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오중만 카페 58
옷이라야 별로 가려 입을 것이 없는 진철은 그 중에 제일 깨끗한 셔츠 밑에 청바지를 입고 문을 나섰다. 아직 시간은 여유가 있지만 마음이 앞서 가는 데야 몸이 안 따라갈 수가 없는 것이다. 시월인데도 날씨는 여름 날 씨 같다. 오후 네 시가 넘어가고 있지만 햇살은 따갑기만 하다. 진철은 걸으면서 뒷주머니의 지갑을 손으로 툭 쳐본다. 어제 생각보다 일이 잘 되어 기분이 좋은 것이다.
그랬다, 오후 8시 30분 쯤 인계동이 간 진철은 커피 한 잔 마실 여유도 없을 정도로 일이 잘 되었던 것이다. 9시 조금 못되어 분당 야탑의 손님을 만난 진철은 야탑역 위에 있는 장미마을에 손님을 내려드리고 요금보다 오천 원을 더 받았다. 그리고 야탑역까지 오 분여 거리를 걸어서 내려와 자판기의 커피를 뽑다가 바로 그 앞의 나이트에서 영통 가는 손님을 만났고, 영통 홈 플러스 건너편 5단지에 내려준 후 다시 영통에서 신 동탄, 신 동탄에서 수지, 마지막으로 수지에서 수원 겔러리아 백화점 뒤 까지 그렇게 운행을 한 것이다. 더구나 팁으로 받은 것만 이만 원이다. 진철이 대리기사를 시작한 후 어제 만큼 걷지 않고 일 한 날은 없었다. 어떤 때에는 오산의 대원동이라고 해서 들어갔다가 일번 국도까지 삼십 여분이나 걸어 나온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는 인계동에서 시작하여 끝나는 그 지점의 가까운 곳에서 손님을 태우고, 그런 식으로 수원까지 돌아왔으니 교통비조차 한 푼도 쓰지 않고 일을 한 것이다. 그렇게 하고서도 일은 세시가 조금 덜 되어 끝이 났으니 재수가 좋아도 정말 좋았던 것이다.
‘후후, 오늘 인정님을 기분 좋게 만나게 하려는 신의 뜻! 후후’
향기 카페는 영통 경희대 앞 안 골목에 있었다. 흔히 카페 골목이라고 부르는 곳이었다. 진철은 안으로 들어가 손님 중에 눈에 띄는 여자가 있는지를 돌아보았지만 몇 테이블의 손님은 전부 일행이 있었다. 진철은 밖에 보이는 통유리 창이 있는 곳으로 가서 앉았다. 담배를 꺼내 피우려는데 한 여자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순간 그녀가 인정님이라는 것을 느끼곤 담배를 도로 집어넣고 일어서서 웃었다.
인정도 진철을 느꼈는지 웃으며 앞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어서 오세요, 인정님이시지요? 반갑습니다.
-저도요, 명보원님이 어떤 분이신가 했는데 멋지시네요.
진철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 인정의 가지런한 이를 보면서 편한 여자라는 느낌을 받는다.
-앉으세요.
-오래 기다리셨어요?
-아니 저도 방금 왔습니다.
진철은 문득 어디선가 한 번은 본 것 같은 낯설지 않은 인정을 보면서 어디서 보았는지 생각을 해 보지만 딱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것은 진우도 마찬가지였다. 명보원을 어디서 보기는 본 것 같은데 어디서 보았는지 기억에는 없다. 그저 한 번 라벤다에 다녀간 손님이거나 길에서 만난 사람이었겠지, 하는 정도로 궁금함을 접어 버린다.
-차는 어떤 걸로?
진철이 진우에게 묻자
-그냥 간단하게 커피로 할게요.
-그럼.
진철이 커피를 주문하고 나서
-준비는 다 하셨지요?
-예, 전화로 말씀드린 것처럼 포장까지 마쳤구요. 그 날 가지고 가기만 하면 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그 날 몇 시에 어디서 만날까요?
-뭐 그냥, 세시까지니까 한 시간 반이면 갈 수 있을 테고, 조금 일찍 간다 해도 한시에 출발하면 될 것 같네요.
-그럼 이렇게 하지요, 열두시에 만나서 간단하게 점심 식사를 하고 함께 가기로 하지요.
-그것도 좋겠네요.
-그럼 열두시에 수원역 이층인가 삼층에 식당이 여럿 있는데, 그 앞에서 만날까요?
-그렇게 하지요,
-참! 아니면 제가 인정님 댁에 들러서 짐을 가지고 나와도 되는데
-아니요, 짐은 많지 않아요, 저 혼자 충분히 들 수 있어요.
-그럼, 우리 여기서 차 마시고 저녁 식사나 하러 가지요, 어때요?
-좋아요, 너무 늦지만 않는 다면요.
진우는 가능한 빨리 업소로 갈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카페에서 나온 그들은 정다운 연인처럼 가까이 서서 걸었다. 카페 골목을 내려와 조금 걸으니 곧 동 수원 세무서가 나오고 그 안 골목은 인계동만큼이나 유흥가이면서 먹자골목이었다. 진철은 진우를 데리고 그 안의 어느 한정식 집으로 들어가면서
-이 식당은 요 위에도 분점이 있어요, 한 번도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이름난 식당이거든요. 들어갑시다.
하면서 문을 열어주다가 눈을 들어 바로 옆 건물의 바를 본다.
‘더러운 놈들’
진철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다. 언젠가 영통에 와서 콜을 잡으려고 한 시간 이상 대기하다가 결국 콜을 잡은 것이 바로 그 건물의 바였다. 위치를 확인하고 부지런히 뛰어간 진철에게 카운터의 직원은
‘요 뒤 사이로 빠져 나가면 뒷 건물이 모텔입니다. 오층에 가셔서 507호 손님을 모시러 왔다고 하면 됩니다. 요금이 얼마지요?’
그러면서 요금을 선불로 계산하는 것을 보니 손님은 이곳에서 술을 마시고 여자를 데리고 모텔로 갔는데 이미 대리기사 요금까지 여기서 다 계산을 하였거나, 아니면 단골손님 내지는 그만한 손을 쓴 손님에게 업소에서 대접하는 요금 계산이었다.
첫댓글 일이 슬![~](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슬![~](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잘![~](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풀 려서 좋습니다 서로를 몰라보다니 안타까워서 어쩌나![~](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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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가서 둘을 예기 해주고 싶어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
그럼, 그 두 사람이 만나는 장소와 시간을 알려 드릴까요? ㅎㅎㅎㅎ
목 빠지게 기다리던 상면이 드디어 오늘 이루어졌군요.진우만 만났으면 그 생각만하지 뭐 기분나빴던 생각을 끌어낼까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
답답하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상대방만 생각하고 잘해주면 되련만![~](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어쨌던 만났으니 속 시원합니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6.gif)
낭앙 것으로 만족을 해야할까 봅니다.
저도 다시 읽으니 마음이 급해지네요... 작가의 심술이 보통이 넘네요, ㅎㅎㅎㅎ
적당히 속도감이 붙어야 재미있지 않을까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
그건 각자 읽는 사람의 취향인데![~](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작가가 고향 동생이다 보니 편하게 부탁하는거지요.조르긴 뭘 조른다고![?](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
그러게요, 당기고 놓고 하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