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삶을 바꾸려는 또 다른 노력
가) 운동과 생활방식
1) 앞에 밝혔지만 암은 항암과 복원 수술이 끝나면 특별한 처방이 없다.
암 환자 스스로 자가 치료를 통해 면역력과 체력을 길러 병의 재발과 전이를 막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암을 막막하고 불안하게 여기며 무서운 병이라고 말하는지 모른다.
암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 번째 노력이 영양을 고려한 식사라면 두 번째 노력할 사항은 운동이라고 한다.
환자를 위한 운동은 많이 소개된 것으로 알기에 여기서는 내 경험만 적으려 한다.
나도 처음에는 인터넷 환우들이 소개하는 스트레칭이나 케겔 운동을 따라 했던 적이 있다. 그렇지만 게으르고 자유분방한 편인 내가 일정한 형식에 적응하는데 느렸기에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그 대신 걷는 것이 최고의 운동법이라는 주장에 혹하여 바깥으로 나가려했으나 문제는 배변이었다.
기저귀는 벗었어도 패드를 착용하고 만약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물티슈를 담고 다녀야하는 불편을 감수하기 싫었다.
패드는 대변 흡수가 제대로 안 되기에 지렸을 경우 곤욕을 치렀던 경험을 가진 환우들만이 아는 고충일 것이다.
겨우 차로 왕복 30분 거리의 시장에 다녀오는 것도 부담스러웠던 터라 심한 운동이나 1시간 이상의 외출은 불가능했다.
2) 내가 사는 마을은 산으로 싸인 작은 분지이다.
겨울에는 평야지대보다 평균 2, 3℃ 낮아 꽃도 일주일 내지 열흘쯤 늦다.
봄에도 된서리 내리는 날이 많아 광주에서도 잘 자라는 비파나무, 돈나무 등이 얼어 죽고, 목련은 제대로 피지 않는 곳이다.
지금도 신문은 오후 우편물로 받아보고, 토요일 신문은 그 다음 월요일에야 받아보는 불편한 마을이다.
아내와 내가 가꾼 우리 텃밭과 정원은 그 마을의 한 쪽에 있다.
옆에 소나무 우거진 동산(東山)까지 있어 산책코스로도 괜찮은 곳이다.
병이 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 인생에서 잘 한일 중의 하나가 시골에 우리 정원을 조성하고 집을 지어 이사했던 점이 아닌가 한다.
날씨가 좋으면 집을 벗어나지 않고 정원 옆의 동산까지 가만 가만 걸었는데 환자에게 무리 없는 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변의를 느끼면 그 자리에 일을 보기도 했는데 보고 탓할 사람이 없었던 점도 좋았다고 본다.
지난해 가을까지는 그렇게 정원을 걸으며 나무도 솎아내고 전정도 했다.
그런데 2016년 말부터 변 지림이 뜸해졌기에 지난 1월 말경부터 집 밖으로 나가 한 시간 이상 걷기를 시도한 것이다. 운동 나가기 전에 화장실에 다녀오면 한 두 시간은 대변 걱정을 안 해도 좋아졌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집밖으로 걷기 시작할 때에 처음에는 휴대용 물티슈나 화장지가 필수품이었지만 3월 들어서는 화장지도 소지 하지 않는다.
그동안 걷으면서 변을 지리는 일이 없었고, 이제는 그런 경험을 근거로 지리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 그리고 지리면 어떠냐 하는 뱃장도 생겼기 때문이다.
우리 마을은 나가서 걸으면 산책코스가 되지만 그래도 일정한 시간 분량의 거리를 정하여 걷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그런 코스를 찾았더니 의외로 다양한 길이 있음을 발견했는데 지금은 비만 오지 않으면 햇볕을 많이 쬐면서 걷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한다.
이제 왕복 4km를 지속적으로 걷기 시작한지는 겨우 두 달 쯤 된다. 요즘은 자세를 바르게 하고 차선을 따라가며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3) 정원과 텃밭은 날마다 새로운 생명의 변화, 자연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텃밭의 풀을 매고 돌아다니면서 철따라 피는 꽃을 보고 새롭게 움트며 열매를 주는 나무들을 보고 있으면 그 즐거움도 크지만 내일을 기다리는 희망을 갖게 해준다는 점에서 좋다.
상추 쑥갓 등 잎채소 오이 가지 토마토 등 열매채소류와 야콘 고구마 마늘 양파 등 뿌리채소 완두콩 강낭콩 등 몇 가지 콩류를 자급자족하고 있는데 나에게 농사일은 일차적인 운동이면서 나만의 놀이다.
그렇게 일하는 것이 병을 이겨낼 수 있다면 바람직한 방법이라고는 주장하지 않겠지만 나로서는 수술 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본다.
농촌의 일이란 웬만해서는 티가 나지 않지만 그래도 일하면서 자신의 병을 잊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다.
일에 집중하다보면 대변을 보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점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지리는 실례를 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지만 텃밭 일은 괄약근을 강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었지 않은가 싶다.
그러나 수술 이후 힘든 농사는 많이 줄였다.
더구나 탈장 수술의 원인이 야콘 캐기 등 힘든 일 때문이었다고 알기에 아직도 힘에 부칠 일은 피하는 편이다.
그리고 풀을 매는 괭이질을 하는 동안에도 일하는 시간보다 쉬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진다. 그야말로 놀이처럼 쉬엄쉬엄하고 있다.
맑은 날에는 보통 3 시간 정도 텃밭 일을 하며 보낸다.
비 오는 날이면 실내에서 간단한 스트레칭, 이층 오르내리기를 한다.
수술 후 기력이 떨어져 몸이 휘청거리는 느낌이 있고 아무래도 몸의 균형 잡기가 전 같지 않았다. 전에는 텃밭에서 외발 수레를 주로 사용했는데 최근에 두 바퀴가 달린 수레를 구입했다. 이유는 외바퀴 수레가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몸에 무리가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잘 했다고 생각한다.
늙으면 병원 가까운 곳에 살아야한다는 말이 맞다.
또 아프면 요양원에 가서 쉬는 것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 집은 병원과 가까우면서 주변에 숲이 있고 봄부터 가을까지 수 십 종류의 꽃과 채소 등을 가꾸기에 원예치료가 가능한 곳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나에게는 최적의 치유 공간이 아닌가 싶다.
다른 환자들에게도 자기만의 공간, 자기만의 일을 갖기를 권하고 싶다.
나) 수면과 좌욕 등 다른 활동
1) 가급적 충분한 잠을 자기 위해 노력한다.
저녁에는 11시경 취침하지만 밤에 화장실에 가는 횟수가 잦아 깊은 잠을 들지 못하는 날이 많아 새벽에 눈을 떠도 게으름을 피우는 편이다.
조금 늦게 일어나 식사 후에는 글을 쓰거나 운동을 하다가 잠간씩 낮잠을 자기도 한다.
낮잠은 짧은 시간이지만 피로를 풀어주는 효과가 있음을 느끼고 있다.
2) 좌욕은 변의 활동을 돕고 항문의 통증을 완화 시키는 기능을 하기에 좌욕기를 두 종류 구입하여 활용하였으나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
족욕은 피로를 풀어주고 숙면에 도움을 준다고 알기에 전기로 물을 데우는 족욕기를 구입하여 사용하였으나 역시 지금은 사장시켜 놓은 상태다.
3) 샤워는 매일 주로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하고 있다. 다만 우리 집에는 몸을 담글 수 있는 욕조가 없는데 그 점이 아쉽다.
직장암 환자도 그렇지만 일반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일은 건강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에 공감한다.
다) 2017년 3월 현재의 배변 상태
1) 예전부터 변을 ‘본다!’는 말을 많이 들었으나 솔직히 아프기 전까지는 왜 변을 봐야하는지,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다.
사실 변을 보는 일은 즐거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혐오스럽기도 했다.
방송에서도 직접적인 ‘똥’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이유도 시청들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본다.
과거 전통 화장실에서는 더 심했지만 양변기 사용 후에도 대변을 보면 바로 물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고 변에 대한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변을 ‘본다!’고 하는 말이 왜 중요한지 이해한다.
대변이나 소변은 건강을 측정하는 기초적인 측정 자료인데 우선 자신의 소변과 대변을 보는 일을 개인의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기본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소변의 색깔은 물론 대변의 굵기와 무른 정도, 냄새 등을 확인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도 피곤하면 소변의 색깔이 변하고 장의 운동이 원활하지 못하면 대변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을 것으로 본다.
건강한 사람들도 자신의 소변과 대변을 잠간만이라도 관찰하는 습관을 가지면 암 예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2) 복원 초기, 심할 경우에는 하루 5, 60회 적게는 하루 3 ,40회로 고역스러웠던 화장실 출입은 지난 2016년 봄부터 하루 7, 8회 정도로 유지하더니 지난 2016년 겨울 들어서는 6, 7회 정로 줄었다. 아주 서서히 좋아짐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하루의 대변 횟수를 시간대별로 기록해왔는데 2017년 1월 현재도 그렇게 유지하는데 전날 먹은 음식과 배변 횟수의 관계, 배변의 상태, 그리고 배변 횟수의 변화를 알 수 있는 자료가 된다.
(물론 가끔은 10회 가까이 대변을 보기도 한다. 문제는 음식의 양이나 종류에 관계없이 나타나기에 조심스럽고 그래서 관찰 중이나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 아마 운동의 정도나 음식물의 섭취 종류에 따라 장의 환경이 변해서 그렇지 않은가 하고 추정한다.) 여전히 배변 보는 시간을 예측하기 어려운 점이 문제다. 그래도 활동하는 낮보다는 밤에 자주 보는 편임을 알 수 있는데 다행으로 여긴다.
2월 9일 외래 진료 시 김 교수는 6, 7회 이상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배변 시간도 예측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복원 전에는 2, 3개월 후면 외국 여행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던 말과 달랐다.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는 김 교수의 자르는 듯한 말은 의사로서 너무 직설적인 단정이 아니었던가 싶다. 환자에게 희망을 주는 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말에 희망을 접지 않을 것이다.
금년 중으로 4, 5회 정도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음식 조심하고 운동하면서 배변 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해 노력을 그치지 않을 작정이다.
3) 이제 패드를 졸업(?)했지만 아직도 가끔은 변을 지린다.
방귀를 뀌다가 속옷에 실례를 하는 경우가 더러 있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속옷에 묻어있는 경우를 발견하기도 한다. 일하다가 텃밭에 주저앉아 대변을 보고, 실내 화장실로 달리다가 실수하는 일도 있었던 2016년 가을 이전에 비하면 참는 시간도 길어지고 횟수도 줄었지만 여전히 나를 긴장시키는 일이다.
다른 사람들에 좋다는 요거트 등 유제품은 나에게는 대변을 무르게 하여 지리는 요인이라고 여겨져 끊었더니 예상대로 변을 지리는 횟수가 뜸해짐을 알 수 있었다.
우리 밀로 만든 라면이나 과자 등 가루 음식이나 떡국은 변의 횟수나 상태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런 점으로 미루어볼 때 아무리 좋다는 식품도 모든 사람에게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자신의 체질에 맞는 유익한 식품을 찾는 일도 직장암 환자의 평생 과제라고 본다.
4) 음식의 종류와 양에 따라 횟수와 대변의 상태 색깔 냄새 심지어는 무게 등이 달라짐을 체험한다. 요즘 대변의 형태와 색은 먹는 음식과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해도 대체로 노란색에 가깝다. 대변의 굵기를 바나나에 비교하여 말하지만 대장과 항문을 봉합하면서 출구가 좁아진 탓인지 나의 경우 손가락 중지 정도이며 만큼 굵기로 냄새도 정상이다.
대변이 변기에 떨어지는 소리, 쉬 가라앉은 상태를 보면 대변도 무게가 있음을 느낀다. 죽이나 수분이 많은 음식 보다 현미잡곡밥이 좀 더 되고 무거운 대변을 보는 것 아니냐는 추정도 해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아 이 문제 역시 관찰 중이다.
직장암 환자에게 배변은 평생 신경 써야할 문제라고 한다.
그래서 일상을 ‘똥과의 전쟁’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변화장실은 전쟁터가 아니라 화장실에 앉아 있는 시간은 희망 찾기의 또 다른 여정이라는 생각을 한다.
비록 가까운 장래에 정상은 아닐지라도 여행 가능한 횟수로 더 줄일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날이 언제일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지만.
5) 현재 혈당 혈압은 거의 정상이며 심장병 약과 이명 치료약을 복용하고 있다.
체중은 약 60kg에서 맴돈다.
수술 전에 비해 12kg 정도 줄었지만 현재의 체중이 적당하다고 보기에 걱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나이를 먹은 탓인지 키가 줄어 왜소해진 점과 허리 사이즈가 줄어 과거 옷은 거의 입을 수 없다는 점이다.
첫댓글 자도 변 지림이 뜸해지면서 운동시간을 늘릴수 있어 좋았습니다
처음엔 30분 하기도 어려웠는데 요즈음은 2시간이상 가능할 정도로 여유가 생깁니다
운동은 얻기를 위주로 하고 있으며 기구를 이용한 근력운동을 병행 해서 하고 있습니다.
님의 진행정도가 저와 비슷하여 항상 많은 도움을 얻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직저는 기저귀 졸업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움이 되셨다니 기쁩니다.
수술한지 22개월, 아직도 주변을 맴돌지만 나아짐을 느끼기에 그 점이 곧 희망의 원천이 됩니다.
부지런히 걷기 운동하시고 실내에서도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시면 도움이 되실 겁니다.
빠른 시일내에 기저귀 졸업하시기 바랍니다.
黃(누를 황) 屎(똥 시)의 꿈을 꾸며 ...... . 감사합니다.
계속 댓글 감사합니다.
예전에 똥은 귀찮음이나 혐오였지요.
지금 똥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또 다른 생명입니다.
저도 남편이 일어나면 하루 첫마디가 밤새 ddong 사정이 어땠는지 항문의 안부를 묻고 지냅니다
이젠 이런 대화가 아무렇지 않더라고요 ^^
이 글에 나오는 정원 텃밭 집 구경하고싶네요
사진이라도...
기회가 있으면 소개하겠습니다.
투병기 잘 읽었습다.
4년 전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아내와 변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한바탕 웃고 합니다.
저도 힘든 시간은 지난 것 같습니다.
앞으로 계속 낫겠다는 의지로 버틸 작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시간내서 써 주신 글.. 감사히 읽었어요~~의지력도 강하시고 열심히 투병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럽네요~~
좀 더 잘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여행 갈 꿈도 꿉니다.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