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고기쟁이들이 차려낸 '3창 플러스알파'
[맛난 집 맛난 얘기] 해나옥
<배꼽집>은 불리한 상권에서 양질의 음식을 합리적 가격에 제공, 젊은 직장인들의 갈채를 받는 식당이다. 이번에는 <배꼽집>이 실험적인 시도를 했다. 차츰 식당이 알려지고 번창하자 주인장은 그 동안 고생했던 직원들 노고에 어떻게 보답해줄까 고심했다. 그러다가 최근 새로운 형태의 식당을 차렸다. 서울 상암동 <해나옥>은 직원 7명의 투자를 받아 문을 연 식당이다. 주인장이 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발생한 수익을 배분한다. 사실상 주인장이 일곱 명인 곳이다.
곱창 대창 막창 ‘3창’에 염통과 벌집양까지 푸짐
“참게가 물고기를 잡아서 내장만 먹고 버리더군요. 우연히 그 장면을 보고 느꼈지요. 진짜 고기 맛은 살코기보다 내장에 있구나 하고요.”
진짜 고기 맛을 아는 사람은 살코기보다 내장을 좋아한다는 말이 있다. 이 집 주인장도 그 말에 동의한다. 그 자신 평생 고기 유통업과 국내 최고의 갈빗집 직원으로 일하다가 창업한 터여서 누구보다 내장육 맛에 훤하다. 이 식당을 하나하나 완성해가면서 마지막까지 고심했던 것이 메뉴였다. 일곱 명의 운명이 달린, 절대로 망해서는 안 될 식당이기에 자신 있는 메뉴만 채택했다. 내장육인 모듬세트(3만8000원)도 그중 하나.
곱창(200g) 대창(100g) 막창(100g) ‘3창’에 벌집양(100g) 염통(100g) 등 각종 내장육 600g과 차돌박이를 서비스로 준다. 간과 천엽이 들어오는 날엔 역시 서비스로 내놓는다. 4명 정도가 넉넉히 먹고 남을 정도로 푸짐한 양이다. 곱창은 초벌로 구워 나온 무게여서 실제로는 양이 더 많은 셈이다. 어느 정도 익으면 부추무침을 불판에 올려 함께 익힌다. 벌집양 차돌박이 염통 곱창 막창과 대창 순으로 먹는다.
원래 쫄깃한 벌집양은 씹을수록 고소한 양 맛이 우러나온다. 벌집양은 밑간을 했다. 소스에 찍지 않고 그냥 먹어도 맛있다. 빨리 익는 차돌박이와 함께 벌집양부터 먼저 먹는다.
염통이 무척 신선해 보인다. 염통은 금방 변하고 냄새가 나서 신선하지 않으면 먹지 못한다. 가정에서 프라이팬에 염통을 구우면 제 맛이 안 나는 이유가 있다. 곱창과 함께 구워야 고소한 곱창 기름이 묻으면서 맛있게 구워지기 때문이다. 씹으면 염통의 차진 육질이 쫀득하다.
고기 전문가가 고른 국내산 육우 곱창
내장육은 신선도가 생명이다. 주인장이 서울 마장동에 고기 유통업체를 보유, 양질의 내장육을 확보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췄다. 내장육 중에서도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게 곱창이다. 주인장에 따르면 좋은 곱창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 내장육 유통업계에서 곱창은 판매자가 ‘갑’이라는 것.
이 집 곱창은 국내산 육우의 곱창이다. 고기는 일반 한우가 좋지만 곱창은 한우보다 육우가 더 낫다. 크기가 크고 막이 연해서 부드럽기 때문이다. 대창 막창은 한우를 써도 곱창만큼은 반드시 육우를 구해서 쓴다. 역시 유통전문가이자 고기 전문가가 고른 곱창은 달랐다. 곱이 가득하고 오래 구울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 잡내 잡는 전처리 노하우를 오래 전부터 확보해 먹는 내내 이취도 없다.
곱창 막창 대창은 간장소스나 기름장에 찍어 먹는다. 간장소스에는 마늘이 들어가 느끼함을 잡아준다. 아삭한 샐러리 장아찌와 오이장아찌를 곁들이면 금방 입 안의 기름기가 정리된다. 역시 곱창 막창 대창에는 소주(4000원)를 곁들여야 그 맛이 극대화된다. 소의 곱창 막창 대창을 내 뱃속의 곱창 막장 대창에 전달해주는 메신저로서 소주만한 것도 없다.
소 한 마리 내장 들어간 곱창전골을 후식으로
모듬세트를 주문하면 곱창전골을 후식으로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3만5000원인 중(中)자는 1만5000원에, 4만5000원 대(大)자는 2만원이다.
전골용 곱창은 별도로 삶았고, 육수는 한우고기 국물로 냈다. 따로 익혔으므로 곱창전골 국물에서 잡내가 나지 않는다. 고기로 국물을 내 전골국물이 사골로 낸 국물보다 개운하고 칼칼하다. 곱창 외에 소 한 마리에서 나오는 내장 부위들을 두루 망라해서 넣었다. 여기에 소고기 잔여육과 두부 대파 쑥갓을 실하게 넣었다. 맛이 나쁠 수가 없다.
곱창전골을 술안주로만 먹기엔 아깝다. 밥 추가(1000원)를 하면 솥밥이 나온다. 바로 지은 밥이어서 기름이 좔좔 흐른다. 곱창전골 국물에 말아먹으면 식사까지 기가 막히게 마무리된다.
이 집은 다른 곱창집보다 저렴하고 삼겹살 가격에 비해서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일 끝내고 동료들과 편안하게 술 한 잔 하기 좋은 집이다. 하루 종일 화려한 조명과 음향기기의 뒤편에서 고생한 상암동 방송 종사자들이 해가 지면 이 집으로 몰려온다. 식당이 위치한 곳은 비록 건물 지하지만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먹는 사람들 얼굴엔 밝은 해가 나는 시간이다. 식당 이름 ‘해나옥’처럼.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54길 25 푸르지오DMC시티 지하 1층 02-303-3397
글 이정훈(월간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사진 서연지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