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겨울이면 찾아가는 소황병산.
은빛설원의 멋진 겨울이 기다리고 있지만 언제나 그뒤에는 '겨울산의 음모'가 기다리고 있다.
80년대 후반 소시적부터 즐겨찾기하는 단장의 나와바리이자 겨울산의 결정판, 소황병산을 다녀온다.
2023년 12월 16일 소황병산 이야기 Day1
개자니골 초입을 건너고 있는 단원들
그동안 적설량이 많아 녹은 눈으로 인해 계곡수량이 풍만(?)하여 건너는데 애로가 있었다.
누군가는 빠져야 하는데 다들 잘 건너서 아쉽다고 해야하나 ㅎㅎㅎ
이번에는 단장에게 도발(?)하는 자가 없어서 소황병산 정상 언덕이 아닌 아늑한 그곳에서 자리를 잡는다.
이날 선자령에서는 엄청난 강풍과 혹한으로 많은 텐트들이 다 날라가고 부서지고 재난수준의 난리법석이 났다고 한다.
철저한 준비없이 그냥 남들 따라 가는 무모한 백패킹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많은 눈이 내린 상황에서 계속 눈이 더 내리고 있었다.
강원도 지역애는 대설경보가 내렸다.
우리에게는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첫번째 크럭스라 할 수 있는 계곡 횡단^^
다행히 아무도 빠지지 않았다.
요주의(?) 입수 1호 대상자인 목우 수질관리위원장님도 무사히 건넜다. ㅋㅋㅋㅋ
녹은 눈으로 계곡 수량은 장마철 보다 더 많았다.
청천 총고문관님이 초입까지 동행해주셨다.
눈이 오고 기온이 급강하 하였지만 전날까지는 포근하였던 탓에 계곡이 얼지 않았다.
겨울에는 얼어붙은 계곡을 치기는 것이 더 수월한데 어쩔 수 없이
수차례 계곡횡단으로 미끄러져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했다.
오르는 내내 눈은 계속 내리고 기온은 더욱더 급강하 했다.
동계라서 여성단원들도 대부분 82리터급 이상 미렌 배낭으로 준비했다.
동계에는 배낭이 커야 짐을 넣고 빼는 일이 수월하고 신속하다.
바깥개자니를 지나 안개자니로 접어드니 적설량이 더 많았다.
지난번에 내린 폭설이 얼어붙어 러쎌이 더 힘들다.
대게 습설이 내리고 단단히 얼어붙은 상태를 크러스트(Crust)라고 하는데 바람으로 인해 얼어붙은 Wind Crust, 햇볕으로 인해 얼어붙은 Sun Crust가 있는데 내린 습설이 1차로 얼어붙은 상태에서 이번과 같이 2차로 폭설이 더 내리는 경우는 러쎌이 훨씬 더 힘들다.
2차로 내린 눈은 습설이라 스텝을 붙잡지는 않는데 그 아래 1차로 얼어붙은 눈은 발목이 빠지며 스텝을 붙잡는다.
훨씬 힘이 더 든다.
골바람이 블리자드처럼 불어 닥친다.
혹한의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ㅎㅎㅎ
전체 거리의 반쯤을 러쎌하여 진행하다가 뒤 따라온 3명의 건장한 (?) 백팩커들을 만난다.
이들 젊은 친구들의 장비빨과 가오를 보아 하니 은근히 기대가 되고 위안이 되었다.^^
우리가 반쯤 러쎌을 진행했으니 나머지 러셀을 부탁하며 앞세운다.
하지만 결국 이들은 제대로 러쎌을 진행도 못하고 중간에서 자꾸 뒤쳐져서 바깥개자니에서 안개자니에도 이르지 못하여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추월하여 앞서 나간다.
결국 이들 젊은 친구들은 정상까지 오르지도 못하고 중간에서 야영을 한듯 하였다.
오딘과 지인이라고 하던가... 리셋원정대 소속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버티고 비박단에 입단해서 강하게 키워보고 싶을 정도로 포스와 가오는 죽여줬다.^^
우리 단원들은 연로하신(?) 목우님이나 하이디, 쏴아와 같은 젊은 여성단원들도 교대로 러쎌을 진행 하면서 끝까지 패기를 보여주었다.
사실 쳐지면 죽으니까 ㅎㅎㅎ
그냥 단장을 따라올수밖에 ㅎㅎㅎ
하이디 러쎌 투입!!!
미친듯이 잘가다가 갑자기 다리에 쥐가 났다. ㅎㅎㅎ
짠하다... 짠해~~~
오후 4시가 지나서야 겨우 안개자니골 상단에서 소황병산으로 붙는 능선부에 이른다.
예상대로 러쎌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눈이 많은 능선에서 러셀을 교대하여 갈매기를 투입한다.
갈매기는 언제나 우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중풍 걸린 노인네마냥 한발 딛고 한번 쉬고 한발 딛고 한번 쉬고 ㅋㅋㅋㅋㅋ
중풍 걸린 노인네가 지팡이 짚고 겨우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모습과 흡사하였다.^^
이후부터 단장 직권으로 갈매기는 강제 개닉 당하여 "중풍러셀"로 개명 당한다. ㅋㅋㅋㅋㅋ
짠하다. 짠해!!!
아마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으리라...
시간은 5시가 넘어 해가 지고 엄청난 강풍과 영하 20도 이상으로 내려가는 온도에서 체감하는 혹한은 과히 압도적이었다.
단원들의 흔들리는 눈동자와 멘붕 상태를 지켜보아야 하였고 개떨듯이 떨고 있는 몸뚱아리들을 부여 잡고 있었다. ㅎㅎㅎㅎ
하지만 끝까지 진행을 멈추지 않고 단장이 약속한 땅, 그곳으로 가야만 했다.
야영지에 도착하니 어두워져서 텐풍 야경만 찍게 된다.
다들 텐트도 제대로 치질 못해서 도와줘야 했다. ㅎㅎㅎ
이정도 혹한에 멘붕이 오면 안된다.
동계는 언제나 동계일뿐 따로 극동계가 있는게 아니다.
언제나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이곳은 아무리 강풍이 불어도 아늑한 곳이다.
당시 대관령과 선자령에서는 엄청난 강풍과 혹한으로 재난이 발생했다고 하는데 우리의 박지는 아늑하였고 아무도 없는 설원에 첫발자국을 내면서 하룻밤 체크인한다.
텐트 피칭이 끝나고 너무 추워서 일단 각자 몸을 녹이고 나오지 말 것을 지령한다.
영하 22도에 엄청난 강풍은 체감온도 영하 40도 수준으로 모든 단원들이 개떨듯이 떨고 있었기에 측은하여 단장이 특별히 배려를 해주었다. ㅎㅎㅎ
비화식을 한다는 젊은 백팩커들은 반드시 화기를 휴대할 것을 권한다.
선자령에서는 생각외로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몸을 데울 수 있는 화기를 휴대하지 않는 것은 위험하다.
삽질하는 중풍러쎌님 ㅎㅎㅎㅎ
첫째날 밤은 이렇게 간다.
엄청난 추위와 강풍에도 잘 버티고 생존하였다.
요즘 젊은세대들은 산행을 SNS나 유듀브로 배우는듯 하다.
하지만 대자연은 언제나 필드에 있고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수가 없는 것들이 많다.
오랜 산행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하고 제대로 교육 받고 산행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주말 선자령에서 많은 백팩커들이 재난수준의 악천후에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언제나 겨울산은 음모가 기다리고 있다.
음모에 대비하여야 한다.
2023년 12월 16일 소황병산에서 Day1
버티고
첫댓글 지금제 상태는 별로지만 사진을 보니 웃고 생각을 하게 되네요
능선 올라칠때 하늘을 올려다 보았네요.
만약 내가 여기서 쓰러지면 헬기가 어디로 내려 앉을까? 장소가 가능한지 살짝 미친 생각도 했었네요.
그래도 단장님 믿고 힌발한발 옮긴 결과는 이루 말할수 없네요. 멀쩡하게 생긴 세남자보다 버. . 비박단 우리들이 백배 천배 나은듯 합니다. . 단장님 덕분에.ㅛ
ㅋㅋ 고생하셨어유 👍
그 멀쩡하게 생긴 장정 3명은 어데로 갔는지 ㅋㅋㅋㅋ
다큐에 꽁트까지~ 빠지지 않을 방법좀 알려주십쇼 ㅋㅋ 너무 고생하셨고 마지막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번주 소황병산 콜? ㅎㅎㅎ
역시 버티고비박단은 명성답게 끝까지 버티네요ㅎㅎ 여성단원분들 대단하십니다!
우리 여성단원들 전원 죽기살기로 성공 ㅎㅎㅎㅎ
여태 해본 백패킹중에 젤 추위와의 싸움이였던것 같습니다 다행이 경험많으신 단장님 덕분에 무사히 하산완료했던 산행!!담부터는 철저한 준비로 문제없는 단원이 되겠습니다
남쪽나라 창원 사람들 멘붕 왔째 ㅋㅋㅋ
준비철저히 하고 겨울산은 댕겨야 한데이 ㅎㅎㅎ
평생 살면서 앞으로 이런 경험이 몇번이나 더 있을까 싶네요. 최고의 경험을 선사해주셨습니다. ☺️
왠지 단장님이 뜬다고 하면 그지역엔 눈이 내리는듯한..??
이게 다 작전이다 ㅎㅎㅎㅎ
역대급 소황병산이었네요 ㅎㅎ 나름 준비했는데도 역시 강원도 추위는 남달랐어요 ㅜㅜ
그래도 제대로 겨울산 봤째? ㅎㅎ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합니다^^
언제 한번 백패킹도 나오세요^^
다들 대단하십니다👍
다들 동상 걸려서 고생하는듯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