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
내가 다닌 대방동 내모교에는 이런글이 새겨진 바윗돌이 있다
[옥은 다듬지 않으면 돌에 불과하고 사람은 공부하지 않으면 가축과 같다]라고
인류가 최초로 사용한 보석 옥(玉)
그옥을 가장 사랑한 민족, 세계최대의 옥 생산국
한국인의 정서를 옥에서 찾아본다
다이아몬드와 옥은 각기 동서양의 보석을 대표하였다. 다이아몬드는 태양빛을 먹고
탄생하지만 옥은 달빛을 머금고 생겨난다.
우리들은 보통 옥이 동양에서만 귀한 대접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다. 옥을 몸에 지니면 초자연적인 힘을 발휘한다고 믿는 것은 서양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집트, 페르시아, 희랍시대부터 옥은 권력과 건강을 지켜주고 병과 액운을 물리치는 주력(呪力)이 있는 것으로 믿었다.
때문에 권력자들은 목걸이, 팔찌, 반지, 펜던트를 비롯해 도장, 술잔, 꽃병까지 만들어 즐겼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심을 가진 뱃사람들은 동양의 부적에 대항되는 호신부(護身符)를 만들어 몸에 지녔다.
얼마전 방사능 유출로 후유증을 앓는 체르노빌 청소년들이
우리나라 옥동굴을 찾아 치료를 시도하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해야 한다.
동양에서는 옥을 무병장수와 행운을 가져다 주는 신석(神石) 또는 영석(靈石)으로 여겨 왕권과 왕가(王家)를 상징했다. 옥을 왕만이 지닐 수 있는 품격높고 귀한 보석이라고 본
까닭이다. 그래서 임금과 관계된 낱말에 옥자를 썼다. 왕이
앉는 자리를 옥좌, 왕의 손을 옥수, 얼굴을 옥안, 도장을 옥새, 걸음걸이를 옥보라고 부른 것이 좋은 예이다.
고대 중국인들은 하늘이 옥으로 된 둥근 원반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었다. 그들은 그
원반에 구멍이 뚫어져 있어 찬란한 빛을 낸다고 여겼다. 옥이 지닌 신비한 속성을 하늘이 가진 힘으로 본 것이다. 중국의 전통신앙인 도교의 최고신인 옥황상제(하느님)란 호칭에 옥자가 들어간 것도 이런 사상과 무관하지 않다, 한편 하늘의 아들 천자(황제)는 옥 원반을 통하여 하늘과 뜻을 통하고 도움말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옥(玉)이란 한자는 줄 하나에 꿰어진 세개의 옥을 뜻한다. 여기에 점을 찍은 것은 왕[王] 자와 구별하기 위해서였다. 진나라에서 옥 펜던트를 차는 유행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옛 중국의 귀족들은 지옥을 관장하는 신이나 망령을 대접한다는 차원에서 무덤
속에 검은 옥을 넣었고 시신의 모든 구멍을 옥으로 채웠다.
이런 주술적인 원시 믿음은 오늘까지 전해진다. 아기가 태어난 즉시 옥목걸이를 걸어
행운을 비는 풍습이 그것이다. 중국인들은 지금도 소지한 옥이 깨지면 불운하다고 믿고 외출을 삼가고, 화를 면했다고 생각하면 큰 잔치를 베푼다.
윌리암스는 <중국문화와 중국정신>이란 저서에서 옥과 연관된
중국인의 사고를 잘 피력했다. 그에 따르면 옥의 용도는 시대별로
무기 -> 신화적 징표 -> 황제의
분장 -> 제의적(際儀的) 분장 ->
상징적인 형성 -> 실용적인 물품
-> 장신구의 순서로 변천했다고
한다. 훌륭한 관찰이나 치료석의
기능이 빠져서 '옥의 티'를 남겼다.
중국인들은 사과빛 녹옥과 양지옥으로 잘 알려진 신강성의 백옥을 애호하지만 매장량이 바닥이
나 거의 없다. 그런 관계로 가짜들이 판을 친다.
당 태종이 "아무리 아름다운 질을 가진 옥이라도 갈고 닦음이 없으면 돌덩이와 다를
바 없다." 고 말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옥은 누가 어떻게 세공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 당 태종이 등장하면 양귀비의 '옥사랑' 을 빠뜨릴 수 없다. 양귀비는 평상시 조그만 고기 모양의 옥어(玉漁)를 만들어 물고 살았다. 내장의 불순한 찌꺼기를
옥의 기운이 말끔하게 씻어준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옥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없다. 그만큼 인류의 생활과 밀접한 보석이란 의미이다.
옥을 뜻하는 영어(Jade, Jadeite)는 스페인어 '음부의 돌(Piedra dihijade)'에서 나왔다. 정복 시절 멕시코 원주민들이 배앓이나 성기 부위가 아플 때 옥으로 문질러 치료하는 것에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옥과 한국인
언젠가 근거도 없이 들은 이야기중에 21 세기는 [돌의 시대]가 되리라는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금세기 최고의 작품이라는 반도체 라는 물질의 속성이 무엇인가 ? 세라믹이다. 세라믹의 물리적 성격은 돌이다. 영어에서 돌이라는 의미의 접미사는 [~lite] 이다. 담배 필터에 들어가는 것으로 많이 알려진 [지오라이트], 건축용 자재로 많이 쓰는 [퍼라이트], [석면], [암면], [유리면]등등도 모두 속성이 돌이다. 그러나 옥은 돌이지만 [~라이트]가 아니고 [제이드]라 한다. 물론 옥의 한 종류로서 클로로멜라나이트[chloromelanite]도 있지만, 영어통칭은 제이드다.
이러한 돌을 조자룡 헌칼 쓰듯이 갈고닦고하여 [석재건축]의 일대유행을 시킨 사람들이 오래전에 보석으로 여겨 귀히 쓴 돌이 있었으니 그돌이 [옥]이요, 그 사람들이
우리조상들이었다. 우리의 보석대열에 최초로 반열에 올랐으나, 근래와서는 보석보다는 건강문화상품으로 효용전이가 되었다.
옛날 왕조시대에는 내관들이 임금님을 알현하려는 관리들을 볼때 망건에 달린 옥관자를 먼저 살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옥의 색깔을 보고 왕에게 간언하는 대신들의 마음을 미리 읽어내려는 문화적행동이었다. 과학적으로 검증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일상에서
옥의 효능이 어느정도 였는가를 잘 알려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또한 민간에서도 아들을 낳으면 [옥동자]라 칭하였고, 딸들에게는 [옥]자의 이름을 많이들 넣어줬다고
한다. 옥에 대한 우리민족의 관념을 알 수 있는 현상이었다.
옥은 이렇듯 사람들의 일상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기호품이었는데 죽어서도 이 옥의 효능이 있었던지, 왕들의 장례에 옥을 예외없이 부장 하였다고 한다. 이웃나라 중국도 십 수년전에 하북성 만성지방에서 발굴된 미이라에서 물경 2,500 여개의 옥구슬을 1,100g 의 금실로 엮은 옷을 입고 있어 옥에 대한 고대인들의 인식을 한눈에 알 수
있게 되었다고 전한다. [사진]
요즘 고구려와 바다건너 고대 멕시코 마야문명과의 연관관계를 주제로 한 소설이 출간되어 일간지면에 대대적인 광고를 하고있다. 읽어보지는 못하였지만, 작가의 상상력만의 결과는 아닐 것이다. 2 ~ 3 년전 아남산업의 경영자로 계시던 어떤 분의 글에서 고구려 적석총과 마야문명의 고분이 너무 흡사하여 그 학문적 궁금증을 풀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글을 본적이 있다. 또한 동아일보 신동아부 기자였던 안영배님의 글에서도 언급 하였듯이, 우리의 고대 옥문화와 멧시코 남부 팔랑케 마야지역의 유적에서 발견 된 옥유물은 너무 흡사하여 혀를 내둘를 지경이라고 하였다.
태평양을 가운데 두고 대륙과 대륙사이에 무역을
하기에는 당시의 해양술이나, 선박제조술로는 무리였을텐데....알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이 옥인데
보석으로서 혹은 권력층의 부장품으로 사용된 이
광물질이 현대에 사는 우리에게는 무엇인지 하는
것이다. 검증되진 않았지만 근래 밝혀진 옥에서 발광하는 신비의 기 (氣)때문인가? 그렇다면 그 기가
존재한다면 물경 2,000 여년전에 어떻게 알았을까
? 궁금하기가 한이 없다.
세계최대의 생산지였던 중국의 신강성 옥이 소진되고 이제 춘천옥이 세계의 명품이 된 지금, 우리들이 알고 있는 옥에 대한 진실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 추정치 15 만톤이라는 세계최대의 옥광산이 한국에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을까? 드라마로 인기를 얻은 허준 선생의 [동의보감]에도 나오는 치료제로서의 옥의 효능은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 옥으로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선전하는 옥관련 건강상품들, 과연 믿고 살만한 것들인가 ? 옥에대한 한국인의 정서를 그대로 마케팅에 반영한 것이 바로 옥관련 상품들이다.
(펀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