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이해인 단발머리 소녀가 웃으며 건네준 한 장의 꽃봉투 새봄의 봉투를 열면 그애의 눈빛처럼 가슴으로 쏟아져오는 소망의 씨앗들 가을에 만날 한 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 따뜻한 두 손으로 흙을 만지는 3월 나는 누군가를 흔드는 새벽 바람이고 싶다 시들지 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꽂는 연두색 바람이고 싶다! ......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박목월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 해외로 나간 친구의 체온이 느껴진다. 참으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골목길에는 손만 대면 모든 사업이 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 동·서·남·북으로 틔어 있는 골목마다 수국색(水菊色) 공기가 술렁거리고 뜻하지 않게 반가운 친구를 다음 골목에서 만날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약간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어제 오늘. 어디서나 분홍빛 발을 아장거리며 내 앞을 걸어가는 비둘기를 만나게 된다. 무슨 일을 하고 싶다. 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 속에는 끊임없이 종소리가 울려오고 나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난다. 희고도 큼직한 날개가 양 겨드랑이에 한 개씩 돋아난다.
이른봄의 서정 / 김소엽
눈 속에서도 봄의 씨앗은 움트고 얼음장 속에서도 맑은 물은 흐르나니 마른 나무껍질 속에서도 수액은 흐르고 하나님의 역사는 죽음 속에서도 생명을 건져 올리느니 시린 겨울밤에도 사랑의 운동은 계속되거늘 인생은 겨울을 참아내어 봄 강물에 배를 다시 띄우는 일 갈 길은 멀고 해는 서산 마루에 걸렸어도 겨울이 지나면 봄은 오게 되어 있나니 서러워 마라 봄은 겨울을 인내한 자의 것이거늘 나의 하나님 / 김춘수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늙은 비애다 푸줏간에 걸린 커다란 살점이다 시인 릴케가 만난 슬라브 여자의 마음 속에 갈앉은 놋쇠 항아리다 손바닥에 못을 박아 죽일 수도 없고 죽지도 않는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또 대낮에도 옷을 벗는 여리디 여린 순결이다 3월에 젊은 느릅나무 잎새에서 이는 연두빛 바람이다
봄은 전쟁처럼 / 오세영 산천은 지뢰밭인가 봄이 밟고 간 땅마다 온통 지뢰의 폭발로 수라장이다. 대지를 뚫고 솟아오른, 푸르고 붉은 꽃과 풀과 나무의 여린 새싹들. 전선엔 하얀 연기 피어오르고 아지랑이 손짓을 신호로 은폐 중인 다람쥐, 너구리, 고슴도치, 꽃뱀--- 일제히 참호를 뛰쳐나온다. 한 치의 땅, 한 뼘의 하늘을 점령하기 위한 격돌, 그 무참한 생존을 위하여 봄은 잠깐의 휴전을 파기하고 다시 전쟁의 포문을 연다.
바다와 나비 / 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무 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72F1C35551FE5B230)
3월 / 김광섭 3월은 바람쟁이 가끔 겨울과 어울려 대폿집에 들어가 거나해서는 아가씨들 창을 두드리고 할아버지랑 문풍지를 뜯고 나들이 털옷을 벗긴다 애들을 깨워서는
막힌 골목을 뚫고 봄을 마당에서 키운다 수양버들 허우적이며 실가지가 하늘거린다 대지는 회상 씨앗을 안고 부풀며 겨울에 꾸부러진 나무 허리를 펴 주고 새들의 방울소리 고목에서 흩어지니 여우도 굴 속에서 나온다 3월 바람 4월비 5월꽃 이렇게 콤비가 되면 겨울 왕조를 무너뜨려 여긴가 저긴가 그리운 것을 찾아 헤매는 이방인 3월 / 나태주 어차피 어차피 3월은 오는구나 오고야 마는구나 2월을 이기고 추위와 가난한 마음을 이기고 넓은 마음이 돌아오는구나돌아와 우리 앞에 풀잎과 꽃잎의 비단방석을 까는구나새들은 우리더러 무슨 소리든 내보라 내보라고 조르는구나시냇물 소리도 우리더러 지껄이라 그러는구나아, 젊은 아이들은 다시 한번 새옷을 갈아입고새 가방을 들고 새 배지를 달고 우리 앞을 물결쳐 스쳐가겠지그러나 3월에도 외로운 사람은 여전히 외롭고 쓸쓸한 사람은 쓸쓸하겠지
3월 / 장석주 얼음을 깨고 나아가는 쇄빙선 같이치욕보다 더 생생한 슬픔이내게로 온다 슬픔이 없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모자가 얹혀지지 않은 머리처럼그것은 인생이 천진스럽지 못하다는 징표 영양분 가득한 지 3월 햇빛에서는왜 비릿한 젖 냄새가 나는가 산수유나무는 햇빛을 정신없이 빨아들이고검은 가지마다 온통 애기 젖꼭지만한 노란 꽃눈을 틔운다 3월의 햇빛 속에서누군가 뼈만 앙상한 제 다리의 깊어진 궤양을 바라보며살아봐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3월에 슬퍼할 겨를조차 없는 이들은부끄러워하자 그 부끄러움을 뭉쳐제 슬픔 하나라도 집어낼 일이다 3월 / 헤세 초록빛 새싹으로 덮힌 기슭에 벌써 제비꽃 푸름이 울려 퍼졌다 오직 검은 숲을 따라서만 아직 눈이 삐죽삐죽 혀처럼 놓여 있다 그러나 방울방울 녹아내리고 있다 목마른 대지에 흡인되어 그리고 저 위 창백한 하늘가에는 양떼구름이 빛 반짝이는 떼를 이뤄 흘러가고 있다 사랑에 빠진 피리새 울음은 나무 덤불 속에서 녹는다 사람들아, 너희도 노래하고 서로 사랑하라!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 박목월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해외로 나간 친구의체온이 느껴진다 참으로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골목길에는손만 대면 모든 사업이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 동, 서, 남,북으로틔어 있는 골목마다수국색 공기가 술렁거리고뜻하지 않게 반가운 친구를다음 골목에서만날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약간걸음걸이가 빨라지는 어제 오늘어디서나분홍빛 발을 아장거리며내 앞을 걸어가는비둘기를 만나게 된다ㅡ무슨 일을 하고 싶다ㅡ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다ㅡ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2월에서3월로 건너가는 바람 속에는끊임없이 종소리가 울려오고나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난다희고도 큼직한 날개가양 겨드랑이에 한 개씩 돋아난다
3월에 / 이해인 단발머리 소녀가웃으며 건네준한 장의 꽃봉투새봄의 봉투를 열면 그애의 눈빛처럼가슴으로 쏟아져오는소망의 씨앗들가을에 만날한 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 따뜻한 두 손으로흙을 만지는 3월나는 누군가를 흔드는새벽 바람이고 싶다 시들지 않는 언어를그의 가슴에 꽂는연두색 바람이고 싶다 3월 / 에밀리 디킨슨 3월이네요, 어서 들어오세요! 오셔서 얼마나 기쁜지요 일전에 한참 찾았거든요 모자는 내려놓으시지요 아마 걸어 오셨나보군요 그렇게 숨이 차신 걸 보니 그래서 3월, 잘 지내셨나요? 다른 분들은요? 자연은 잘 두고 오셨나요? 아, 3월 바로 저랑 이층으로 가요 말씀드릴 게 얼마나 많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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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3월 빨리 가기전에 할말도 할일도 너무나
많아요 붙잡을수도 없고~~ㅎㅎ
감상 잘하였습니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
고운밤 되세요~~^^
할일은 차근차근 하시고 할말은
그때그때 하시면 됩니다.ㅎㅎ
늦은 시간에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소예 님.
편안한 밤 보내시기 바랍니다.
슬픔이 없는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와 닿는 한줄입니다~^^
노트 님.
좋은 주말 보내셨습니까?
그런데요. 노트 님.
저렇게 많은데 딱 한 줄만 와 닿습니까요?
우와....! ㅋㅋㅋ
오늘도 수고 하셨습니다. 노트 님.
편안한 휴식 하시기 바랍니다.
늦은시간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행복비타민 그러게요..
가슴에 딱 한줄이 깊게 박혔습니다^^
굿밤되세요~~
@노트 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노트 님.
따뜻한 휴식 하시기 바랍니다.
바람결에 묻어오는 미나리 냄새..
알수 없는 삶의 애착 ..
3월의 시를 읽으며 마음을 정돈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