했다.
평동초의 방과후 학교
이밖에도 평동초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또 있다. '아름다운 학교 만들기 운동'을 전개해 쾌적하고 아름다운 자연 친화적인 학습 환경을 조성해 사시사철 꽃이 피는 교정을 만들고 있으며, 잔디밭에는 '쉼터'를 만들어 야외수업에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또 지난 11월 2일에는 5년 만에 '학예회'를 열어 전교생이 모두 발표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학생들과 학부모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
지난 9월 1일자로 부임한 윤 교장은 "열악한 학교 실정으로 인해 성심 성의껏 지도하고 있는 원어민 강사들에게 교통비 정도 밖에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 매우 미안하고 안타깝다"며 "우리 학교의 7개 외국어 교육을 위해 가장 시급한 문제가 바로 예산 확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윤 교장은 "교사들의 열정이 있어 버텨오고 있지만 지자체의 관심과 지역 기업들, 지역민들의 지원이 절실한 상태"라고 호소했다.
평동초의 '방과후 학교의 지역 맞춤형 다문화 교육'이 계속되길 바라는 이들의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진다면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즐겁고 신나는 학교로 공교육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주는 패러다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