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달그락..달그락....웅성웅성.... 간지거운 소음에 눈이 떠진다.. 어제 잠이 들었던 그 자세 그대로 기둥에 등을 기댄체 눈을 뜬다.... 참으로 오랜 만에 푹잤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아른 새벽에 이지만 많은 인파가 내 눈에 띈다... 어제 밤을 혼자 보냈을 징크스와 나의 짐들이 걱정되어 눈곱을 때어내면서 빠른 걸음으로 야영장소로 돌아간다.. .... 휴.. 다행이 짐이 그대로이다.. 참으로 위험한 짓이다. .모든 짐을 두고 다른 곳에서 잠이 든다니... ㅎㅎ 하지만 어제 수도원으로 가기 전 그대로의 짐을 확인하니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안도의 미소라기 보다는 아직은 훈훈한 세상이라는 생각때운에 웃음이 나온다... 기지개를 켜본다... 역시나 갈비는 아직 아프다... 이런 몸상태로 계속 달렸다가는 바이크보다 내가 먼저 망가질 듯한 기분이다... 계속 달리려는 욕심이 화를 부른다는 생각에 목표였던 오슈비엥침 근처의 작은 마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기러 정한다... 간밤에 나의 감성과 몸뚱이를 품어준 수도원을 다시 한번 눈에 담으며 눈을 감고 가슴에 새겨본다.... 도시를 돌아다니며 무선랜이 잡힐만한 곳을 찾아 본다.. 작은 3층자리 건물에서 약하지만 신호가 잡혀 건물에 바짝 붙어 인터넷 검색을 해본다.... 크라코브....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배경이 된 도시로 오슈비엥침에서 50km정도 떨어진듯하다.. 이왕에 쉬는 거면 따듯한 쌀밥에 김치한 조각이 더해진다면 좋을 듯하다... ㅜㅜ 역시 한국인인가 보다.... 쿠라코브의 '오로라'라는 한인 민박을 검색해 그 쪽으로 향한다... 달리는 내내 갈비가 '나 좀 쉬자~'라며 자꾸 통증으로 신호를 보낸다.. 딱히 방법이 없다 이를 악물고 오로라 민박을 향한다... 크라코브로 들어오자 활기자고 번화한 도시의 모습이다.. 폴란드하면 2차대전과 아우스비츠에서 연상된 우울한 분위기만을 생각했었는데.. 사람들의 표정은 밝고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건내 준다.. 구글맵에 표시해 놓은 곳으로 와서 한참을 찾아 해맨다.. 약도가 잘못된것인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않는다.. 잠시 나무가 많은 공원에 들어가 정오의 뜨거운 햇살을 피해 본다.... 벤치에 앉아서 신문을 읽고있는 사내에게 다가가 길을 물어본다.. "안녕~ 미안한데.. 여기 주소가 어딘지 좀 알려줄래? " ".... 너 일본사람이야?" "^^;;; 아니 한국사람이야" "바이크 타고 여행중이야? 그걸 타고 여기까지 온거야?" "ㅎㅎ 응 좀 걸렸어 한국부터 " "ㅎㅎㅎ 나는 스페인 사람이야 지금은 여기서 살아^^" "내가 방을 구하거든 여기 주소가 내가 찾는 곳인데 .. 어디인지를 모르겠어 ^^; ㅎㅎㅎ" "아 여기서 가깝네..^^ 너 방 구해? 내가 쓰고 있는 방이 있는데 쉐어할래?" "아 고맙긴한데 됐어... 나 오랜만에 한국음식이 먹고 싶어서 ㅎㅎㅎ" "그래? 아쉽네.. 가자 어딘지 알려줄께" 스페인 친구를 따라 오로라 민박으로 향한다.. 어찌나 유쾌한 녀석인지 걷는 내내 이쁘장한 폴란드 여자만 보이면 작업을 건다 ㅋㅋㅋ 아픈 갈비때문에 이녀석과 함께 즐기지 못해 아쉽다..그렇게 조금 걷자..오로라에 도착한다.. 공원 바로 맞은 편에 있는데 그곳을 20번은 지나 친듯하다.. "바로 여기야 ^^ 나 저녁 마다 공원 산책하니까 이따가 술한잔 하고 싶으면 나와 ^^" "^^ 응 고마워~ 술마시고 싶으면 나올께 고마워 카사노바~" " ^^ ㅋㅋㅋ " 게스트하우스의 벨을 누른다.. 젊은 사장님이 밑으로 내려오신다...역시 오랜만에 보는 한국사람.. 짙은 눈썹이 인상적이다... "....? 바이크 타고 여행하세요?" "^^; 네 한국 부터 타고왔네요... 혹시 방있어요?" "^^네 들어오세요.." "^^ 감사합니다.." 내 어마어마한 짐은 게스트하우스 사장님들이 별로 달가워 하지 않는데 인색하게 굴지 않고 바로 받아 주신다.. 사실 체코에서는 여러번 문전박대를 당했던지라.. 그리 기대는 안했다.. ㅎㅎ 무거운 내 짐을 들고 위로 올려 주시기 까지 하신다.. 먼지가 많았을 텐데... 게스트하우스 안에 젊은 안주인과 너무도 하얀 얼굴의 여자아이가 보인다... 역시 너무도 밝게 웃어준다.. 갈비가 아파서 좀 쉬러왔다고 말씀드리니 볕이 잘 드는 깨끗하고 넓은 방을 흔퀘이 내어 주신다... 짐을 대충 정리하고 나니 밖에 둔 징크스가 걱정이다.. 사장형님에게 부탁을 드려본다... "형님 저 바이크좀 건물안으로 드릴수 있을까요?" " 그래 밑에 문열어줄께 안에 들여 놔" "감사합니다. ^^" 징크스를 내리러 형과 함께 1층으로 내려 간다.. 징크스의 시동을 걸고 형님과 잠시 대화를 나눈다.... "어이~ 민~!!" "???..." 아까 그 스페인 친구가 옆에 귀여운 폴란드걸과 함께 나에게 말을 건다.. "어?~ 너 ㅋㅋㅋㅋ성공했네?" "^^ 너 여기서 묶기로 한거야?" "응 ㅋㅋ " "^^ 내 여자 친구야 방금 만났어 " "완전 이쁘다.. 나 소개시켜줘~!!! ㅋㅋㅋ 나중에 보자 나 바이크 들여야돼" "^^ 응 잘가" 옆에서 지켜보던 형이 말을 건다... "재 누구야? 뭐래?" "아 아까 잠시 만났던 스페인 앤데요 룸쉐어 하자고 그러던데 ㅋㅋ 됐다고 했죠.." "조심해 이상한 애들 많어"
크라코브 오로라 민박... 젊은 한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이곳... 신경써서 내어 주신 깨끗한 내 숙소의 햇볕냄새가 배어 있는 침대에 누워본다... 부러진 갈비에는 푹신한 침대가 최고의 약인가 보다.. 간단히 몸을 씻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한다.. 얼마나 잤을까... 코를 자극 하는 매콤한 냄새에 눈이 떠진다..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 구미를 당기는 냄새에 침이 흐른다... 부엌으로 가보니 .. 한국에서 가져온 재료들로 얼튼하고 매콤한 짬뽕탕이 준비중이다... 준비가 끝나고 형님 내외와 지혜와 식사를 한다... 역시.... 한국인은 체력이 떨어지면 한국음식을 먹어야 하나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을 입속에 넣고 매콤한 냄새를 풍기는 따듯한 짬뽕국물을 한 입 먹어본다.... "크....아......" 그 한 숟가락에 몸에 피가 돌며 생기가 느껴진다.. ㅋㅋㅋ 형님내외와 지혜... 나의 여행을 간단히 말해 준다.. 그동안 수많은 여행객들의 여행담을 많이 들으셔서 재미가 없으셨을 텐데도 한참을 내 말동무가 되어주신다.. 주고 받는 술잔과 따듯한 잠자리..그리고 한국음식.. 마음이 너무나 잘 맞았던 그들... 마치 집에 온듯한 기분마져 든다.. 기우는 술잔의 수만큼 크라코브의 밤이 깊어간다.. 이틀정도를 밖에 나가지도 않고 오로라에 쳐박혀 빈둥거린다.. 천장이 높은 거실에 누워 낮잠도 자고... 책도 읽고.. 영화도 본다.... 집에만 있는 내가 귀찮으셨을 텐데.. 끼니때 마다 식사도 주고 간식도 주신다.. 몇일 빈둥거리며 한국음식을 먹으며 푹쉬니 갈비에 통증이 많이 줄었다.. 간편한 옷차림을 하고 내려가 징크스의 시동을 건다.... 오슈비엥침.. 아우슈비츠로 출발한다... 50km정도니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한적한 시골풍경을 달려 도착한 오슈비엥침.. 근처에서 부터 있는 높은 장벽이 뭔가 말할수 없는 묘한 기분이 들게 한다... 수 많은 여행객들이 모여있다.. 인류의 비극적인 역사가 있었던 현장을 보존한 이곳... 과거를 잊지 않기 위함인듯하다.... 징크스를 세우고 안으로 들어가 본다.. 수용소 정문..... 녹이 슨 철조망과 전기 펜스를 따라 걸어본다.... 커다란 철문에 위에 무엇인가 써있다... 그앞에 많은 독일인들이 보인다... 두손을 모으고 뭔가 기도를 하고 있는 한 독일 청년에게 묻는다... "저기 문위에 뭐라고 써있는거야? " "노동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나는 한참을 그자리에 서있는다.... '노동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머리를 한대 얻어 맞은 기분이다.. 왜 .. 어째서.. 내가 그 동안 생각하고 살던 생각 중에 하나가 여기.. 사람들을 속박하고 자유를 억압하던 이곳에 쓰여있는 것인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고 자유로워 지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며 살아온 나이다.. 그러기에 미친듯이 일했다.. 이상하게 갑자기 화가 치민다.. 정신이 이상해 졌나보다.. 자꾸 논리 비약적인 생각이 꼬리를 문다..... '나... 지금까지 내가 아닌 사회라는 시스템의 배를 채우기 위해 미친듯이 일한것이 아닐까?.... 그 말만 믿고 나도 미친듯이 일하다... 필요가 없어지면 분명히 버려질텐데.. 나 뭐 때문에 이렇게 일했던 것지.. 결혼하기 위해?..여자 후릴라고?.. 가정을 갖으려고?... 먹고 살라고?.. 일안하면 잉여 인간 될까봐?... " 생각을 해본다.. 왜 일을 했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모르겠다.... 인생의 대부분을 일을 하면서 살텐데.. 왜 하는지를 모르다니.. 그러고 보니 난 서른 평생 살면서 대중 매체나 신문, 사회, 학교에서 내게 주입해준 행복과 자유라는 잣대만을 믿고 살아왔다... '좋은 대학가서 좋은곳에 취업해서 결혼해서 애낳고 잘 키우며 살면 그게 FM이고 맞는 것이다.. ' 나의 자유 의지로 생각한것이 아니라 주입을 당한것 같은 기분이 든다.. 좋은대학 좋은직장...진심으로 원하지 않으면 그냥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타이틀따위는 필요없다..자랑할때는 좋지만 뒤 돌아서면 허무한.. 그 자위와도 같은 남이 넣어준 것들에 난 행복하지가 않다.. 왜 조금 더 어렸을때..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들은 생각하지 못했을까? 뭘해먹고 살까.. 어떤 직장을 갈까.. 어떤 옷을 살까.. 어떤 여자를 만날까는 죽어라고 고민해 놓고는.. 왜 나에게는 무엇이 진정한 자유일까를 생각하지 않았을까.. 미친생각이 계속 머리에 멤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초입에 세워진 그 글 '노동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이 독일어 한문장으로 보고 나는 말 그대로 멘붕 상태다.. 난 히피가 아니다.. 하지만.. 하지만..나는 정말로 행복하고 싶다.. 나의 삶에서 이기적이라는 말과 철이 없다는 말들로 억압되고 경시 됐었던 내 개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나를 알고 싶다.. 남들이 내게 넣어준 행복들 말고 진심으로 내 뿌리에서 원하는 그런 행복을 찾고 싶다.. .... 오슈비엥침.. 아우슈비츠에 갇힌 사람들과의 내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 난.. 선택할수있다... 그래... 난 이 여행을 시작했듯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목숨을 걸 필요도 없이 말이다... 내가 생각했을때 돈.. 명예.. 이런것이 내 행복이 아니면.. 무엇인지 모를 내 행복을 찾기위해 과감히 그것들을 버리고 다른 것을 찾아서 노력해 보는 도전을 선택하면 된다... 그 선택이 비록 가난하고 명예는 따르지 않더라도 이제는 선택할 자신이 있다.. 난 행복하지 않게 살기는 죽어도 싫으니까...' 미친생각들이 조금이나마 내 나름대로 정리가 된다... 혼자 멍하지 공상에 빠져 허우적 거렸더니 진이 빠진다.. 오로라로 돌아가 눕고 싶다.... 징크스가 세워진 주자창으로 다가간다... 중고로 샀을때 부터 나의 징크스의 연료통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있었다..
'It metters not how long we live....but how...' 얼마나 오래 사느냐는 중요치 않다.... 어떻게 사느냐.. 그것이 중요하다..... 징크스가 나에게 속삭이는 듯하다.. 나의 마음속 뿌리가 속삭이는 말을 들은.... 여기는 폴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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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어
폴란드 그냥 여행을 해보고싶은 충동이느껴진다 거부님
고마워요 시간도 많이걸렸을텐뎌요 너무재미있고 유익하네요
재밋게 읽어 주셔서 제가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