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해녀질로 물 숨 참아가며
숨비소리 한번이 자식들의
연필되고 공책이 되어가며
참을 수 있었던 만큼의 행복은 간 곳 없이...
"형…. 엄마가 암이래"
지금, 이 상태론 수술도 힘들고 길어봐야 6개월 이라며 집에 모셔 맛있는 거나 많이 해드리라고
방금 의사가 말씀하고 가셨어요"
"그럼 간병은 누가하지?"
"난 간병 못 해요"
"저도 못 해요..
수빈이 학원 여섯 군데 따라 다니는것만 해도 하루가 모자랄 판인데
간병할 시간이 어딨어요?"
"그럼 요양병원으로 모시는 건 어때?"
"미쳤어 형! 요양병원에 매달 들어가는 돈은 어찌 하고, 어머니 집 있잖아요
그거 팔아서 하면 되겠네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별이라고 말해왔던
내 아들들의 입에서 나온 말을 병실에서 듣고있던 엄마의 두 뺨에 흐르는 눈물이 강이 되어 흐른다.
하얗게 밝아온 다음날.
"엄마가 사라졌어..."
"병원에서도 모른대"
자식 없는 엄마는 있어도
엄마 없는 자식은 없다. 했건만, 엄마, 엄마 하고
애 터지게 부르던 젖먹이 때 내 자식들이 맞는지 ...
때가 되어야 분명해지는 것들이 주는 앎속에서 회한의 눈물을 머금고
떠나 간 엄마의 상처는 아랑곳없이 세상 이곳저곳 체면치레 찾아다니던 두
아들들은 어둠이 먹칠한 하늘을 따라 사라진 엄마 흔적을 쫓다가는 결국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5년 지나야 사망신고를 할 수 있고 그러려면 경찰에 실종 신고 근거가 있어야 한댄다..."
"저도 알아봤는데 재산 상속을 받으려면 해놓는게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전단 같은 거 돌리는 것도 법적 근거가 된대요"
"찾는 척이라도 해야지
주위 이목도 있는데..."
이런 자식들 키우느라 애터지게 목에 들어가는 물 한 모금 아껴가며 산 시간을 더듬어보며 이름 모를 거리를 헤매다니고 있을 엄마의 슬픔은 타다 만 종이 위 글자들처럼
까만 그을음으로 남겨지던 어느 날...
자식을 먼저 떠나 보내지
않으면 부모가 버려진다는
세상 떠도는 이야기를 밑천 삼아 전단지를 들고 지하철 근처에서 뿌리는 시늉을 하던 두 아들 내외
"형 밥 먹고 하자"
"일단 네 형수하고 뿌리는 거 인증사진이나 찍어 놔"
"아… 힘들어 이 짓 쪽팔려 정말 못하겠다."
"애들 학교에서 오면 배고플 텐데... 도련님 전단지 배부업체에
맡기는 게 어때요?"
지나면 희미해질 이 순간
가슴에 담아 놓고 싶지 않았던 두 아들 내외 앞에
엄마의 종적이 사라진 후
37일째 흐르다 멈춘 날.
고시텔에서 쓰레기 버리러
나오는 비슷한 노인을 봤다는 제보 듣고 달려간 두 아들은
"엄마.."
"어머니"
"누구세요?"
치매까지 온건지 본인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엄마를 그냥 두고, 집으로 돌아온 두 아들 소주잔을 사이에 두고 앉았습니다
"형..차라리 잘 된 거 아냐"
"......"
"엄마 치매환자 요양병원
입원시키고 법원에 후견인 신청해 집 처분하는게 어때"
"내 생각도 그렇긴 한데.."
"형도 어차피 사업자금이 더 필요하잖아"
"나도 애들 유학보내달라 는 성화에 하루하루가 지옥같아"
"도련님.. 뭘 복잡하게 그렇게까지 해요? 어차피 얼마 못 사실 텐데.."
이 슬픔이 슬픔으로
끝나지 않기를 기도하며
멀어져 갔을 엄마의 아픔 보다 지들 살길이 먼저인 두 아들 내외...
초인종이 울린다.
"누구세요?"
"천마 복지재단에서 나왔습니다"
"무슨 일로 오셨는데요?
"어머니 되시는 김복녀 여사께서 한달 전 이 집을 우리 복지재단에 기부 하셨습니다"
"네에?"
새벽불 밝히고 서 있는 가로등을 디딤돌 삼아 엄마가 머물렀던 쪽방촌에 찾아온 두 아들은
흐르는 물에 뿌리내릴 수 없는 나무가 되어 사라진 자리에 놓여있는 손편지 위 열쇠를 뚫어지게 바라 보더니
"미쳤군, 미쳤어..
그냥 조용히 죽기나 하지
왜 안 하는짓을 하고 그래"
"엄마가 우릴 못 알아본게 아니었어"
자식 사랑의 끝에 다 타고
하얗게 재만 남은 것 같은
후회를 안고 멀어진 엄마가 최종 선택한 건 행복이었다는 걸 모르는 두 아들은
"내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거든 그 열쇠 안에 있는 것과 함께 묻어다오"
죽음도 삶의 한조각이라며
쪽지에 적힌 엄마 마음 보다 열쇠 하나 뚫어지게 바라보던 두 아들은 삶의 무게를 쥐고 나간 엄마의 아픔을 참으로 가슴에 담아 놓기 싫은 듯 하얗게 밝아오는 새벽까지 술로 지새우더니
"형... 엄마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이 들어있는 열쇠 아닐까?"
"맞아요…. 설마 자식인데 아무것도 남겨주지 않으셨겠어요 "
"분명 땅문서나 유언장 그런게 든 열쇠 같아요"
어디에 버려질 곳인지
보이는 곳마다 지뢰밭 같은 불안을 안고사는 노인들의 이야기가
눈물되어 바다로 흘러갔을
엄마보다 그 열쇠가 물품 보관함 열쇠 란 걸 먼저 알아낸 두 아들 내외는
"설마 어머니가 자식들 손자들한테 십 원도 안 남기고 기부할리 없잖아"
열어본 사물함에는
자신들이 돌리던 전단지 한 장만이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습니다
"내 아들들이 날 찾고 있구나.."
내 아들들이 찾고 있는 그 모습이 이승에서 느끼는
엄마의 마지막 행복 이었다며 빨간 노을에 멍들어 계절이 지는
어느 이름 없는 가을날을 따라 그렇게 세상을 떠나갔습니다!!!
자식 사랑은 바람에 그린 그림이라는 명구를 남기면서...
(노자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