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프로젝트 근본적 목표는 제주도였다. 공동체 프로젝트 주제는 서산, 마을기여, 지역발전이었는데, 처음 주제를 들었을 때 ‘모두가 학교에 남아 있겠구나’ 하면서 ‘어떻게 하면 우린 서산을 벗어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고민 끝에 서산을 홍보하면서 제주도를 갈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플리마켓!
무니쌤, 서은, 솔찬, 민주, 서연, 혜원 우리 플리마켓 팀원들이다.
담당쌤이 정해지기 전, 우리는 백지의 상태였다. 제주도가 목표였지만 확신이 없었던 상태라 플리마켓 준비를 위주로 했다. 담당쌤이 정해지고 캄캄했던 앞길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점점 제주도의 확신이 생겨가고 제주도 항공권 예매를 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재료준비, 물건 만들기 등 제주도 부담은 줄였지만 플리마켓에 대한 부담감이 너무 높아져 있었다. 중간에 팔 물건들이 바뀌어서 재료 역시 바뀌었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출발 전날까지 목걸이를 만들고 짐을 나눴다.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우리의 제주여정을 시작했다.
1일차
학교에서 9시에 출발했다. 스타렉스를 타고 버스를 타러 가는데, 거의 도착할 때 즈음.. “너 왜 슬리퍼 신고 왔어?” 서은이의 말에 놀라 발을 보니 스티치(슬리퍼)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다른 슬리퍼도 아니고 왜 하필 스티치였을까? 서산터미널에서 김포공항, 제주도까지 스티치가 내 발에 있어 민망했다.(절대로 스티치가 싫은 건 아니다.)
애월 거리를 차타고 달리면서 제주도에 왔다는 걸 실감했다. 구멍 뚫린 현무암으로 쌓여진 돌담과 그 사이에 핀 꽃들이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정말 아름다웠다. 또 작년 8월 언니랑 제주도에 왔을 때 걸었던 거리와 숙소를 봐서 신기했고, 반가웠다.
제주도에 도착하고 나서 첫 번째로 간곳은 작은 책방 이었다. 프로젝트 집중기간 진행하면서 읽을 책을 하나씩 샀다. 여행하면서 책 읽는 거 정말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이번 여행할 때 애들 모두 시간이 남으면 폰보다는 책을 펼쳤다. 평소에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안 해왔던 걸 여행에서 해서 그런지 좀 더 특별한 여행이 되었다.
2일차
우리의 첫 플리마켓은 ‘토마스 마켓’이었다. 처음 그곳에 도착했을 때 이미 준비 되어있는 분위기에 기가 죽어있었다. 쭈뼛거리면서 다가가자 먼저 인사를 해주시기 시작했다. 먼저 다가와 주고 웃어주는 분들이 많아 용기를 얻고 짐을 풀기 시작했다. 식탁보와 가랜드로 물건 주변을 꾸며놓으니 제법 볼만 했다.
두 팀으로 나눠서 장사를 하기로 했다. 처음 장사는 나와 서은, 서연이가 맞게 되었다. 긴장감과 설렘으로 심장이 두근거려 들떠있는 내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익숙해지면서 손님들이 보이면 기계마냥 같은 말을 반복했다. “충남 서산에 있는 여행대안학교인 샨티학교에서 왔어요. 구경하고 가세요!” 이 말을 듣고 우리 학교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많이 있어서 안도감과 뿌듯함이 들었다.
다른 팀이 장사를 할 때 우린 돌아다니면서 구경도 하고 카페에서 책도 읽었다. 구경하는 중에 여행여행한 슬리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스티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슬리퍼 하나를 샀다. 새 신발을 신으니 움츠러들었던 어깨가 쫙 펴졌다.
이날은 숙소에 빨리 들어왔었다. 씻고 나오니 긴장이 풀려 머리도 다 말리지 않고 침대에 쓰러지듯 몸을 뉘였다. 푹신한 구름위에 누워있는 기분이었다.
3일차
두 번째 플리마켓은 ‘왓마켓’이었다. 위치상 우리숙소와 반대편이여서 왕복 4시간이나 걸렸었다. 한번 해봐서 그런지 수월하게 진행됐다. 서연이와 첫 장사를 맞게 되었다. 초반에 손님들이 많이 왔다. 우르르 왔다 우르르 가기를 반복하니 머리가 아팠다. 한번은 여자 두 분이 오셔서 목걸이에 관심을 가지고 보셨다. 장사 초반이라 뒤쪽에 있는 정리 안 된 목걸이들이 많았는데 그 목걸이들에 관심을 보이면서 보여 달라고 하셨다. 손님들 앞에서 식은땀 삐질삐질 흘리며 엉켜있는 목걸이를 푸는데 죽는 줄 알았다. 다행히 그분들은 목걸이를 많이 사가셨다.
다른 팀과 교대를 하고 밥 먹고 여기저기 둘러보다 끝났는데 우리 이후로 거의 손님이 없어서 못 팔았다고 했다. 운이 좋게 어제오늘 손님 많을 때 장사를 한 서연이와 내가 판매왕에 올랐다. 운이 거의 다 했지만 뿌듯했다.
나는 제주도에 오기 전부터 딱새우회 노래를 불렀다. 제주도에 가면 꼭 먹어야 한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제주 동문시장에 들렀다. 쑥오메기떡을 하나씩 들고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했다. 고등어회와 갈치회는 꼭 먹어 봐야 된다는 무니쌤의 말에 사기로 결정했다. 숙소에 와서 사온 회들과 전날 먹다 남은 치킨, 그리고 무니쌤표 샐러드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딱새우회는 다른 말이 필요 없이 그냥 맛!있!다! 기대 안하고 먹은 고등어회의 맛은 대박이었다. 고소한데 입에 들어가면 살살 녹아 맛있었다.
4일차
제주도 금오름에 갔다. 아침에 서은, 서연이가 준비한 주먹밥을 하나씩 들고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은 내가 생각한 오름이랑 조금 달랐다. 옆에 나무가 없는 풀 언덕을 머릿속에 그렸었는데 산길 같은 오름이었다. 그래도 해가 쨍쨍한 날씨여서 나무가 없었으면 큰일 날 뻔 했다. 오름 꼭대기에서 먹는 주먹밥은 꿀맛이었다. 제주도에 가면 한번 씩은 가볼만 한 것 같다.
이날은 플리마켓 여는 곳이 없어서 협재해변으로 나갔다. 무니쌤 없이하는 첫 장사였고 플리마켓의 손님들이 아닌 놀러온 사람들은 대상으로 장사를 하게 돼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정말 쥐구멍에 숨고 싶을 정도로 민망했지만 용기를 내고 돗자리를 펼쳤다. 테이블과 같은 형식으로 배치를 해서 서연이와 둘이 앉아있었고, 다른 친구들은 사람들을 유도하는 역할을 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난 사람들이 이렇게 차갑고 매정한지 몰랐다. “와서 구경하고 가세요”하면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자기 갈 길만 가고.. 자신감이 점점 떨어져 우리 목소리는 작아지고 그 많은 사람들 속에 있었지만 사막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 진 기분이었다. 결국 하나도 팔지 못하고 돌아왔다.
5일차
비가왔다. 제주도에도 광주에도. 비행기 시간 때문에 사람들과 부랴부랴 헤어졌다. 광주가는 비행기가 계속 연착되서 1시간 반 넘게 기다렸다. 12시 도착 예정이었는데 12시에 출발했다. 다행히 비행기는 추락하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니 피곤함이 싹 가셨다.
마치며
우리의 제주도가는 목표도 이뤘고, 적자도 면했고, 먹고싶은거 다 먹고, 이제 남은 목걸이들 열심히 팔아서 흑자날 일만 남았다. 현실의 쓴맛도 보고, 책으로 소소한 재미도 찾고 정말 즐거운 여행이었다.
서은민주혜원서연무니솔찬
우리 사회적 표정없이 살아요~!
첫댓글 ☆짱 ^^★
여행 내내 밝은 미소로 우리팀과 손님을 맞이한 솔찬이!! 긍정의 여왕 덕분에 샘도 제주에서 신이 났었다네 ^^ 사회적 표정 대신 생기를 얼굴에 가득 품은 너희가 너무 좋다. 꼼꼼하게 그때의 감상을 기록해주어서 우리, 제주에서 함께 경험한 일인데도 정말 색다른 느낌이다. "새 신발을 신으니 움츠러들었던 어깨가 쫙 펴졌다" 같은 이런 감정은 나는 정말 알 수 없는 솔찬이만의 마음이잖아? ㅎㅎ 잘 읽었어~!
장사에 도는 없다...어쨌든 생존투쟁이야~~
현실의 단맛, 쓴맛을 경험했구나. 그래도 함께한 사람들이 있어서 위로가 되었을 것 같아. 사람들의 무관심과 거부에 마음이 힘들었지만 사막한가운데도 오아시스가 있잖아. 다음엔 더 쉬울거야. 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