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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절 중국 공휴일에 잠시 한국에 나왔더니 버스에서 들리는 공익광고협의회의 카피가 인상적이었다.
“부모는 멀리 보라 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라 합니다
부모는 함께 가라 하고
학부모는 앞서 가라 합니다
부모는 꿈을 꾸라 하고
학부모는 꿈꿀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
문득 스스로 부모인지 학부모인지 되돌아보았다. 잠시 찔리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보통 부모와는 다르지’ 하는 마음에 스스로 부모라 억지로 생각하며 중학교 다니는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눈웃음을 치며 1초의 틈도 없이 돌아오는 대답. “엄마는 학부모예요.”
자녀를 교육하는 일은 마치 사랑이 온전히 두 사람만의 몫인 것처럼 온전히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이기 십상이다. 다른 사람의 교육 성공담이나 자녀 성장기가 참고사항은 될지언정 절대로 내 자녀의 바이블이 될 수 없다. 시중에 나와 있는 부모 역할론에는 성공한 자녀 뒤에 현명한 부모가 있다는 둥, 부모가 자녀의 멘토가 되어야 한다는 둥 부모 된 사람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장래 희망을 정해놓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성취한 과정을 포트폴리오로 작성해 놓으라고 협박한다. 이런 기사들을 읽을 때마다 숨이 막힌다. 내 인생도 내가 모르는데, 어떻게 타인의 삶을 미리 계획할 수 있을까?
불혹의 나이가 되어서도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점검하고 있는데 초등학생에게 중학생에게 네 꿈을 빨리 정하라고 어떻게 요청할 수 있단 말인가? 부모가 자식을 잘 안다고? 물론 안다. 우리 아이는 이런 이런 경향이 있고 이런저런 장·단점이 있음을.
그러나 이런 이런 경향과 장·단점이 미래의 어떤 직업으로 연결되어야 하는지, 현 기성세대의 경험을 벗어난 미래지향적 발상을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기나 한 것인지 되묻기를 멈출 수 없다는 것이다. 한·중 수교 이전에 중어중문과를 택한 나를 보고 사람들이 선견지명이 있다고 부러워하곤 했다.
1980년대 여고생에게 인기 있던 과는 문과는 영문과와 불문과, 이과로는 의대 정도였다. 그런데 왜 영문과, 불문과를 제치고 중문과를 선택했을까? 그래서 인생에 스승이 필요하고 진정한 의미에서 멘토가 필요한가 보다.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키팅 선생님(로빈 윌리엄스 역) 같은 선생님이 한 분 계셨다. 한문 선생님이셨다. 대학 진학을 앞둔 우리에게 주셨던 주옥 같은 말씀.
“20년 후를 내다보고 전공을 선택하라.”
학교에 많은 선생님이 계셨지만 당장 인기 있는 전공이 아닌, 20년 후를 내다보라는 말은 그 선생님에게서 처음 들었다. 선생님은 이어서 “동아시아 수천 년 역사상 한국과 중국이 단교한 예는 냉전 이후 불과 몇십 년간의 일이다. 여러분이 사회에 나가 활동할 시기가 되면 필경 한·중 수교가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그러니 중국과 관련된 전공을 선택하면 좋을 것이다”라는 말씀을 덧붙이셨다. 1980년대에 이미 ‘블루오션’을 창출하라고 교육하셨던 것이다.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에 인생 진로가 바뀌었다. 한자를 싫어하고 중국어는 들어보지도 못했던 여고생이 중어중문학이라는 생소한 길을 선택했다.
물론 고3 담임 선생님이 입학원서도 써주지 않고 중문과는 뭐 하러 가냐, 자장면집 하려고 가느냐라는 모욕적인 언사로 기를 꺾으며 소위 명문대 인기 학과에 학생을 몇 명이나 넣었나 진학률을 자랑하기 위해 부모님을 설득해 갖은 공작을 펴는 것을 꿋꿋이 이겨내고 말이다.
교육은 이래야 한다. 왼쪽으로 가라, 오른쪽으로 가라고 지시하는 내비게이터가 아니라 자녀가 미처 내다보지 못하는 먼 미래를, 자녀가 미처 소홀히 하기 쉬운 삶의 중요한 지혜를 함께 나누는 역할을 해야 한다. 여행자의 눈에는 거리의 노동자, 속옷 차림의 행인, 숨이 막히는 공기, 빨간불에 건너는 교통 무질서, 식당의 불결한 위생상태가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중국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고 메이드 인 차이나를 질적으로 ‘차이 나는 것’이라며 무시한다. 그러나 생활인의 눈에는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 중 480여 개의 아시아본부가 있는 나라, 누구도 넘보지 못했던 달러 긴축통화에 대한 도전, 향후 10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8%대의 고도성장률, 부동산과 주식을 대량 보유한 중산층, 먹고 입고 쓰는 것에 돈의 구애를 받지 않는 중산층의 외동 아들 딸들, 주택과 가구를 욕망하는 막강한 소비군중, 중국 자동차 판매 세계 1위 등극(지난해 자동차 판매는 1360만 대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등극), 전 세계 명품 소비 2위(일본 1위), 월가에서 러브콜하는 금융가 등이 들어온다. 전 세계의 이목이 중국에 쏠려 있다. 오직 우리나라 사람만 중국을 평가절하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우물 안 개구리는 우리다.
자녀의 가슴에 중국을 화두로 던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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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시간씩 하염없이 늘어지는 학습으로 외국어 습득의 기쁨을 느끼지 못하면 학습 의욕이 오히려 떨어져 아예 배우지 않는 것만 못하게 된다.
제일 좋은 방법은 중국어를 짧은 시간 안에 중급 수준에 올려놓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일주일에 한두 시간씩 1년을 배워야 초급 수준을 탈피한다면 중국의 단기 방학연수를 통해 두 달이면 동일한 효과 이상을 거둘 수 있다.
그러고 나서 학기 중에 방과 후 중국어교실에 참가해 지속적인 언어의 인풋과 아웃풋을 제공해주고 다시 한 번 중국어 방학연수에 참가한다면 짧은 기간 안에 중급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중·고등학생이 되어서 새로운 언어에 도전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따르고 또 학업에 눌려 중도 포기가 되기 십상이지만 초등학교 시절은 그래도 여유가 있으므로 과감하게 방학을 투자해보자.
또한 요즘은 중국에 주재원으로 파견을 나가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중국과 연결된 사람이 많이 있으므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녀를 동반한 중국 유학도 적극 권장할 만하다. 베이징이나 상하이는 국제화된 교육도시로서 다양한 계통의 국제학교가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 속에서 발전하고 있으므로 영어와 중국어를 습득하기에 적격이다.
중국에서 교육부의 승인을 얻어 설립한 국제학교는 총 96개교(2007년 말 기준)이다. 이 중 베이징에 20개교, 상하이에 18개교, 톈진에 7개교, 광둥성에 15개교, 장쑤성에 8개교, 산둥성에 10개교, 푸젠성에 3개교, 지린성·산시성·저장성에 각각 2개교, 랴오닝성에 5개교, 충징시·허베이성·윈난성·후베이성에 각각 1개교가 있다.(www.bjedu.gov.cn 참고) 2008년 이후에도 여러 국제학교가 설립되었으나 중국 교육부 자료가 아직 업데이트되지 않았다.
새로운 기회, 중국의 국제학교
베이징에는 미국계·영국계·캐나다계·싱가포르계·홍콩계·한국계 등 20여 종류의 국제학교가 밀집해 있다. 한국인 밀집지역인 왕징의 학부모 통신을 이용하였더니 한국의 주재원 자녀가 가장 선호하는 국제학교는 미국계 ISB 순이(順義)국제학교이고, 베이징 한국국제학교의 인기도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전통적 명문 국제학교
ISB순이(順義) 미국국제학교, BISS 싱가포르국제학교, BCIS 러청(樂成) 중미합작국제학교 등은 1996에서 1997년 사이 중국 교육부의 인가를 받은 전통 명문 국제학교다. 이미 10여 년의 교육 노하우로 학교 관리가 탄탄하고 교육 프로그램도 충실하며 넓고 쾌적한 캠퍼스에 현대식 건물을 갖추고 있다.
다만 학비 및 기타 부대비용이 연 3만 달러에서 3만5000달러 수준으로 매우 높아 대부분 회사에서 학비 보조를 받는 주재원 자녀가 많이 다닌다. 특히 ISB의 인기가 높은데 부모가 취업비자인 Z비자를 소지한 부모동반 외국인 자녀만 입학할 수 있다. ISB는 입학을 원한다고 해서 모두 가능한 것이 아니다.
대기 예약한 후 학교에서 연락이 오면 어학능력테스트(Language Level Test)를 한 다음 테스트 결과가 나온 학년에 정원이 있어야 입학 가능하다. 그래서 많은 학생이 ISB에 입학 신청을 해놓고 다른 학교에 다니면서 ISB에서 연락이 오길 기다린다.
자녀가 ISB에 다니고 있는 최수영(43) 씨는 이렇게 말한다. “내성적이고 공부만 잘하는 아이는 시험성적이 좋더라도 종합성적을 잘 받아오지 못해요. 100% 영어로 수업하며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학생에게 알맞은 학교예요. 아이들이 학교 다니는 것을 행복해 합니다.” ISB를 졸업하면 미국 대학 진학자격을 얻으며 졸업생의 미국 명문대학 진학 비율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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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학생과 외국 학생이 함께 수업하는 국제학교
중국인이 설립한 국제학교로서 외국 유학을 준비하는 중국 학생이나 해외에서 귀국한 중국인 자녀, 중국 내 외국 유학생이 함께 다닐 수 있는 국제학교다.
왕징에 위치하며 중국인 유학준비생과 외국 학생이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스칭(世靑)국제학교는 2001년에 설립되었으며,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다. IB 프로그램은 국제적 고등학교 졸업자격으로 7학년부터는 IB MYP프로그램을, 11학년부터는 IB DP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이를 인정하는 전 세계 7000여 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학비는 약 2만 달러 수준. 주 32시간 영어수업에 8시간의 중국어 수업이 진행된다. 스칭국제학교 관계자는 졸업생 중에 매년 하버드·버클리·스탠퍼드·프린스턴 등의 합격자가 배출되었다고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칭화대학교 부속 중학국제부(2008년 설립)는 해외에서 귀국한 중국인 자녀를 위한 국제학교로서 외국인 입학이 가능하다.
■미국 학교 졸업장과 중국 학교 졸업장을
동시에 수여하는 국제학교
세인트폴국제학교(2008년 설립)는 미국 Saint Paul Preparatory School의 미국 정규 교과 과정과 베이징사범대학 제2부속중학의 중국 교과 과정을 결합해 2개의 졸업장을 동시에 취득하는 국제학교로서 주 30시간 영어수업에 중국어 16시간의 이중언어 습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인 교사 전원이 미국 교사자격증을 소지한 원어민으로 미국 본교에서 파견되며, 중국인 교사 전원은 중국 교사자격증을 소지한 원어민으로 베이징사범대학 제2부속중학에서 파견된다. 베이징올림픽을 맞아 개교한 학교인 만큼 수영장, 인조잔디구장 등을 갖춘 현대식 캠퍼스에 쾌적한 기숙사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학비 및 기숙사비 총합 2만 달러 수준으로 비교적 합리적이며 학생 규모는 170명 내외. 학생 대 교사 비율이 7:1 정도로 이상적이다. 한국 학생을 관리하는 관리교사가 몇 있는데 학교를 참관하러 갔을 때 마침 한국 학생을 위한 맞춤식단을 짜느라 다른 학교 식당을 견학하고 구내식당 음식도 직접 시식하는 등 정성을 쏟고 있었다.
■한국국제학교
베이징에서 참관한 한국국제학교는 감동이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장애우를 위해 도자기와 요리를 할 수 있는 특별학급이며 도서관까지 모두 갖춘 38개 학급에 약 1200명의 학생이 재학하는 초대형 한국국제학교가 왕징에 있었다. 복도에서 처음 만나는 학생들은 90도로 깍듯이 인사했다.
초등학교는 주 5일 35시간 수업에 영어·중국어가 10시간, 중·고등학교는 주 40시간 수업에 영어 15시간, 중국어 5시간을 배치해 한국의 교과 과정을 모두 이수하면서도 영어와 중국어를 습득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갖추었다. 교장은 처음에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다. 베이징 한국국제학교는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국인의 땀과 눈물이 모여서 이루어진 학교이므로 본인이 혼자 인터뷰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학교를 방문했을 때에는 손수 교내 곳곳을 안내하며 친절한 설명을 아끼지 않았다. 이원오 교장이 겸손하면서도 자신 있게 하는 말. “학생들이 가장 오고 싶은 학교, 선생님들도 가장 오고 싶은 학교, 교장인 저도 너무 오고 싶어 지원한 학교, 그 학교가 바로 베이징 한국국제학교입니다.”
이중언어로는 부족하다, 경제교육을 시켜라
베이징에 있는 주재원 자녀들이 대부분인 이 학교는 매년 입학경쟁률이 10:1이 넘고 입학시험이 까다로워 1점에도 희비가 엇갈린다. 한번 입학하면 전학하지 않아 매 학년 정원이 극소수다. 교사는 전원 한국의 현직 교사로서 선발시험을 거쳐 초빙한다.
지원하는 학생은 많고 교실 수는 한계가 있어 고등학교 교실은 책상을 움직일 공간도 없이 빽빽하지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가지고 국제적 인재로 성장하는 청소년들과 그들을 가르치기 위해 열정으로 눈을 불태우는 교사들이 그곳에 있었다. 다른 국제학교와 달리 이곳 학생은 대부분이 국내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데, 매년 100명 가량의 고교 졸업생 중 약 30~40%가 국내 명문대학에 진학한다고 자랑한다.
베이징에 체류하는 동안 국제도시로서 베이징의 면모와 중국의 저력을 실감했고 중국과의 동반자적 관계 형성이 미래 한국의 성패를 가름할 중요한 사명임을 절감했다. 그리하여 한국의 더 많은 청소년이 중국전문가로 성장해야 한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러나 같은 물을 마시더라도 독사가 마시면 독이 되고, 젖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듯이 똑같은 유학이라 해도 사람마다 성패가 확연히 갈리기 마련이다. ‘한중미래지도자과정’을 운영하면서 베이징대학에 유학시킨 200여 명의 학생 중에는 아직 미성숙한 학생도 있다.
시험시간에 부정행위를 하다가 적발되어 졸업장을 못 받고 수료장만 받은 학생, 연애에만 골몰해 학업 성취를 거두지 못한 학생, 겨우 학교 성적에만 급급해 낙제는 면했으나 중국이라는 큰 대륙을 경험하지 못하고 한국 유학생 사이에서만 맴도는 학생, 싸움에 휘말려 경찰서에 불려간 학생 등. 따라서 초·중·고교생의 조기유학은 더욱 조심스럽다.
가능한 한 부모 동반의 유학이어야 한다. “만 가지 학문의 기본은 뜻을 세움이다(百學須先立志)”라고 주희(朱熹)가 말했으니 자녀의 입지(立志)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현재 중국 조기유학에서 아쉬운 점 하나는 교육 목표를 영어·중국어 습득에만 두는 것이다. 물론 두 가지 언어를 마스터한다는 것도 벅찬 과제다.
그러나 다만 이중언어 습득만을 목표로 하기에는 중국 사회의 변화·발전 가능성이 너무 크다. 국내 애널리스트계의 대표주자였던 전병서의 저서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2010)에 의하면 선진국의 사례를 볼 때 도시화가 성숙기에 도래하고 저축률이 하락하면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게 되는데 중국은 10년에서 15년 후면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게 된다.
그 시기는 대량의 중산층을 양산하고 이들의 소비가 내수시장을 키워 저축이 아닌 투자가 중요해지고 금융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10년에서 20년 사이에 중국이 초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기 전에 한국이 중국에 승부를 걸어야 하고 그 주요 분야는 금융업이다. 21세기에 중국으로부터 우리나라가 조공을 받는 길은 이자와 배당이다.
부모는 활, 자녀는 화살…힘차게 당겨 멀리 날게 하라
향후 중국이 고속성장을 지속할 10년에서 15년 사이에 중국에서 공부하고 성장하는 길을 택했다면 중국의 사회와 경제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청소년 경제교육이 필연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국제학교 중에는 청소년 경제교육이 이루어지는 학교가 전무하며 이는 중국 유학에서 거둘 수 있는 수확의 하나를 소홀히 하는 셈이기도 하다. 중국인들이 자녀 교육과 관련해 가장 널리 애송하는 시가 칼리 지브란의 <예언자>다.
당신의 아들은 당신의 아들이 아니다
당신의 딸은 당신의 딸이 아니다
스스로 지닌 생명의 열망으로 탄생한 아이
당신 곁에 있지만 당신의 것이 아니다
사랑을 줄 수 있지만 생각을 줄 수는 없다
그들은 그들만의 생각이 있으므로.
육체를 기를 수 있지만 영혼을 보듬을 수는 없다
그들의 영혼은 내일에 속해 있고
그 내일은 당신이 꿈에도 도달하지 못할 먼 곳이므로.
당신이 있는 힘을 다해 그들을 닮을지언정
그들이 당신을 닮으라고 강요하지 마라
생명은 후퇴하지 않고 과거에 머물지 않으므로.
당신은 활, 아이는 화살
당신으로부터 당겨 날아갈 화살
궁수이신 그분은 미래의 먼 길 과녁을 향해
당신의 화살이 빠르게 멀리멀리 날아가도록
온 힘을 다하여 당신을 당길지니
기쁜 마음으로 궁수의 손 안에서 굽어지라
날아가는 화살도 사랑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활도 사랑하므로
(칼리 지브란, 필자 역 <자녀에 관하여>)
부모만 활이 아니라 스승도 활이다. 자녀와 제자는 쏜살처럼 빠르게 활을 떠나 날아간다. 활이 다만 염려할 것은 과녁을 올바로 조준했는가, 화살의 장도(長途)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할 미래이니 과녁이라고 정하는 것 자체가 오만이겠다. 그러나 천 리를 가는 자는 출발점의 가을 터럭처럼 미세한 차이라도 천 리 후에 현격한 차이가 난다고 하였으니 자녀 스스로의 생명이 지닌 열망의 힘을 믿고, 맡기고, 지켜보는 수밖에.
김종미[echina@pku.edu.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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