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으로 알 수 있는 질환들
◆ 증상으로 의심할 수 있는 신장병
증상이 없어도 신장병이 있을 수 있고, 신장병에만 특별한 증상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다른 장기에 병이 생겨 발생한 증상이 신장병 환자의 증상과 비슷한 경우도 많다. 흔히 신장병을 의심하여 병원을 찾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1. 소변량이 줄었다 (핍뇨증)
소변량은 하루에 500 ml~3 L 정도로 다양하다. 소변량이 줄어들었다면 몸 안의 체액량이 심하게 줄어서 빠른 시간 안에 수분과 염분을 공급해야 한다는 신호이다. 500 ml 이하까지 줄면 신장 자체에까지 이상이 발생된 것이다.
한 번에 보는 소변량은 줄었지만 대신 자주 보면서 총량이 변하지 않았다면 신장보다는 방광이나 전립샘 쪽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소변을 보고 싶은 느낌이 있지만 소변 자체가 나오지 않으면서 아랫배가 부풀어 오르는 경우 역시 방광이나 전립샘 쪽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2. 소변량이 늘었다 (다뇨증)
소변량이 하루 3 L 이상인 다뇨증은 수분을 과다하게 섭취하거나 호르몬 이상, 혈당이 높거나 이뇨제 복용, 염분이 포함된 수액을 맞았을 때 발생할 수 있다. 소변을 보는 횟수만 증가하고 한 번에 보는 양은 적어 소변 총량이 늘지 않았다면 방광 기능 이상같은 방광 질환이나 전립샘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3. 소변을 자주 본다 (빈뇨)
소변을 보는 횟수는 하루 5~7회 정도이다. 하루 8회가 넘거나 소변을 보는 간격이 2시간 이내라면 빈뇨에 해당된다. 빈뇨와 소변을 보고도 시원하지 않은 느낌 (잔뇨감), 소변이 잘 안 나오는 느낌, 소변을 참을 수 없는 느낌 (절박뇨), 소변을 볼 때 아랫배나 요도 부근 통증 (배뇨통)이 갑작스럽게 시작됐다면 방광염을 우선 의심한다.
방광염이 아니라면 과민성 방광 같은 방광의 기능적 문제를 생각할 수 있다. 남자인 경우 전립샘 질환일 가능성도 높다.
4. 소변이 마려워서 자다가 깬다. 밤에 소변을 자주 본다 (야간뇨)
자다가 깨서 2번 이상 소변을 보면 야간뇨가 있다고 하는데 다뇨증이 동반되지 않은 야간뇨는 만성 콩팥병, 전립샘 비대증이 있는 환자에서 나타날 수 있다. 변비가 심할 때도 야간뇨가 있을 수 있다
5. 소변에서 거품이 난다 (거품뇨)
모든 거품뇨가 단백뇨는 아니지만 거품이 작고 개수가 많으며 몇 분이 지나도 거품이 꺼지지 않는 경우에는 단백뇨를 의심해야 한다.
6. 소변색이 뿌옇고 탁하다. 소변에 찌꺼기가 있다.
염증이나 음식에 함유된 요산이나 인산이 원인일 수 있다.
7. 소변색이 너무 투명하다. 소변색이 너무 진하다.
수분 섭취량이나 체액량에 따라 소변의 농축된 정도가 달라진다. 농축되면 소변색은 진해지고, 농축되지 않으면 투명해진다.
8. 소변색이 검붉다. 피처럼 빨갛다. 분홍색이다. 갈색이다.
검붉거나 피처럼 빨갛거나 분홍색인 경우 피가 나오는 혈뇨 이외에도 약, 음식, 심한 근육 손상 (횡문근 융해증) 때문일 수 있고, 갈색뇨는 간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혈뇨는 사구체 신염, 신장이나 방광, 전립샘의 종양, 염증 등 다양한 경우에서 보일 수 있는데 나이나 성별, 혈뇨의 양상에 따라 좀 더 가능성이 높은 병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추가 검사를 결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젊은 여자가 갑자기 배뇨통, 절박뇨가 있으면서 혈뇨가 나온 경우는 급성 방광염을 우선 생각하게 되고, 반면 남자 노인이 배뇨통은 거의 없는데 혈뇨가 있다가 저절로 사라졌다 하는 양상을 보이면 방광암 검사를 꼼꼼히 시행하게 된다.
신장병의 원인에 따라 거품뇨가 보이거나 소변 색이 붉게 변하기도 하고, 옆구리 통증이나 발열 등의 증상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신장병 환자는 신장 기능이 심하게 떨어질 때까지도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흔하다. 특히, 서서히 진행된 만성 콩팥병 (만성 신부전)인 경우 투석 치료가 필요한 말기 신부전 시기가 되어야 증상을 자각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원인이 무엇이든 신장의 모양이 변하거나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신장병이라고 할 수 있다. 신장으로 가는 혈액의 양이 많은 것으로부터 짐작하듯이 신장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더라도 다른 장기의 병 때문에 신장병이 발생할 수 있으며, 반대로 신장 자체에 병이 생겨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다른 장기에도 병을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같은 원인이라도 신장에 미치는 영향은 사람마다 또는 시기마다 다를 수 있고, 다른 원인이라도 비슷한 증상과 검사 소견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의사들은 환자들을 비슷한 증상과 검사 소견을 보이는 몇몇 증후군으로 먼저 분류한 뒤 신장병을 일으킨 원인을 규명하는 여러 단계를 거쳐 진단을 내리게 된다. 한 환자가 만성 콩팥병, 사구체 신염, IgA 신병증 등 여러 병명을 듣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증상이 없는 경우 신장병이 있는지 알기 위해 최소한으로 해야 할 검사는 혈압, 혈액 크레아티닌과 이를 계산하여 추정한 사구체 여과율, 소변 단백뇨 정도이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공단 일반 검진에 이 항목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빠트리지 말고 하는 것이 좋겠다.
#인재대학교일산백병원, 신장내과 한금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