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편으로 먼저 빨리 가주세요!!
왜 자꾸 묻히는거냐구요오...ㅠ_ㅠ...
오랜만에 토요일에 올리니까 못보셨나;;
★
Beauty.29
"아, 글쎄. 좀 서보라니까요?"
"그만 좀 따라와!! 영원이한테나 가란 말이야!!"
"에이-. 제가 매일 누님한테만 신경쓰니까 삐졌구나?"
"ㄱ..그런거 아니거든!"
"호오. 근데 왜 얼굴은 빨개지고 말까지 더듬으시나?"
"ㄴ..너어!! 얼른 집에 안가!!"
"제맘이죠! 왜 남의 일에까지 신경을 쓰고 그래요?"
이,이 자식!
정말 죽여버리고 싶어 미치겠네.
대체 뭐가 좋아 내 앞에서 이리도 생글생글 웃어대는지, 이 얼굴에 주먹 한번만 시원하고 꽂아보고 싶은 마음뿐.
"저 한두번 봐요? 제가 이상한데 데리고 갈까봐 그래요? 잠깐만 어디 좀 가자는데, 왜 이렇게 빼는거냐구요."
"날 어디에 데리고 가는데! 그리고 넌 절대로 신뢰가 안가는 놈이거든. 널 믿느니 차라리 개를 믿겠다."
"잠깐만도 안돼요? 잠깐만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나오면 되잖아요."
"이제 아직도 못 알아 먹었나! 썩 꺼져!"
"후우...그럼 어쩔수 없네요.."
이제야 포기하고 돌아서는 듯한 놈.
그래, 그래.
이렇게 순순히 포기했어야지.
"이렇게 데려가는 수밖에!"
"꺄아아악-!!! 너 안 내려놔?! 야!! 안 내려놓냐구!! 치한으로 신고해 버린다?!"
"어디 한번 해보시죠!!"
사람 많은 길거리 한복판에서, 쌀자루 매는 것 같이 날 들쳐업더니 저벅저벅 어디론가 잘도 걸어간다.
내 언젠간 저 다리몽둥이를 분질러버려야지.
"그럼 내가 내려서 순순히 갈테니까, 어디로 무슨일로 가는건지만 말해줘."
"진짜요? 내려놓는 순간 도망가려는건 아니구요?"
"얘가 날 뭘로 보고! 빨리 내려놓기나 해."
"알았어요."
그제서야 날 순순히 놓아주는 녀석.
쳇.
도망가려고 했더니 어떻게 알아채버렸네.
"그 전에 인상 좀 펴봐요. 나랑 꼭 붙어있더라도, 절대 싫어한다거나 그런 티 내면 안돼요. 부드럽게 인상도 풀고, 계속 웃고 있
어야 돼요. 그리고 그 욕! 욕도 어떻게 좀 해봐요. 소리 꽥꽥 지르는 것도 하지 말고 나긋나긋하게. 요조숙녀처럼. 알았죠?"
"미친. 내가 그걸 어떻게 해. 스물두살 평생 이러고 살아왔는데. 그나저나 그건 또 왜 시키는건데."
다시 재차 물어보자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흐음' 하는 이상한 소리만 내뱉는다.
이거 보면 볼수록 짜증나 죽겠네.
"사실은 오늘 제 여자친구가 좀 되어줘야 하겠거든요."
"ㅇ,여자친구? 아-, 나 못해. 다른 사람 찾아봐. 영원이를 부르던지."
"안돼요. 누님은 신유랑 커ㅍ...아니다, 아니다. 하여간 누님이 꼭 필요해요."
"커...뭐?"
"커..커...커피! 커피 마실래요?"
그러더니 말을 심하게 더듬으며 어딘가로 후다닥 뛰어가더니, 두 손에 따끈한 캔커피 두개를 들고 다시 달려옵니다.
"나 캔커피는 안 마시는데."
"어..어쨌든 제 얘기 좀 들어봐요. 이제 진짜 진짜 정말 정말 정마알-로 중요한 문제거든요."
"그래, 알았으니까 말해봐."
"그게 지금 여기서 말해줄수는 없구요. 조금만 뛰면 약속장소가 나오거든요.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니까 부담 갖지 말고, 그
렇다고 너무 허술하게 게임해서도 안돼요."
"게임?"
"뛰어요!!!"
그러더니 냅다 손을 잡고 뛰기 시작한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달릴수 있는건지, 따라가기도 버거운 스피드로 바람같이 달린다.
곧 눈 앞에 2층으로 된 아담한 건물이 보이고, 투명한 유리창으로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이나 분위기 있는 조명까지 점점 더 불
안한 마음만 증폭시켜 간다.
"야, 잠깐ㅁ...!"
뭐라고 할새도 없이, 분위기 있는 카페의 문을 벌컥 열어버리는 녀석.
"강주한. 하마터면 늦을 뻔 했어."
"아하하. 죄송합니다."
뒷머리를 긁적이며 꾸벅 고개 숙여 인사하는 놈을 바라보던 어떤 남자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한다.
"그쪽은 여자친구? 커플로 참가하는거야?"
"네."
참가?
"그나저나, 애들은 어디 있을래나....어! 신유야, 신형아! 여기, 여기!!"
뭐, 누구?
"이야, 역시 각자 여자친구하고 왔네."
여전히 내 손을 잡은채 자신의 친구들 앞에 선다.
그런데...
"어엇! 한영원! 네가 여기 왜 있어?"
- 본 시점
"어라?"
대체 제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더랩니까.
주한이와 함께 커플 게임에 참가한 현주...?
주한이 녀석이라면, 당연히 예쁜 여자친구를 데려오거나 즉석에서라도 꼬셔 올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인물을 커플이라고 데
려옵니다.
"대..대체 지금 이거 뭐하는거야? 응? 나 여기다 잡아 쳐넣으려고 그러는거야?"
불쌍한 현주.
아마도 아무것도 모르고 온 것 같습니다.
지점장님의 말씀이 끝난 후 - 현주는 여전히 일을 하고 있었고 - 이렇게 된거 오늘 하루만이라도 놀고 이벤트에 대해선 나중에
생각하는게 어떻겠냐는 신유의 제안에 대체 그게 뭔가하고 들어보자라는 생각으로 이 커플 게임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이름과 같이 이 카페에서 진행되는 커플 게임은 여러가지 미션을 다른 커플들보다 우월하게 수행해 1등까지 가면 엄청난 상금
과 경품까지 걸려있다고 합니다.
'상금'과 '경품' 이란 말에 역시 솔깃해 버린 - 스물두살 나이에 솔깃할 내용은 이것밖에 없더군요 - 저는 냉큼 '그래!'하고 대답
해버렸고, 이렇게 되어 신유와 저, 신형이와 연진이, 상황을 봐서는 주한이와 현주, 그리고 안타깝게도 여자친구가 없는 영진이
는 그냥 구경하겠다는 정도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잘해보자구요, 마녀현ㅈ....으악!"
"야, 이 갈아쳐먹을 죽일놈아!! 이런거면 진작 말을 하고 데려올것이지, 나도 우리집에선 꽤 귀한 몸이거든?! 나이 좀 먹었다고
함부로 대할 생각 하지마! 하여간...ㄱ,게임 하면서 이상한 짓 하면 그만 둬버릴테니까!"
주한이의 머리를 딱 소리가 나게 쥐어박은 현주, 그래도 게임에 참가할 의향은 있나 봅니다.
"자, 여러분! 모두 이곳을 주목해주세요! 오늘 밤 'Flower' 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전 오늘 커플 게임의 사회자 되겠습니다!"
밝은 목소리의 사회자가 쓰고 있던 중절모를 벗으며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자 사람들의 환호가 카페 안을 가득 메웁니다.
"우선 참가하실 커플들, 이 무대 위로 나와주시겠습니까?"
정 가운데 조명을 받으며 서있던 사회자가 옆으로 비켜나고, 하나둘씩 손을 맞잡은 남녀가 무대 위로 차례로 올라옵니다.
"아줌마, 빨리 올라가요."
미소를 지으며 제 손을 잡는 신유에 이끌려 어느새 눈부신 조명 아래 서게 되었습니다.
나참, 유치원 장기자랑 대회 이후로 무대 위에 서보는건 오랜만이네요.
어린 고등학생 남자친구 때문에 이런 곳에도 와보고.
알게 모르게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는게 쉽게 진정이 안됩니다.
"아, 미친놈아! 나 안 올라간다고!"
"아 글쎄 오늘 하루만 참아봐요! 스마일- 스마일 응?"
무대위에 올라오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현주를 억지로 끌어올리는 주한이.
게임 내내 꽤 애를 먹겠군요.
"아, 이런 씨...!"
결국엔 주한이의 힘을 못 이기고 현주도 제 옆에 나란히 섭니다.
어느새 제 왼쪽편에 온 신형이와 연진이 커플도 두 손을 꼭 맞잡고 서있습니다.
신형이 녀석, 입만 꾹 다물고 있으면 정말 조각이 따로 없는데.
입만 열면 깬다니깐.
"자, 그럼 커플 소개 하나 하나씩 짤막하게 들어볼까요? 우선 참가번호 1번 커플!"
앞에 서있는 순서대로 번호가 매겨지는 모양인지, 1번 커플이라고 한 두 남녀가 옷에 커다랗게 1이라는 번호를 달고 있습니다.
"아줌마도 이거 달아요."
신유가 7이라고 써진 번호표를 내밀고, 왼쪽 가슴에 단단히 달은 저는 신형이와 주한이의 번호표도 확인했습니다.
앞뒤로 6번과 8번이네요.
"아, 그러셨군요. 5번 커플 굉장히 닭살스러운데요. 그럼 6번 커플 자기 소개 좀 해주세요."
어느새 신형이와 연진이에게로 차례가 돌아오고, 사회자를 향해 머쓱하게 웃은 연진이가 신형이에게 눈빛을 보냅니다.
연진이의 눈빛에 지지 않으려는 듯 날카로운 눈빛을 다시 쏘아 보내는 신형이.
그에 연진이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지더니 두 눈을 부릅뜨고 신형이의 눈을 노려봅니다.
"아, 6번 커플? 자기 소개 좀..."
하지만 여전히 눈빛만을 서로에게 보내며 알수없는 표정을 지어보이기만 하는 둘.
"죄송해요. 신형이가 좀 부끄러워 해서..."
"부끄럽기는. 네가 더 부끄러워하는거 아냐? 원래 이런건 여자가 하는거야."
"아니거든. 남자도 할 수 있는 거거든!!"
알고보니 서로에게 자기소개를 하라고 떠밀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게도 하기가 싫었나?
"그..그럼 6번 커플 패스하고 바로 7번 커플로 넘어가겠습니다. 자기소개 해주실래요?"
"안녕하세요- 고1인 장신유구요, 이쪽은 제 여자친구 한영원이에요."
"아, 보니까 연상연하커플 같은데, 여자분은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스..스물 둘이요..."
"와, 다섯살 차이 커플이네요. 혹시 신유군은 여자친구를 부르는 애칭이라던가 이런거 있어요?"
"아줌마요!!"
허,허걱.
신유야.
이럴땐 조금 닭살스러운 애칭이 나와줘야 정상 아니겠니.
구경하던 사람들이 와하하 웃음을 터뜨리고, 사회자도 웃기에 바쁩니다.
"어..얼른 다음 커플로 넘어가죠!!"
당황한 저는 사회자에게 손짓을 하며 현주를 가르켰습니다.
제 손짓에 두 눈을 살기로 가득채우고 번뜩이는 현주였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러다간 게임 하기도 전에 망신 당하겠는데.
"그럼 8번 커플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고1인 강주한이구요, 이 옆은 제 여자친구 이ㅎ..."
"야!!! 내가 왜 니 여자친군데!!"
"이..이현주요!!"
당환한 주한이, 냉큼 현주의 이름까지 마무리를 짓습니다.
"서로를 부르는 애칭이라던가, 이런거 있어요?"
사회자의 질문에 으음, 하며 골똘히 생각을 하던 주한이가 얼굴에 웃음을 가득 띄웁니다.
"애기요!"
순간 주한이의 닭살스런 애칭에 앞에 앉아있던 여자손님들이 '꺄아악' 하며 비명을 지릅니다.
"여자분은요?"
아니꼬운 표정으로 인상을 쓰고 서있던 현주.
'커플' 을 이름으로 주한이와 나왔다는 사실을 잊은건지 충격적인 한마디를 던집니다.
"미친놈요."
사회의 얼굴도 급당황.
"아..아하하....참 개성있는 커플이네요. 투닥투닥 싸우기도 하고...맞아요, 그러면서 사랑도 키우는거니까요. 그,그럼 다음 커
플?"
매우매우 개성있었던(?) 6,7,8번 커플 때문이었는지 뒤에 남은 두 커플 긴장이 바짝 되었나 봅니다.
더듬더듬 충격에 휩싸여 잘 말도 꺼내지 못하더니 결국은 웃음만 잔뜩 사고 자기소개를 마칩니다.
"자-. 그럼 본격적인 게임에 들어가봅시다! 첫번째 게임-! 여자친구 안고 달리기!"
엇.
어떡하지.
나 요새 3kg 쪘던데.
....신유야,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