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지난 4일 숨을 거둔 그는 아나운서라기보다는 심야 라디오 방송의 DJ로 높은 인기를 누렸던 방송인이다. 지난 92년부터 95년까지 전파를 탔던 MBC FM ‘정은임의 FM영화음악’은 진행자인 정 아나운서의 나직한 목소리와 해박한 영화상식을 앞세워 당시 신세대 영화팬들을 열혈 청취자로 끌어들이며 거의 ‘컬트 현상’에 가까울 정도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프로그램이었다.
방송계 관계자들은 정 아나운서의 죽음을 마지막 ‘라디오 스타’의 퇴장으로 해석하고 있다.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라디오 전문 DJ들의 인기는 톱스타들이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최동욱(67·‘탑툰쇼’)→이종환(67·‘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황인용(64·‘황인용의 영 팝스’) 등의 명성을 이어받은 김광한(58·‘김광한의 팝스 다이얼’)과 김기덕(56·‘2시의 데이트’)은 80년대 초반 MTV 시대의 개막과 더불어 해외 유명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브라운관에서 소개하며 청취자가 아닌 시청자들의 지지까지도 한몸에 받았다. 김광한은 아예 MC로 변신해 코미디 프로그램인 K2TV ‘쇼!비디오자키’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요의 수준 향상으로 팝송의 인기가 시들해짐에 따라 라디오 프로그램의 인기도 서서히 식어갔다. 여기에 청취율 하락에 고민하던 제작진이 탤런트 개그맨 등을 진행자로 대거 기용하면서 라디오 전문 DJ들의 입지는 눈에 띄게 좁아졌다. 현재 김광한과 김기덕말고 라디오를 고집하는 방송인으로는 MBC FM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배철수(51)와 KBS 2FM ‘전영혁의 음악세계’의 전영혁(52) 정도가 유일하다.
학창 시절 ‘정은임의 영화음악’을 듣고 영화인의 꿈을 키웠다는 영화 프로듀서 서모씨(33)는 “라디오는 진행자와 청취자의 밀접한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매체다. 정 아나운서의 사망은 라디오와 함께 자라난 우리 세대에 엄청난 슬픔”이라고 말했다.
첫댓글 동생 잘읽었어요.
아까운 나이에......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전문으로 음악해주는이가 점점 사라져가는 현실......
조기자 문제있구만 막을내리다니 여기에서 매니아들과 멀쩡이 살아계신분을 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