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란 쉽고도 어렵다.
사람과의 인연도 그러하지만 장소와도 그런것 같다.
지난달에 가기로 했던 남해 대도섬은 날씨탓에 미루어졌는데 오늘도 고르지 않은 날씨에 배를 타는것은 위험하다고 또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쉽게 만나지지 않는 대도섬을 아쉬워하며 오늘은 공주 수국축제다.
꿩대신 닭이 아니라 어쩌면 꿩대신 용일지도 모른다.
수국을 엄청 좋아하는 내게는 행운의 날이 될 것같은 생각으로 출발이다.
참여 회원수가 조금씩 줄어 걱정스러운데 오늘은 오랫만에 많이 나온 선후배들이 더 반가워 포옹하며 반긴다.
모내기가 끝난 논은 막 심은 모들이 초록 카펫을 깔아 놓은것 같다.
땅내음 맡으며 자연의 도움으로 쑥쑥 자라겠지.
쌀값이 내려가든 말든 쌀소비가 줄든 말든 아랑곳없이 묵묵히 제 할일을 한다.
스쳐 지나가는 산마다 밤꽃이 가득한걸 보니 공주가 가까워지나보다.
오늘따라 회원들이 각자 준비해온 다양하고 많은 간식 덕분에 쉴새 없이 먹고 또 먹으며 웃음소리는 차안을 가득 메운다.
점심 먹는 장소 찾는 선수인 전대장이 공주 휴게소에서 이른 시간에 밥상을 펼치는걸 보니 공주는 마땅한 장소가 없나보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아 모든것이 재밌고 즐거운 회원들이라 배가 안고프다 하면서도 모두들 맛있게 먹는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식사는 장소와 상관없이 즐겁다.
유구읍에 위치한 유구천을 따라 송이송이 탐스럽게 핀 수국꽃들이 탄성을 자아낸다.
흰꽃들이 늘어선 길을 따라 걸으며 감탄하고, 사진찍고 맘껏 즐긴다.
꽃 앞에서는 모두들 모델이 되어 여럿이 함께, 혼자서 사진 찍기 바쁘다.
마늘꽃이 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다.
목을 쑤욱 뽑아 올려 파꽃이랑 비슷하게 동그란 공처럼 달려 있는데 정말 이쁘다.
단체로 한컷 찍고 마곡사로 향한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특이한 밤꽃 향기속에 개울을 끼고 데크길을 계속 걷는다.
갈림길에서 산길과 데크길로 나뉘어 취향대로 선택하여 간다.
출발 예정시간이 임박하여 아쉽지만 중도에서 미련없이 발길을 돌린다.
마곡사까지 다녀온 일행들을 몇십분 기다려 출발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고속도로가 막혀 지체되는 탓에 평소보다 좀 늦게 대구에 도착이다.
오늘은 염려와 달리 날씨가 좋아 대도에 가도 될번 했다
그렇지만 전대장님 말씀대로 섬은 그곳에서 언제나 기다리고 있지만 수국은 오늘 봐야 하니 옳은 선택이었다.
옛날 사람인 우리들은 꽃도 진보라.분홍.연두. 여러가지 색으로 변하며 약간 환상적인 느낌의 옛날 수국을 좋아한다.
오늘 수국은 흰색과 진분홍색 뿐이라 조금 아쉬웠다.
경사진 강둑에 가득 심어놓은 어린 수국들이 좀 더 자라 꽃을 피우면 그때는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겠지.
무리지어 핀 아름다운 꽃들을 눈과 마음에 담아 두었으니 당분간은 행복하리라.
첫댓글 오늘도 친구의 글을 통해 모내기가 끝난 들녘과 밤꽃 내음 진동하는 6월임을 실감했습니다. 수국 축제 한가운데서 포즈를 취한 친구들과 선배님들을 보면서 빨리 동참할 날을 기다립니다.멋진 글 감사합니다.
선배님들이 오늘도 성영이 안부를 물으며 동참하지 못함을 섭섭해 했답니다. 언젠가 함께 할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