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해의 풍수와 명당 - 충남 서산 해미순교성지

[양평지기]

전원해의 풍수와 명당 - 충남 서산 해미순교성지

명당길지 아닌곳 ‘성지명당’으로

(충남 서산시 해미면 읍내리)에 순례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은 1790년대부터 약 100년 동안 수천명의 천주교 신자가 순교한 곳이다.

이름이 밝혀진 이는 132명. 그중 해미의 첫 순교자인 인언민·이보현과,

김대건 신부의 증조부 김진후 등 3인만이 시복시성(사후에 복자·성인의 품위에 오름)됐다.

해미의 대표적인 순교지는 신자들이 끌려가던 한티고개 순교자들의 압송로, 신자들을 가두던

읍성 내의 해미옥, 사형장으로 사용된 서문 밖 순교지, 생매장터인 여숫골 등이다.

서문 밖 순교지는 군문효수·백지사형·교수형·자리개질 등 갖가지 방법으로 신자들을 처형한 곳이다.

특히 자리개질은 말 그대로 자리개질(타작질)하듯 돌 위에 내동댕이쳐 죽인

잔인한 방법으로, 그때 돌다리가 지금도 남아 있다. 여숫골은 신자들을 생매장하던 동구 밖 서쪽의 숲정이(수풀)다.

신자들이 끌려가면서 “예수 마리아” 하고 기도하던 소리가 동리 사람들에게는 ‘여수(여우) 머리’로 들려서 이렇게 불렸다.

여숫골 주변에는 둠벙(웅덩이)이 있었다.

당시 군졸들은 두 팔이 뒤로 묶인 신자들을 둠벙에 거꾸로 밀어넣어 처형하기도 했다.

그래서 ‘죄인 둠벙’이라 하던 것이 오늘날의 진둠벙 순교지다.

해미읍성은 이 고장에서 순교가 처음 시작된 곳이다. 읍성 내 옥사에 신자들을 가두었다가

옥사 앞 호야나무(회화나무·충청남도 기념물 제172호)에 목을 매달아 처형했다.

풍수로 보면 읍성의 주산(뒷산)인 오학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오른쪽으로 들어와

읍성의 서쪽 성벽을 때리고 있으며 진남문에서 관아까지의 출입로가 거의 일직선이다.

재물이 모이지 않고 빠져나가는 지형이다.

이 때문에 읍성 안 백성들은 무척 곤궁했을 것이며, 관리들도 불안정한 상태에서 신자들을 박해했을 것이다.

이 참혹한 현장은 오늘날 순교성지로 거듭났다.

생매장당한 이들의 묘역을 뒤편에 조성하고, 그 앞으로 왼쪽에는 순교자들의 비석과 진둠벙 순교지,

팔각지붕의 망루와 성직자들의 숙소 등을 배치했다. 오른쪽에는 기념관과 원형성당을 두었다.

이를 풍수적으로 해석하면 비석과 망루 등이 있는 왼쪽은 좌청룡으로 명예를 의미하는 방위다.

망루의 팔각지붕은 하늘의 운행인 팔괘이니 예수를 상징한다. 종교적으로도 팔각지붕은

진복팔단(예수 그리스도가 복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해 8개조로 가르친 설교), 즉 예수의 산상설교를 뜻한다고 한다.

묘역 오른쪽은 우백호로 재물을 의미한다.

여기에 배치된 건물의 종교적 의미를 짚어보면 기념관의 지붕은

묘지처럼 흙을 덮고 잔디를 심어 순교의 뜻을 되새기게 했다.

원형성당의 지붕은 12각으로 열두 제자를 나타냈다.

또한 원형은 풍수에서 하늘을, 숫자 12는 땅을 열두 방위로 나눈 12지지를 뜻한다.

이런 점에서 12각지붕의 원형성당은 하늘의 복음을 땅에 쉬지 않고 전파하려는 염원으로도 보인다.

해미순교성지에서 보듯 원래 명당길지가 아닌 곳도 고귀한 넋을 기리는 성지명당으로 만들 수 있다.

교황 방문을 계기로 이곳의 거룩한 의미가 더욱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
<서경대 외래교수> 출처 농민신문

[흥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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