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아시안 게임 - 한국 vs 일본 |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한국 3-2 일본
스페인과의 2 대 2 극적 무승부, 비록 3 대 2로 졌지만 한증 막 더위를 뚫고 처절하게 밀어붙인 독일전. 94년 미국 월드컵 에서 보여준 한국축구의 투혼은 전 세계인들에게 신선한 감동이 었다.
이제 그 놀라운 힘을 아시아인들에게 보여줄 차례. 94년 히로 시마 아시안게임의 우승 후보는 단연 한국이었다.
축구팬들은 홈팀이자 신흥 축구강국으로 부상한 일본과 결승에 서 맞붙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었다. 1년전 카타르에서 열린 미 국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통한의 패배를 안겨준 일본을 적지 에서, 그것도 결승에서 통쾌하게 눌러준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 랄 것인가. 그러나 일본의 예상밖 부진으로 그만 8강전에서 두 라이벌은 맞닥뜨리고 말았다.
10월 11일 저녁 히로시마 스타디움. 경기전 내린 이슬비로 그 라운드는 촉촉히 젖어 있었다. 울트라 니폰을 비롯한 2만여 일 본 관중의 일방적인 함성속에 양팀 일레븐이 입장했다. 색동무 늬가 왼쪽 가슴을 수놓은 상의 흰색, 하의 파란색이 당시 한국 팀의 유니폼. 일본은 그 반대 색깔을 입었다. 한국은 3-6-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골키퍼 차상광, 스위퍼 는 홍명보를 대신해 유상철, 스토퍼에 최영일, 이임생, 미드필 더 왼쪽엔 강철, 하석주, 오른쪽엔 한정국, 고정운, 가운데는 홍명보와 이영진이 맡았고, 원톱은 황선홍이었다.
홈 텃세를 등에 업은 일본이 공격적으로 나오리라는 예상을 깨 고 초반부터 주도권을 틀어쥔 것은 한국이었다. 이영진, 고정 운이 부지런히 좁혔다 넓혔다 하며 공세를 주도했다. 10분, 한 정국이 오른쪽 사이드에서 알맞게 올려준 센터링을 받아 황선홍 이 가슴 트래핑후 3명을 제치고 오른발 슛, 그러나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갔다. 13분엔 이영진의 절묘한 스루패스를 받아 하석 주가 왼쪽을 파고 들어가 슛을 쏘았으나 옆 그물에 걸렸다.
완전한 한국의 흐름. 일본은 15분이 지나서야 엔도가 첫 슈팅 을 날렸다.
3분후 한국은 결정적 찬스를 놓친다. 고정운의 프리킥을 받아 최영일이 솟구쳐 헤딩슛을 날렸으나 크로스바를 튕기고 말았 다.
이날의 경기 초점은 세가지였다. 한국이 1년전의 패배를 설욕 할 것인가. 서울 올림픽에서 브라질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던 비쇼베츠 감독(한국)이 브라질의 팔카오 감독(일본)을 이길 것 인가. 그리고 마지막, 월드컵 볼리비아전에서 일생일대의 오점 을 남긴 황선홍이 재기할 것인가. 황선홍에게 두번째 찬스가 왔다. 하석주의 로빙 패스를 받아 문전 정면에서 강슛을 날렸으나 이번에도 뜨고 말았다. 고국 팬들의 원성이 들렸는지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20분이 지나자 일본의 반격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기타자와, 마에조노의 슛이 잇따라 터졌다. 이임생이 잠시 한 눈을 파는 사이 요주의 인물 미우라가 위협을 가했다. 부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던 홍명보를 최대식으로 교체한 직 후, 한국은 선취골을 허용하고 만다. 미우라 가즈였다. 문 전 혼전중 엔도의 헤딩 패스를 받은 미우라가 골에리어 왼쪽에 서 가볍게 밀어넣은 것. 미우라는 1년전과 똑같은 모션으로 벤 치를 향해 달려갔다.
실점 후 한국은 허둥대는 기색이 역력했다. 패스미스가 속출하 더니 전반 끝날 무렵엔 사와노보리에게 단독 찬스를 허용하기 도 했다.
후반 들어서자 다시 한국이 공격을 강화했다. 최대식의 정확 한 킥, 한정국과 고정운의 2대 1 패스에 의한 돌파는 월드컵에 서의 선전이 결코 우연히 아니였음을 보여주었다.
동점골이 터진 것은 후반 8분. 고정운이 문전으로 로빙패스를 보내자 쇄도하던 황선홍이 골라인 앞에서 백만불짜리 힐킥 패스 를 했고, 때마침 공격에 가담하던 스위퍼 유상철이 오른발 슛 을 성공시킨 것.
경기는 더욱 불꽃을 튀기고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일본 의 중계 캐스터는 2년전 다이너스티컵 결승전때도 비가 내렸는 데 그때 일본이 이겼다고 말했다.
다카키의 헤딩슛에 이어 이번엔 고정운이 단독 찬스를 맞았으 나 골키퍼 가슴에 안겼다. 후반 15분이 넘어서자 완전한 한국의 페이스로 흘렀다. 이날 유난히 몸이 가벼웠던 한정국이 유연한 동작으로 쉴새 없이 오 른쪽을 파고들었다.
드디어 후반 33분 역전골이 터진다. 역시 오른쪽이었다. 고정 운과 최대식이 스위치하며 패스를 주고받은 뒤 최대식이 정확 한 센터링을 올리자 황선홍이 쓰러지며 헤딩슛, 골네트를 갈랐 다. 황선홍은 일본 관중석을 향해 달려가며 감자를 먹이듯이 주먹을 치켜 올렸다.
일본이 반격을 시도하지만 절망을 느꼈는지 관중들의 응원엔 힘 이 없었다. 오히려 한국의 역습 찬스가 매서웠다.
그러나 드라마틱한 승부를 위한 연출 효과였을까.
후반 41분 다시 일본의 동점골이 터진다. 수비 이하라가 슬슬 끌고나오다 벼락 같은 중거리슛을 날렸고 공은 빨래줄처럼 뻗어 가 그물에 꽂혔다. 순간 한국의 일레븐은 일제히 비가 내리는 히로시마의 밤하늘을 원망스럽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은 역시 한국 축구에게 있었 다.
로스 타임으로 넘어가던 후반 46분, 일본 진영 왼쪽에서 최대식 이 황선홍을 향해 센터링을 올렸고 황선홍을 마크하던 이하라 는 순간적으로 황의 팔을 낚아 챘다. UAE 주심 물라 씨가 지체 없이 휘슬, 페널티킥이 선언된다.
일본 선수들이 격렬히 항의해 보지만 엎지러진 물. 키커는 황 선홍. 침착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그는 자신의 별명대로 황 새처럼 두 팔을 펴들고 날개짓을 했다.
3 : 2 대역전 드라마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경기후 각국의 축구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 축구를 극찬 했다. "한국 축구의 진수를 보여준 경기... 한국이야말로 탈 (脫) 아시아를 이룩한 최초의 나라가 될 것이다"라는 것이 그들 의 평가였다.
글: 축구협회 홍보부 송기룡 차장 사진: 94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의 부진으로 한국과 일본은 결승전이 아닌 8강전에서 만났다. * 축구협회에서 발행하는 월간 <축구가족> '98년 12월호에 실 었던 글입니다.
from.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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