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피노키오(screw27)
http://blog.naver.com/screw27/memo/70144234087
북쪽으로... 북쪽으로..... 언제나의 나의 앞에 있던 태양이 이제는 나의 왼편에 있다...
폴란드의 북쪽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대륙 유라시아의 북쪽의 바다라... 생각만해도 뇌수까지 얼듯한 느낌일 것 같다...
폴란드는 유라시아의 북해에 접해있다.. 북쪽의 바다이니 당연히 차가울 꺼라는 유아적인 발상이 든다....
북해를 향해 달린다.. 전날의 말도 안되는 비바람과는 완전히 다른 너무도 화창한 날씨...
적당한 바람이 불어 헬멧을 파고 들며 내 땀을 식혀주고 너무도 따스한 태양이 전날 무참히 젖어 버린 나의 검은 운동화를 자상하게 말려준다...
젖은 몸으로 달리기 이보다 좋을수는 없을 듯....
나의 헬멧은 싸구려 오픈페이스 헬멧이다.. 오래 달리면 풍압에 몸이 고단해 지고 벌레나 이물질들이 얼굴을 때려서 투어링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난 그 풍압과 벌레들이 얼굴을 때리는 느낌이 좋다... .. 난 변태 인가 보다... ㅋㅋㅋㅋ
러시아에서 헤어진 지훈이 형이 한국으로 돌아가며 그의 헬멧을 권했지만 난 그냥 나의 싸구려 헬멧을 고집했다..
얼마를 달렸을까?... 허기가 진다.... 갓길에 징크스를 세우고 걸터 앉아.. 앤드류의 어머니가 싸주신 샌드위치를 먹어치운다....
몸에 힘이 돈다.. 이정표가 눈앞에 보인다...
웃스카... 구글맵을 확인 해본다... 폴란드 북부의 작은 항구도시인듯하다..
서둘러 웃스카로 향한다.. 잘은 모르겠지만 폴란드의 휴양지 인듯하다.. 여기저기 많은 여행객들이 보이고 야영장도 보인다...
오늘은 야영장에서 자야겠다...
야영장에 짐을 풀고 젖었던 옷가지들의 빨래를 시작한다... 소똥위에서 잤던 탔인가... 내 주위로 벌레 들이 꼬인다... ㅋㅋㅋ
식사와 빨래를 마치고 북해를 보러 움직인다.. 역시 징크스와 함께....
징크스를 타고 야영장을 나와 웃스카를 돌며 물어물어 길을 찾는다... 모레위에 무성하게 조성된 이름모를 나무 숲을 한참을 헤맨다...
모래에 징크스의 뒷바퀴가 빠지고 미끄러지며 요동을 치지만 천천히 천천히 그렇게 빠져 나간다..
한참을 씨름을 하고나니 갑자기 콧구멍 속으로 짠내가 들어온다... 바다다...
넘어지지 않으려 지면을 보고 있던 시야를 반사적으로 올려 정면을 주시한다......
절벽과 바다...
징크스를 절벽위에 세워 두고 바다를 향해 내려 간다...
어름장같이 차가울것이라는 나의 생각은 틀렸나 보다.. 많은 폴란드 사람들이 우리네 백사장과 비슷한 풍경을 자아내며 바다를 즐기고 있다...
시원하게 부는 바닷바람이 더위로 지친 내 몸둥이를 스친다... 역시나 내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북해.. 태어나서 처음보는 내가 사는 대륙의 북쪽바다... 이 바다를 건너면 북극이 나온다라는 생각에 자꾸만 북극에 가고 싶다는 망상에 빠진다...
징크스와 하는 이 여행에서 나는 하고 싶으면 방법을 찾는 버릇이 생겼다.. 하지만.. 북극에 갈 방법이 생각 나지 않아 그만둔다..
여름의 북해는 적당히 시원하다.. 실실 웃으며 해변을 걷는 내가 이상했는지 많은 사람들이 눈이 휘둥그래 진채 나를 쳐다본다....
해변의 풍경...
여름의 햇살을 즐기는 연인들.. 모레와 씨름 하며 놀고있는 아이들... 삼사오오 모여 해수욕을 들기는 폴란드 가족들...
파도와 싸우는 강아지... 열심히 조깅중인 노신사... 분주한 갈매기들... 서로의 눈치를 보며 주저하고 있는 소년소녀들....
우리나라의 해변과 다를바가 없다....
타국에서 느끼는 이런 동질감? 이런 친숙함이 싫지 않다..오히려 해외라고 해서 우리와 그리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무엇인지 모르게 마음이 따듯해진다...
고린내 진동하는 젖은 신발을 벗고 눅눅한 양말을 내 발에서 벗겨 낸뒤 해변을 걷는다... 발가락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모레를 느끼며...
하염없이 걷기 시작한다...
한참을 걸으니 해변이 끝나고 시내로 보이는 곳이 나온다.. 그냥 맨발로 걷는다....
여행자라 좋은 것은 가끔은 이런 미친짓을 해도.. 용인된다는 점이다.. 사람들의 의아한 시선을 즐기며 시내를 누빈다....
이국적인 음식 냄새들과 음악들.... 남미의 정서가 묻어있는 공연있어 한참을 쭈그리고 앉아 구경한다....
여행 후 처음으로 보는 타국의 바다를 내 방식대로 그렇게 즐겨본다.....
야영장으로 돌아와 발가락에 잔득 묻어있는 모레를 털며 지도를 확인한다..
서쪽으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독일이 있다... 독일..... 어떤나라일까... 맥주.. 장인정신.. 딱딱한 사람들... 그런거 말고 .. 과연 어떤사람들이 살고있을까...
그렇게 저멀리 들리는 북해의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에 든다...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이며 독일로 향할 준비를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달린 오전... 국경 근처에서 경찰의 검문에 걸려 3시간을 잡혀있는다..
난 유럽에서 필요한 카르네.. 그린카드.. 서류가 없다...
폴란드 경찰들은 이것저것을 묻지만.. 난 알아 들을리가 없다.. 역시 그 동안 하던대로 갖고있는 서류 모든 것은 던져 주고 배시시 웃을 뿐이다...
그렇게 3시간뒤.. 도로 한켬에 쭈그리고 앉아 나를 보내 주기만을 기다린다.....
영문은 모른다... 난 그냥 그렇게 검문을 통과 하고 독일 국경을 넘었다...
오스트리아와 비슷하다... 도로 옆에 잡초들은 같은 키로 정갈하게 다듬어져 있고... 이정표도 너무나 깨끗하다... 물론 도로변에는 작은 쓰레기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너무도 깨끗하고 정돈됐지만.. 난 역시 무엇인가 불편한 느낌이 드는 풍경이다... 징크스도 나와 비슷한 마음인지... 엔진 소리에 약간의
잡음이 들린다..
한적한고 깨끗한 도로를 달린다.... 넓은 초원에서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소와 양이 초점없는 시선으로 멍하니 풀을 씹는 모습을 보면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길가에 징크스를 세우고 갈증을 달래다 무심히 되새김질을 하고 있는 소와 눈이 마주친다..... 한참을 바라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오늘은 소를 벗으로 야영하기로 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초원에 둘러쳐진 투명하고 얇은 끈으로된 펜스가 보인다...
이런 얇은 끈으로 어떻게 소를 가둘수 있을까.. 의아했지만 게의치않고 야영 준비를 한다.. 땀으로 젖은 티를 벗어 햇볕에 말린다...
바닥에 개미가 많아.. 옷가지를 널을 곳을 찾자.. 아까 본 그 얇은 끈이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다가가 그 끈위에 옷가지를 너는 순간...
뒷목이 뻣뻣해지며 그대로 땅으로 넘어진다.... 얼마나 누워 있었을까... 눈을 떠보니 너무도 파란 하늘이 시야에 들어온다...
'...... 어.. 내가 왜 넘어져있지..... 나 왜 넘어졌지........'
그렇게 널부러져 한참을 생각한다...... 한참 뒤 답이나왔다... 그 펜스에 연결된 얇은 끈이 전기펜스 였나보다....
난 감전된 것이다.... ㅋㅋㅋㅋ 그때서야 그리도 얇은 끈이 어떻게 저 큰 소를 가둘수 있는 지를 알 수 있었다... 전기가 흐르는 펜스인 것이다...
한참을 혼자 웃는다... 이제 별별일을 다 당하는 구나.....
아직도 뒷목이 뻐근하지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니 그 고통은 쉽게 잊혀진다... 코펠에 물을 부어 식사를 준비한다...
소들이 몇 미터 앞까지 다가왔지만 내가 경험한바 저 펜스는 넘지 못하리라.... 안심하며 식사를 한다.....
독일 국도변 어느 목장... 밤새 소들이 풀뜯는 소리에 잠을 설쳤지만 나름 괜찮은 야영이었다...
다음날.... 역시나 나는 길을 잃는다.... 그 나라의 수도는 가보자는 주의라 나의 목표는 베를린이 었다... 분명히 국도길을 달린거 같은데...
언제 부터인지 길이 넓어지고 차들이 빨라진다... 처음에는 나의 속도와 비슷하던 차들이 언제 부터인가... 내가 휘청할 정도로 내 옆을 스친다...
영문을 모르겠다... 스로틀을 최대한 비틀어 속도를 올린다... 흡사 시베리아와 같이 곡선구간이 나오지를 않는다... 길은 더 넓어진다.....
내 속도는 110km... 징크스의 엔진음이 커진다... 독일에 왓을때 부터 들리던 잡음이 점점 커진다.....
.... 저 앞에 이정표가 하나 보인다.... 소리나는 대로 읽어본다...
오...토...반.......... ...오토반?.... 오토반이 머지... 아우토반?..... 아우토반!!!!.....
그때서야 난 내가 아우토반에 들어와 있음을 눈치챈다.... 125cc바이크로 아우토반을 달린다... ㅡㅡ;,,,
아우토반은 250cc이상만 달릴수 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난 지금 아우토반을 달리고 있다...
이름모를 차들이 굉음을 내며 내 옆을 스칠때 마다 징크스가 휘청거린다... 나는 갓길로 붙어 달린다... 차는 그리 많지 않다.....
속도를 줄이니 지나가는 차들의 풍압이 더욱 커져 징크스가 더욱더 휘청거린다.. 나도 속도를 낸다..
징크스가 엔진음을 높이며 달린다... 틱틱.. 거리던 잡음이 더 커진다....
앞에 이정표에 베를린이 보인다 100km정도 남았다... 한시간이면 도착할듯......
그렇게 삼십분... 징크스의 엔진음이 점점 커지며 영문모를 틱틱거리던 잡음도 더욱 커진다..... 속도를 줄일수가 없어 그대로 달린다.....
'틱....티디딕... 틱틱......... 카라락~~~~ 칵칵.....칵칵칵칵칵칵칵칵.......'
징크스가 비명을 지르며 갑자기 RPM이 떨어진다.. 속도가 줄어든다.. 급한 마음에 스로틀을 있는 힘껏 비틀어 보지만 속도는 점점 떨어진다...
징크스가 내는 파열음으로 귀가 아프고.. 엔진에서 나는 열로 내 종아리가 후끈해지며 뜨겁다... 속도는 계속 떨어진다.....
아무리 스로틀을 감아도 50km이상 속도가 붙지않는다...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서둘러 갓길에 붙어 징크스를 세운다.... 엔진이 너무 뜨겁다.. 반바지를 입은 탓에 다리털이 열에 그을려 탄내가 진동한다...
열을 식혀야 된다는 생각에 먹다 남은 콜라를 엔진에 붓는다.. 자욱한 연기를 내며 바로 증발해 버리는 콜라... 하지만 엔진 열을 식히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미 물도 떨어진지 오래... 아직도 엔진이 뻘겋게 달아 올라 얼굴까지 열이 느껴진다....
징크스가.. 울고 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후회도..걱정도.. 그냥 지금은 징크스의 열을 식혀야 된다는 생각만 있을 뿐이다....
몸이 먼저 반응 한다..
아우토반을 등지고 선다.. 바지 지퍼를 내린후 징크스의 엔진에 오줌을 눈다... 오줌이 엔진에 닿기도 전에 증발해 오줌이 사방으로 튄다..
고약한 냄새가 진동한다... 하지만 징크스의 열을 식혀줘야 한다는 생각에 한참을 그렇게 오줌을 눈다.....
여기는 무제한 속도를 자랑하는 아우토반... 나는 아우토반의 갓길에서 오토바이에 오줌을 누고있다... 미친짓도 정도 껏이다....
입에서 욕이 새어 나온다....
내 등뒤를 지나가는 덤프트럭의 굉음과 풍압에 살의를 느껴 나도 모르게 오줌줄기가 잦아 든다...
오줌이 끈긴다... 엔진에는 콜라 자국과 오줌자국이 얼룩으로 남았고 고약한 오줌 냄새가 진동한다... 그래도 아까보다는 열이 많이 식었다...
가드레일에 걸터앉아.. 정신을 차려 본다... 아우토반에서 엔진이 퍼지다니....
고민만 해서는 해결책은 나오지 않는다....
우선은 징크스를 쉬게 하자... 징크스를 가드레일에 바짝 붙이고 나는 가드레일 건너편 나무 그늘 밑으로 들어가 마음을 가다듬는다....
그렇게 1시간... 그때서야 SYM에서 보내준 메일이 생각났다... 징크스를 한국으로 데려다 주는 동시에 정비를 지원한다는 그 메일...
pdf파일로 보내준 SYM 유럽 정비공장을 빠르게 훑어본다... 독일을 찾아 본다..... .....
베를린에는 없다.....
생소한 독일 지명들을 수첩에 적어서 하나씩 지도로 확인한다..... 드레스덴....
드레스덴.... 베를린 남쪽으로 300km정도 떨어진 곳에 '롤러포인터'라는 정비소가 있다... 300km....
멀쩡한 상태의 징크스라면 하루에 600km도 가봤다.. 하지만 지금의 징크스가 얼마나 버텨 줄지모른다... 하지만 달리 수 밖에 없다.....
나는 다시 가드레일을 넘어 징크스에 올라 타 시동을 걸어 본다.... 다행이 시동은 걸린다... 하지만 엔진에서 무엇인가 둔탁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서서히 달려본다.. 역시 50km이상 속도가 나지 않는다... 징크스의 연료통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징크스 .. .조금만 힘내줘.. 300km만 더 달리면돼.. 힘내줘.. 부탁이야...내가 잘못했어.. 조금만 더 달려줘...'
징크스가 아우토반을 50km로 달린다... 드레스덴을 향해서..
90kg의 짐에 나를 태운 조그만 125cc의 대만제 중고 바이크.... 징크스가 아우토반을 달린다...
징크스가 비명을 질러 댄다.... 금방이라도 죽을 듯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댄다.... 열이 심해진다....
아무런 패턴도.. 박자도 없는 기계음과 종아리는 달구는 엔진열이... 나를 책망하고 탓하는 욕지거리로 느껴진다....
징크스가 비명을 지를 수록 나는 아랫입술을 꽉 깨문다... 입속에 비릿한 피냄새가 느껴진다.....
비명을 질러가며 피를 흘려가며 우리는 아우토반을 달린다...
시속 50km/h로 드레스덴을 향해...
징크스의 비명으로 가득찬 아우토반.........
여기는 독일...
첫댓글 이런거 나두 해보구잡다 실현 불가능이란걸 알지만......
글씨가 너무많아서 그림만보고~~~~~~~~~~~~~~~~~~~~~~~~~~~~~~~~~~~~~~~~~~~~~~~~~~~~~~~~ 패스
논픽션이라 처음부터 읽다보면, 빠져듭니다.
카페글은 5섯줄이상이면 안봐요 ㅎㅎㅎ
고런~ 고정관념 버리셔야~~~~~글도 글나름,,,,,
엔진오일 쫄아붙어서 열이나는거아닌가요 궁금하네요?
거부님 덕분에 참아름다운 여행기를 독필 합니다
잘보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진정한 자유인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