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으로 이사가신 어머니/김영복
불면증 때문에 정해진 시간(밤 열시)에 약을 먹고 잠이 들었다.
가족 모두가 그것을 알기 때문에 늦게 전화하는 일은 거의 없는데, 전화벨 소리에 잠이 깼다. 어머니 목소리였다. 정신이 번쩍 들어서 얼른 일어나 앉았다. " 영복아, 나 너무 아파." 힘든 목소리가 가슴을 쿵 하고 울린다. "엄마, 얼른 파란 뚜껑에 든 진통제 두 알을 드세요." "그럼 될까? 그래 알았어. 어서 자라 잠을 깨워서 미안하다."하고 전화를 끊으셨다. 가끔은 배가 아프시다고 하셨기에 크게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밤 11시가 넘어 전화를 하신 것을 보면, 예삿일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음날 아침, 남편과 함께 엄마가 사시는 부천집으로 달려갔다. 엄마는 침대에 누워계시고 요양보호사가 옆에 앉아 있었다. "엄마, 지금도 아파요? 진통제는 드셨나요?" "그래. 두알을 먹고 한알을 더 먹어도 아파." 하신다. 배를 만져 보았다. 딱딱하고 많이 불어서 임신한 산모의 배 같았다. 엄마는 나에게 살짝 "영복아 나 2~3일 못 넘길 것 같아" 하셨다. 마치 이제 때가 되었다는 듯 침착하고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다른 때 같으면 우리가 집으로 돌아올 때면 거실 쇼파에 앉아 아쉬운 듯 바라보셨는데, 오늘은 힘이 든다고 침대에 누워서 조심히 들어가라고 하셨다.
엄마는 4년 전 코로나 후유증으로 인해, 폐에 물이 차서 응급차로 부천성모병원으로 가신 적이 있다.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산소 호흡기를 하고 모든 검사를 하다보니, 심장 쪽 혈관이 막혀서 그렇다고 했다. 응급 시술을 하고 검사를 하는 중에, 난소에 큰 혹이 있는 걸 발견했다. 부천성모병원에서는 연세가 많아 수술은 안 된다고 했고, 너무 허무해서 일산차병원 명의를 찾아가서 수술을 부탁하기도 했다. '혹'은 악성일 가능성이 90프로 이상이라고 했다. 지금 아프지 않으니까 그냥 사시는 걸 권유했다. 앞으로 통증이 있을 텐데, 그때는 진통제를 드시게 하고 심한 통증이 오면 병원에서 통증치료를 하면서 고통없이 천국으로 가시게 하라고 했다.
그러나 그후에도 아프지 않고 잘 지내셨다. 그러기에 갑자기 심한 통증은 의외였다.
오후가 되어 동생이 와서 교대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밤에 혼자 계시게 할 수가 없어서, 동생이 있도록 한 것이다. 다음날 엄마의 강한 권유로 인해 동생은 집으로 돌아갔고, 엄마는 혼자 주무시다가 주저 앉으신 것이다. 새벽에 요양보호사가 엄마집으로 달려갔는데, 너무 통증이 심해 움직일 수도 없다고 했다. 평소 엄마는, 병원이 아닌 집에서 세 딸들이 보는데서 천국으로 가고싶다고 하셨다. 하지만 통증이 너무 심해서, 우리 부부는 통증치료할 병원을 알아보러 갔다. 병원의 입원실을 마련하고, 엄마집으로 119구급차를 보냈다. 할수없이 엄마가 그렇게 싫어하시던 병원에 입원하게 되셨다. 엄마는 정신도 건강하고 걷는데 조금 불편하셨지만, 동네 경로당에 가서 고스톱도 치고 잘 지내셨는데, 삼일만에 중환자가 되어버렸다. 입원 후에는 눈도 못 뜨시고 병실에 계시게 되었다. 연세는 많으셨지만 잘 지내셨는데...어머니는 너무 갑작스럽게 천국으로 이사 갈 준비를 하신 것이다. 세 딸이 매일 찾아 갔지만 눈을 뜰 힘도 없으셔서 귀로만 만남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병원에서 마약성 진통제를 맞으시다가 10일째 되는 날, 혈압이 내려가고 영면으로 들어가고 계시다고 가족 모두가 오라는 병원 관계자의 전화를 받았다. 세 딸들과 사위들, 손자 손녀들이 달려갔고 마지막 인사를 받으시고, 큰 사위가 임종 기도를 드린 십여 분 뒤 어머니는 이 세상을 떠나셨다. 건강하실 때, 딸네 집에 오셔서 하루만 지나면 집에 가야한다고 하시며, 애착을 보이시던 집도, 즐겨 입으셨던 옷들과 살림살이들, 자식들과 모든 것을 남겨둔 채, 허망하게 그냥 가셨다. 자식들 고생 시키지 말고 하나님나라로 가시고 싶어, 늘 기도하셨던 어머니. 어머니의 간절한 바램대로 며칠만 아프시다가 93년(우리나이 95세)의 삶을 마무리 하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그 먼 길을 떠나신 것이다. 어릴 적에는 원망을 많이 했고 미워도 했지만, 이제 모든 옛 일들을 털고 사랑하게 될 쯤에 미련을 남기고 떠나신 어머니.
조금만 더 자주 가서 뵙고, 조금 더 사랑해드릴 걸 하는 아쉬움에, 오늘도 마음이 아프다.
첫댓글 너무 오랜 시간을 쉬다가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부족하지만 읽어주세요~^-^
제목에 오타가 생겼는데 수정이 안 되네요. 죄송합니다.
선생님! 이제 시력도 좀 나아지셨는지요?
눈 수술도 하시고, 어머님 천국으로 가시는 길 지켜 주시고 여러 가지 일들이 많으셨습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까지 급박하고 안타까우셨던 심정을 글을 통해 잘 알게 되었습니다.
맏사위분의 기도를 듣고 임종하셨다니 홀로 떠나시는 길 외롭지 않으셨을 듯 합니다.
모든 걸 어서 추스리시고 건강 관리 잘 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행복한 글, 잘 감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린 시절을 함께 할 수 없었던 어머니를 향한 복잡한 마음이, 그 어머님을 떠나 보내는 안타까움이 잘 나타나 있는 글이네요. 접시꽃님도 수술후 몸이 불편하신 상태인데 또 큰일을 겪으셨습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니 깊은 평강속에 계시리라 믿습니다.
모두들 걱정해 주시고 기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눈 한쪽이 아직 편치는 않지만 글을 쓰고 읽을만큼은 회복되었습니다. 답글도 쓰고 제 차례에 글도 올리려고 노력하겠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세요~♡
글을 올리셨군요. 이제 회복되셔서 올리신 글을 감상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정말 눈 수술도 하시과 어머님과의 이별도 하셨다니. . .
접시꽃 선생님께서도 큰 일을 겪으셨습니다. <조금만 더 자주 가서 뵙고, 조금 더 사랑해드릴 걸 하는 아쉬움에, 오늘도 마음이 아프다.>
공감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그 마음은 똑같습니다. 평안하시길 기도합니다. 좋은 글 잘 감상했습니다.
저도 오늘에야 이 글을 대하게 되었습니다.
소리소문으로 어머님의 영면 소식은 들었습니다만 조문도, 위안도 드릴 수 없는 저였기에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 그지 없습니다.
어머님을 한 때는 원망도 하셨다고 하셨지만 그것은 인지상정이구요.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보내드렸으니 이제 여한은 없으실 것입니다. 영혼을 위로하는 기도를 드리겠습니다.
자세하고 이해하기 쉬운 아름다운 이별의 순간을 보게 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수술한 눈 빨리 쾌차하셔서 즐거운 나날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