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카페 프로필 이미지
극렬문파광장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여행스케치 스크랩 알래스카 크루즈 여행 후기 - 첫 이틀
권종상 추천 1 조회 495 14.08.13 14:53 댓글 9
게시글 본문내용





어머니의 배려로, 18년만에 재회한 큰이모와 이모부를 모시고 8월 3일부터 10일까지의 알래스카 크루즈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짐을 풀고, 짐을 대략 정리하고, 배에서 사들고 내린 봄베이 사파이어를 뜯어 올리브 세 알 넣고, 버무스 조금 따라 저어서 스윗 마티니 한 잔을 마셨습니다. 말이 스윗이지, 훅 오르긴 하지만... 그래도 입에 와 닿는 드라이진 특유의 솔내음과 어우러진 올리브의 맛이나, 혹은 입안에 남는 화끈함이 피로를 씻어주는 느낌입니다. 배 안에서 마티니를 한 잔 사 마셨는데, 얼음을 넣어 셰이크를 하는 바람에 싱거웠고, 마티니 특유의 화끈함도 없었고, 무엇보다 잔당 봉사료를 포함해 10달러가 넘는 것이 마음에 안 들어 결국 집에 가서 마티니를 만들어 마시겠노라 마음을 먹었더랬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혼자 집에 앉아 마티니 한 잔을 입술을 적시듯, 그렇게 즐기며 여행을 추억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놀고도 피로를 운운하는 게 이상하지만, 피곤하긴 피곤하네요.

 

말 그대로, 사진만 남았습니다. 1천 5백장 가까운 사진. 아마 과거 같으면 필름 값이 아까와서라도 이렇게 못 하겠지만, 디지털 세상의 좋은 점, 혹은 그것이 세상을 풍성하게 해 준 것 중의 하나가 이런 것이겠지요. 마음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 혹은, 디지털 세상의 관계의 재정립 같은 것도 저 개인적으로는 뜻밖의 많은 좋은 인연들을 만나게 되고, 이걸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오래 전부터 제 글을 접하셨다는 분들도 만나 뵈었으니까요. 

 

그렇게 먹는 게 싫다느니 어쩌느니 했어도 바로 뭔가가 땡깁니다. 술기운은 무섭군요. 조카 선물로 목걸이를 하나 샀기에, 성당 가서 조카를 데리고 집에 왔고 처형이 조금 전에 아이를 데려갔습니다. 내 예쁜 조카가 녹색 끈에 돌로 만든 작은 곰이 달린 목걸이를 걸고서 기뻐하며 이모부에게 뽀뽀를 해 주는군요. 이빈이 점심으로 얼른 치즈 라비올리 만들어 주고 설거지를 하면서 다시 시애틀에 돌아왔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다행히 부모님께서도 제가 조금 고민해서 샀던 선물을 좋아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자, 다시 시애틀에 왔습니다. 아직 휴가는 1주가 남았지만, 남은 시간 동안에 열심히 시애틀을 방문중인 이모와 이모부를 모시고 돌아다녀야 할 겁니다. 아무튼,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추억이 되어 남은 이번 여행을 정리합니다.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많았지만, 아무래도 바깥과의 관계가 인터넷 상황으로 인해 단절되면서 제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았던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며칠로 나누어 사진을 정리하려 합니다. 당연히 감상도 좀 들어갈 것이고... 워낙 사진들이 많다 보니 추리기도 꽤 추려야 할 듯 합니다. 이번 크루즈의 주제는 19세기 말 미국을 달뜨게 했던 클롱다이크 골드 러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기항지들도 모두 그것과 관계 있는 곳들이었으니까요. 크루즈는 8월이었지만, 6월이 다 되어서야 모든 계획이 확정됐고, 코스트코를 통해 예약을 했었습니다. 이것이 좋았던 것은 일단 가격이 어느정도 리즈너블했던데다 승선하면서 배에서 제공하는 50달러, 그리고 코스트코에서 제공하는 95달러의 크레딧이 있어서 배 안에서 145달러까지는 굳이 제 돈을 내지 않고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배 안에서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것들 말고 따로 돈을 써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아무튼 그 걱정을 별로 하지 않았습니다. 하선하기 전에 룸 스튜어트에게 20달러의 팁을 별도로 주었고 (매일 봉사료로 11달러 50센트씩이 저절로 부과됩니다. 그러나 그정도 봉사료로서는 이 분들의 노고에 다 감사할 수가 없습니다. 혹시 크루즈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자기 룸 스튜어트(매일 청소를 해주고 정리를 해주는 분) 꼭 팁은 별도로 주시길 권합니다) 이것저것 쇼핑을 했고(배 안의 면세점에서), 가끔 술도 사 마셨으니(가지고 들어가는 것도 권할 만 합니다. 원래 리밋은 1인 와인 1병이지만, 솔직히 전 몇 병을 더 가지고 들어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의상 식당에서 와인을 사 마시기도 했습니다) 

 

첫 이틀은 배의 구조를 파악하고, 내가 어디로 밥을 먹으러 가야 하는지를 파악하고, 이런저런 쇼 프로그램들이 배의 어느 부분에서 열리는가를 파악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배라는 같은 공간에서 마주쳐야 하는 이들과의 눈맞춤과 인사, 그리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상황에서는 참 오랫동안 이어질 '인연'으로 발전됩니다. 결국 사람의 삶은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 그리고 자기에 관한 성찰로 이뤄진다는 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해 보기도 했습니다. 

 

크루즈 여행에서 '먹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참 죄스러운 즐거움이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아무래도 따로 글을 빼 써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첫째날과 둘째날, 시애틀을 떠난 배가 고장으로 인해 다시 시애틀로 회항하고 이걸 고친 후에 다시 출항하고... 이런 일련이 일들을 바라보면서, '안전 원칙'에 관한 철저함이 세월호 사건을 지켜보고 아파했던 저를 참 부끄럽게 만들더군요. 이런 저런 생각들은 함께 여행했던 이모와 이모부와의 끝도 없는 대화 속에서 계속되는 사회에 관한 주제들로 이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에 대한 설렘, 그리고 약간의 걱정 같은 것들이 스쳐지나가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이 제대로 터지지 않는 상황에서 제 자신이 얼마나 '넷중독'인가에 대해서도 새삼스레 생각할 수 있었고. 

 

사진으로 이 설명들을 대신합니다. 

-------------------------------------

크루즈 , 오후 시에 시애틀을 출발해서 시간 여를 부드럽게 퓨젯사운드 바다를 항해하던 배가 추진 장치에 문제가 생겼다며 다시 시애틀 항구로 돌아오는 조금은 황당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선장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배가 시애틀 항구를 떠나기 , 40분간의 안전 교육을 받았습니다. 승객들이 참가해야 하며, 각각의 승객들에게 주어진 승선 카드를 스캔하는 것으로서 출석 여부가 나타나며, ‘국제법상모든 승객이 교육을 이수했다는 것이 증명되어야만 배가 출항할 있다는 선장의 방송을 들으면서, 세월호의 사고가 다시 떠올랐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배는 시애틀 항구에 정착해 있습니다. 추진 장치에 어떤 문제가 일어났는가에 대해 설명을 달라고 선원에게 부탁하자, 그는 최고 속도로 항진할 문제가 있어서배를 회항한 것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사람들이 짜증을 법도 한데, 그런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아마 공해를 항해하지 못하게 되어 카지노가 문을 닫은 것이 일부 승객들의 유일한 불평이었을겁니다. 그러나 저처럼 카지노 같은 것은 아예 생각도 하는 사람들에겐 이게 문제가 이유가 없었겠지요.

 

시애틀 항구에서도 사람들은 차분하고, 나름 재밌게들 즐기고 있는 합니다. 저는 오후 아홉시 쯤에 이모와 이모부를 모시고 안의 가라오케에 가기로 했습니다. , 그동안에 쌓였던 피로나 신경쓰이는 일들을 나름 잊고 목청껏 소리질러보려 합니다.

 

그래도 자꾸 세월호라는 이름이 떠오르는 것은 지금 내가 배를 타고 있기 때문이고, 특히 배가 사소한 고장이 나자 바로 회항해 확실히 수리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 자세, 그리고 그걸 당연한 것으로 아는 승객들의 의식 때문일 것입니다.  

 

, 한가지 덧붙이자면 , 그랜드 프린세스 호는 TV드라마 사랑의 유람선 Love Boat’ 배경이 됐던 배라고도 합니다. 크루즈 라인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이웃 데이빗은 “She is beautiful!”이라며 배를 칭찬했는데, 솔직히 취역한 오래된 배이긴 합니다만, 뭔가 분명히 우아함은 있습니다.

---------------------- 

  시쯤 배가 다시 바다를 가르기 시작할 때의 함성, 다시 완전한 휴가 분위기로 넘어간 사람들의 즐거운 소리를 들으면서, 시애틀의 야경의 사진을 찍으며 저도 마음을 놓았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정확히 말하면 결혼할 만나고 오랜만에 뵙는 이모와 이모부님과 이런 저런 이야길 끝도 없이 나눴네요. 그리고 저는 이렇게 하루를 정리하는 중입니다.  내일 새벽, 배는 어디쯤을 항진하고 있을까요. 궁금해지네요.

 

, 그리고 매력있는 한국인 승무원 아가씨를 만났습니다. 외대 재학중 휴학하고 크루즈 라인에서 일하고 있다는 신수정 . 원래도 세계 여행을 좋아했고, 어렵지만 일에 도전해서 지금 벌써 몇년 크루즈 선사에서 일단은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는 아가씨를 낮에 식당에서 만났습니다. 아무튼 재밌는 이야길 많이 들었는데, 이야긴 따로 뽑아 써도 합니다. 밝고 명랑하고 긍정적이며 예쁘기까지 . 하하.


-----------------------------

프린세스 크루즈 라인의 기함이라 할 수 있는 그랜드 프린세스. 이 배에서 한국인 승무원 한 분을 만났습니다. 한국외대 재학중 휴학하고 경험을 쌓기 위해 올해로 3년째 크루즈 라인에 승선하고 있는 신수정 양이 그 주인공입니다. 

 

크루즈 첫 날, "한국말이 들려서 인사드려요"라고 처음 말을 걸어 온 이 아가씨는 잠깐잠깐 만나지만 쾌활하고 명랑하고 밝습니다. 다행히 부모님께서 이런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지지해 주셨다고 하는군요.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고 앞으로의 경험을 쌓고, 무엇보다 세계 각국의 친구들을 만드는 것이 즐거운 점이라고 합니다. 

 

이 아가씨에게 들은 크루즈 라인 이야기는 매우 즐겁기도 하고, 고개가 끄덕거려지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세계 크루즈 라인의 승무원 중 일반 서비스 쪽은 80%가 필리핀 계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일단 필리핀 사람들은 영어가 되는데다 비교적 저임금으로 고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죠. 한인이 하기엔 사실 임금 수준이 높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하루 열 시간을 일하는데, 오버티임이 따로 주어지지 않고, 보통은 6개월 단위로 재계약을 한다고 합니다. 장기 근속 직원들도 최대 10개월 정도 단위로 계약을 한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크루즈 라인 소속 배들도 바다의 사정 때문에 1년 내내 항해를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알래스카 같은 경우는 북태평양의 사나운 바다 사정 때문에 더 그렇기도 하구요. 아마 지중해 크루즈 정도가 연중 가능한 크루즈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필리핀 사람들은 같은 수준의 봉급으로도 그것이 자기 나라에서 큰 돈이기 때문에 크루즈 배에서 장기 근무를 하는데, 한국인이나 일본인들은 돈보다는 '경험치를 쌓기 위한' 이유가 크루즈 근무를 지원하는 동기로서 더 크게 작용한다고 합니다. 보기와는 달리 상당히 육체적으로 피곤한 일이긴 하지만, 이런 피곤은 배 안에 따로 마련되어 있는 이른바 '크루'들을 위한 공간에서 함께 먹고 마시고 놀면서 그 스트레스를 풀어낸다고도 하구요. 이 배에서 일본인 아가씨도 한 사람을 봤는데, 역시 같은 이유에서 크루즈 근무를 지원했다고 합니다. 

 

관광 포인트를 짚어 주고, 연신 생글생글 미소를 지으면서 이렇게 여행하면 즐거울 것이라는 조언을 주는 이 아가씨가 지금 제 여행을 더 즐겁게 만들어주고 있네요. 어쨌든, 이 아가씨의 도전 정신을 보면서, 그래도 세계를 과거보다는 더 쉽게, 자연스럽게 접하는 젊은이들에게서 한국이란 나라의 미래가 밝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보기도 합니다. 세상을 좀 더 넓게 볼 수 있다면, 편견이란 건 그런 과정을 통해서 조금씩 허물어져 갈 수 있을테니까요. 

 

 

시애틀에서... 


*배 안에서 정리한 이야기를 함께 엮어 놓아 글의 순서는 조금 뒤죽박죽. 그러나 사진으로 이해해 주시길. 


















































 
다음검색
댓글
  • 삭제된 댓글 입니다.

  • 14.08.13 15:16

    그거 신고려장 이라고.. 북극에 버려지는거임 ㅎㅎ 곰칭구들이랑

  • 14.08.13 19:32

    귀엽긴 한데 한 대 맞으면 사망이야! 장난으로 한 대 치면 잽싸게 피해야 함 ㅋㅋ

  • 14.08.13 15:15

    글이 넘 길어서 사진만 봤어요.. 나두 크루즈 여행 가는게 내 일생 일대의 소원인데.. 언젠간 꼭 가고야 말텡껭

  • 작성자 14.08.13 15:27

    근데 그런 글이... 몇 개가 더 있으니 어쩐답니까. 쩝.

  • 14.08.13 15:30

    전부다 사진만 일단 봣어요.. ㅎㅎㅎ 부럽습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 14.08.14 02:11

    초원의 집 대박드라마~~~ 부잣집 아이가 사탕꺼내먹는 장면 인상적임 나도 먹고 싶었음 ㅎㅎ

  • 삭제된 댓글 입니다.

  • 작성자 14.08.13 20:08

    크기가 10만 9천톤... 세월호의 11배 정도지요...

  • 14.08.13 20:12

    권종상님 ! 화이팅!!!!!!!!!!!!

  • 작성자 14.08.13 20:39

    감사합니다 ^^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