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대한 시각을 접하기 위해 인터넷에 찾아보니 어떤 음악 웹진에선 '상업적인 대중 음악은 쓰레기다' 라고 막말을 합니다.
어디 진짜 대중 음악이 쓰레기일까요?
하다 못해 그럴싸한 댄스 뮤직 하나 만들기가 쉬운일일까요?
오히려 그릇된 시각에 사로잡혀 대중 음악에 대한 불신만 늘어버린게 아닐까 걱정됩니다.
대중 음악을 신중하게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정보가 부족한 지금 트리플크라운은 한국 대중 음악을 이끄는 프론티어 다섯명을 선정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예정입니다.
음악에 대한 사람들의 판단과 한마디 한마디는 쉬울 지언정 대중 음악이 어떤 계산과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고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는 쉽게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여기 대중 음악을 이끄는 프론티어 다섯명의 이야기를 듣고 대중 음악을 조금 더 신중히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풍성하고 균형된 시각을 펼쳐드리고 싶습니다.
트리플크라운에서 첫번째로 만난 분은 박근태씨입니다.
프로듀서로 작곡가로 지금 현재 한국 대중음악의 유행을 만들고 계시는 분이시죠.
지난해엔 성시경-장나라-쥬얼리-김현정-신승훈의 프로듀서를 맡아 가장 왕성한 음악 활동을 하셨고 라네즈 TV CF 음악을 맡으셔서 사람들에게 이름이 많이 친숙하시죠.
박근태씨와의 기분 좋은 대화. 지금 바로 트리플크라운이 시작합니다.
날짜 : 2003. 1. 6
장소 : 코아 스튜디오
정 : 첫 질문이니까일단 가벼운것부터 할께요 ^^; 작년에 무척 많은 히트곡들을 내셨는데요, 작년에 작업하신 것들하고 대표곡이라고 해야할까요? ^^ 지금까지 작업하신 것들중에 기억나는 곡들을 좀 말씀해주신다면...
박 : 어.. 작년에 작곡을 한 곡들만 얘기하면.. t의 힙합앨범에 있는 '메모리즈'하고 쥬얼리 '어게인', 성시경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김현정 '단칼' ^^, 장나라 '혼자서도 잘해요', 신승훈 '그대여서 고마워요'같은 곡들이 있었죠. 그리고 대표곡은..어 대표곡이라고 말하려고 하니까 좀 그런데, 그냥 기억나는 것만 얘기하자면 t의 '시간이 흐른 뒤'하고 제가 작업한 샾의 모든 타이틀곡하고.. 어 또 내가 뭘 만들었었지? ^^; 아, 에코 곡들하고 타샤니의 '경고'라는 곡이 있었고, 소찬휘의 '헤어지는 기회', 그리고 젝키의 '폼생폼사'라는 곡이 있었고... 그리고 옛날에 룰라의 '백일째 만남'이라는... 상당히 엽기스런 곡이 있었죠? ^^;;;;
정 : 어휴 왜요.. 그때 노래방을 휩쓸었는데 ^^..
박 : ^^
강 : 그러고보면 작년에 작업했던 가수들 목소리 톤이 다 달랐던거 같아요.
박 : 그렇네요. ^^
강 : 그런 작업들을 할때 제일 어려웠다든가, 혹은 어려움을 느꼈지만 결과물에 만족했다든가 하는 곡들이 있나요? 꼭 어떤 가수라기 보다는.... 그가수의 새로운 목소리를 발견했다든가,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해줬다든가....
박 : 글쎄요 뭐.. 좋은 곡은 아무리 점수를 줘도 80점이라고 생각해요. 그 나머지 20점은 가수가 만들어내는 거라고 생각해요.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다들 좋은 목소리를 가져서, 녹음과정에서 조율이 잘되서 좋은 결과가 나온거 아닌가 싶어요.
강 : 예.. 그런데 그렇게 작년에 여러 스타일의 가수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음악을 조율하셨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장나라같은 경우는 무척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잖아요. 제 생각으로는 장나라라는 캐릭터를 잡는 것부터 시작해서, 여러가지로 장나라라는 가수하고 작업을 한다는게 단지 음악을 만드는 것 이상의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장나라와의 작업은 어떠셨나요?
박 : 음.. 장나라 앨범같은 경우에는 여러 매체에서 거의 살인적으로 ^^;; 쏟아붓다시피하는 마케팅으로 엄청 관심을 모았었죠. 음반의 경우에는 아쉬운 부분이 좀 있었는데, 음반의 질이 떨어졌다기 보다는 장나라의 목소리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100% 끌어내지 못한게 아쉬웠어요. 장나라가 낼 수 있는 섬세한 소리가 있는데 그러기엔 시간이 조금 부족했던 것도 있고....
강 : 워낙 스타다 보니까....
박 : 예. 원하는데가 너무 많죠.
강 : 그런거보면 스타와 작업한다는게 역으로 부담이 참 많이 될거 같아요. 스타하고 프로듀서의 1:1 관계라기 보다는 제작사하고 언론, 팬까지 모두 상대해야하니까.... 모두를 만족시키기가 참 힘드셨을거 같아요.
박 : 그랬죠. 제작기간내에 최대의 퀄리티를 뽑는다는 게 무척 힘들었으니까. 개인적으로 주어진 여건내에서 최선은 다했다고 생각해요.
정 : 장나라같은 경우는 1집음반에서는 성숙한, 그냥 가수로서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가 TV에서 명랑소녀....
강 : 발랄깜찍. ^^
정 : 예. 그러니까 발랄깜찍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2집 만들때 그 이미지 설정이 중요했을거같은데요. 어느 부분에 포인트를 맞추셨었나요 ?
박 : 작업을 하면서 많은 부분을 발견했어요. 여러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뭔가. 하는것도 그렇고, 음악적으로 아직 보여주지 못한건 또 뭔가. 아직 장나라같은경우는 앨범을 여러장낸 친구가 아니기 때문에 경험이 없고, 그래서 좀더 음악적으로 접근을 해서 내실을 채우고 싶었어요.
강 : 말씀하신대로 장나라 앨범을 보면 '스노우맨'처럼 딱 장나라다 싶은곡하고 장나라의 다른 부분을 볼 수 있는 곡들이 섞여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그런 의도에서 만든 곡들을 소개한다면요?
박 : 음.. '스윗 드림'은 번안곡이고 워낙 유럽에서 히트를 치기도 했고, 장나라라는 가수하고 이미지가 잘 맞아떨어졌었죠. 스노우맨도 그 흐름에 있는 곡이고. 반대로 '혼자서도 잘해요'라는 곡이 있는데, 그건 장나라의 다른면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해본 곡이에요. 장나라가 저음에서 매력을 가지는 보컬인데 그 부분을 잡아낸 곡이 지금까지 없었던 거 같았거든요. 그런것도 있고.... 뭐랄까, 좀더 깊이있는 음악에 접근해보려고 그런 쪽의 음악들을 몇곡 만들어봤어요. 그리고 가수가 낼 수 있는 보이스의 다양함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에 중점을 뒀죠.
강 : 그런데 작년에 작업하신 앨범중에 장나라하고 어떻게 보면 정반대에 있었던게 t의 힙합앨범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프로젝트 앨범이라는 성격도 있었고, t라는 좋은 래퍼와 보컬하고 일본쪽 아티스트하고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들이 한꺼번에 모인 앨범이었잖아요. 그런 앨범을 프로듀싱할때는 장나라하고는 또 다른 측면에서 접근을 하셨어야 했을 것 같은데요. 앨범제작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 무엇이었나요?
박 : 일단은.... 타샤를 제일 즐거운 상태로 만들어야 제일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들어가기전에 그 친구가 좋아하는 요소하고 내가 어떻게 끌어나가야겠다는 요소를 어떻게 조율할까를 대화를 정말 많이 했어요. 그래서 타샤하고 저하고 다른 뮤지션들하고 작업실에서 거의 숙식을 하면서, 정말 흑인들 작업하는것같은 방식으로 음악을 만들었어요. 그러니까 같이 지내다가 갑자기 아이디어 떠오르면 리듬 만드는 식같은.... 그래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요. 일본 아티스트들하고 작업을 할때도 저랑 타샤랑 일본에 가서 너무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범주를 두고 작업을 했죠.
강 : 각자 다른 음악적 색깔의 밸런스를 맞추는 일....
박 : 예. 그게 정말 필요할거 같았어요. 그 친구가 전작에서 팝같은 느낌으로 앨범이 나왔었는데, 사실 본인은 또 랩을 할때 행복해하고, 물론 노래 부를때 불행하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실제로 녹음을 할때도 노래보다 좀더 행복하게 녹음을 해요. 그래서 그런 랩 앨범을 만들때 뭐가 중요할까를 생각하고 얘기를 나눠 봤더니 여러 사람이 즐거워할 수 있는 힙합앨범을 만들자는 결론이 나왔어요. 그래서 많은 부분을 그런쪽에 초점을 맞췄고, 방향설정이 되고나니까 그 친구가 워낙 훌륭한 래퍼였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정 : 그런데 이 t힙합앨범도 그전까지 하지 않으셨던 장르였잖아요. 이 힙합이라는장르가 한국에서도 어느정도 전문화된 장르기도 한데요. 그런데 박근태씨는 팝 작곡가라고 할 수 있는데, 어떤 자세로 앨범 제작에 임하셨는지 궁금해요. 힙합작곡가의 마인드로 만들었는지 아니면 힙합적인 소스를 가지고 대중적인 음악을 만들려고 하셨는지....
박 : 이 앨범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앨범으로 만들고 싶진 않았어요. 제작자와 가수의 관계에서 그 모두를 만족시키기도 해야했고, 프로듀서로서 음악적으로 이 친구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나보다 힙합에 대해서 잘 아니까 그 친구 말을 많이 들으면서 사람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어요. 그게 의도였고, 그걸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건 거의 타샤죠.
정 : 그러면 이런 장르화된 음악을 만들때 다른 음악에서 영향을 많이 받으시는 편인가요? 아니면 스스로 이미지적으로 느껴왔던 느낌들을 표현하는 쪽으로 주력하시나요?
박 : 제 상상력으로풀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다른 사람의 음악을 듣다보면 상상력이 너무 갇혀있게 되서 너무 거기에 메인 음악들만 나오게 되거든요. 가능하면 제 상상력으로 만들려고 노력하죠.
정 : 그런데 아까부터 얘기되는거지만 장나라도 그렇고 t도 그렇고 참 상이한 스타일의 곡들을 많이 하셨잖아요. 그게 의도하신건지, 아니면 아티스트에 맞추시다보니까 그렇게 된건가요?
박 : 음... 그건 우선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좀 설명을 드려야할거 같은데. 저는 예전에는 작곡가였고 곡만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직업이 바뀐 것 같더라구요. 간단하게 말하면 작곡가개념에서 음반기획자의 개념이 상당히 커졌다고 해야할까요. 그래서 어느 가수와 작업을 할때, 실제 그 앨범을 프로듀스 하건 안하건 곡을 쓰기 이전에 일단 프로듀스를 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게 커졌어요. 그러다보니까 가수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뽑아내는 훈련이 필요하고, 그런 과정중에서 그게 가수하고 잘 맞아떨어져서 원하는대로 나온 것도 있고, 반대로 우연히 맞아떨어진것도 있어요. 프로듀서의 의도도 의도지만 가수하고 서로 맞춰가면서 결과물이 나오는거겠죠.
정 : 프로듀서하고 가수가 맞춰가는거라고 하셨는데.. 이런점에서 프로듀서로서 신경쓰시는 부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요. 과연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하는가하는...
박 : 제일 먼저 목소리를 생각하죠. 가수들이 노래를 부를때 어떤 목소리를 갖고 있는지 생각해요. 어떤 음역대나 어떤 패턴의 노래에서 제일 매력이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해봐요. 그리고 그 다음은 상상을 했을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어떤 곡을 만들었을때 어떤 모습으로 생각될 것인가를 많이 생각하죠.
정 : 그럼 쥬얼리같은경우는요? 쥬얼리같은 경우는 그게 모두 곡 때문에 떴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곡이 인기를 얻으면서 1집때보다 2집에서 큰 인기를 얻었잖아요. 사실 우리나라에서 1집에서 실패를 하면 2집에서 성공하기 어려운데도 성공을 했는데, 그런점에서 프로듀서로서 어떤 점에 주목하셨나요?
박 : 일단 그 친구들의 타겟층을 끌어올려야겠다.... 그게 첫 번째 목표였고, 좀 댄스그룹이지만 질적인 부분에 더 치중을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거라고생각을 했어요. 1집같은 경우는 좋은 곡이 있었지만 여러 이유로 묻혀버린게많았었거든요. 그래서 앨범 프로듀서로서 뭔가 빼먹은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타겟이 되는 연령층하고 곡의 질을 더 높여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니까 오케스트라를 써도 다소 현란하게, 자극이 되는 그런 스타일로 썼고. 멜로디를 만들때도 계속 전조의 반복으로 포인트를 주려고 노력을 했죠.
강 : 금방 귀에 잡힐 수 있게...
박 : 그렇죠. 몇 번 들으면 쥬얼리라는그룹이 정말 많이 달라졌구나하는 그런 부분들이 있게 노력을 많이 햇죠.
정 : 그런데 쥬얼리가 성공하고 나서 사람들이 했던 말들중에 핑클을 벤치마킹 했다는 얘기가 있었거든요. 핑클의 시장을 점유를 했다는 얘기도 있구요. 이런건 의도하신건가요?
박 : 핑클하고 기본적으로는 많이 틀려요. 여러 가지가. 어떻게 보면 비슷하게 느껴질수도 있겠지만, 그건 자세히 못본 상태에서 선입견에 의한거라고 생각해요. 이번 앨범에서 어느정도 성공했지만 다음 앨범에서는 또 다른 방향으로 나가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핑클하고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친구들에 대한 정확한 포지셔닝과 시장에서의타겟층을 바꾸는 것 정도가 의도였죠.
강 : 말씀을 종합해보면10대에게 있었던 댄스음악시장의 연령을 조금 높이는게 중요했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요. 그것과 연결해서 요즘 댄스음악시장이 몇 년전에 비해서 엄청나게 축소됐거든요. 보시기에 댄스음악이 다시 부활하려면 필요한 요건들이라든가.. 관건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박 : 그걸 얘기하기전에.. 구조적인 부분에 대해서 얘기해야할것 같아요. 댄스음악이 90년대 중후반부터 거의 무차별적으로 탄생을 했잖아요. 그런데 그런 부분들은 사실은 방송국이나 제작자들의 구조적인 부분에서 발생을 했다고 봐요. 그런 아이돌 스타들이 막 인기를 얻다보니까 너도나도 제작을 하다보니까 그쪽 시장은 커지고, 심하게 말해서 TV에는 댄스가수만 나오기도 하는 상황이 벌어진거죠. 요즘에는 공중파 TV나 라디오 말고도 음악을 접할 수 있는 매우 다양한 통로가 있다보니까 음악적으로 대중들이 어느정도 듣고 반응을 보이는거, 그러니까 어느정도 대중의 검증을 거친 음악들이 된다는 논리가 지배적이에요. 그런데 댄스음악은 음악의 질을 떠나서 비쥬얼적인 측면도 많이 강조가 되기 때문에 그런 검증이 상당히 힘든 음악이거든요. 물론 그것도 하기 나름이겠지만 앞으로는 예전처럼 되기는 힘들거 같아요.
강 :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한번 해보고 싶은 댄스음악이 있나요? 아무래도 댄스음악도 계속 하시니까..
박 : 그렇죠. 음.. 글쎄요. 작년에 샾의 앨범도 약간 참여했었는데...
정 : 오렐레 그거.. ^^;;
박 : 예 그렇죠. ^^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샾의 앨범을 듣고 의아해 했을수도 있어요. 지금까지하고 방향히 완전히 틀리니까. 그런데 그건 의도한거였거든요. 이번 샾의 앨범 방향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쉬운 댄스를 만들자는거였는데.. 지난 앨범같은 경우는 댄스 그룹으로서 터닝 포인트를 만드는거였고, 이번에는 댄스그룹으로 돌아오면서 지금까지 샾의 팬들은 들어보지는 못한, 조금은 상스럽더라도, 물론 아주 상스러우면 안되겠지만 ^^; 그런 쉬운 음악으로 가보자는 생각을 해봤어요.
강: 쉬운 음악이라..
박 : 예. 실제로 그 앨범이 전 앨범보다 오히려 판매량이 더 높기도 했고..
강 : 그래요?
박 : 예. 그러니까 앨범판매량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빨랐어요. 만약에 그 불미스러운 일이 없었으면.. 앨범 판매량으로만 놓고 보면 성공적이었을거에요. 다만 제가 중간에 여러 일이 있어서 원하는 방향으로 완벽하게 가지 못한건 안타깝죠. 하지만 그런식으로 쉬운 댄스곡을 만드는 것도 분명히 필요하다고생각해요. 그리고 그게 오히려 더 어려울때도 있고. 예전에 '폼생폼사'같은 곡이 그랬어요. 그게.. 만드는데 6개월 걸렸어요. 오히려 그런게 만들기가 너무 힘든거 같더라구요. 그런걸 만들때는 한번 180도 반전시켜보자.. 이럴때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젝스키스의 경우에도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미지를 극대화시키자.. 하는 생각으로 곡을 만들려고 노력했죠. 이번에 코요태 앨범 작업도 들어가는데, 저는 가끔은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댄스를 만드는게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코요태하고 작업하면서 제가 그런걸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 : 정말 남녀노소 불문하지 않고..
박 : 그렇죠. 코요태도 코요태만의 장점이라는게 분명히 있으니까..
정 : 그럼 댄스하고 발라드를 만드시는데, 만들때 보다 편한 스타일이 어느쪽이시죠?
박 : 흠.... 특별히 편하다고 느껴본적은 없어요. 각자 어려운 점이 있으니까.
강 : 그러면 그 두장르에서 각각 신경쓰시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예를들면 편곡이나 가사의 전달력같은 부분에서...
박 : 아무래도 발라드쪽의 음악이 감성을 끌어낸다는 부분에서 더 힘들죠. 뭐랄까.... 테크니컬한 부분에서 좀더 섬세하게 작업을 해야하는거 같아요.
강 : 그런데 발라드하면아무래도 신승훈씨 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을텐데요. 신승훈씨 같은 경우는 워낙 목소리가 유명하고 가창력도 정평이 나있어서, 이미 자기 스타일이 확실하게 있는 경운데... 장나라나 t처럼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작업하고 많이 다를거 같아요?
박 : 다르죠 ^^ 승훈이형 ^^같은 경우는 사실 캐치하기가 되게 힘들었어요. 워낙 오랫동안 본인이 작곡하고 프로듀싱을 다 하시다보니까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채우는게 쉽지는 않더라구요. 그래서 승훈이형같은 경우에는 기본적인 신승훈의 음악색깔을 배제하지 않고, 그 안에서 약간 다른 틀로 만들어보면 어떨까하는걸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 다음으로는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어떤.... 뭐랄까, 따뜻한 부분이 있거든요 신승훈씨가. 어떤 특정음역대에서 좋은 소리가 나오고 하는.... 그런 부분을 잡아내려고 노력을 했죠.
강 : 그럼 그렇게 작업을 하시면서 송라이터 이전에 보컬리스트로서 신승훈씨에 대해 얘기하신다면?
박 : 어.... 그러니까.... 녹음을 하면서 되게 놀랐어요. 목소리에서 전달되는 그런 느낌이....
굉장히.. 뭐랄까, 컴프레서가 필요없는, 정말 목에서 모든게 다되는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더라구요. 그분이 ^^;; 그래서 가사전달도 너무 확실하고, 거기에 묻어있는 감정도 너무 정확하게 표현되고.... 정말 저래서 국민가수구나 싶었어요.
강 : 호소력의 측면에서...
박 : 예. 호소력도 있고 감성도 있고 여러 가지를 아주.... 여러사람들이 똑같게 느끼도록 만드는 그런 보컬 같아요.
강 : 그렇게 많은 발라드 가수들과 작업을 하셨는데, 요즘 발라드 가수들이 신인이 거의 나오지 않는거 같아요. 자리를 굳힌 가수들만 나오고 신인 가수들은 활로를 찾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박 : 최근에 그런 경향이 있죠.
강 : 그러면 프로듀서로서 지금 현상황에서 신인이 시장에 접근하기 힘든 이유가 어디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역시 아까 말씀하신 구조적인 문제인가요?
박 : 예. 구조적인 문제가 크죠. 앨범 판매가 줄어들면서 굉장히 부담스러워요. 제작자들이. 이젠 어떤 일에 대해서 성공에 대한 보장이 없기 때문에. 그래서 치밀한 기획이 필요한건데 치밀한 기획을 하다보면 신중해지는 거고 신중해지다보면 제작편수가 줄어들고..
정 : 그런 앨범판매하고 연결해서 얘기해보면, 작년에 라네즈 CF같은 경우는 참 신선했다고 생각하거든요. 박근태씨 이름이 대중적으로 알려지는 계기도 됐고 성시경의 노래도 인기가 있었구요. 그래서 라네즈 CF후에 이런 CF 마케팅이 점점 유행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 작업을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박 : 라네즈 일은 처음에 광고 대행사에서 라네즈라는 컨셉이 가요를 타이업으로 하자였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조규찬씨의 곡을 처음 선곡을 했고, 그다음에 그쪽에서 저한테 곡을 의뢰를 해왔죠. 그래서 곡을 쓰기로 하고 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관계를 풀어볼까 생각을 해보니까, 스타마케팅이 떠오른거죠. 그러니까 가수한테도 마케팅의 기회가 생기고, 광고주도 제품 홍보에 이 가수가 부수적인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처음에 성시경씨를 섭외해서 그 음악이 광고적으로도 설명이 되고 성시경이라는 가수의 음반에 들어갈 수 있는 음악으로도 설명이 되서 어떤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나 싶어요. 물론 성시경이라는 가수는 그런 방법이 아니라도 훌륭한 가수이긴 하지만, 계절적으로도 잘 맞았고 그 친구한테도 음악적으로 새로운 제시를 해줬잖아요. 그 후로 잠시 쉬었다가 신승훈씨로 다시 시작을 했죠.
정 : 그럼 이런 CF와의 스타마케팅은 계속 하실건가요?
박 : 하고 싶죠. 그런데 이게 자리를 확실히 잡으려면 성공사례도 필요하고 여러 요소가 필요한거 같아요. 그래서 이걸 잘 맞추려면 상당히 정교한 사전조율하고 스피디한 작업진행하고, 서로의 필요가 모두 적절하게 맞아떨어져야할거 같아요. 유일한 대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좀더 작업하기엔 재미있죠. 그래서 최근에는 코카콜라 CF도 협의가 끝나서, 1편으로 체리필터가 부른 노래가 들어갈거 같아요. 녹음도 이미 마친 상태고, 그리고나서 광고가 바뀔때마다 계속 가수를 바꿔서 노래가 나올 생각이에요. 스타일도 가수에 맞춰서 달라질거구요. 그러고 나서 그 음악들이 또 그 가수의 음반에 들어가는거죠. 제 생각엔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수도 있다고 보고.. 그래서 여러모로 좋은거 같아요.
강 : 그런걸보면 예전에는 TV나 라디오, 그리고 음반판매같은걸로 홍보도 하고 판매수익도 얻고 그랬는데.. 박근태씨의 얘기를 들어보면 벨소리같은 경우도 그렇고 음반이 수익의 중심이 아닌거 같아요. 점점 음반보다는 다른 것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음악시장의 수익구조 자체가 바뀔거라고 생각하시나요?
박 : 수익구조는 이미 확연히 바뀌어있어요. 지금도 음반 판매고에 대한 부분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는 상황이고, 그렇다고 봤을때는 2차 저작물에 대한.... 그러니까 벨소리나 모바일과 관련된 컨텐츠들같은 것들이 많이 부각될거 같아요. 음반판매량같은 부분은 이제 여러 가지 현실적인 요인 때문에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예전같은 수준으로 기사회생하는 것은 힘들거 같아요.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다는게 또 하나의 도전이 되는거고, CF도 그중 하나가 될 수 있겠죠. 하지만 그런 2차 저작물은 1차 저작물, 그러니까 원래의 음악이 훌륭해야 가능한 얘기죠. 그리고 CF 타이업, 그러니까 CF하고 스타를 묶는 스타 마케팅에 대해 좀더 설명을 하자면요. CF 타이업은, 제작자의 제작비가 절감이 되는것뿐만아니라 매우 강력한 마케팅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정 : 그럼 그 곡에 대해서 제작자는 돈을 안내나요?
박 : 안내죠. 그러니까 광고주가 제작비 일체를 지원을 하구요. 가수는 노래를 부르고. 저는 이쪽에서 받은 돈으로 가수쪽에 곡을 써주고, 양쪽이 원활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원활하게 조율을 하는거죠.
강 : 그럼 어떻게 보면 예전하고 다르게 제작자 비중이...
박 : 상당히 떨어진거죠.
강 : 그대신 프로듀서가...
박 : 그렇죠. 프로듀서의 역할이 많이 부각되는 작업이구요. 그래서 이제 어떤 음악적인 작업도 제작자가 원하는 방향이... 철저하게 아니죠. ^^ 아닐 수 밖에 없는게, 광고주가 원하기도 해야하고 또 광고주가 원한다고 해서 그게 가요적으로 설명이 안되면 효과가 없다고 보거든요. 그러니까 이쪽에서 원하는 것 적당히 저쪽에서 원하는 것 적당히 조율을 잘해야죠.
정 : 그럼 잠깐 가벼운 질문 할께요. 코카콜라에서 체리필터와 작업한다고 하셨는데, 록그룹과의 작업은 처음 아닌가요?
박 : 처음이죠.
정 : 그런데 이런 스타 마케팅을 하다보면 CF 광고랑 어울리는 가수를 본인이 직접 찾아내시잖아요.
박 : 그렇죠.
정 : 그럼 그런 가수들을 섭외하시려면 다른 많은 매체를 접하셔야 할텐데.. TV같은걸 많이 보시나요?
박 : TV는 거의 안봐요. 대신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죠. 인터넷을 통해서 변화의 흐름을 수시로 체크하고 있죠.
정 : 그럼 요즘에는 특별히 작업하고 싶은 가수가..
박 : 이 얘기는 민감한 얘기라.. ^^;;;; 거기 안섞인 가수들이 들으면 ^^;;;;;;
정 : 말씀하기 곤란하시면 안하셔도 됩니다 ^^; 그런데 그렇게 가수를 본인이 직접 찾는다고 해도 그런식의 마케팅이라면 광고주쪽에서는 유명가수를 원할 것이고, 그러면 아까 말한것처럼 신인가수들이 점점 데뷔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더 들어설 자리가 없는 것 아닐까요? 유명 가수들은 CF까지 등에 업고서 활동을 하는 상황이 되는거니까...
박 : 그렇게 생각하지는않아요. 이제 자리를 굳히려면 일단 성공사례를 만들어야하고, 지금은 그 단계라고 봐요. 스타마케팅은 양쪽을 만족시킬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니까요. 일단 성공사례가 생기면, 광고주쪽에서도 모험을 할 수 있거든요. 저도 지금 그거에 대해서 이미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저하고 방시혁씨(JYP 수석 프로듀서)하고 DJ를 하면서 일렉트로니카 음악쪽을 하는 이철원씨가 서로 무척 친한데.. 이렇게 같이 모여서 CF 음악 작업을 계획중이거든요. 그러니까 우리들이 만든 음악을 신인들을 발굴해서 노래를 부르게한 다음, 그걸 CF에 삽입시키고, 또 묶어서 앨범으로 낼 생각이에요. 아직은 계획단계지만 CF 마케팅이 어느정도 본궤도에 오른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 이게 그냥 앨범 만드는 것보다 여러모로 서로 부담도 안되고 분명히 일반적인 마케팅이 할 수 없는 것도 할 수 있을테니까요. 그러면 신인들에게도 여러 가지 활로를 열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강 : 음악만드는 사람이 권한을 가지고 그걸로 신인들에게기회를 주는..
박 : 그런셈이죠. 방시혁씨나 이철원씨나 저하고 다 동갑인데.. 음악적인 취향은 전혀 다르지만 친해지다보니까 그런 얘기들이 나왔고, 음악 만드는 사람끼리 뭔가 더 발전적인걸 해볼 수 없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이 계획은 꾸준히 해나갈 예정이에요. 그리고 CF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새로운 매체들의 가능성도 알아보고 있고...
강 : 음.. 얘기를 종합해보면 음악이 다시 대중들에게 더 쉽게 접근하고, 음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그런 틀을 만드는데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 같아요.
박 : 그렇죠.
정 : 그런데 그런 틀이라는게.. 아까 말씀하신 구조적인 문제하고 연결되어있고, 그 구조적인 문제는 결국 음반제작의문제로 연결되는데요. 혹시 음반제작을직접 해보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박 : 음.. 뭐 부담이 크지 않다면 음반제작을 할 수도 있는 일이긴한데, 제가 음반 제작을 직접하게 되면 순수한 마음보다는 안순수한 마음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죠. 그러다보면 본질적인 무언가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제가 일부러 그쪽으로 나갈려고 하지는 않을거 같아요. 음악만드는데 있어서는 정말.... 제 입장에서는오히려 위험한 부분같아요. 물론 음반을 제작해서 값진 상품을 제 손에 가지고 있다는 것도 가치있는 일이지만, 그건 잘하는 분들이 따로 있고 제 입장에서는 얻을 수 있는게 있고 얻을 수 있는게 있는데, 작품만드는 사람으로서는 잃는게 더 많은거 같아요. 지금으로서는 생각없어요.
강 : 그러니까 상당히 시장이라는 측면하고 음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입장을 조화시키는걸 관건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네요.
박 : 그렇죠.
강 : 그런데 이런 부분에서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부분중에 하나가 싱어송 라이터가 아니라 일반 작곡가들의 경우는 다른 가수에게 곡을 주면서 실제로 만들고 싶은 음악을 만드는게 아니라 상업적으로 잘 팔리는 곡을 만든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일반 대중들은요. 이런 견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 : 글쎄요. 하고자하는 음악을 대중에게 어필하게 하려고 하는게 대중음악 작곡가의 입장이기도 하고, 프로듀서의 입장이기도 하기 때문에 특별히 지향하는 방향은 없어요.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야 하고, 가수에 따라서 푸는 방법도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프로듀서 한명에 의해서 가수들이 다 음악적인 색깔이 획일화 되는 것도 좋은게 아니겠죠. 저는 항상 이 사람의 매력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를 생각하고, 그걸 최대한 높여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강 : 그러니까 프로듀서의 일방적인 주도나 상업적인 고려라기보다는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박 : 그렇죠. 음반은 혼자 만드는게 아니거든요. 진짜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가는과정들이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려는 거니까...
강 : 예.. 말씀을 들어보니까 프로듀서는 보다 여러사람의 이해나 음악적인 방향을 조율하는 부분들에 신경써야 한다는걸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요... 제 생각에는 아무래도 오버그라운드의 프로듀서시니까 그런 부분에서 고민이 있으실거 같아요. 작곡가겸 프로듀서로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 좋은 음악이 대중음악시장에서 유통이 되는 과정에서 제일 작곡가를 힘들게하는 요건이 있다면요? 이를테면 괴리가 느껴지는 부분같은.....
박 : 음.... 그게.... 제작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은 이해를 잘 못하실수도 있을거에요. 그러니까 프로듀서가 음악을 주관하는건 사실이지만 또 프로듀서 마음대로 가는게 아니거든요? 아무래도 제작자가 또 있으니까.... 쉽게 말하면 제작자와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건데, 지금까지는 음악하는 사람하고 제작자위주의 현재 시장구조가 많이 부딪치는게 되는거 같아요. 그래도 요즘은 프로듀서가 많이 주도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죠.
강 : 자기 의도대로 가지 못하는 부분들이 좀....
박 : 더러 많이 있죠. ^^
정 : 작곡가하고 제작자 얘기가 나와서 그러는데요. 요즘 음반 시장이 많이 축소됐고. 벨소리 시장이라든가 저작권 시장이 커졌잖아요. 그렇게 봤을때 이제는 곡을 파는 입장에서 음반을 파는것까지 고려해야하는 입장이신건데, 작곡가와 제작자의 차이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보통 분들은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서요
박 : 옛날에는 프로듀서라는게 없었어요. 그런 개념이 아예 없었으니까. 제작자가 프로듀서처럼 곡을 모으고 자기 기준에 맞춰 곡을 조절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프로듀서가 많이 활성화되면서 그 역할을 적절하게 조율을 하는 입장, 그러니까 작곡가와 제작자와 시장성과 가수와 그런 어떤 모든 부분들을 음악적인 것과 제작적인 접근방법 두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기존의 구조는 그걸 가지고 있지 않았거든요. 그러니까 기존에는 철저한 의뢰관계였던거 같아요. 음악적으로 강하게 어필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고, 그런데 이제는 프로듀서가 어느정도 키를 잡고 조정해나가면서 조절을 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강 : 그러면 프로듀서가이제 음반뿐만이 아니라 음반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음반기획이라는 측면에서도 많이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텐데요, 그런 음악외적인 부분들 때문에 고민하실때가 있나요?
박 : 어느정도는.
강 : 그럼 요즘 가장 큰 음악외적인고민이 있다면?
박 : 일단 가수라고 하면 무대위에 서는 사람이고, 무대에 선다는건 굉장히 주목을 받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음악외적으로도 주목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획이라는게 외국같은 경우에는 기획사 따로, 마케팅따로, 뭐 그런식으로 파티션이 나뉘어져 있어서 전문적으로 각자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아직 그게 현실적으로안되니까 프로듀서들이 우리나라에서는 보다 많은 부분들을 책임지게 되죠.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잘 조율하고 제시를 해서 서로 만들어야 된다는게 여러 부담이 있죠. 예를들면 음반 판매량, 가수의 이미지, 또 앞으로의 이미지, 음악외적인 무대위나 뮤직비디오의 모습, 또 심지어는 의상같은 부분까지도 많은 관찰이 필요하고 협의를 해서 제시를 해야할 상황이니까요. 그런 부분에서 무척 고민이 많죠.
정 : 지금 말씀을 들어보면 제시라는 단어를 많이 쓰시는데요.. 제 생각엔 본인이 어떤 제시를 해야지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박 : 그런 제시라고 한다면.. 뭐라고 해야할까요. 사실은 기존의 대다수의 음반 제작 환경이 제시라기 보다는 강요에 가까웠어요. 무차별적으로 방송에서 강요를 하잖아요. 음악적인 부분이나 음악외적인 부분 다 그렇고, 뭐가 하나 인기를 얻으면 또 그쪽으로 다 몰아가서 대중에게 강요를 하는 부분이 있는데.... 물론 어느정도의 강요는 생기게 마련이지만 그래도 그런 부분들을 음악적으로 제시를 한다면 그런 부분들이 좀더 상쇄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있어요. 음악적으로 내가 이러이러한걸 제시하면 거기에 포커스가 맞춰져서 거기에 따라서 움직일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많을 수 있다는 거죠.
정 : 예.. 그럼 그렇게 제시를 하는 작업에서 신인가수하고 기존가수하고 어느쪽이 더 재미있나요?
박 : 신인가수들이 훨씬 더 재미있죠. 아무래도 보람이 더 있으니까. 꼭 백지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 같잖아요.
정 : 녹음할 때 본인이 어떤 프로듀서인지 정의를 해본다면요? 엄격하다든가. 편하게 작업을 한다든가 ^^;
박 : 일단 녹음을 한다는건 그 사람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으로 뽑아낸다는 거거든요. 그랬을때는 뭔가 눌러서 되는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마음을 편하게 하는쪽에 가깝구요. 뭐 예를들면 모 가수는 제가 (편하게 하려고) 차력만 빼고 다했다는..
정,강 : 하하 ^^
박 : 지금처럼 재밌게 해요. 웃으면서 ^^
정 : 보컬 녹음할 때 가장 신경쓰시는부분은요? 보통 사람들은 일차원적으로 듣는거 같거든요. 예를들면 고음에서 삑사리 안나고 잘 올라간다든가 ^^;;; 그런데 녹음할 때는 그보다 세밀하게 작업을 하게 되고, 더 담고 싶은게 있을 것 같은데요.
박 : 물론 녹음과정은매우 디테일하게 가요. 하지만 최종적인 결정에서는 저도 일차원적으로 해요.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느껴야 하니까. 다만 과정에서는 매우 정교하게 최대치를 뽑아내고 싶긴해요. 그래서 저한테 걸리면 죽는다는 얘기도 있죠? ^^
강 : 오우.. ^^;
정 : 지금까지 앨범작업을 하면서 가장 힘든 앨범이 있다면요?
박 : 이거를 밝히면 원망의 눈초리가 무서워서.. --;;; 있긴 있어요 ^^
정 : 그럼 조금 다른 얘기긴 하지만 평소 성격은 어떠세요? 혹시 욕심이 많으세요? ^^;
박 : 음악적인 욕심은 있어요. 아무래도 나중에 음악을 듣고 저 스스로가 창피해지면 안되니까. 나중에 창피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죠 ^^;
정 : 이 얘기를 꺼낸게.. 지금은 성공한 프로듀서시지만 분명히 박근태씨도 처음이 있었잖아요. 그럼 지금 생각하기에처음하고 비교해서 가장 잃고싶지 않은 부분들, 변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실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부분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박 : 일단은 매너리즘에안빠지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매너리즘이라는건 해석하기에 따라 틀린데, 저는 대중음악 전문 작곡가잖아요. 싱어송라이터라거나 제작자가 아니라 항상 여러 가지의 포지셔닝을 해야하는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에 그걸 조심해야한다고 생각하고 그 다음에 일에 대한 강박관념을피하려는 것도 있죠. 특히 음악을 처음할때의 열정을 지키려고 노력은 하는데, 어려운 부분들도 있죠.
정 : 그런데 그런 처음을 지키려는 마음이 있다고 해도.. 아무래도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히트 작곡가이신데.. 어떠세요? 히트작곡가가 됐다는게... 곡을 발표만 하는거하고 그게 히트가 되는거하고는 다를거 같은데요.
박 : 글쎄요.. 히트 작곡가라고 의식을 하지는 않은데.. 다만 이런 생활을 하다보니까 젊은 나인데 매우 리스크한 인생을 살고 있다, 여러 가지로 부담이 많은 인생을 산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이 일이라는게, 그러니까 그냥 내가 음악을 만드는거하고 일이라는거하고는 좀 다르거든요. 음악은 말그대로 자기가 하고 만족하면 행복한건데 일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확률을 만드는 작업이기 때문에 거기서 어려움이 많고, 또 여러 가지로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직업이기 때문에 내 나이 또래에서는 상당히 부담이 많이 되는 일이라고 봐요. 인생 전체에서도 그런거 같고..
정 : 음악과 일이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사람들은 좋은 음악하고 히트곡하고 별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작곡가의 입장에서 좋은 음악하고 히트곡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박 : 물론 뭐 히트곡이라고 하면 불특정 다수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야 하는거고, 좋은 음악이라고 하면 지지를 받건 못받건 더 채워지는 부분이 많았을때... 사실 히트곡이 되려면 사람들이 좋아할 여러 요소가 필요하죠. 그런데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히트곡이 좋은음악이 될 수도 있고, 좋은음악도 히트곡이 될 수 있는데, 그걸 받아들이는 대중들이 워낙 불특정 다수다 보니까 그게 워낙 한쪽으로 쏠리다보면 히트곡이 될 수도 있는거고, 좋은 음악으로도남을 수 있는 거거든요. 상당히 예측할 수 없는 여러 가지 함수가 있는거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음악은 뭔가 제시를 해줄 수 있어야 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멜로디의 구성이나 감성적인 설득력같은 것들... 음악이라는게 주는 메시지의 설득력이라는게 있잖아요. 그런것들 같아요.
정 : 굉장히 작곡가로서의 개념같네요. 그럼 본인이 즐겨듣는 음악은 어떤 스타일이세요?
박 : 저는 옛날 팝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많이 듣기도 했었고 어렸을때부터.. 그런데 시대가 변하면서, 특히 80년대부터 지금까지 음악의 포커스가 어느 한쪽으로 좁혀졌어요. 물론 미국 시장외에 제3세계 음악들도 있고 실제로 실험적인 음악같은 것들도 많이 나오지만 일반인들이 많이 듣는 팝음악은 트랜드 자체가 좁혀지는거 같아요. 점점 리듬쪽으로 많이 가는 것 같고, 그러다보면 화성적인 부분이 무시가 될 때도 있고.. 그러다보면 감정을 끌어낸다기 보다는 뭐랄까.. 패션으로서의 역할을 많이 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그런 음악들을 듣기는 하지만 선호하는 편은 아니에요.
정 : 지금 말씀을 들어보면 리듬이 있는 곡들보다는 멜로디쪽의 선호하신다는 것 같은데 곡을 쓰실 때 포인트가 그런쪽인가요?
박 : 그렇진 않아요. 음악을 하다보면 내가 하고 싶은 음악, 내가 할 수 있는 음악, 내가 해야되는 음악이 따로 있는거 같아요. 그렇다면 내가 뭔가를.. 내 안에서 뭔가 규정지어놓고, 내가 멜로디를 중요하게 만들거야라고 생각하고 만들면 나 자신에게 제약이 많이 생겨요. 중요하게 생각하는건 저는 아직 젊다는거, 그리고 앞으로 음악을 평생할거라고 한다는걸 생각하고서 할 수 있을때 여러 가지를 다 해보자는 그런 생각인거 같아요. 지금 여러 가지를 해봐야 내가 원하는 음악을 하고 싶을때 할 수 있게 되잖아요. 지금은 그런 준비단계인거 같아요.
정 : 그럼 지금은 어떤 정도라고 보세요? 본인이 표현하는데 대해서.. 지금 레벨이라면..
박 : 그거.. 레벨은 중요한게 아니거든요. 레벨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떤 계단같은 느낌이 있는데.. 그런 레벨에 집착하다보면..
정 : 아 저는 그뜻으로 말한게 아니구요. 제가 말씀드리는건 지금 수준이시면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음악은 다 표현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더 나아가고 싶은 방향이 있다면 말씀하신대로 하고 싶은 음악이나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게 있다면.. 자신의 음악에 대한 불만같은 것들요.
박 : 불만은 전혀 없는데... 나이에 따라 음악이 변해야할 필요는 있다고 봐요. 제가 이제 30대 초반인데, 40대 초반에도 이런.. 어떤 음악외적인 부분에 대해 고민하다보면 음악을 하는 즐거움이 없을거 같아요. 내가 50대가 되면 또 그 나이에서 할 수 있는 음악이 있을거고, 시기적으로 계속 소양이 쌓이다보면 좀더 여유있게, 나아진 모습으로 음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해요.
정 : 음... 그러면 그렇게 앞으로 할일 중에서 해외진출같은것도 생각하고 계신가요?
박 : 글쎄요, 사람이란게.. 적당한 나이에 적당한 일을 하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아직 그때는 아닌거 같아요.
정 : 때가 아니다...
박 : 예. 그런 기회가 와서 제가 그때 능력이 되면 자연스럽게하는거라고 생각해요. 욕심을 부리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여건이 되면 그때 생각을 해봐야죠.
정 : 그러면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요 ^^; 곧 예정된 작업들은 뭐가 있으신가요?
박 : 일단 코카콜라 CF에서 체리필터하고 작업하는걸 시작으로해서.. 몇 개의 CF 스타마케팅이 기획되어 있어요. 그건 CF이기도 하지만 가요음악을 만드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저는 적극적으로 그걸 활용한다는 입장에서 다른 일반 음악들을 만드는 자세로 작업을 할거구요. 앨범 프로듀싱은 옥주현하고, 하반기에 장나라, 성시경을 할거 같구요. 또 싱글로는 박지윤, 김진표씨하고도 작업을 하게 될거 같아요.
정 : 신화와 작업한다는얘기도 있었는데요. T.C에서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워낙 많아서 ^^;
박 : 음... 그건 신화의 이민우씨하고도 친해서 해보려고 했는데 상황이 잘 안맞아서 안됐어요. 저도 아쉽죠.
정 : 그럼 슬슬 정리를 해야할 때 같은데요.. ^^; 본인의 미래는 어떨거라고 생각하세요? 작년에 큰 성공을 하셨다고 할 수 있는데, 어떻게 보면 그래서 오히려 걱정되는 부분들이 있을거 같거든요. 모두 그렇듯이 언제나 절정에 있을수만은 없는건데,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생각해보시나요?
박 : 물론이죠. 음악은 평생할거니까 당연히 미래의 모습도 상상하는데... 분명히 생각해두는건 있죠.
강 : 어떤..? 말해주실수 있을까요?
박 : 희망사항이지만 일단은 유학을 갈 생각이에요. 어느정도 일의 마무리가 깔끔하게 되면 유학을 가서 공부를 하고, 거기서 필름 스코어하고 뮤직 비즈니스를 전공을 하고 싶어요.
정 : 예... 음악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작업을 하다보면 하시는 말씀들이 결국 필름 스코어에 대한 관심이거든요? 나온 영화들중에서 이런걸 해보고 싶다는 그런 스타일의 음악이 있으신가요?
박 : 음.. 저는 필름스코어를 한다고해서 꼭 사운드트랙같은 것들에만 한정을 두고 싶지는 않아요. 물론 그런것들도 꼭 필요하지만.. 단지 영화의 좋은 배경으로만 쓰이는것뿐만 아니라 (그것도 필요하지만) 비즈니스적인 측면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같이 배우고 싶은 생각이 있죠. 지금 시점에서 필요한건 음악을 만든다는 것하고 뮤직 비즈니스를 가장 효과적으로 조화 시키는거라고 보거든요. 이게 우리 선배들이 여러 문제들 때문에 잘 접근하지 못했던 부분들이니까요. 물론 그전에 그게 가능한 여건을 만들기위해 노력을 해야겠지만, 비즈니스적으로 접근을 하자면 뮤지션들이 보다 안정적으로활동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스스로 열어나가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강 : 안전장치라면 어떤 ?
박 : 앞에서 말한 CF 같은 것들도 그렇고, 떠오르는 모바일 산업도 대안이 될 수 있겠죠. 지금은 시작단계이긴 하지만 프로듀서가 점점 영역을 넓히면서, 그러니까 음악만드는 사람이 지금보다 산업의 중심으로 더욱 떠오를 수 있게되면 그런 안전장치나 뮤지션들이보다 편하게 음악할 수 있는 틀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어떤 상황이 됐건 제가 음악을 좋아하고 계속 할거라는건 평생 똑같은거니까.. 그렇다면 과연 내가 어떤 모습으로 음악을 할건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야죠. 그리고 그렇게 되기위해서 그런 공부나 도전은 반드시 필요한거 같구요. 그리고 이건 꼭 제가 무슨 상업적으로 돈을 벌고 명성을 얻고의 문제가 아니라 저의 음악을 실현하기위해 필요한 것들이라고 생각해요.
강 : 예.. 그럼 마지막 질문인데요. 자신에게 있어서 음악을 만든다는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 이 인터뷰를 볼 분들중에는 앞으로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그 사람들에게 음악을 만든다는 것에 대해 한마디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박 : 음악을 만든다는건.... 제 생각에는 성공만 한다고해서 되는게 아닌거 같아요. 내 음악을 정말로 잘하고 잘표현하는거하고 성공하고는.. 어떻게 보면 무관하다고 할 수 있어요. 다만 그걸 향해 앞으로 나가는 과정에서 뭔가를 얻을 수도 있겠죠. 요즘에는 점점 더 그런 생각이 드네요.
인터뷰가 끝난뒤에도 한시간정도 여러 얘기들이 오고 갔습니다. 그래서 안녕히계세요..같은 상식적인 마무리는 없습니다 ^^; 정말 바쁘신데 몇시간씩 시간을 내주셔서 인터뷰에 응해주신 박근태씨에게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