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홍의 나쁜 생각728 - 노력 만사형통
시간을 빌리려면 돈이 들어야 한다는 어떤 시인이 말을 옳다. ‘시간은 돈이다’라는 말도 옳다. 그러고 보니 세상에 떠도는 모든 말들은 다 옳다. 왜 나는 그동안 세상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던가. 세상 소리에 열심히 귀를 기울였더라면 돈도 많이 벌고, 덜 고단하게 살았을 성 싶다. 당신은 또 이제부터라도 세상 말에 잘 귀 기울여도 늦지 않았다고 말하겠지. 하지만, 귀를 기울인다는 것과 몸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다르다. 오랫동안, 굳어진 세상 일들에 대한 게으름, 난 오늘 그걸 합리화하거나 미화하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세상에 속해있다. 다만, 얼마큼 절실했는가. 얼마큼 잘 실천했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오늘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인생의 일이라는 게 노력으로 다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직에 오래 몸담으면서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공부도 노력해서만 되는 것이 아니더라는 것이다. 물론 극소수의 아이들은 노력으로 자신의 목표를 이루어 가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도 잘 살펴보면, 어떤 유전적 성향이 그 밑에 흐르고 있음을 보게 된다.
우리가 교육으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효과는 생활습관으로 굳어지기 전에 게을러지기 십상인 본능을 바로 잡아 주는 것이다. 어떤 습관을 몸에 붙혀주느냐가 평생 그 사람의 생을 좌우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도 결코 녹녹한 일이 아니다. 이는 늦게 본 딸아이를 키우면서 얻은 생각이다.
우리는 늘 무언가 계획하고 실행하고 그래서 그 결과로 일종의 행복인 만족을 얻으려 한다. 물론 이러한 노력이 우리의 문명이나 예술, 과학을 진화 발전시키고, 경제적 풍요도 얻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다만, 우리가 신봉하는 "하면 된다"라거나 "노력 만사형통"이라는 애매한 신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 것일 뿐이다.
모란이 피네 / 송찬호
외로운 홀몸 그 종지기가 죽고
종탑만 남아 있는 골짜기를 지나
마지막 종소리를
이렇게 보자기에 싸 왔어요
그런데 얘야, 그게 장엄한 사원의 종소리라면
의젓하게 가마에 태워 오지 그랬느냐
혹, 어느 잔혹한 전쟁처럼
그것의 코만 베어 온 것 아니냐
머리만 떼어 온 것 아니냐
이리 투정하신다면 할 말은 없지만
긴긴 오뉴월 한낮
마지막 벙그는 종소리를
당신께 보여주려고,
꽃모서리까지 환하게
펼쳐놓는 모란보자기
검은 백합 / 송찬호
한갓진 호숫가 언덕 한 송이 백합 피어 있었네
백합은 외따로운 게 좋아
그 흰 땅을 벗어난 적 없었네
세상은 어지러웠네
화살이 멀리 날아가
피 흘리는 사슴을 데려왔네
어느 날 새상을 휩쓸고 지던 흑사병이
백합을 보았네
백합의 향기를 맡았네
그리고 작은 맹세를 하고 떠났네
세상은 여전히 어지러웠네
화살은 멀리 날아가
피 흘리는 것들만 데려왔네
호숫가 언덕 한 송이 백합
누군가를 오래 기다렸다네
기다리다 기다리다 검어졌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